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 고증… 이젠 포기… 잘못된 지역 사투리만 지적해주세요….

*해피 미래 시공

*후반까지 현성이 이름이 언급되지 않아요 (명칭 : 남자, 그)





“짐 싸려면 멀었나?”

문 너머, 거실에서 들린 부름에 형석은 고민하던 옛 고등학교 시절 유니폼을 캐리어에 대충 구겨넣었다. 

“나갈게!”

애써 활기차게 대답하며 형석은 마지막으로 잠금장치를 확인하고 일어섰다. 

문 앞에 서서 돌아본 방 안에는 곧 떠날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쓸쓸한 공기가 흘렀다. 당분간이 될지 영원이 될지 모를 이별의 순간이었다. 형석은 이 방안에서 쌓은 무수한 추억에 콧등이 시큰해지는 것을 느끼며, 속으로 작별 인사를 건넸다.

고마웠어. 잘 있어. 함께해서 즐거웠고 언젠가 다시 만나자. 부디 나보다 더 좋은 주인을 만나길 바라. 

문 앞에는 갑자기 변경된 일정에 며칠 간 제대로 자지 못해 다크서클이 진하게 내려온 남자가 삐뚜름하게 서 있었다. 형석은 그의 곁에 제가 끌고 나온 캐리어를 내려놓고,땀이 맺힌 상대의 이마를 쓸어 넘긴다. 

감상에 젖어 본의 아니게 오래 기다리게 한 모양이었다. 짐을 빼는 과정에서 원래 있던 에어컨까지 미리 새 집으로 옮겨 두었더니 더위를 버티지 못한 듯 보였다. 형석은 뒤늦게 상대가 지나가는 말로, 나이를 먹으니 갑자기 더위를 타게 되었다고 말한 기억을 떠올렸다. 

여름의 습도와 불쾌감 탓에 짜증이 묻은 목소리가 형석을 나무랐다. 

“니 뭐하느라 느직느직댔노?”

“으응. 별 건 아니었어. 그보다 우리 언제쯤 출발이랬지?”

“내가 시간 똑바로 확인하라 했지?”

“잘난 남편님께서 다 해주시는데 내가? 굳이?”

“얼씨구? 그래 니는 잘못한 거 하나 없다는 기가?”

“그건 아니고오一 가방 무겁지? 내가 들어줄까?”

“치아라! 되도 않는 짓으로 신경 돌릴 시간에 빨리 차에 시동 걸어! 가뜩이나 오늘 이사하는 것도 서러운데 니까지 승질머리 뻗치게 하지 마라.”

“응응. 자기 덥지 않게 빨리 차에 가서 에어컨 켜 놓고 시원하게 하고 있을게요. 사랑해!”

능청스러운 형석의 대꾸에 헛웃음을 흘린 남자의 기분은 풀린 듯했다. 그는 땀이 손에 묻으면 불쾌할 거라며 머리에서 떼지 않던 형석의 손을 치우고, 두 사람 분의 캐리어 손잡이를 쥐었다. 나중에 가면 분명 차 안은 시원할 테지만, 더 이상 습한 그대로 닫힌 공간 속에 있기 싫다는 이유였다. 

형석은 그들이 오래간 지낸 집을 너무나 가볍게 떠나려는 남자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제자들과 농구에 대한 게 아니라면 은근히 매정했다. 무생물에 정을 잘 주지도 않았고, 깊게 정을 붙이면 뭐든지 잘 버리지 못하는 형석과 달리 청소할 때면 무조건 쓰레기부터 버리는 타입이었다. 

좋게 말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데 주저가 없었고, 나쁘게 말하면 과거에 너무 미련이 없었다. 

옛날에는 그래도 이것보다 감수성이 풍부했던 거 같은데. 어째서 변해버린 걸까….

“바닷가 근처로 신혼집 하고 싶다며? 매물 알아보다가 일정 꼬여서 시즌 앞두고 이사하는 주제에 구시렁구시렁 말이 많다!”

“하지만 나만 아쉬운 거 같잖아…….”

새집은 좋다. 그게 남자와의 신혼집이라면 금상천화가 분명했다. 그래도 사람이란 새것을 얻었기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옛것에 질척일 수밖에 없는 존재였다. 절대 형석 자신이 특이한 게 아니란 말이다.

그럼 미련 없어 보이는 남자는 사람이 아니냐고, 형석에게 묻는다면… 그는 자기 남편은 사람이 아니라 천상에서 내려온 천사라고 외칠 것이다. 불교 집안에서 기독교적 신앙으로 주접을 떠는 농신! 코트 위 강심장을 넘은 관종! 대한민국 농구 역사를 다시 쓴 국가대표팀 주장, 그가 바로 조형석이라는 사내였다.

 “꼴값을 떤다…. 잔말 말고 내비나 봐라. 니 제대로 가는 거 맞나?”

“당연하지! 나 사전 답사 여러 번 와봤어! 나만 믿어!”




그리고 길을 잃었다. 

변명을 해보자. 과거에 미련 안 가진다는 사람치고는 매우 심기가 나빠 보이는 배우자를 옆에 둔 형석은 짧게 과거를 반추해 보았다. 

그는 분명 내비게이션의 안내에 따라 운전했다. 먼저 보낸 이삿짐센터의 기사가 고속도로에서 로드킬을 했다는 연락을 받지만 않았다면 아무 문제 없었을 것이다. 

로드킬 하고 도망가는 운전자가 전국에 널렸을 텐데, 하필이면 형석이 믿고 맡긴 운전자는 몇 없는 양심을 든든한 가슴팍에 고이 간직한 소유자였다. 그는 동물의 사체만은 묻고 가고 싶다며, 조금 늦을 수도 있다고 부탁했다. 일 처리 한 번 끝장나는 업체였다. 형석은 다시는 여기에 맡기지 않고 싶었지만, 학연 지연으로 뭉친 농구 업계에서 은퇴한 친한 선배가 차린 사업이어서 앞으로도 이사 시즌마다 주변 지인들에게 추천해 줄 예정이었다.

정말 애달픈 현실이었다.

각설하고, 업체 도착이 늦는다는 연락을 받고 형석은 휴게소에서 잘 빠져나와 착실히 내비게이션을 따르는 척 갑자기 고속도로를 빠져나갔다.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무시하고 외곽도로로 나간 형석은 이삿짐센터가 도착할 때까지 시간이 넉넉해졌으니, 근처 맛집에 들르자고 남자를 꾀었다. 

“원정 경기 올 때마다 자유시간에 먹던 곳이야. 한적하고 사람도 별로 없는데 진짜 장인의 맛이 난다니까.”

“니 좀 전에 휴게소에서 소머리국밥 먹지 않았노?”

“그건 에피타이저! 솔직히 너도 그걸로 배 안차지 않았어? 기다려 봐. 내가 끝내주는 곳에 데려다줄게.”

“마 내는 해 지기 전에만 집에 도착하면 상관읎다. 입맛 까탈스러운 네가 자주 갔으면 맛은 보장하겠지. 거까지 오래 걸리나?”

“아니! 그래도 한숨 잘 시간 정도는 될 거야. 등받이 조금 눕혀서 자고 있어. 도착하면 깨워 줄게.”

“어엉. 믿는다, 조형석이.”

남자를 재운 후, 형석은 달밤에 미친 늑대처럼 인적 드문 도로를 달렸다. 중간부터 처음 보는 길이 나왔을 때부터 슬슬 불안했지만, 그는 자신의 천재적인 방향 감각을 믿었다. 그 결과 새로 공사한 도로를 못 알아본 죄로 생판 모르는 해변에 차를 세울 줄은 꿈에도 몰랐지.

노을 질 무렵에 깬 남자는 땀을 삐질 대며 입을 다물고 운전을 하는 형석을 한 번 쳐다보고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 업체로부터 온 부재중 전화와 문자를 확인했다. 그는 전화로 도착했다는 업체 사람에게 미안하다며, 늦게 입주할 거 같으니 미리 보내준 가구 배치도 보시고 큰 짐만 정리해달라고 부탁드렸다. 

그렇게 일단 어른들의 사정을 끝낸 후, 남자는 초조해 하는 형석에게 구태여 말을 걸지 않고  창을 바라봤다. 형석을 달래줘야 할지, 내 그럴 줄 알았다고 타박해야 할지 고민할 시간이 필요했다.

뒤늦게 내비게이션을 다시 켰지만, 이미 때는 늦어 내비게이션도 감을 잡지 못하고 바다로 안내했다. 게다가 바다에 딱 도착하자마자 차에 기름이 떨어졌다. 트렁크에 비상용 기름통을 빼고 짐을 넣은 탓에 꼼짝도 못 하는 신세가 되었다. 

여름밤 바다. 형석은 모래가 바슬바슬한 해변에 차를 세우고 차 문을 열었다. 조수석에서 남자도 내려 까만 물만 출렁거리는 바다를 바라보았다. 

무슨 말부터 해야 하지? 역시 사과부터 하고… 그 다음은? 어떻게 돌아갈지 물어보는 거? 이 밤에 운전해도 되는 걸까? 야간 운전 해 본 적 없는데… 망했다. 총체적으로 망해서 멘탈이 위험해. 이런 압박감 시합 이외에는 처음이야. 첫 드래프트 때도 이렇게 긴장하지는 않았어!

“석이, 니 바다에 오고 싶다 켔지?”

긴 침묵 끝에 남자가 먼저 말문을 텄다. 남자는 형석의 걱정보다 기분이 괜찮은 듯 목소리에 출발 전과 같은 짜증은 묻어 있지 않았다. 

다행이다…. 아니, 다행이면 안 되는데?

형석은 남자가 쉽게 흥분하고 퍽 감정적이란 걸 알고 있었다. 이럴 때, 그는 명백히 잘못한 형석부터 나무라고 해결 방법을 찾을 사람이었다. 

있잖아, 왜 침착한 거야? 

“여서 꼼짝 안해봤자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석아, 일단 걷자.”

“어디로 가려고? 밤바다는 위험해!”

“내 눈 밝아서 괘안타! 빨리 온나!”

형석을 지나쳐 걸어간 남자는 까마득한 바다로 사라지듯 멀어졌다. 모르는 장소에서 낭만과는 거리가 먼 바닷가를 겉는데 일말의 주저도 없었다. 급하게 뒤를 쫓으면서도 형석은 남자의 돌발 행동에 혼란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대체 어떤 결론을 내려 그나마 안전하고 특정되기 쉬운 자동차를 떠나서 바다를 보려는 거지?

보통 공포 영화나 미해결 사건에서 피해자는 자신들처럼 길을 잃은 최초의 장소를 떠나서 발생하던데. 이러다 큰일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조형석이!”

“갈게! 기다려 줘!”

깜깜한 해변의 광경처럼 미래가 어둡기만 했지만, 형석은 따끈따끈하게 관사에 제출하지 못하는 혼인 증명서에 사인해 준 배우자를 거절하는 법이 없었다. 




첫사랑은 고등학생 때였다.

서울에서 처음 만난 첫사랑의 이름은 이현성. 그는 당시 어린 형석이 한 번도 가본 적 없던 부산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었다. 그들이 막 사귀었을 무렵, 현성은 종종 바다까지 1시간도 걸리지 않는 도시에 산다는 불편함을 피력했다. 

여름마다 돌아오는 태풍의 무서움과 두려움부터, 자주 보는 바람에 큰 감흥 없게 된 바닷가의 풍경과 몰려드는 관광객 인파의 민폐…. 현성이 사는 동네는 관광객이 몰리지 않는 거주 지역이었지만, 하여튼.

부산까지 그를 보러 오려는 형석을 막기 위해 현성이 해준 고향 이야기는 형석의 소중한 추억이었다. 현성에게 바다의 낭만을 전부 파괴당했지만, 형석은 그의 고향이라는 점 하나로 부산과 부산의 인파로 끔찍하다는 바다를 사랑했다. 

사랑이 취향을 만든다는 간단한 이야기였다. 

첫사랑을 마지막 사랑으로 끝내고 30대를 맞이한 형석은 어릴 적 사랑과 같은 사람과 결혼했다. 그러니까 결국 현성과 결혼에 골인했다는 뜻이다. 

첫사랑과는 무관하게 대학 졸업 후 프로 생활을 부산에서 시작한 탓일까, 형석은 부산하면 떠오르는 해운대…를 포함해 바다 자체를 좋아했다. 그의 바다 사랑은 미국에 갔다 오고도 식지 않았고, 선수로써 절정을 맞이했던 20대를 지나 안정기에 접어든 현재는 집착적이라는 핀잔을 들을 수준이 되었다. 

꼭 바다에서 살자. 모교에서 지도자 일을 멋지게 마무리하고, 대학팀의 코치가 된 현성과 함께 지내던 이전 집에서 형석은 틈나면 말했다. 바닷가에 별장처럼 바로 나갈 수 있는 큰 집을 짓자고. 제 연봉이라면 신혼집으로 충분히 감당 가능할 거라고 말했다가 헛소리하지 말라고 맞은 적도 있었다.

부산의 습하고 변덕스러운 여름을 얕보지 말라고, 태풍이라도 치면 어쩔려고 그러느냐는 거절에도 굴하지 않았다. 형석은 셀 수도 없는 거절 끝에 결혼 허락과 함께 신혼집 매매 계약서에 사인한 날을 절대 잊지 못한다. 서너달 전의 일인데도 여전히 현성과 부부가 된 날은 어제 일처럼 선명히 떠올랐다. 

집부터 구하느라 아직 반지 교환을 하지 못했지만, 서류에 한 사인이 형석에게 지고의 기쁨을 전해주었다. 그리고 형석은 다음 휴식기에 정식으로 결혼하기 위한 준비를 모두 마친 상태였다. 현성은 모르겠지만 집을 산 날에 형석은 반지도 샀다. 

원래 계획은 해가 쨍쨍할 때 이사가 끝나면, 상대가 좋아하는 음식을 시켜 먹은 후에 새집을 쭉 둘러보고, 노을이 질 무렵에 맞춰 분위기를 잡고 반지를 건네려고 했다.

다 망했다. 아주 쫄딱 망했어!

바다에 살자. 기필코 바다! 귀에 딱지 앉도록 바다 염불을 외운 건 맞았다. 그래도 그렇지. 바다에 살자는 말이 모르는 타지에서 밤바다를 거닐자는 말은 아니었는데. 형석은 가까운 거리에 앞서 걷는 현성이를 멈춰 세웠다. 

팔을 잡자마자 바다로부터 여름치고는 서늘한 바람이 불었다. 형석은 이렇게 어둡고 서늘하기만 한 바다는 몰랐다. 이게 현성이 줄곧 말해 온 바다의 무서움인 거겠지. 

속을 알 수 없었다. 투명하게 바닥이 비치는 낮과 달리 밤에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었다. 모래조차 어둠을 머금어 버석버석하게 마른 곳을 걷는지, 물이 들어차 질척해진 곳을 걷는지 구별되지 않았다. 

현성도 마찬가지였다. 뒤를 돌아 형석을 바라보는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나름 어둠에 적응한 육안으로도 현성의 기분을 파악할 수 없었다. 

역시 화난 거겠지. 머리에 열을 식히려고 걷자고 했을 테고. 현성은 남들이 일컫기를 불같은 성미의 소유자였지만, 그와 사귀는 동안 한 번도 그의 불이 형석에게 향한 적은 없었다. 어떻게든 감정을 정리하고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 심력을 기울였다. 

“석아. 세웠으면 말을 해라.”

“어, 어… 현성아, 우리 인제 그만 돌아갈래? 너무 멀리 온 건 아닐지 걱정되어서.”

“째끔 생각 좀 한다는 게 방심했나 보다. 니 많이 무서웠나?”

“조금, 밤바다가 생각보다 예쁘지 않더라.”

“긇제. 밤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눈앞에 사리 분별도 못해서 익사 사고도 많지. 그런데도 내는 와 산책을 권했을까?”

현성은 형석의 대답을 듣지 않고 성큼 코앞으로 다가왔다. 살짝 낮은 위치에서 형석은 현성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다. 

그는 놀랍게도 활짝 웃고 있었다. 

“하하! 니 지금 저번보다 더 긴장한 얼굴인 거 아나?”

“설마… 아니, 나 지금 좀 진정 좀 해야 할 거 같아. 긴장 풀려서 다리가 후들거려.”

“마 좀만 이따 쓰러져라. 니한테 줄 거 있다.”

그렇게 말한 첫사랑이던 남자, 아니 현성이는 밤바다를 몇 발짝 더 거닐었다. 딱 적당히 상대가 무릎을 꿇을 공간만을 확보하고 멈춰선다. 

“원래는 오늘 짐 정리하고 멋들어지게 하려고 했다. 그런데 운이 좋지 않았지. 이대로 집에 가면 우리 둘 다 세상모르고 잘 거 같더라. 그럼 아쉽지 않겠나.”

“현성아 一!”

“결혼하자는 말은 선수 뺏겼지만, 반지는 나한테 양보해야 할 거다.”

“응! 응!”

“뭘 들으려고 귀엽게 대답부터 하노. 됐으니까 입 다물고 내 말 똑똑히 들어도.”

한쪽 무릎을 꿇고 바지 주머니에서 꺼내는 작은 반지 함. 

형석은 양 손바닥으로 입을 가렸다. 너무 좋아서 미칠 거 같았다. 

“형석아. 나랑 결혼해 줘서 고맙다. 나는 니랑 늙어 죽을 때까지 함께 하고 싶은데, 너도 같은 마음이었으면 좋겠어. 너만큼 많이 벌지 못해서 비싸고 좋은 거로 준비하지 못했다. 비싼 건 어차피 니가 줄 테니까 이번에는 참아주라. 나중에 기념일에 더 좋은 걸로 줄게. 그러니까, 큼. ……자기야.”

“미친자기래!”

“입 지퍼 꾹 하고. 퍼뜩 손 내밀어라.”

형석은 땀이 묻어 나온 손바닥을 급하게 바지에 닦았다. 반지를 주는 사람보다 받는 사람이 더 떨렸다. 

어떻게 현성이는 이런 순간에 긴장하지 않는 걸까? 

“우리가 이 순간에 오기까지 많은 일이 있었지. 나도 우리 처음 만났을 시절과 많이 변했어.”

“변하지 않았어. 현성아, 너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항상 다정하고 멋진 사람이야.”

“니가 그런 말을 해줘서 나는 변한 기다. 적어도 니한테는 멋지고 다정하고 싶었어.”

천천히 반지를 왼손 약지에 끼웠다. 딱 들어맞는 사이즈에 그렇게 크지는 않아도 깔끔하고 세련된 디자인의 다이아몬드가 박힌 결혼반지였다. 

제 손가락에 딱 맞는 반지를 보고 형석은 너무 기뻐서 눈물이 흐를 것만 같았다. 

“결혼해 줘서 고맙고 사랑한다. 앞으로 잘 부탁해.”

“나도 잘 부탁해 一! 사랑해, 현성아!”

형석은 그대로 현성을 끌어안았다. 두 사람은 어두운 해변을 뒹굴었다. 큰 웃음소리가 바다의 적막을 해치고 멀리 퍼졌다. 

첫사랑과 거닌 바다 끝에 사랑이 있었다. 

느긋하게 쓰고 싶은 걸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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