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하들 기만하면서 둘이 연애질 하는 내용이 보고싶어서 쓰는 글




W. 재재








"중전-"


"오지 마십시오!"


"과인의 품에 안길 때는 언제고 이리 도망을 가시오."


"전하께서 신첩을 재우지 않으시니 도망가는 것입니다!"


"과인의 품에서 안자면 누구 품에서 자려고."


"혼자 잘 것입니다."


"혼자 못자는거 다 안다. 얼른 오거라 태형아."


"저리가십시오!!"


"궁에서 뛰는건 예법에 맞지 않다. 멈춰 서거라."


"그럼 따로 벌을 내리십시오!"


"과인이 중전만을 위한 벌을 내리지."





지민의 말에 얼굴이 사색이 된건 태형 뿐만이 아니었다. 어둑한 밤에 뜬금없는 술래잡기를 하고 있는 임금과 중전을 쫒아다니던 자들의 얼굴 또한 제 윗전의 발언으로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전하- 누가 들을까 두렵사옵니다. 지민은 상선의 말을 흘려들은 뒤 계속해서 태형을 쫒았다.





"*지아비가 이리 쫒는데 어찌 계속 도망이냐."


"오늘은 그냥 자고싶습니다. 전하께서 신첩을 그냥 재우겠다 약조하시면 잡히겠습니다."


"발칙한 것."


*지아비 : 남편





지민은 *야장의 끝자락을 움켜 잡은채 힘껏 발을 굴렸다. 태형은 빠르게 뜀박질을 한 지민을 이기지 못하고 금방 손목을 붙잡혔다. 어짜피 이리 붙잡힐거 왜 힘을 빼느냐. 힘이 조금이라도 빠지셨다니 다행입니다. 과인 말고 중전을 말한 것인데.. 과인은 보다시피 쌩쌩하다. 하루종일 나랏일을 보시고도 어찌 이리 쌩쌩하십니까. 중전을 보면 없던 힘도 솟아나지.


*야장의 : 잠옷



태형은 지민에게 붙잡힌 손목을 살짝 비틀어보았지만 지민은 절대 놓아줄 생각이 없다는 듯이 꼭 붙잡고 있었다. 결국 태형은 푹 한숨을 내쉬었다. 살살.. 해주십시오. 그렇게 힘드냐. 예, 매일밤, 매일아침 모두 힘이 듭니다. 알았다, 오늘은 중전의 몸을 생각하여 자제해보지.





"전하, 듣는 귀가 많사옵니다. 발언을 자제해주시옵소서."


"교태전 근처인데 누가 듣는다고.."





지민은 상선의 말에 드디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교태전에 있던 지민과 태형은 어느새 강녕전을 지나 강녕전 옆 학자들을 위해 지은 건물 앞까지 와있었다. 젊은 학자들은 해가 지고 달이 뜨도록 배움에 몰두하여 이 곳의 불은 새벽까지 켜져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지민은 이들을 기특히 여겨 특별히 강녕전 옆에 자리를 마련해 두었던 것인데.. 쯧, 침소 옆에 짓는 것이 아니었는데. 전하께서 학자들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고싶으시다며 강녕전 옆에 지으신 것이 아닙니까. 중전이 여기까지 도망나올 줄 몰라 그랬지.





"이 또한 듣고 있을 것입니다."





상선의 말에 지민은 헛기침을 하며 뒷짐을 지었다. 이왕 나온거 밤산보나 하고 들어가자꾸나. 태형은 지민의 말에 활짝 웃으며 지민의 옆으로 바짝 붙어 섰다. 폴짝폴짝 뛰는 태형에 지민은 태형의 허리를 감싸 안아 태형을 진정시켰다. 그리 좋으냐. 예, 날씨가 더워 밤산보를 언제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가을이 오는구나. 밤 공기가 차지기 시작하니. 지민과 태형은 천천히 걸으며 향원정으로 향했다.





"신첩은 가을이 너무나 좋습니다."


"어째서?"


"벼가 익어 먹을 것이 풍성해지니 백성들의 걱정이 덜어지는 계절이기도 하고.."


"..하고?"


"전하와 이리 달빛을 맞으며 밤산보도 할 수 있으니 참 좋습니다."


"하하- 이제 매일 밤산보를 다녀야겠구나."





또 날이 추워지면 안된다 하실거 아닙니까? 태형이 네가 *고뿔에 걸릴까 걱정이 되어 그러는것 아니냐. 신첩은 고뿔에 걸려도 밤산보에 나올 것입니다. 그것은 아무리 태형이 너의 간청이라도 절대 허할 수 없다. 대신 날이 많이 추워지기 전에는 자주 나오자꾸나. 히이- 좋습니다! 지민은 활짝 웃음꽃이 핀 태형의 얼굴을 바라보다 어깨를 잡고 몸을 돌렸다. 서로 눈이 마주치자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의 입술을 향해 다가갔다. 스르륵 눈이 감기기 시작할 때 태형은 갑작스레 눈을 번쩍 뜬 뒤 손으로 지민의 입을 막았다.


*고뿔 : 감기





"무엇이냐. 왜 입을 막는 것이야."


"신첩이 밤산보를 좋아하는 연유를 찾았습니다."


"꼭 지금 말해야 하느냐?"


"전하와 함께하여 그렇습니다."


"....."


"생각해보니 신첩은 밤 뿐만 아니라 낮에도 종종 산보를 나가는데 걱정거리에 쌓여 있다가도 전하와 마주하면 기분이 뛸듯이 좋아집니다. 밤산보는 늘 전하와 함께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밤산보는 신첩에게 늘 기뻣던 것입니다. 전하와 함께여서요."


"과인과 함께하여 기분이 좋다라.."


"참말입니다. 밤산보 말고도 석수라를 들 때, 침소에서 전하와 시간을 보낼 때 모두 행복합니다."


"과인도 그러하다. 화가나다가도 중전을 마주하면 기분이 어찌 그리 널뛰는지.. 지금도 더이상 이리 기쁠 수가 없어."





지민의 말이 끝나자 태형은 지민의 품으로 푹 안겨들었다. 다행입니다. 신첩이 전하의 휴식처가 될 수 있어서. 휴식처라니. 서로 사랑하니 그런 것이지. 지민은 태형의 허리를 껴안으며 한 손으로는 태형을 볼을 어루어 만졌다. 연모한다. 잠시 뒤 태형의 고개를 들고는 지민은 고개를 숙여 입을 맞추었다. 뒤에서 바라보던 상선과 상궁, 나인들은 익숙한 듯 서둘러 고개를 옆으로 돌려 숙였다. 하지만 아무리 눈을 돌려도 소리는 어쩌할 도리가 없었다. 점점 짙어지는 입맞춤에 질척한 소리들이 들려왔다.



"우움- 츕, 전하.."


"쉬이- 과인과의 *접문에만 집중하라."


*접문 : 키스





상선은 지민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궁 한 가운데에서 접문이라니. 상선은 머리가 지끈거렸으나 지금 지민을 말렸다가는 목이 날아갈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모든 일에서 이성적인 지민은 꼭 태형과 관련된 일에는 감성적이었다. 태형과의 시간을 방해하면 한껏 예민해진 지민을 볼 수 있는데 상선은 싸늘한 지민의 눈을 본 이후 다시는 태형과 함께 있는 지민을 건들지 못했다. 어렸을적 부터 모셔오던 분이었지만 잘못하면 정말.. 목이 날아갈 수 있다는 두려움으로 식은땀이 흘렀었으니까.





옷자락이 스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지민은 태형의 허리를 잡아 들어올렸다. 지민에게 들어올려진 태형은 다리로 지민의 몸을 감싸 완전히 매달린 형태가 되었다. 그럼에도 입은 떼지 않고 더욱 질척해지기 시작했다. 미끄러운 비단의 재질로 인해 태형이 조금씩 미끄러져 내려가자 지민은 태형을 들어올리며 엉덩이를 받쳤다. 태형은 더욱 단단히 지민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렇게 고개를 돌려가며 한참 입을 맞추던 둘은 지민이 고개를 떼어냄으로 입맞춤을 멈출 수 있었다.





"태형아."


"흐으, 네 전하."


"향원정은 내일 가자꾸나."


"어째서요?"


"지금은 교태전으로 가야하겠구나."


"설마.."


"중전은 걷지 말고 안겨있으시오."





지민은 태형을 안아든채 교태전으로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빠르게 걷는 지민의 발걸음에서 다급함이 느껴졌다. 지민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있던 태형은 갑작스레 고개를 들어 지민을 바라보았다. 이윽고 히이- 웃기시작하더니 지민의 귀에 후- 바람을 불어넣었다. 지민은 순간 멈칫하여 태형을 바라보았다.



"무엇이냐."


"너무 서둘러 가시기에 방해좀 했습니다."


"....."





해맑은 얼굴로 이야기 하는 태형에 지민은 태형을 안고 있는 손에 더욱 힘을 주며 더욱더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어어? 어찌 더 빨라지십니까? 느껴지지 않는것이냐 태형아. 무엇이요? 중전의 안으로 들어갈 과인의 ㅇ.. 태형은 빠르게 지민의 입을 막았다. 듣고싶지 않습니다! 지민은 자신의 입을 막고 있는 태형의 손바닥을 한 번 핥았다. 태형은 기겁하며 손을 떼어냈다. 전하아! 손바닥도 어여쁜걸 어찌하랴. 지민은 태형의 입에 짧게 입을 맞추고는 어느새 도착한 교태전으로 들어섰다.


"그 누구의 출입도 불허한다. *묘시까지 멀리 떨어져있으라."


*묘시 : 새벽5시 ~ 아침7시








"...ㅈ..전하.."


"일찍 깨어났구나. 더 자거라."


"허리가.."


"허리가 상하였느냐? 어제 조금 격하긴 하였지."


"...평시의 통증이 아닙니다."


"응?"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흐윽.."





태형은 일어나려는 건지 몸을 이리 움직이다 움찔- 저리 움직이다 멈칫하다 결국 눈물을 터트렸다. 일어날라 치면 찌릿하게 올라오며 몸이 굳는게 평소와 많이 다른 아픔이었다. 지민은 눈물이 터진 태형에 당황해 우선은 달래주기 위해 태형을 끌어안았으나 태형은 지민을 밀어낼 뿐이었다. 안기는 것을 좋아해 평소 자신을 밀어낸적 없던 태형이었는데 지민은 태형의 행동에 적잖이 놀란듯 보였다.



"밖에 누구 있느냐!"


"예, 전하. 하명하시옵소서."


"당장 어의를 불러오라! 중전의 상태가 심각하다."



안에서 들려오는 태형의 울음소리와 심각한 지민의 말투, 그리고 확인사살하듯 심각하니 어의를 불러오라는 지민의 말에 상선과 상궁은 되려 심각해졌다. 서둘러 어의를 뫼셔오거라. 상선이 나인에게 명할 때 지밀상궁은 문 앞에서 지민과 태형을 불렀다. 어디가 불편하십니까, 들어가도 되겠사옵니까? 어의가 오면 함께 들어오라. 지민은 조심스레 태형을 일으켜 옷을 입히기 시작했다. 읍- 전하 너무 아픕니다, 흐으으-. 미안하구나 태형아, 어의를 불렀으니 옷만 입고 있자구나.





"염좌로 인한 요통이옵니다."


"역시 어젯밤 너무 무리하여.."


"전하!"


"큼, 마마, 이전에 허리가 아프신 경험이 또 있사옵니까?"


"합궁을 하고난 뒤 아프긴 하였지만, 이정도는 아니었다. 전하께서 주물러 주시면 나아지는 정도였는데.."


"허리의 피로가 누적되어 있다 근육이 약해진 상태에서 염좌가 발생해 통증이 심한 것이옵니다."


"....."


"침을 놔드리겠사옵니다. 시진마다 찜질도 받으시고, 탕약도 준비해드리겠사오니 끼니마다 드십시오."


"...그래."


"당분간 무리한 합궁도 금하셔야 하옵니다."





어의의 말에 태형은 지민을 날카로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지민은 태형의 눈빛을 피하며 헛기침을 연신 하였다. 큼큼, 치료를 서두르거라. 태형은 눈물을 머금으며 엎드렸다. 허리가 다 나아도 조심해야하는 것이지? 예, 아무래도... 태형의 질문에 어의가 답하려는 찰나 옆에서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어의가 조심스레 돌아보자 싸늘한 눈빛의 지민이 어의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말을 멈추느냐, 계속 말해보거라. 어의는 등에서 식은땀이 흘러나왔다. 허리에 무리가 가는 일을 당분간 하면 안된다고 말했다가는 목이 달아날 것 같았다.



그.. 아무래도 무리가 가면 아니되긴 하지만.. 가벼운 운동정도는 필요하니 조심히.. 사용하는 것 정도는... 지민의 눈치를 본 어의가 삐질 땀을 흘리며 답하자 이번엔 태형이 문제였다. 뭐? 허리의 피로가 누적되어 그렇다 말하지 않았느냐. 그, 그렇사온데.. 어의가 그렇다는데 왜그리 성을 내시오. 가벼운 운동은 된다 하지 않소, 중전. 다행히 태형의 화를 지민이 막아주긴 했다만 어의는 어서 교태전을 떠나고 싶었다. 이게 바로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것이구나를 여실히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요통으로 인한 경직이 완화되면 가벼운 산보정도는 나가주셔야 합니다."


"과인이 부축해주지."


"괜찮습니다. 나랏일로 바쁘시지 않습니까?"


"아직도 심통이 난 것이냐."


"참말로 괜찮아 하는 말입니다."





전하 어의는 이만 물러가라 하겠사옵니다. 그래, 물러가거라. 지민과 태형의 말다툼이 다시 일어나 어의가 눈치를 보고 있을 때 상선이 어의를 도와 나갈 수 있도록 해주었다. 어의는 물러가며 둘의 금슬을 걱정하였지만 상선은 이미 알고 있었다. 제가 모시는 왕과 중전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껴안고 쪽쪽거리며 입맞추기 바빠질 것이라는 것을.

















제가 고전물에 달다랃라달달한 글 러버라.. 순전히 제 취향으로만 쓰여지는 글입니다ㅋㅋㅋ 너희에게 위기따위 줄 수 없다 그저 기만하거라ㅎ

그냥 쪽쪽거리기만 하는 글이라 언제까지 이어질지 저도 모르겠습니다..ㅎ


트위터에선 계속 잇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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