뜬 눈으로 잠을 지새운 준희는 거울에 비친 제 모습에 화들짝 얼굴을 이리저리 둘러보지. 진짜 말이 아니거든. 뜬 눈으로 보낸 밤은 유독 길게만 느껴졌으면 말 다한거지. 눈은 빨갛게 충혈 되어 있고 밤새 아무 생각 없이 뜯은 입술은 너덜 너덜함, 피도 났었는지 이곳 저곳 자리 잡은 피딱지도 포함. 다크 서클은 뭐 기본으로 깔고. 준희는 거울에 적나라하게 보여지는 제 얼굴에 그대로 다시 뒷걸음질 치며 침대에 풀썩 앉지. 머리를 쥐어 뜯으면서. 


어제 일은 그야 말로 제 인생에서 두번째로 충격적인 일 임에 틀림 없을 것이었다. 진짜 티비에서만 보던 몰카 같은. 그런 일이 지금 나한테.. 한국에서는 평생 듣지 않으려 노력했던, 



“네가 멀티인거요?”



 모든게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안아팠냐는 나재민의 말이 끝나마자 그 전까지 멍하니 말 듣고 있던 준희는 바로 왔던 길 돌아 현관문을 열고 제 방으로 들어와 문을 닫음. 얼마나 세게 닫았으면 제일 끝방에 있는 이마크 방까지 소리가 들렸을까 싶지만 그런 생각 할 틈도 없을 정도로 뒷목 잡고 쓰러져도 할 말 없는 그런 상황이었음은 틀림 없었잖아. 그리고 그 상태로 어떡하지 어떡하지 입술만 잘근 잘근, 애꿎은 손톱만 잘근 잘근 씹어먹었지 뭐. 창문을 들어오는 빛에 날이 차츰 차츰 밝아오고 참새들이 짹짹 소리를 낼때서야 준희는 방문에 기대며 앉아있던 몸을 일으켰음. 장장 5시간만이랄까?



아무튼, 말이 아닌 제 얼굴 상태를 보고 뭐 잠은 자지 않았지만 혹 끼어있을 눈곱이라도, 이 입술에 자리잡은 피딱지라도 해결하고자 다급히 화장실로 가기 위해 문을 열었지. 아주 다급하게 아무것도 모르고.



“...”



그리고 준희 방문 두드리려고 손 올렸던 황인준과 아이 컨택. 준희는 갑작스레 보인 황인준 얼굴에 또다시 어버버 눈만 깜빡 깜빡. 황인준은 손 내리고는 아무 감흥 없는 눈으로 준희 내려다 보며 말함. 



“8시 훈련.”



그리고 뒤도 안돌아보고 지 방으로 들어가지. 쾅 닫힌 황인준 방문 보던 준희는 훈련이란 말에 정신이 바짝 듦. 바로 앞에 있는 화장실로 직행. ...근데 내 얼굴은 괜찮나. 하는 쓸데 없는 생각하면서. 벅벅.




   이마크와 박지성 제외하고 훈련장으로 가는 길에는 정적 뿐 그 어떤 말도 오가지 않았음.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안 하필 껴도 어젯밤 사태의 나재민과 이제노 사이에 껴버린 준희는 더 숨이 막힐 뿐. 느리게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층 수만 뚫어져라.. 여기서 도는 모먼트는 층수만 뚫어져라 쳐다보는 준희를 대놓고 빤히 바라보는 오른쪽 나재민과 안보는 척 힐끔거리는 이제노랄까.



“아. 맞아, 야 너”



정적 속에서 갑작스럽게 이해찬이 뒤를 돌며 준희를 쳐다본다. 나재민의 말로라면 여기 있는 모두가 준희가 멀티인걸 안다는 것인데. 이해찬 말에서 나오는 말 긴장하며 듣는 준희. 



“너 가,...”

“아~ 해찬아~”



가이딩의 '가'자가 나오자마자 준희 오른쪽에 있던 나재민이 이해찬 어깨에 손을 올리며 치대지. 나재민 행동에 기겁+짜증 표정 이해찬이 와다다 욕 하면서 나재민과 투닥 투닥. 그제서야 알게 모르게 한 곳에 모아졌던 시선들이 흩어진다. 준희는 이해찬 주먹 가볍게 막고 있는 나재민 쳐다보지. 이해찬 향해 싱글 벙글 웃던 나재민이 다시 준희 옆으로 돌아오고 나재민은 이번에 준희 쳐다보지도 않고 미소만 띄운채 열리는 엘리베이터 바라본다. 준희는 나재민 뚫어져라 쳐다보고. 말을 안했나? 괜히 나재민한테 고마워지는 준희였지.





“너 가방 받아와야돼.”

“..가방이요?”

“훈련에 쓸 무전이나 신호탄 그런거 넣어두는.”

“아..”

“아무튼 물품소 가서 받아와.”



훈련장 도착하자마자 각자 흩어지더니 알아서 자율 훈련을 하더라. A급부터는 자유훈련을 신청해야 가능한데 S급은 그냥 대부분 자유훈련이라, 아무것도 모르는 준희에게 껄렁하게 걸어와서는 이해찬 제 허리 부근에 묶여있는 가방 가리킨다. 물품소 가서 받아오라는 말과 함께. 이런 가방도 처음보는데 또 물품소는 어디인지. 물품소 위치를 물어보려던 준희가 훈련 준비를 다 마치고는 팔짱을 낀채 안가고 뭐하냐는 눈빛의 이해찬에 쭈굴해져서는 고맙다는 인사와 어딘지 모를 물품소 찾아 삼만리. 





   불행 중 다행으로 물품소는 훈련장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음. 물론 오는 길에 아는 센티넬이나 가이드도 없고 죄다 훈련 중인건지 코빼기도 안보이기에 청소하고 계시는 아주머니 한분께 물어 물어 도착함. 훈련복 차림의 준희가 가방이라고 말 꺼내자마자 잠시만 기다리라며 직원은 안으로 들어가버리지. 뒤적 뒤적. 남는게 있나 중얼거리며.



“이번에 거기 S급 애들 왕창 모아놓은 팀에 센티넬 하나 들어왔대.”



가방 기다리며 제 손 꼼지락 거리던 준희가 별안간 뒤에서 얼핏 들리는 소리에 귀를 쫑긋 세운다. 누가봐도 제 얘기 임이 확실하기에.



“맞아. 나도 들었어. 이번에도 S급이겠지? 완전 위에서 거기 팀만 밀어준다니까.”

“그러니까. 전에 갔었던 임무는 다 망쳐놓고는.”

“그래도 이번에 갔던 임무는 성공했다는데?”

“성공하면 뭐해. 그거 완전 잔바리 B급 애들이나 할 만한 임무였는데.”



B급. 그 수많은 말들 중에 준희 귀에 쏙 박힌건 저 단어 하나 뿐이지. 이제서야 이해찬이 임무를 갔었을때 하던 말이 생각난다. 이런 고리타분한 일. 이런 지루한 일. S급한테는 그냥 누워서 침 뱉기였을라나. 괜히 자신때문에 팀에 그런 임무가 내려온건가 싶어 시무룩해진 준희였다.. 괜히 잘난 애들이 아니지, 그럼.



“하나 남은거 있네요.”



시무룩한 얼굴로 초점 없이 땅만 보고 있었을까 직원이 꽤 찾는데 애를 먹은 것인지 헉헉 대며 준희에게 가방을 건내지. 얼마나 안쪽에 오래 있었으면 가방 싸고 있는 비닐 위에 먼지가 한가득 하다. 가방 감싸고 있는 비닐 벗겨내고는 직원 향해 인사하고 가려는데 어어, 잠시만요. 대뜸 직원이 한 손에는 볼펜을, 한 손에는 파일을 들고 준희를 붙잡음.



“성함이랑 어느 팀 소속인지 말씀해주세요.”



갑작스레 부딪힌 질문에 준희가 어... 입을 벙긋하지. 아직까지도 저 뒤에서 얼핏 들리는 목소리들. 시준희고... 이에 준희가 기어갈 듯한 목소리로 이름을 읊지. 직원은 너무 작은 목소리에 인상을 찌푸리며 네? 하고 되묻는다. 직원의 표정에 흠칫 준희가 제법 목소리를 키워 제 이름을 말하지. 그리고 쉽사리 입을 열지 못한다. 괜히 자신 때문에 저런 말을 듣는건가 싶은 준희라서 쉽사리 팀 이름을 입에 담지 못하지. 고개를 끄덕이던 직원이 입을 다문 준희에 미간을 찌푸린다.



“왜 말씀을 안하세요?”

“...”

“아니면 못하시는 거예요? 위에 전화해요?”



아, 일이 커질 듯. 다급하게 입을 떼려던 준희였지.



“저랑 같은 소속이요.”



어디서 불쑥 나타난 이제노에 의해 입을 다시 다물었지만. 이제노 등장에 직원도, 저 뒤에서 하하호호허허히히 이야기 하고 있던 센티넬들도 놀라서는 눈을 키움. 미친 미친, 뭐야? 이제노가 왜 여기와? 드림이들 가방이랑 다른 부수적인 물품들 받으러 처음에만 딱 한번 오고서는 죄다 한데 모아서는 숙소로 보내기때문에 그 이후로는 한번도 볼 수 가 없었는데. 직원도 놀라서는 어버버 거리며 이제노와 옆에 있는 준희 번갈아 쳐다본다. 그럼.. 새로 들어온 센티넬이...



“저도 신호탄 하나만 주세요. 떨어져서.”



이제노 말에 화들짝 놀라서는 직원이 다급히 안으로 들어가 신호탄 하나를 건네지. 신호탄 받아든 이제노가 쿨하게 물품소 나가고, 준희도 재빨리 직원 향해 인사하고는 재빨리 이제노 뒤따라가지. 남아있는 직원과, 센티넬들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음. 그러면서, 새로 들어온 센티넬이 여자였다고? 쟤는 능력이 뭘까? 등급은 당연히 S급이겠고. 이런 저런 말들이 오가겠지.




이제노와 단둘이 걷는 길은 어쩌면 당연하게도 정적이었지. 딱히 할말도 없고 친한것도 아니고. 앞만 보고 걷는 이제노 힐끔 힐끔거리기만 하는 준희가 꿀꺽, 침 한번 삼키고는 이제노 향해 입을 연다. 



“..고맙습니다.”



준희의 고맙다는 말 듣자마자 우뚝 이제노가 멈춰선다. 그리고는 정면만 바라보던 시선 돌려 준희 바라보지. 주머니에 손 꼽고는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불평 가득해보이는 얼굴로.



“네가 말을 못하는 이유가 뭐야.”

“...”

“우리 팀이라고 말하는게 쪽팔린건가.”

“아니요, 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면 뭔데.”



왜인지 모르게 이제노는 화가 난듯. 구겨진 미간은 펴질 줄을 모르지. 준희는 당황해서는 다급히 수습하려는데.. 이제노 얼굴만 보면 조금 무서워져서는 입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구ㅠ..



“네가 B급인게 창피해?”



그리고 이제노는 준희의 심정을 대변할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그제서야 준희는 다급히 경직되어 있던 표정을 풀고는 고개를 세게 끄덕인다. 그러나 준희의 격한 긍정에도 이제노의 미간은 펴질 줄 모르지. 



“뭐가 걱정이야? 넌 S급 가이드,...”

“아니요.”

“...”

“...저 B급 서머넌데요.”



준희는 처음으로 이제노를 똑바로 바라보며, 이제노의 말을 끊고 답한다. 




나눈 바람이야. 아빠 이거 봐!

나 가기 싫어!


..아니야, 아니라고. 나 센티넬 아니야.




끔찍하던 기억이 고개를 내밀고 모습을 드러내려하지. 센티넬. 너는, 너는 센티넬로 살고 싶나보네.



“그러네. 넌 B급이지.”

“...”

“B급이 S급으로 올라가는건 거의 불가능해. 다시 태어나면 모를까.”



센티넬이 되고 싶지 않았던 이제노, 센티넬이 되려 하는 시준희. 



“..네가 훈련 하는 상대나 앞으로 할 임무 등급에 따라 운 좋으면 올라갈 수도 있겠지.”

“그 말은...”

“...”

“훈련 같이 해주실 수 있다는...”

“...”

“진짜?!”



센티넬이 되겠다는 그 확고한 눈이 이제노를 움직였다.






   준희와 드림 애들이 훈련장에 있을 시각 이마크 혼자서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가이드동에 발을 들였지. 슬쩍 슬쩍 들리는 낯간지러운 소리들에 이마크는 인상을 찌푸리며 더욱 세게 군화를 밟지. 들으라고, 좀 닥치라고. 기나 긴 복도를 거닐며 도착한 곳은 지나왔던 동과는 다르다. 좀 더 고급진 건물. 가이드 A동. 제일 끝방에 멈춰선 이마크가 손을 들어 문을 두드린다. 똑똑. 안에 있던 상대는 바로 문이 열리고 모습을 드러내지.



“들어와.”



저번에 봤을때와는 달리 이유리의 옷차림이 가볍다. 이마크는 아무런 감흥 없는 눈으로 이유리 쳐다보더니 따라오라는 눈짓하고는 먼저 뒤를 보이지. 이마크의 행동에 당황한 이유리가 다급히 이마크 팔을 붙잡는다.



“아...”



이마크는 제 몸으로 들어오는 가이딩에 인상을 찌푸리며 팔 거칠게 빼낸다. 마치 더러운 것이 닿은 마냥 이유리가 잡은 제 팔 툭툭 털어낸다. 뭐 이런 미친... 이마크 행동에 이유리 입에서 작게 혼잣말로 거친 단어가 튀어나오지. 자기 딴에는 혼잣말을 한건데, 이 층 하나를 이유리 혼자 다 쓰는 고요한 복도에 그 혼잣말을 이마크가 못들었을까. 이마크 그냥 피식 웃어버린다. 



“가이딩. 가이딩 부탁 한다면서..!”

“그랬지.”

“근데, 근데 왜!”

“추출 좀 부탁한다는 거였는데.”



당황한 얼굴의 이유리가 목소리를 높이자 이마크는 특유의 무료한 표정으로 답한다. 이마크 마지막 말 듣자마자 이유리는 머리가 순간 멍해짐을 느끼지. 내가 뭘 들은거야? 지금 뭐라는거야?



“...추출? 지금 추출이라고 한거야?”

“들었으면서 왜 또 물어.”

“미쳤어? 내가 그 짓을 왜 해.”

“...”

“그 바보같은 짓을 내가 왜 하냐고!”



다른 곳 바라보며 이유리 말 한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던 이마크가, 이유리의 마지막 말에 눈을 치켜 세우지. 가뜩이나 무표정이었던 표정이 더욱 서늘하게 바뀌며 그 얼굴에 이유리는 말을 멈추고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겠지.



“다시 한번 물을게.”

“...”

“추출물. Is that yours?”

네거 맞아?



잠시 아무 말이 없던 이유리가 조소를 짓지.



“내거 아니면 어쩔건데?”

“That's a good thing.”

다행이네



이번엔 이마크가 조소를 짓고 이유리의 표정이 굳어버린다. 무슨 소리냐는 듯한 이유리의 얼굴에 이마크는 이유리 똑바로 쳐다보며 말하지.



“네 가이딩 받은 애들이 뭐라고 그러는지 알아?”

“...뭐?”

“받고나면 몸은 가벼운데... Be in a bad mood.”

기분이 더럽대




이유리의 울그락 붉그락한 얼굴 본 이마크 픽픽 웃으면서 가버린다. 그 뒷모습이 어찌나 열이 받는지 이유리는 그 자리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무언은 긍정의 또 다른 말이라고, 내일부터 이제노와 함께 훈련을 하게 된 준희는 침대에 누워 기분 좋게 잠이 들 듯 싶다. 확실히 높은 등급의 센티넬과 연습하면 조금이라도 능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겠지. 선뜻 이제노가 하자! 하며 제안을 한건 아니지만 서도 이제노와 처음으로 말을 나누고, 훈련 약속까지 잡으니 어딘가 모르게 들뜬 준희였지. 물론 미국에서도 훈련을 자주 했었지만 준희가 다치는게 무섭다며 제대로 훈련을 해준건 김도영과 문태일 뿐.. 그렇지만 여기서는 조금 더 빡센 훈련을 할 수 있다는 말씀. 준희가 그렇게 기분 좋게 잠자리에 들려했지. 들려고 했지.



띠리릭하고 쿵.



누군가 비밀번호를 누르고 현관문을 여는 소리. 바로 뒤 이어진 무언가 부딪힌 듯한 소음. 준희는 이불 속에서 얼굴만 빼꼼 눈만 데구르르 굴린다. 뭐지 도둑..? 아니 여기서 도둑이 어떻게 들어오고 비밀번호는 어떻게 알겠냐고. 준희가 이불을 걷히고 살금 살금 진짜 눈만 보일정도로 문을 연다. 그 틈 사이로 보인 누군가의 다리.. 아니 이거 호러냐고.. 준희가 화들짝 놀라서는 활짝 문 열고 달려 나가니...



“저기요, 괜찮아요?”



눈을 감은채 답이 없는 박지성에 준희는 설마 어디 잘못 된건가 싶어 조심스럽게 한쪽 귀 박지성 심장 부근에 가져다 대지. 닿지는 않고 그냥 근처에서 심장 소리 조금이라도 들리나 안들리나.. 콜록. 준희가 심장소리 듣기도 전에 박지성 기침소리 내며 몸을 뒤척이다 슬며시 눈을 뜬다. 그리고 보이는 준희 얼굴에 도리어 놀라지.



“..아.”



그제서야 자신이 이 오밤중에 현관 근처에 누워 있다는 생각에 박지성 끙차 하고 몸을 일으킨다. 몰랐는데 웬 임무복을 입고 있는 박지성에 준희는 어리둥절 일어난 박지성 올려다보지.



“...어디 다녀오세요?”

“...?”

“왜 임무복 입고...”



박지성은 제 옷 만지작 거리며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그냥 훈련이요. 하며 고개를 젓는다. 훈련복은 따로 있는데. 이 꼭두새벽에 훈련복을 입는다고.. 이럴때 촉 좋은 준희가 눈을 게슴츠레 뜨며 일어나 박지성 얼굴을 바라보지.



“..왜요?”



군데 군데 피로 번진 박지성 얼굴을.



“...얼굴이..”

“네? ....아”



준희 말에 손으로 제 얼굴 쓸던 박지성 손에 묻어나오는 피 보고는 아무것도 아니라면서 피를 제 임무복에 닦는다. 아무것도 아닌게 아닌데. 무슨 오밤중에 훈련을 피날 정도로 하나 싶지 뭐. 준희가 또 어디 다친데는 없는 건가 싶어서 몸 살펴보다 박지성 수치기 발견하지. 그것도...


빨간색 수치기를.



“빨리 가이딩해야할 거 같은데....”

“저기.”



다급하게 거실 서랍 아래에서 추출물과 주사기 가지러 가려던 준희 손목 잡은 박지성. 준희는 지금 한시가 급한데 왜 잡고 난리인지 어서 빨리 말하라는 얼굴로 박지성 바라보고.. 박지성은 준희가 멈춰서자 손목 놓지. 준희 손목에는 핏자국이 묻어나고.



“...아니 왜요 지금 빨리 가이딩을...”

“이거 제 피 아니에요.”

“...네?”



박지성의 충격 발언에 준희는 잘못 들었나 싶어 되물음. 지금 뭐라고.. 



“이거 제 피 아니고, 저 다친데 하나도 없다고요.”



아무렇지 않게도 말하는 박지성에 준희 당황해가지고는 이게 무슨 일이냐 어떡해 누구 불러야하는거 아닌가 혹시 습격인가 싶어서 이번엔 다급히 이마크 방으로 가려하지.



“아, 진짜.”



이번엔 대놓고 앞에서 준희 막는 박지성. 골치 아프다는 듯 제 머리 헝클이지. 밖에서 들어온 빛에 더욱 밝아진 박지성 꼴은 말이 아니라고. 군데 군데 훈련복은 찢어져있고.. 피는 뭐 말할것도 없고. 생각보다 더 심각한 상태라 안되겠다 싶은 준희가 박지성 손을 떼어내려 했지만 박지성은 표정을 굳힌 채 읊조림.



“간섭하지 마세요.”



간섭하지 말라고.



“제가 괜찮다는데 왜 나서요.”



내가 괜찮은데 왜 네가 나서. 왜 나서서는. 괜찮다는 박지성의 눈가가 붉다.



“내 수치는 이게 정상이에요.”



삐삐삐삐. 수치기 경보음이 울린다. 




그런데, 아무도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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