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그릇을 모두 정리한 뒤, 나는 시우와 함께 바다로 나갔다. 나는 시우의 다친 발을 생각해서, 시우에게 양산을 건넸다. 하지만, 시우가 고개를 저었다.

“나도 수영할래.”

“상처가 덧날 수 있어. 조심해야 해, 시우야.”

방수 밴드를 붙이긴 했지만, 벌어진 살갗에 바닷물이 들어가면 상처 부위가 곪을 수도 있으니까. 나는 그렇게 말하며 시우의 어깨를 토닥였다. 원피스처럼 커다란, 내 티셔츠를 입은 시우가 계속 고집을 부렸다.

“조금만.”

“조금? 10분?”

“응. 10분.”

나는 푸흐흐,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결심을 굳힌 듯이 눈을 반짝이는 시우가 너무도 귀여워서. 웃지 않고 배길 수가 없었다.

준비 운동을 꼼꼼히 하고서, 운동화를 벗어 두고 바다에 뛰어들었다. 시우는 바닷속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이상하게, 아까의 당당한 모습과는 달리, 시우의 얼굴이 어두웠다.

“지안, 지안.”

오늘따라 바닷물이 더 차가워서 그런 걸까. 시우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다급하게 내 이름을 부르며 시우가 오들오들 떨기 시작했다.

“시우야!”

나는 얼른 시우의 곁으로 다가갔다. 얇은 몸을 꼭 끌어안자, 시우가 내 어깨에 팔을 두르고 나에게 매달린다.

“죽기 싫어. 흐윽…다시는 한강에 뛰어들지 않을 거야. 차가워. 무서워.”

눈물을 쏟으면서, 시우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나는 시우의 몸을 감싸 안으면서 속삭였다.

따뜻하고 다정한 목소리로.

“내가 여기서 보고 있을 거야. 줄곧 내가 널 바라볼 거야. 늘 곁에 있을게. 그러니까 걱정 마. 내가 있잖아.”

앞으로도, 계속. 네 옆에 있을게.

거세게 몰아치던 파도가 잠잠해지듯, 시우의 숨결이 온순해진다. 색색, 아기처럼 숨을 내쉬던 시우가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시우가 나를 쳐다보며 옅게 웃었다.

“응.”

평소와 같은 짧은 대답.

시우는 다시 발돋움하기 시작했다. 파랗고 투명한, 깊은 바닷속에서.

물살을 가르고, 수면에 비친 여름 하늘을 헤엄친다.

자유롭게 비행하는 새처럼, 하늘 위에 동동 뜬 하얀 구름처럼.

저 멀리 깊은 곳까지 헤엄쳐가던 시우가 다시, 나에게 다가온다. 나는 방긋 웃으면서 시우에게로 향한다. 우리는 바르르 떨리는 해수면 위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지금이 영원히 계속된다면 좋을 텐데.”

시우가 중얼거렸다.

부드러운 물결 위에 수채화처럼 아름다운 저녁놀이 떠올랐다.

분홍빛으로 물든 구름이, 설탕에 졸인 것처럼 촉촉이 젖어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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