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 - Underwater

제논님 :)

드라큘라

Dracula
14




이걸 아무도 못 보는 건 진짜 아쉽다. 자아도취한 석진이 중얼거리며 본인이 나온 영화의 엔딩크레딧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이제는 세상 그 누구도 보지 못하는 영화였다. 배우 김석진의 모든 필모그래피가 사라진 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이었다. DVD를 보관하지 않았더라면 석진 본인조차도 다시는 못 볼 뻔했다.

1년 전 그날 이후 석진은 배우로서 살아온 몇 년간의 인생을 사람들의 기억에서 지워버렸다. 많은 이들의 기억을 조작해야 하는 일이었기에 꼬박 일주일을 앓아누웠다. 민윤기였으면 별로 힘들이지 않고 지웠을 텐데. 앓던 당시 석진이 가장 많이 한 생각이었다.

오백 년간 뱀파이어로 살아온 석진에게도 윤기와 마찬가지로 기억 조작이나 순간 이동 같은 능력이 각성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오래 살아온 드라큘라 윤기와는 능력을 사용할 때 드는 에너지 차이가 컸다. 더군다나 윤기는 그만의 고유 능력인 염력도 자유자재로 사용할 줄 알았다. 그랬던 윤기가 1년 전 그날 싸움을 끝내지 못한 이유는 지켜야 할 것이 너무나도 많아서였다. 그 후유증은 아직까지도 현재 진행 중이었다. 원인은 사랑이었다.

윤기의 펜트하우스로 공간을 이동한 석진은 텅 비어있는 집을 둘러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시간이 몇 신데…. 막 윤기에게 전화를 걸려는 찰나 그가 나타났다. 윤기는 제집에 이미 들어와 있는 석진을 보고 짜증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



"나가."

"어디 갔다 왔냐? 이 시간에."

"알 거 없잖아."

"뻔하지 뭐. 한여주 집에 다녀왔지?"



정곡을 찌르는 석진의 말에 윤기가 대꾸 없이 냉장고로 향했다. 냉장고의 절반은 여전히 인간의 음식으로 차 있었다. 이거 아직도 안 치웠어? 윤기 옆에 다가선 석진이 물었다. 윤기는 말없이 혈액 팩을 꺼내곤 냉장고 문을 닫았다.



"왜 왔어."

"심심해서 그렇지. 너도 갑자기 일을 시작한다고 하지 않나. 나도 백수 청산하고 새로운 직업을 찾아야 할까 봐."



와인잔에 붉은 피가 콸콸 쏟아졌다. 석진이 말없이 윤기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석진은 단순히 심심하다는 이유로 윤기 집에 쳐들어온 게 아니었다. 친구를 걱정하는 마음이었다. 윤기도 그걸 알았다.

윤기는 아직도 1년 전 그날에 머물러있었다. 매일 밤 여주의 집 근처를 배회하며 혹시 모를 태형의 공격에 대비했다. 쳐둔 결계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건 둘째의 이유였다. 한여주가 보고 싶어서. 윤기는 매일을 그렇게 살았다.

윤기가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넓은 유리창으로 향했다. 본능적으로 태형의 힘이 더욱 세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 새로운 곳에서 새 삶을 시작한 여주의 곁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도 그 때문이었다. 이 싸움은 지킬 것이 많은 윤기에겐 불리한 싸움이었다. 그의 손에 쥐어진 윤기의 약점은 치명적이었다.



"그래서 다시 보니까 어때."

"..."

"아빠에 대한 기억만 지우면 이러지 않았어도 됐잖아."



끔찍한 그날의 기억만 지워진 채 사랑을 말하는 여주를 보며 윤기는 웃을 수 있었을까. 죄책감에 여주의 순수한 눈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했겠지. 그건 악마가 하는 짓과 다를 바 없었다.





"내 존재 자체가 악마라고 한여주한테까지 악마가 되고 싶진 않아."



…어렵다. 석진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석진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랑이었다. 죄책감이라도 좀 떨쳐내. 석진이 걱정이 가득 묻은 목소리로 말했다. 윤기가 고개를 저었다.

피 냄새를 맡고 본능적으로 돌아봤던 그 순간 겁먹었던 여주의 표정을 잊을 수 없었다. 뱀파이어라는 사실을 스스로 저주했고 원망했다. 결국엔 참았으니 된 거라는 석진의 말에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한여주한테는 안돼."



윤기가 굳게 닫힌 방문을 물끄러미 보며 말했다. 그곳에서 짧게 지냈던 여주가 당장이라도 웃으며 방문을 열고 나올 것 같았다. 냉장고의 절반을 차지한 인간의 음식도, 여주가 사용하던 가구들이 그대로 남아있는 방도. 여전히 곳곳에 남아있는 흔적을 하나도 외면하지 못한 윤기는 벌을 받고 있었다.








신제품 카탈로그와 실험 원리를 달달 외우던 여주가 문득 고개를 돌렸다. 팀장실의 블라인드는 언제나 꼭 닫혀있었다. 처음 윤기가 발령 왔던 그날만을 제외하고. 여주는 틈 사이로 눈이 마주쳤던 그 짜릿한 순간을 잊지 못했다. 빨려 들어갈 것 같았다.

다음 주에 혈액암 학회가 예정되어 있었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여주가 가서 할 일은 크게 없었지만, 직원들은 경험 삼아 가보는 게 좋다며 여주를 참석 명단에 넣었다.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여주는 자진해서 남아 학회 준비를 했다.

CAR-T 세포 치료제와 병용투여하면 그 효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신약으로서…. 제품 설명을 수십 번째 반복하며 외우고 있을 때였다. 닫혀있던 팀장실 문이 열렸다. 여주가 벌떡 일어섰다. 윤기가 여주 쪽을 쳐다봤다.



"가세요?"

"..."

"안녕히 가세요. 저는 좀 더 있다 가려구요."



묻지도 않은 답을 연달아 했다. 대꾸 없는 윤기의 시선이 뚫어질 듯 저를 쳐다봤지만 여주는 민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강렬한 시선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기분이 묘하게 좋았다.




"…무리하지 마세요."



기대하지 않았던 윤기의 답이 들려오니 여주가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일찍 퇴근하라거나 혹은 끝났으면 데려다준다는 말 (이 말은 바라지도 않았다) 보다 더 쾌감을 불러일으켰다. 딱 민윤기 팀장다운 말이었다. 여주가 금방 입꼬리를 올려 웃어 보였다. 윤기가 무표정으로 여주의 웃는 얼굴을 잠시 보다가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역시 대기업이 다르긴 다르다. 엄청 크네."



은아가 유리창 바깥으로 보이는 여주의 회사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은아는 여주의 회사를 두 눈으로 직접 보겠다며 일이 끝나자마자 먼 거리를 달려왔다. 지민은 일이 끝나지 않아 오늘은 함께하지 못했다. 은아는 식사가 나오기 전부터 질문 세례를 퍼부었다. 일은 어떤지, 회사 사람들은 잘해주는지.



"괜찮은 사람은 있고?"

"이게 목적이었지?"

"…아닌데?"



은아가 티 나게 시선을 피했다. 막 나온 샐러드를 포크로 쿡 찌르면서도 여주의 답을 바라는 눈치였다. 여주가 쉽게 답을 하지 못하니 은아가 냄새를 맡은 하이에나처럼 눈을 치켜떴다. 뭐 있지, 누구 있지! 추궁하니 여주가 개구지게 웃으며 샐러드를 은아의 입에 집어넣었다.



"말 피하지 말고! 빨리 말해봐. 누군데? 동기? 상사?"

"상사."

"와. 미쳤다."



24년 만에 한여주에게 듣는 첫 남자 이야기라니. 은아가 잔뜩 흥분했다. 막 나온 음식이 테이블에 세팅됐지만 먹을 생각조차 하지 않고 턱을 괸 채 여주만 쳐다봤다. 먹고 얘기하자는 여주의 말은 깡그리 씹어버렸다. 결국 포기한 여주가 헛웃음을 치며 포크를 내려놓았다.



"팀장님이야."

"한여주 멋있다. 첫사랑이 팀장님이라니!"

"첫사랑은 무슨…."

"첫사랑 맞지. 어쨌든 그래서? 어떤 사람이야?"

"으음…."



여주가 윤기의 모습을 떠올렸다. 차가워 보이는 외모, 필요한 말 이외에는 입을 열지 않는 과묵함, 온몸을 꽁꽁 묶어버릴 것만 같은 매혹적인 태도, 세차게 뛰는 가슴을 부여잡고 숨을 훅 들이쉬면 폐부 가득 차는 묵직한 향까지. 그가 만약 뱀파이어라면 목을 내어주고 싶을 정도였다.

윤기를 묘사하는 여주의 말은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스러웠다. 내 친구가 제대로 사랑에 빠졌구나 싶었던 은아가 쩝, 만족스러운 입소리를 낸다. 묘사를 마친 여주가 금방 정신을 차리고 음식에 포크를 갖다 댔다.



"여자친구는 있어?"

"모르겠어…. 다른 여자들한테도 엄청 철벽 치는 거 보면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른다는 거지?"

"으응. 왜?"



여주가 포크를 입에 갖다 댄 채 은아를 쳐다봤다. 언니를 믿어봐. 은아가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모태솔로 한여주에 비하면 화려한 연애 경력을 자랑하는 김은아의 족집게 특강이 막 시작되려는 순간이었다.








윤기가 팀장으로 온 지 일주일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다 같이 식사를 한 적이 없었다. 학술팀 직원들이 번갈아 가며 윤기에게 식사 제안을 했지만 그 누구도 성공한 적이 없었다. 같이 밥 먹기에는 글렀다는 걸 모두가 금방 깨달았다.

팀원들은 오늘 퇴근 후 있을 회식을 기대하고 있었다. 공식적인 명칭은 한여주 사원과 민윤기 팀장의 환영회였지만, 윤기의 불참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처음에는 윤기의 겉모습만 보고 호감을 표했던 여직원들도 하나둘 혀를 내둘렀다.

친해지려면 일단 술이 필요하댔는데. 여주가 은아의 조언을 떠올렸다. 꼭 연애를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사람과 사람이 친해지려면 술자리가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었다. 여주는 윤기와 친해지고 싶었다. 한 번쯤 도전해 봐도 나쁠 것 없었다. 얼마 안 되는 시간 동안 봐온 윤기는 적어도 여주에게만큼은, 다른 여직원보다는 호의적이었다. 물론, 이건 여주만의 생각이었다.



"들어오세요."



여주가 용기 내 팀장실 문을 노크했다. 금방 윤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심스럽게 문을 여니 윤기는 쌓인 논문들을 보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저, 팀장님. 여주가 목소리를 내니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오늘 회식이 있는데요…. 저랑 팀장님 환영회요."

"..."

"혹시 오세요?"



이미 안 간다고 박대리한테 말했는데요. 윤기가 냉랭하게 대꾸하고는 다시 논문으로 시선을 떨어뜨렸다. 아, 그러셨구나. 여주가 입을 삐죽였다. 잠깐의 정적 후 윤기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여주가 나갈 줄 알았는데 그대로 서 있는 게 의아한 표정이었다.



"왜 안 나가고 서 있습니까?"

"…아."

"할 말 있어요?"

"네."

"하세요."

"같이 회식 가시면 안 돼요?"

"..."

"다 같이 친해지는 자리니까요. 밥도 한번 같이 못 먹었고…."



윤기가 말을 잃었다. 화난 건가. 여주가 윤기의 눈치를 보며 말끝을 흐렸다.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싫으시면 안 오셔도 돼요. 결국 여주가 패배를 인정하고 팀장실을 빠져나갔다. 윤기는 끝까지 대답이 없었다.



팀장을 제외한 모든 학술팀 직원이 회사 앞 고깃집에 모였다. 즐거운 분위기에 빈 술병이 금방 쌓여가기 시작했다. 학술팀 분위기는 회사 내에서도 좋은 편에 속했다. 대부분이 여자였고 모두가 대학을 갓 졸업한 여주를 예뻐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여주는 어딜 가나 인기가 좋았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술과 고기를 욱여넣던 직원들이 모두 얼음이 되었다. 팀장님! 안 오신다고…. 박대리가 당황한 얼굴로 엉거주춤 일어나 윤기를 반겼다. 직원들이 한 칸씩 자리를 옮겨 박대리의 옆에 윤기가 앉을 수 있게끔 했다. 박대리 근처에 있던 여직원들은 얼른 핸드백에서 립스틱을 꺼내 덧발랐다.

여주가 윤기 쪽을 흘긋 바라봤다. 박대리가 따라주는 술을 거절하는 윤기를 보며 몰래 혼자 웃었다. 한 번도 같이 식사를 한적 없는 민윤기 팀장이 왔다는 건, 어쩌면 아까 여주가 했던 말이 효과가 있어서였을지도 몰랐다. 기분이 좋아진 여주가 소주를 한 번에 들이켰다.



회식이 무르익을수록 취한 사람이 늘어났다. 여주도 취한 사람들 틈에 섞여 있었다. 환영회의 목적인 한여주와 민윤기. 당연히 학술팀 직원들의 목표는 한여주였다. 술을 입에 한 모금도 대지 않은 윤기에게 계속 술을 권할 수도 없었다.




"감사합니다아."



여주가 벌써 몇 잔째 일지 모를 소주를 받아들며 인사했다. 여주의 칭찬이 테이블에서 오갔다. 특히 나서서 칭찬하던 박대리가 화장실을 가겠다며 일어섰다. 때를 놓치지 않은 사원들이 담배를 피우기 위해 얼른 자리를 떴다.



"팀장님 오늘 안 오실 줄 알았는데 오셔서 너무 기뻐요."

"맞아요."



빈자리에 여직원들이 앉으며 윤기에게 말을 걸었다. 윤기가 말없이 빈 잔에 물을 따랐다. 그의 움직임에 여주의 코끝으로 묵직한 향이 스쳤다. 여주는 그제야 제 옆자리에 윤기가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던 여주는 어느새 제 앞에 놓인 물 잔을 빤히 내려다봤다.



"근데 뭐 하나도 안 드신 것 같은데요. 고기 좀 드셨어요?"

"..."

"이거 좀 드셔보세요."

"저녁 안 먹습니다."

"아하………."



여직원이 뻘쭘한 표정으로 다른 직원을 쳐다봤다. 아무리 윤기에게 호감을 보인다 한들 대화를 이어 나갈 수 없게끔 끊어먹는 그의 화법에 더 이상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여직원 둘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거 물……, 팀장님 거예요?"

"..."

"팀장님 물 아니에요?"



한참이나 물 잔을 내려다보던 여주가 윤기에게 말을 걸었다. 조금 전 윤기가 물을 따르던걸 기억해 내서였다. 여주를 잠시 내려다보던 윤기가 그 말을 씹어버리고는 눈을 피했다.

그럼 제가 마실게요…. 여주가 들릴 듯 말 듯 한 목소리로 중얼거리고는 물 잔을 비웠다. 술을 꽤 마셔서 타는듯하던 목이 조금 잠재워지는 느낌이었다. 화장실을 다녀온 박대리가 황급히 윤기 맞은편에 앉았다. 조용하던 테이블이 금방 소란스러워졌다.

여주가 취기를 잠재우려 밖으로 나왔다. 신입 한여주를 쉽게 놔주지 않는 직원들 때문에 나오기까지도 시간이 걸렸다. 대학교 때 이후로 이렇게 많이 마신 것도 오랜만이었다. 고작 1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주량이 줄어든 것 같았다.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여주가 숨을 후후 내쉬며 양 볼을 쥐어뜯었다.




"주량이 그렇게 세 보이지는 않는데."



언제 나온 건지 윤기가 옆에 서 있었다. 화들짝 놀란 여주가 윤기를 올려다보고는 괜히 센 척을 했다. 저 술 잘 먹거든요. 여주의 거짓말에 윤기가 희미한 미소를 띠었다. 잘못 봤나 싶어 여주가 눈을 여러 번 깜박였다. 웃음기는 온데간데없었다. 역시 잘못 본 게 맞았나.



"있잖아요, 팀장님."

"..."

"팀장님."

"..."

"팀장님. 팀장님."

"…네."



매번 답을 해주지 않는 윤기에게 오기가 생겼던 건지 여주가 여러 번 말을 반복했다. 결국 져버린 윤기가 답을 했다. 여주가 만족한 듯 씩 웃었다.



"혹시 제가 같이 회식 가자고 해서 오신 거예요?"

"왜 그럴 거라고 생각하죠."

"그냥…. 그냥요. 제가 남들보다 촉이 좀 좋거든요."



윤기도 그걸 모르지 않았다. 남들과는 다른 촉으로 윤기의 비밀을 파헤쳤던 1년 전이 생생했다. 꽉 쥔 윤기의 주먹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팀장님 되게 멋있으신 거 알죠…."

"..."

"향수 냄새도 좋아요. 엄청 익숙하고."

"…익숙해요?"



여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윤기가 말없이 여주를 내려다봤다. 발그레한 뺨이 오랜만이었다. 윤기를 쳐다보는 눈도 그대로였다. 기억은 확실히 지웠는데. 너무나도 그대로인 표정에 겁을 먹은 윤기의 마음이 순간 덜컹거렸다.



"제가 회식 같이 가자고 해서 오시고, 아까 물도 주셨잖아요."

"..."

"그리고 저 여기 있는 거 알고 나오셨죠. 취해도 다 알거든요."



똑똑한 여주의 말에 윤기가 돌아서려 했다. 하마터면 선을 넘을뻔했다. 여주 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건 지켜주기 위함이었지, 다시 사랑에 빠지게 하려는 게 아니었다.



"…좋아서 한 말인데."

"..."

"팀장님이랑 계속 있고 싶어요. 친구는 이게 좋아하는 거래요."

"..."



한여주는 그대로였다. 초봄의 쌀쌀한 바람을 타고 윤기의 코끝으로 그를 홀리는 여주의 향이 날아들었다. 그보다도 더 따뜻한 여주의 웃음은 민윤기를 무장해제 시키는 1년 전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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