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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꿈꿔왔다.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사실을 앎에도,

달에,
목성에,
토성을 도는 위성에,
태양계 바깥 외계 행성에,

드넓은 우주 어딘가 지성을 사용하며 무리 지어 살아가는 존재가 있으리라는 유구한 희망을 놓지 않았다.


놀랍게도 인류의 희망은 보답받았다.

 

7월 20일, 인류는 태양계 너머에서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감지했다.

 

오래도록 상상하고 추측하고 연구하던 외계 생명체의 존재. 그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실수에 불과할까? 아니면 의도를 지닌 채 전해진 메시지일까?

 

인류는 의문의 답을 얻기 위해 우주선을 준비했고, 우주선에 탈 비행사들을 엄선했다. 그로써 우주 비행사 하초연의 이름은 전 세계에 전파되었다.

 

뉴스에서 보는 오랜 친구의 이름은 새삼스러운 감정을 일으켰다.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인터뷰이기에 더욱 그랬다. 한도경은 좁은 핸드폰 화면에서 흘러나오는 뉴스를 바라보았다. 각오나 비전 따위를 묻는 기자들의 영어로 된 질문들이 머릿속을 혼잡스럽게 했다.

 

한도경과는 별개로, 하초연은 쏟아지는 질문 세례에 차분하게 대답하고 있었다. 영어 교사의 간단한 질문에도 쩔쩔매던 시절이 무색할 정도로 능숙하고 자연스러운 태도였다.


뉴스 속의 하초연을 바라보며 한도경은 쓴 질투심을 느꼈고, 미약하게 원망했고, 덩달아 고양되었으며, 서늘한 외로움에 오한을 느꼈다.


떠나기 전에 영상통화를 하겠다고 하초연이 약속했으나, 그것만으로는 이 복합적인 감정들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았다. 한도경은 하초연이 돌아올 때까지…… 아니, 돌아온다 하더라도 질투하고, 들뜨고, 허전한 마음을 채울 수 없어 괴로워할 것이다.


하초연이 이렇게 우주로 떠난다는 사실이 와닿지 않았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중력에 얽매여 있던 사이였다. 늘 우주로 떠나고 싶던 한도경은 아직 중력에 못 박혀 있는데, 그의 소원을 묵묵히 들어주던 하초연은 하늘 너머로 비상한다.


그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던 곳을 향해 떠난다. 그를 지구에 두고서, 하초연은 손에 닿고, 같은 땅을 밟고, 말을 걸면 대답하는 확실한 존재로 별을 느끼러 떠난다.


한도경은 어릴 적 하초연과 함께 별을 보았던 순간을 아직 기억했다.


그날 하초연은 한도경의 곁에서 우주를 보았다. 그리고 한도경은 하초연의 곁에서 별을 보았다.


[ 다음 이야기 → ]


스토리텔러 : 김혜진, 박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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