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주에게_전해달라고_꽃과_선물을_받은_드림캐는

#드림캐에게_전해달라고_꽃과_선물을_받은_드림주는

우와미친 개좋아


*해당 트윗의 결과물

*좀 cp스럽긴 함

*제목은 저렇지만 선물 주기도 전에 끝남






*

“네, 그러니까 이 말은….”

“절 도와주셨으면 좋겠어요. 루트위지 씨라면 훌륭하게 조언해주실 것 같아서요!”


다이나는 등 뒤에 딱딱한 벽이 닿는 걸 느꼈다. 그녀는 대화를 튼 지 얼마 되지도 않은 회사 동료의 기백에 눌려 수세에 몰리고 있었다.

일의 전말은 이렇다. 다이나는 평소처럼 회사에 출근해 정기 업무 보고를 하고, 연이어 합동 프로젝트 안내를 받고, 자신이 일하는 부서로 자리를 옮기던 중이었다. 복도를 걷는 내내 같은 자리에 참석했던, 다른 부서라 안면만 있는 여자 동료가 그녀를 따라왔다. 처음부터 눈치채고 있었지만 금방 다른 방향으로 가겠지 싶어 그냥 두었더니, 조경 부서까지 따라 들어올 요량인 것 같아 다이나가 먼저 말을 걸었다. 그러자 그 사람은 기다렸단 듯이 다이나에게 살갑게 말을 붙였다.

다이나는 그때부터 영업용 미소를 얼굴에 철썩 붙여 놓으려고 애를 썼다.


“휴식 시간을 뺏어서 죄송해요. 너무 간절해서 그만~.”


자못 미안한 얼굴을 한 동료의 이야기를 천천히 들어보니, 그녀는 이름 높은 메종 매드니스의 오너를 먼발치서 연모하는 이들 중 하나인 듯했다. 그런 사람이 다이나에게 따로 긴히 할 말이야 뻔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렴. 매드해터가 보기와 달리 성정이 마냥 부드럽지 않고 좀 엇나간 이이긴 해도, 이 세상 것이 아닌 매력을 지닌 신사임은 다이나도 부정하지 않는다. 꽤 미남자이기도 하지. 거기다 속물적인 이야기지만 왜, 심지어 왕자라잖아.

그렇지만 이상하군. 매드해터에게 보내고 싶은 꽃다발을 만드는 걸 굳이 나에게 부탁하다니? 몇 번이나 입 밖에 외치고 싶은 말이 혀 아래서 맴돌았다. 매드해터와 두터운 친분을 갖고 있고, 화훼에 나름대로 조예가 있는 사람으로서 다이나도 이 부탁이 아주 합당한 사고 논리의 결과물이란 걸 알고 있었다. 동료에겐 다른 매드해터의 지인들보다 다이나가 비교적 접근하기 쉬운 사람이란 이점도 있겠지. 그래도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못마땅함을 억누르고 부드러이 웃어내느라 다이나의 안면 근육에 경련이 일고 있었다.


“…그 정도야, 당연히 도와드릴게요. 저라고 꼭 그분 취향에 맞출 수 있을지 장담은 못 하겠지만요.”


다행히도 다이나가 내놓은 답은 동료의 기대에 걸맞게 논리적이었다. 다이나는 크게 안심한 회사 동료가 재차 제 연락처를 묻는 것까지 답해주고서야 그녀를 돌려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표정 관리에 신경 쓰느라 미뤄두었던 일, 자신이 내놓은 ‘논리적인’ 답이 정말로 안심할 수 있을 만한 것인지 의심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다 떠나서. 남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은 보람찬 일이고, 의외로 재미를 가져다준다. 또, 다이나가 심한 참견쟁이는 아니지만, 만일 매드해터가 연애를 하도록 뒷공작을 벌이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반쯤은… 흥미로워하며 구경할 축인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이 경우 부탁을 거절했다면 동료에게 괜한 오해-여러 의미로-나 샀을지도 모른다. 그야말로 다이나가 예상할 수 있는 시츄에이션 중에서 훗날 제일 수습하기 귀찮은 후보다.

하지만 부탁을 들어준다는 선택지도 여간 골치 아픈 게 아니다. 매드해터에게 선물할 꽃다발. 다름 아닌 매드해터에게 가는 것인 만큼, 그녀는 분명 꽃잎 하나하나에도 정성을 다하게 되리라. 어떤 이유에서든 다이나 자신이 이 일을 소홀히 할 리가 없다. 소홀히 해서 어중간한 꽃다발을 보이기도 싫고, 매드해터라면 그걸 잠깐 쓱 보는 것만으로도 다이나의 솜씨인 걸 알아차릴 것이니까.

다이나는 홧홧하게 열이 받는 이마를 꾹꾹 눌렀다. 제발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부탁받은 꽃다발인 걸 말하기도 전에 그가 아가씨께서 친히 주는 것이냐고 물으면 어떡할까. 그렇게 되면, 참으로 이상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다. 그녀에게 이런 부탁을 한 동료도 동료지만, 다이나가 파악할 수 있는 매드해터의 이후 반응이나 속마음은 어떨까? 그리고 다이나 자신은 어떨까.

다이나 루트위지로 말할 것 같으면, 그 어느 입장에서든 자신의 본심에 관계없이 본인이 의도한 연기를 펼칠 배우이다. 안타깝게도 그것이 너와 내 안에 침잠해 있는 수많은 본심을 견뎌내는 데까지 능수능란하다는 뜻은 아니었다. 내심(內心). 그놈의 내심.


‘아주 비논리적인 처사야.’


새어 나오는 실소는 마치 빵 부스러기처럼 버석댄다. 그러니 솔직하게 말해서, 이런 감정 소모적인 일에 굳이 끼고 싶지 않다….





*

탁자 한구석에 예쁘게 포장된 상자가 놓여 있었다. 이라는 서류를 처리하다가 간간이, 자신이 자각한 것보다 훨씬 자주 상자가 놓인 곳에 눈길을 주었다 치웠다 하는 걸 반복했다.

그것은 오늘 아침 어느 간수가 부탁한 것이다. 아직 앳된 얼굴의 간수는 언젠가, 그러나 그리 오래되지 않은 어느 날에 다이나에게서 도움받은 답례를 하고 싶다고 우물거리며 말했다.

도저히 신경 쓰여서 안 되겠네, 이라는 서류를 잠시 미뤄두고 탁자에 올려놓은 문제의 답례품을 한참 쳐다보았다. 언제라도 좋으니 다이나가 보탈리아에 온다면 꼭 전해달라고 한 물건은 손수건 겸용으로도 쓸 수 있는 스카프다. 그걸 건네받았을 때 이라는, 사실 엄청나게 당황했다. 분노로 화려하게 장식된 자신의 악명을 무릅쓰고 만나길 간청한 이유가 이런 것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맡아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 꽤 길게 고민하다가 받아주긴 했지만….

딱히 ‘겨우’ 이런 일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었다. 부탁한 간수는 다이나가 언제 보탈리아에 올 지라든가, 더욱이 그녀의 개인적인 신변이라면 감도 잡지 못할 테니까. 그녀와 가까운 이라에게 도움을 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이해와 동시에 약간 괘씸하다는 마음도 있긴 한 것이다. 괘씸하다… 어쩐지 생소한 표현에 이라는 왜 그런 마음이 생겨났는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사실 답은 간단하다. 맡아줘야 하는가… 그런 건 구태여 할 필요도 없는 생각이었다. 그저 간수의 모습을 보고 ‘그렇다면 나는?’ 하고. 문득 거울 앞을 지나다 자신을 비춰보는 것처럼 불현듯 자각했을 뿐이다. 다만 그에 따라붙은, 선물에 대한 약간의 질투라든가, 대체 뭘 알고서 나에게 그랬을까 싶은 자격지심이란. 이라는 죄를 심판하는 나라의 사람으로서 자신이 뭘 느끼는지, 특히 긍정적이지 않은 감정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었다. 속 좁은 사람 같았다. 좀 더 요령 있는 사람이라면 마음을 간단히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참 마음이 예쁜 선물이라고, 자신도 겸사겸사 그 사람에게 고마움을 표할 선물을 주면 되겠다고 깔끔하게 마무리 지었을 것이다.

뒤늦게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이라는 이 미숙함을 분노의 구덩이에 던져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그가 머리를 싸매려던 순간, 누군가가 그의 팔목을 붙잡았다.


“뭐니, 얘?”


스페르비아가 어느새 그 옆에 서 있었다. 아마 이라 자신이 인기척을 듣지 못할 만큼 다른 데 정신이 팔렸었단 뜻이겠지만. 이라는 너무 당황해서 순식간에 화가 가라앉는 걸 느꼈다.


“…언제 들어왔어?”

“방금? 노크도 했단다. 오후 회의 전에 여기서 찾고 싶은 자료가 있어서 말이야.”

“아… 어떤 건지 말해줄 수 있을까?”

“아니. 이 책장이면 혼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정리가 꽤 잘 되어있잖니.”


스페르비아가 허리에 두 손을 얹은 자세로 방 한쪽의 파일 책장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시선이 다시 이라와, 이라가 내내 주시하던 물건 쪽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이건? 그가 턱 끝으로 가리키자 이라는 약간 한숨을 쉬었다. 사정이 있어서 맡아뒀는데…….


“그래, 다이나에게 갈 물건이구나.”


그의 감상은 짤막했다. 뭐, 남이 정성껏 준비한 답례에 이렇다 할 평가를… 한다면 할 수 있는 인물이었지만, 스페르비아는 남들보다 많은 부분을 놓치지 않는 재능이 있었으므로 한동안 조용히 고심했다.


“다이나한테 하얀색이나 검은색이 잘 어울린단 생각은 있었는데. 남들도 보는 눈은 똑같나?”

“뭐… 색에 있어선 너랑 비슷한 취향이지 않을까.”

“뭐야, 너도 알고 있다는 뜻이네. 그럼 이야기가 쉬워지지.”

“무슨 말인지 알겠어. 그래도 이번은 나 혼자 할게.”


이라가 예전에 쇼핑에서 벌어졌던 일을 떠올리곤 고개를 가로저었다. 게다가 꼭 패션에 한정해서 고려하고 싶진 않았다. 스페르비아가 빙긋 웃었다. 그리고 갑자기 떠올랐는지 무슨 말을 자신도 모르게 술술 내뱉었다.


“그러고 보니… 스카프를 선물하는 의미는 ‘당신을 끝없이 사랑합니다,’ 라고 하던데.”

“……아니, 그런 걸….”

“어머, 너무 나갔나. 나도 참…….”


스페르비아가 제 입을 가리며 고운 미간을 살풋 찡그렸다. 이라가 직접 말은 안 해도 정말 신경 쓰인다는 눈빛을 자신에게 쏘아 보내는데, 어떻게 모를 수 있을까!




원더메어와 보탈리아에 상시거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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