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가 미쳤나. 뭔 소리야 그게.”


“아 제발!!”


 

 반듯한 사각형 창문을 뚫고 들어온 정오의 겨울 햇살이 회색 복도 바닥에 닿자 길게 기울어진 사각형의 직선이 밝은 회색으로 빛난다. 햇살이 그려놓은 바닥의 금을 밟고 선 우리는 누가 들을세라 목소리를 잔뜩 낮추고 가끔 주위를 힐끔힐끔 살핀다. 우리가 밟은 선처럼 아슬아슬한 대화.

 


“싫어.”


“한 번만.”


 

“죽는다. 그만해라.”


“진짜 딱 한 번만.”


 

 20분쯤 남은 점심시간, 여느 남자 고등학교가 그렇듯 교실이 떠나갈 듯 시끄럽다. 똑같이 맞춘 듯한 검은색 패딩 점퍼를 하나씩 껴입은 남학생들은 초등학생 때와 다름없는 장난을 치며 킬킬 웃는다. 웃음소리 속에 추임새처럼 섞여 들리는 욕은 열여덟 고등학생에게 이질감 없이 잘 어울린다.


시끌벅적한 교실에 계속 있었다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부탁을 듣지 않을 수 있었을까? 잠시 복도로 나오라던 이 녀석의 손짓에 아무 의심 없이 따라 나온 것이 문제였을까 아니면 며칠 전 내가 보내주었던 야한 영상이 문제였을까.


 그렇다. 이 녀석이 지금 내게 부탁하는 것은, 키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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