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적으면서 지나친 낙관이 아닌가 고민했다. 첫글에도 적었듯이 내가 운이 좋았던 걸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목을 고치지 않았다. 이 글을 처음 적기 시작했던 때, 그리고 집을 처음 샀던 때를 생각해본다. 집을 사고 꾸미고 실제로 살았던 기간보다 망설였던 시간이 더 길다. 사실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는 일일 텐데 이상하게 내가 하려니 용기가 잘 안 났다. 남들도 하고는 있겠지만, 실감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도 집을 가질 수 있고, 주거 안정에 대한 불안 없이 혼자서 잘 살 수 있을 거라는 게 실감이 안 났다. 해야할 일로 가득찬 귀찮고 두려운 미래에 손을 뻗는다는 게 어려웠다. 


그러다가 주변 사람 하나가 집을 샀다. 그녀는 생각보다 덜컥 집을 산 것처럼 이야기했는데 그녀가 천천히 집을 사고 고치고 잘 살아가는 것을 가까이서 지켜보니 새록새록 용기가 나기 시작했다. 나도 이렇게 해보면 되는 걸까? 실감이 났다. 실제로 내가 집을 사고 난 이후에 몇몇 주변 사람들이 집을 사고 고쳐서 살기 시작하기도 했다. 물론 나 때문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주변 사람이 해내는 것을 보고 나면 어떤 일이든 가깝게 느껴지면서 용기가 생기는 때가 있다. 이 글을 쓰기 시작했던 이유도 같다. 당시에 했던 고민과 대처했던 방법을 자세히, 단계별로 알기 쉽게 써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실감을 가졌으면 했다. 이 길만 있는 것도 아니고 이 길만이 옳은 것도 아니지만 세상에 이런 길도 있다. 이 사람도 했고, 이 사람 주변의 많은 사람들도 했다고 하니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고려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라고 느꼈으면 했다. 언감생심 꿈만 꾸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실례가 되었으면 했다. 


사회 초년생이었을 때 회사 앞에서 월세를 내며 자취했던 적이 있다. 그 때도 행복하게 잘 살았지만 돌이켜보면 처음 혼자 살게 되었다는 흥분에 행복의 어느 부분을 기대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집을 산다는 게 쉬운 것도 아니고 월세로 사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불가피할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다달이 주택담보대출 이자를 내는 것이 월세와 금액적으로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 내 집을 사기 위해 낸 대출의 이자를 갚는 것과 월세를 내는 것은 전혀 다르게 느껴졌다. 처음 집에 이사 와 살기 시작했을 때 내가 느꼈던 것은 이전에는 한번도 느껴본 적 없는 안정이었다. 남들이 결혼을 하는 것이 이런 안정 때문일까? 같은 생각이 들어 갑자기 이해심이 솟구치기도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왜 어른들이 내집장만에 그렇게들 집착했는지 십분 이해가 됐다. 왜냐하면 2년마다 이사를 다니지 않아도 된다. 집주인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벽에 못을 박아도 된다. 내가 아니면 누구도 이 집에서 나를 쫓아낼 수 없다. 여긴 내 집이니까. 


물론 비교적 젊은 나이에 집을 산다는 게 보편적인 일도 아니고 그런 사회가 일반적인 사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집을 사면 또다른 근심이 생기기도 한다. 재산에 대한 세금을 내고, 집을 관리하는 것이 나의 몫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집을 자산으로 여기기 때문에 거기에 수반되는 근심걱정도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다만 우리는 비혼이고, 앞으로 우리 자신 밖에 믿을 사람이 없을 거라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언젠가 결혼해서 누군가와 삶을 같이 꾸려가게 되겠지~ 란 기대를 할 일이 없다면, 그리고 약간의 여유가 있다면 남들이 결혼을 해서 얻게 되는 안정을 가질 기회를 자발적으로 만들어보는 것은 어떤지 제안하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비혼이 아닐 경우에도, 우리의 삶을 꾸려가는 데 주거안정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할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리라 생각한다. 요컨대 이런 건 어떤지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이다. 어쩌다보니 일곱개 씩이나 글을 쓰게 됐지만 이 시리즈의 의도는 거창하지 않다. 


글을 쓰면서 많은 응원과 후원, 감상을 받았다. 뭘 기대하고 쓴 글이 아니었기 때문에 신기하기도 하고 스스로 고양되기도 했다. 오랫동안 글을 쓰지 않았었고 개인적으로 다운되어 있던 시기였는데 정말로 큰 응원을 얻었다. 이 기회를 빌어서 읽어주시고 피드백을 주시고 후원해주시고 구매해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쓰고자 의도했던 글은 여기까지이지만, 앞으로도 집에 살면서 생기는 일이나 생각나는 일들이 있으면 이 시리즈를 빌어서 또 써 보고자 한다. 아직 꼬마 집주인(ㅋㅋㅋㅋㅋ) 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살면서 여러가지 일이 일어날 테니 그때마다 생기는 고민들과 해결방법을 또 적어보겠다. 


감사합니다. 또 만나요. 밑으로는 날짜와 글맺음 내용이 다이지만, 포스타입 챌린지 참여기한이 1시간 20분 남았기 때문에, 결제상자를 걸어둔다. (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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