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께서 의식을 되찾았다고 병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토록 듣고 싶었던 말을 듣는 순간, 내 머릿속은 오직 하윤결과 관련된 것들만 떠올릴 수 있는 로봇이 된 것처럼 온통 하윤결 생각으로 가득 찼다. 드디어 감은 눈이 아닌 그의 눈동자를 마주 보고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이 찾아왔다. 



데리러 갈 테니 지금 외출했다면 어디 있는지 알려달라는 정 비서의 호의를 거절했다. 정 비서가 올 때까지 발을 동동 굴리며 한 자리에 머물 수 있는 의지가 나에겐 존재하지 않았다. 참지 못하고 집을 뛰쳐나가 정차된 택시를 탔다. 기사님께 최대한 빨리 가주시면 안 되겠느냐고 부탁한 덕분에 20분 걸릴 거리를 단 10분 만에 주파했다. 



택시에서 내려 이제는 눈 감고도 찾아갈 만큼 익숙한 동선을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VIP 병실이 있는 층수에서 내린 뒤 기다란 복도를 정신없이 달렸다.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하윤결이 있는 병실 문을 다소 거칠게 열었다. 



그러자 먼저 도착한 정 비서와 상체를 세운 채 침대에 앉아있는 하윤결의 모습이 보였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하윤결과 정 비서의 시선이 동시에 나에게로 꽂혔다. 



병실 안으로 들어온 나는 하윤결의 옆에 바짝 붙어 서서 곧 울 것 같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몸은 좀 괜찮은 건지, 기분은 어떤지, 정신은 멀쩡한지 등 그의 상태에 관한 것들을 묻기 위해 입을 떼려던 찰나, 잔뜩 신경질이 난 듯 차갑다 못해 무섭도록 싸늘한 음성이 화살처럼 날아들었다. 



"누구신지 모르겠지만, 병실 착각한 것 같네요."



나를 향했던 시선이 정 비서에게로 돌아갔다. 나만큼이나 정 비서도 혼란스러운 얼굴이었다. 이윽고 다시 한 번 스산한 목소리가 나지막이 울려 퍼졌다. 



"정 비서. 경호 똑바로 안 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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