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 차원의 운명을 관장하는 구름왕국의 작가들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율이 있다. 그중 제일 중요한 건 정해진 운명에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그 운명이 아무리 혹독해도 말이지. 작가들은 그 규율을 구름왕국이 존재할 때부터 지켜왔고, 이제까지 어긴 자는 한명도 없었다. 

막 작가가 된 소년은 기대를 안고 구름왕국에 입성했다. 누구의 이야기를 쓰게 될지 설레는 마음으로 팬을 집어 들었다. 그가 팬을 잡자마자 그가 맡은 이의 인생이 흘러갔다. 그는 그걸 그대로 받아적었고, 그건 한 사람의 운명이 되었다. 소년이 청년이 될 때까지 다양한 인생을 만났고, 그건 무척 특별한 경험이였다. 규율을 따르며 운명을 적는 것이 구름왕국 작가의 운명이었고 평생 그렇게 살아야 했다. 청년이 된 그는 그동안 지켜온 규율을 어기고 싶어졌다. 그래서 자신이 맡은 이의 운명에 손을 댔으며, 구름왕국은 그를 쫓아냈다. 구름 왕국의 작가라는 기억은 모조리 잊어버린 채, 그는 열여섯 차원중에 하나인 닌자고로 떨어졌다.

로이드는 박물관으로부터 그린닌자를 찾는 전화를 받고 혼자서 가기로 했다. 그는 한사람 몫을 할 수 있는 닌자였고, 닌자고의 수호자인 닌자들의 리더였으며, 아버지를 잃은 후에도 잘 견뎌내고 있었다. 박물관에서의 일도 별일이 아니겠지. 어머니의 애정 표현도 거절하고 부리나케 온 로이드였다. 

박물관의 경비원은 로이드의 도움을 구하면서도 그를 위협했다. 로이드가 위험을 감지했을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평범한 사람의 육체였다면 정신을 유지하지 못하고 먹혀버렸을 테지만, 로이드의 육체는 특별했다. 무려 첫 번째 차원의 존재인 도깨비와 드래곤의 피와 육체를 물려받았으니. 그의 몸을 빼앗은 장본인은 바람을 다루는 능력을 갖춘 모로라는 유령이었다. 그린닌자에 대한 집착과 자신이 뛰어나다는 생각을 가진 그는 닌자들과 마사코, 우,니야를 위협했고, 그들은 도망치기에 급급했다. 로이드의 몸이 강탈당한 탓에 닌자들에게 부여한 힘은 사라져버렸고, 힘이 사라진 닌자들은 모로에게 저항할 힘 따위 없었다.

모로의 목적은 우가 가진 지팡이였다. 그 지팡이에는 모로가 평생을 바쳐 찾았던 첫 번째 스핀짓주 마스터의 무덤으로 가는 방법이 숨겨져 있었다. 모로는 하늘을 나는 기술인 에어짓주를 배우기 위해 닌자들에게 두루마리를 빼앗았다. 두루마리를 빼앗긴 닌자들은 분해 보이는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어째서 그린닌자인 네가 이럴 수 있어? 닌자고를 구하긴 커녕 그 유령을 돕고 있다니.

구름왕국에서 먼저 출발한 닌자를 따라잡기 위해 뒷문으로 들어갔다. 모로는 이곳에서 성스러운 검을 두고 닌자들과 다투었다. 비록 그 검을 닌자들에게 뺏겼지만, 그가 구름왕국에서 가져온 건 그것만이 아녔다. 로이드와 자신의 운명이 적힌 두루마리와 작가들의 깃펜. 혼란한 틈을 타 훔쳐 온 전리품이었다. 지금쯤이면 구름왕국은 잃어버린 두루마리 때문에 난리가 났을 테지. 이 두루마리에 몇 개의 단어만 써도 운명이 바꿔버린다. 특히 닌자고를 지키는 그린닌자의 운명이라면 특히나 영향력이 크겠지. 성스러운 검은 소울아처에게 빚진 로닌이 닌자들에게 훔쳐 올 테니 자신은 두루마리로 그린닌자의 운명을 빼앗으면 될터였다. 운명을 바꾸는 것. 열 여섯개 차원 통틀어 아무도 시도해보지 않은 행동이었고, 운명을 바꾼 대가가 무엇일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모로는 자신의 것과 로이드의 것에 몇 개의 문장을 썼으며, 적힌 데로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로이드의 모든 힘이 모로에게로 들어왔으며, 로이드는 어른이 아닌 아무런 힘이 없는 소년으로 변했다. 게다가 모로를 두려워하지도 않는 걸 보니 그린닌자로서 닌자들과 함께한 기억마저 사라져버린 듯했다. 흥미롭네. 이런 게 운명을 비틀은 대가라니. 모로는 로이드를 인질로 삼으려던 계획을 버리고, 이 소년을 돌보기로 마음먹었다. 자신의 편에서 싸우는 로이드를 보면 닌자들은 쉽게 충격을 받을 테지. 그럼 틈이 생길 테고, 그걸 이용해 닌자를 무너뜨리고, 이곳을 저주의 땅으로 만드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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