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아의 뒤를 따라 HN그룹 가문의 저택에 도착한 이안이는, 자신이 흡사 동화에서나 본듯한 으리으리한 저택을 보면서 살짝 떨리기 까지 했다. 행여나 자신이 못올데 온건가 싶었다. 오죽했으면 나 오늘 살아서 돌아갈수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나 이거 괜한 짓 하는거 아냐?'


하지만 이라 누나를 찾기 위해서라면 그 끝이 이안이 자신의 파멸이 예상되더라도 끝까지 해내고야 말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라 누나가 자신들을... 배다른 남매인 자신들을 그렇게 까지 헌신적으로 대했는데 자기가 어리다고 누나를 무시할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 지금 내가 이러는 동안에도 이라 누나가 어디서 무슨 일을 당하고 있는지 아무도 모르잖아? 라이안, 정신차리자! 이딴 것에 겁먹으면 넌 사자도 무엇도 아무것도 아니다! 이름값 아까워 진다!'


이안이는 그렇게 정신을 가다듬으며 래아를 따라, 한래오가 머무는 방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방안은 넓었다. 거기서 미니축구 해도 될 정도로 넓어서 과연 저기서 저 누나 하고 변태 형아는 뭐하고 노는가 그 생각이 들었다.

이안이가 주변을 둘러보며 신기해 하자, 래아가 이안이를 보며 역시 어린 애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귀엽단 생각마저 든 것이었다.


'쟤 되게 귀여워. 이대로 내 남친 삼아버리고 싶은데 말야...'


아무래도 래아가 이안이를 좋아하게 된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아직 이안이는 갓 초등학교를 졸업한 어린애였다!

그러는 동안에, 래오가 있는 방에 도착한 래아와 이안이었다.

래아가 먼저 오빠 방에 대고 노크를 한다.


"오빠, 우리 왔어. 문 열어도 돼?"


그럴때 문 너머에서 어떤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런데 뭔가 힘쓰는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 잠깐만. 오빠 지금 근육운동 중이라...]


그리고 한참 뒤, 문이 열리는데... 땀내 폴폴 풍기면서 한 젊은 청년이 운동복만 걸치고 반쯤 가슴근육을 드러낸 채 나타나게 되었다. 그걸 본 이안이가 얼굴을 붉히고 있었고, 동생 래아는 인상을 찌푸린다.


"오빠, 운동중이었어?"

"어, 아이돌은 근육 가꾸는것도 일이라서. 들어와, 너네들..."


그러자 래아하고 이안이가 한래오의 방에 들어가게 되었다.

역시나 래오의 방도 어지간히 넓어서, 한쪽 구석엔 트레이닝 도구와 머신들이 놓여져 있었고, 방안에 뒹구는 역기와 아령이 그가 방금전 까지 뭘했는지 알려주고 있었다.


"이런 모습으로 맞이해서 미안하구나, 소년. 인사가 늦었어. 내 이름은 너도 알다시피 한래오라고 한다. 연예계에서는 Leo라는 이름으로 활동중이지만..."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라이안이라고 합니다. 이제 갓 초등학교를 졸업했어요."


어쩌다 보니 한래오와 이안이가 서로 자기소개를 하게되었는데, 래오가 이안이를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이안이에게 다시금 묻는다.


"이름이 라 이안이라고?"

"네, 저희 아버지가 라 씨라서 이름을 생각나는대로 지으셨다고..."


그러자 래오가 이안이의 두 어깨를 힘있게 붙잡으며 말한다.


"새끼 사자로구나! 새끼 사자야..."

"네? 그게 무슨?"


이안이가 어리둥절 하자, 래오가 이안이를 보며 말한다.


"내 예명이 Leo인건 알고 있지?"

"네..."

"Leo가 사자 인건 알고 있니?"

"어... 대략적으로 들어서 알고 있어요."

"사자와 사자의 만남, 이건 운명이로구나!"


여기서 부터 이안이는 무언가가 아~주 잘 못 돌아가고 있다는걸 깨달았다. 옆에서 여동생인 래아 마저도 저 오빠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싶었다.

그리고 래오는 이안이를 보며 또 다시 이리저리 살펴보면서 말한다.


"외모도 나쁘지 않고, 눈매도 초롱초롱하니 좋고! 나쁘지 않아, 나쁘지 않아!"

"대체 무엇을 하시려고 그러시는지?"


이안이가 래오에게 묻자, 래오가 환하게 웃으며 대답해준다.


"사자는 자신의 후계자를 기다리고 있다고 하지. 사실 나 혼자 무대 위에 오르는 것이 무서웠다. 누군가 내 옆에 있어주길 원했다. 내 동생은 그 뜻을 이해 못했어. 게다가 동생과 내 길은 달랐지. 그 애는 모델이 어울리더라. 그래서 내 동생에게 무대에 오르라는 말은 할수 없었어. 그랬는데 그날 월미도에서 너를 만났어! 난 널 한시도 잊은 적이 없었단다. 네 생각이 자꾸만 났어. 그런데 어디사는 누군지도 모르는 너를 내가 어떻게 찾겠느냐? 그러던 차에 네가 제 발로 내게 찾아 온다고 하니 기뻐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구나!"


구구절절한 래오의 이야기를 들으며 역시 저 형아는 변태가 틀림없다 생각했다. 그러다 래오가 정색을 하며 이안이를 약간은 딱딱하게 바라보며 다시금 묻는다.


"그런데 이런 나에게 네가 직접 찾아온것엔... 이유가 있을것 같아. 단순히 내가 보고 싶어서 찾아온건 아닐테고, 무슨 사연이 있을것 같은데. 들을수 있을까?"


래오의 물음과 동시에 래아가 오빠와 이안이에게 "그럼 나는 차 좀 준비해 올께."라고 말하며 잠시 방 밖으로 나간다. 이안이는 래아가 나가는게 내심 싫었지만, 지금은 저 변태형아 에게라도 이야기 하는 수밖엔 없었다.

사자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각오로!


"실은... 저희 누나가 실종 되었어요."

"저런!"

"이름은 라 이라라고, 곧 HN그룹의... 그러니까 래오 형의 사촌 남동생인 한라빈과 의무결혼 예정자 입니다."

"아...!"


그제서야 래오의 인상이 점점 심각해 지고 있었다. 이 소년과 자신의 운명이 장난아닌것 같다는 걸.


"그래서?"

"그래서 아버지 한테 누나 어디갔느냐고 물어봤더니 신부수업 하러 갔단 이야기만 전해주셨어요. 하지만 누나가 그렇게 쉽게 사라질 사람이 아니예요. 경찰에 신고해도 경찰에서는 묵살해 버리고, 혹시 치외법권이란 말 아시나요?"


이안이의 말에, 래오의 인상이 점점 무서워 졌다. 이대로 저 래오라는 사람이 이안이 보고 당장 나가라고 해도 할 말이 없었다. 그래도 이안이는 저 사람이라도 붙잡아야 했다. 누나를 찾으려면 반드시 저 사람의 도움이 꼭 필요했으니까!


"보통 치외법권이란 말은... 옛날 외국 사신이나 그 나라 법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들을 이르는건데, 지금은 일부 재벌이나 국회의원들에게 통하는 그런 용어가 되어버렸구나."

"역시..."

"그래서 혹시나 너희 누나가 여기 있을거란 생각으로 이 곳에 온거야?"

"..."


역시나 저 래오라는 사람을 함부로 볼 상대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이안이는 거절 당할 각오를 하고 있었다. 저 사람이 싫다고 하면 어쩔수 없는 것이었다. 그래도 이안이는 매달려 보고 싶었다.


"안타깝지만 번지수 잘못잡았어. 우리는 그렇게 못된 사람들은 아니니까. 솔직히 우리 집도 그 사실을 알았을땐 너무 놀랐어. 우리 사촌동생이 의무결혼의 대상자가 된다니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그건 마치 동물 교배 하는것과 마찬가지거든. 그런데 아직 성인도 안된 애를 그렇게 까지 한다는게 난 이해가 안가."

"그랬군요."

"너희 누나도 꽤 안타까운 상황이겠구나. 그래서 날 찾아온거니?"

"네.."


그러다 이안이가 감정이 복받쳐서 눈물을 흘리고 만다.


"저희 누나가... 실은 배 다른 누나예요. 누나의 엄마가 누나 낳고 일찍 돌아가셨대요. 그렇게 해서 저희 엄마가 저랑 제 동생들을 낳으셨는데, 저희를 아무 말없이 보살펴 줬어요. 그래서 저는 반드시 누나를 찾아야 해요. 하는 김에, 그 결혼도 막을수 있으면 막고 싶어요. 어떻게 안될까요? 네?"

"누나 꼭 찾고 싶어?"

"네, 우리 누나 너무 불쌍한 사람이예요. 너무 동생들에게 희생당한것 같아서 어떻게든 보답하고 싶어서요."


그러자, 래오가 울고 있는 이안이의 눈가를 한손으로 쓸어주며 말한다.


"내가 도움이 될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누나 찾는덴 한번 도와줘 보도록 할께. 대신에 너는 내 일을 좀 도와줬으면 하는데..."

"네?"

"내가 앞서 말했지? 혼자 무대위에 오르는 것이 두렵다고 말이야."


그 말과 동시에 문이 열리고 래아가 쟁반을 들고 들어온다. 그리고 이안이와 오빠, 마지막엔 자신의 자리에 차를 놓는 래아였다. 그 후에 래오가 다시금 말을 잇는다.


"내 주변은 정글이나 다름이 없어. 사자의 주변엔 표범도 있고, 물론 하이에나들도 득시글 거리지. 사방이 적이야. 그러는데 말 그대로 새끼 사자인 네가 나타난 거지. 네가 나의 라이벌이 될수도 있겠지. 하지만 사자는 자신의 후계자가 될 어린 사자를 내치진 않는다. 그러니 라이안?"

"네?"

"너, 나의 새끼 사자가 되지 않겠니?"


래오의 말에 이안이가 한 3초간 사고가 정지되어 버렸다. 대체 저 형이 뭐라 말한거야?


"네에?"

"알기 쉽게 설명해 줄께. 너, 나랑같이 아이돌 하자. 네가 유명해지면 너희 누나 찾기에도 훨씬 수월해 지지 않겠니? 어때? 내 제안."


래오의 제안에 이안이는 어안이 벙벙해 졌다.

누나 찾는것도 어디서 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뜬금없이 아이돌 제안이라니!


'말도 안돼!'


이안이의 절규가 울려퍼졌다.



다음 시간에...


다음편은 설 연휴 이후인 2.17일에 올라옵니다.




망상거리 끄적대는 블로그

百香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