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이야기

세월은 참 물 흐르듯이 흐른다 역사를 지킨다는 명분 아래 타임머신을 통해 여러 시대와 시간대와 장소를 들락날락 거리고(에도성 싫어한다 제일..길도 복잡하고 본진 찾기도 까다롭다는게 이유다) 여러곳을 단기간에서 장기간으로 원정나가 재료를 채우고 도검들도 많이 늘어났다 특히 히자마루는 자신이 현현된지 단 하루만에(운좋게 단도된)히게키리를 현현시킨 츠카사에게

"형님을 언제쯤이면 만날 수 있을지 몰라 긴긴 기다림을 각오했지만 이렇게 짧은 시간에 형님을 찾아줄줄은 생각도 못했다 주인, 넌 정말 최고의 사니와다 널 주인으로 두게 되어 정말 기쁘다 형님도 널 주인으로 둬서 기쁘실거다"

라고 말을 속사포로 쏟아내며(답지않게)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츠카사는 이제 그만 비행기 태우라고 진땀을 흘리며 히자마루를 말리고 히게키리는 재밌다는듯 둘을 구경하고 있었다 토모에를 현현시킨 뒤 토모에는 하세베에게 팩트폭력을 하며 츠카사를 넘기라고 해 결국 둘의 사이를 중재해야 했다 어쨌든 귀차니즘 탓에 단도를 그닥 열심히 안한 탓에 비슷한 경력의 사니와들 보다는 도검이 많은 편이 아니였다 하지만 어찌되던 단도는 하고 있으니 앞으로 더 많은 도검들이 올것이다 아니면 출전 때 도검을 찾아오면 그만이다 쌓여가는 서류로 츠카사의 인내심은 바닥난지 오래였고 그는 이제 커피를 달고 사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남사들은 처음엔 단체로 몸에 안좋다고 그를 말렸으나 츠카사가 서류처리 한정 커피를 안 마시면 다혈질에 신경질 적으로 변해 건들지도 못하는 수준이 되는 탓에 결국 대다수는 포기해버렸다 검술연습을 명분으로 검들이 성장하는 만큼 주인도 그만큼 성장해야 한다는 이유로 남사들과 대련도 하며 단련하고 종종 남사 한명을 대동해 현세 나들이도 다녀오기도 한다 그리고..

"츠카사 신기하지? 옥강은 왜 저절로 채워질까? 봐 아까는 거의 텅 비었는데 또 반이 찼잖아?"

"아오에 난 오히려 좋아 옥강도 가뜩이나 부족한데 이렇게라도 채워져야지 가능한 한시간 마다 1000개씩 채워지면 좋겠네~"

"후후.... 못 말린다니까..."

옥강에 완전히 눈이 돌아갔다는 거다 특히 톤보키리가 이끄는 3부대가 거의 옥강은 담당한다고 보고 있는데 옥강을 적게 모아간대서 주군이 뭐라 그러지 않는데(오히려 나 때문에 수고들 많았다고 다독여준다) 적게 모아가는 날엔 톤보키리는 괜시리 주군에게 미안함이 고개를 든다 주군이 말하는 옥강이 저절로 조금씩 채워진다는 얘기 역시 자신을 위로하기 위한 말이라 생각하며 주군을 위해 더욱 힘내겠단 생각을 한다 츠카사는 그런 톤보키리에게 무리하지 말라는 말을 건네며 마시는 비타민을 쥐어준다

그 외에도 미카즈키 무네치카를 현현시킨 당시 너무 기뻐서 그대로 와락 끌어안기도 하고 센고가 자꾸 옷을 벗으려 들어 곤욕을 치루기도 하고 하치스카 몰래 니혼고를 근시로 세워 지로타치와 나란히 나가소네 코테츠를 현현시켜 한동안 삐진 하치스카를 달래기도 하고 그 사이 운좋게 단도된 우라시마 코테츠 역시 현현되어 하치스카의 기분이 좋아지는걸 보고 안심하고 아와타구치 도파는 갈수록 인원이 늘어가고 있었다 특히 시나노 토시로는 틈만나면 제 대장 품에 파고들어 여름 내내 츠카사는 곤욕을 치뤘다 이마노츠루기는 여전히 기억이 불안정 하지만 다시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벚꽃구경, 해변에서 물놀이와 수박깨기, 단풍나무 아래에서 예쁜 단풍잎 줍기, 눈이 펑펑 내린 날 단검들과 함께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을 하며 즐겁게 놀기 등등 무츠노카미가 열심히 카메라로 찍어준 덕에 벌써 1년간의 추억이 앨범에 차곡차곡 쌓였고 그 사이 츠카사가 사니와가 된지 2년이 되었다

※악몽

연회장에선 2주년을 축하하는 연회가 열려 밤늦게까지 혼마루는 시끌시끌했다 츠카사는 작년처럼 족족 받아먹진 않고 최대한 조절하며 마신 덕에 제 발로 침실로 돌아갈 수 있었다 어느 새 연회가 마무리되어 남사들도 잠자리에 들어 다시 적막이 흘렀다 그리고..

"으으...."

편한 표정을 지으며 자고 있던 츠카사의 표정이 급격하게 일그러졌다

.

츠카사는 혼마루 마당에 주저앉아 있었다 아니 혼마루는 맞는데.. 혼마루가 불타고 있었다 안채부터 별채, 대장간, 휴개실, 작전실 할거 없이 삽시간에 화마에 삼켜졌고 주변엔 부러진 검들이 어지럽게 널려있었다 이건 분명..전부..

"이.. 이게 무슨.. 하세베.. 카슈.. 사요.. 소우자... 코우세츠... 나키기츠네.. 도다누키.. 무츠노카미.. 야겐... 시나노... 미다레.. 아키타.. 고코타이.. 마에다. . 히라노.. 호쵸.. 아츠시.. 나마즈오... 호네바미..이치고... 카센.. 아즈키.. 이즈미노카미... 미츠타다.. 쿠리카라.. 호타루마루.. 아이젠.. 아오에.. 이시키리마루님...야마부시.. 야만바기리.. 호리카와.. 야스사다... 시시오.. 츠루마루 할배.. 미카즈키 할아버지.. 톤보키리.. 오테기네.. 센고.. 니혼고.. 나가소네.. 우라시마... 지로타치... 히게키리...히자마루.. 토모에... 도대채 누가.. 누가 이런 짓ㅇ..쿨럭!"

부러진 도검들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하나하나 보며 이름을 부르다 가슴쪽에 찌르는듯한 통증에 울컥 피를 토해냈다 이게 무슨 일이지?... 그 때 누군가 자신의 앞을 가로막아 힘겹게 고개를 들어 그를 본다 금빛 갑옷, 분홍색 머리.. 그는..

"하치스카? 안돼 제발 도망가 너라도 도망가! 빨리!"

"...."

츠카사의 입에서 도망가라는 소리가 나왔지만 하치스카는 미동도 없이 팔을 벌리고 츠카사의 앞을 가로막은 채 앞의 인영들을 노려봤다 그제야 츠카사도 인영들을 확인한다 역수자가 아니다 그건 바로...

"도검남사? 아니 대채.. 쿨럭! 하치스카...! 도망가! 저 놈들은 진심이야 널 부러뜨릴 거라고!!"

이윽고 선두에 있던 이치고히토후리로 추정되는 남사가 하치스카를 향해 검을 들었지만 하치스카는 미동도 없었다 결국 이치고히토후리의 검이 하치스카를 베어냈고

챙강!!!!!

동시에 하치스카가 쓰러지면서 본체가 산산조각이 났다

"안돼!!!!!!!!!"

눈 앞에서 하치스카의 죽음을 목격한 츠카사는 절규 섞인 울음을 토해내며 부숴진 본체를 보며 이름만 불러댔다 그 때 인영들이 어느 새 자신을 둘러싸고 검을 치켜들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내리꽂았다

푸욱!!!

"아악!!!!!!!"

순간 츠카사는 잠에서 깨어났다 온몸은 식은땀 범벅이고 아직 한밤중이었다 그는 이성을 잃은 마냥 침실에서 박차고 뛰어나갔다

"제발... 누가.. 누구 없어?..."

"주군?.."

"!!..."

소리가 나는 쪽을 돌아보자 하세베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츠카사는 즉시 하세베를 붙잡고 속사포로 쏟아내었다

"하세베.. 괜찮은거야?.. 괜찮은거 맞지?.. 다들 무사한거야? 다들 여기 있어? 혼마루는.. 혼마루가 불탄거 아니지?"

"주군 진정하십시오 혹시 악몽을 꾸셨습니까? 자 둘러보십시오 혼마루도 우리들도 모두 이곳에 있습니다"

하세베의 말에 츠카사는 그제야 진정하고 주변을 둘러본다 어제와 다를바가 없는 혼마루의 모습에 조금이나마 마음에 안정이 찾아온다 하세베는 츠카사를 마루에 앉힌 뒤 식은땀에 옷이 젖어 추울까 염려되어 담요를 감싸주었다 그 때 별채쪽에서 문이 열리더니 잠귀가 밝은 남사 몇이 나오고 있었다

"주인 무슨 일이지? 악몽이라도 꾼건가?"

"아.. 토모에.... 그래 악몽꿨다.. 단잠자는데 깨운것 같네.. 미안.."

"물 가져다 줄까?"

"얼음물로 부탁할게..고맙다.."

토모에가 물을 가지러 부엌으로 간 사이 아오에가 다가와 곁에 앉아서 입을 열었다

"츠카사 무슨 악몽인지 말해줄래?"

"말하면 너가 악몽꾸게 한 귀신 베어주려고?"

"원한다면"

츠카사는 토모에가 건넨 얼음물을 단숨에 들이킨 뒤 잠시 망설이다 악몽의 내용을 전부 털어놓았고 그걸 들은 남사들의 표정도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 때..

"그거 혹시.. 무슨 사념같은게 아닐지요.."

딱 일주일 전 현현이 된 코우세츠가 넌저시 입을 열었다 사념이라니..

"사념? 그럼 내가 꾼 악몽이 누군가가 진짜 겪은거라는 소리야? 그럼 도대채 누가 그런 일을 겪은거지?..."

"정확하진 않지만요.. 그것이 몽견사가 아니길 바래야겠지요..."

"몽견사라니.. 그런 끔찍한 소리 하지 마 코우세츠.."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을테지요.. 그렇다면 누군가가 겪은 일이 당신의 꿈에 나타났다는 뜻이겠지요.."

"그러니까 누가....."

츠카사는 잠시 생각을 한다 만약 정말 누군가 겪은 일을 꿈으로 꾼거라면.. 단언컨데 이 일을 겪은 사니와는 지금은.. 조사가 필요했지만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었다

"우선.. 다들 깨워서 미안했고 어서들 들어가서 자.. 나머지는 내일 생각해봐야 겠어.."

.

아침식사 풍경은 참 평화로웠다 미츠타다의 실력이 갈수록 느는 것 같다며 감탄하기도 했고 편식하려는 단검을 어르고 달래서 먹이는 등 여느 때와 다를 바가 없다

"주인 왜 그래? 입에 안 맞아서 그래? 전에 가지튀김 잘 먹어서 해준건데.."

"어?... 아.. 아냐 미츠타다 아주 맛있어 잠시.. 생각할게 있어서 말야"

"생각은 밥 다 먹고 해야지 그리고 고민이 있으면 우리한테 말해도 돼 그렇게 밥상에서 멍하니 있는 건 멋지지 않은 행동이라구? 어서 밥부터 먹어"

미츠타다는 친절하게 가지튀김을 주인의 밥 위에 얹어주면서 어서 먹으라고 재촉했다 미카즈키는 그런 주인의 모습을 보며 어제 악몽이 계속 신경 쓰여서 그런거라 생각했다

"아가 혹시 어제 악몽이 그렇게 신경이 쓰이던?"

"예? 악몽이라뇨?"

"미카즈키 할아버지 그거 제가 이따 말하려 했는데.."

"밥상에서도 계속 상념에 잠긴것 같아서 한 말이란다 주인아가가 어제 끔찍한 악몽에 시달려서 반은 정신이 나가있는 것 같아서 말이다"

이 말에 다른 남사들도 이게 무슨 소리냐고 한마디씩 하며 상석에 있는 주인을 쳐다봤고 츠카사는 남사들을 보며 한숨을 쉰 뒤 악몽의 내용을 말했고 남사들의 표정은 역시나 굳어져 버렸다 그 때..

"대장~많이 무서웠구나... 내가 깨우러 갔어야 했는데.. 미안해 대장"

"시..시나노;; 지금은 밥먹는 시간인데..;;"

"대장 다음에 악몽 꾸면 내가 꼭 품에 파고 들어줄게 헤헤"

내용을 들어보니 끔찍한 내용이 맞았다 혼마루가 불타고 도검들의 본체가 산산조각 나있고 자신마저 살해당하는 꿈이라니.. 심지어 그런 짓을 벌인게 같은 도검남사들이라니...

"꿈은 인간의 내면을 뜻하기도 한다던데 너 말야, 혹시 부러뜨릴 정도로 우리한테 무슨 불만이라도 있냐?"

"무슨 소리야 도다누키, 내가 그럴리가 없잖아 너희는 내게 있어선 하나하나 잃을 수 없는 소중한 가족이야"

"내가 사본인데에는 불만이 있겠지.."

"야만바기리 너까지! 아니라니까? 그리고 내가 그랬지 사본이든 아니든 예쁘니까 상관없다ㄱ.. 악!"

결국 못듣겠다는 표정을 한 하치스카한테, 예쁘다고 하지 말라는 야만바기리한테 딱밤 한 대씩 맞고 말았다 그렇게 왁자지껄 하게 아침식사가 마무리 되었다


길어져서 끊어야지....

음양사/도검 위주로 파고있는 겜덕입니다

아츠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