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센스 커피바 춘의점’이 ‘앤센스 에스프레소 커피바’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내용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데, 이름은 에스프레소 커피바이지만, 여러 가지 에스프레소 메뉴는 물론 싱글오리진 브루잉 라인업도 충실히 갖추고 있는 곳입니다.

일전에 세 가지 에스프레소 블렌드 중 두 가지를 맛있게 마셨는데, 에스프레소는 단돈 2천 원이라 가격도 참 좋구요. 이번에는 브루잉을 맛보러 갔는데, 마셔보니 부천 최고의 로스터리라 할만합니다. 서울의 유명 로스터리보다도 나았으면 나았지 뒤지지않구요.

특이한 점은 브루잉 커피(필터 커피)를 일괄 7천 원에 판매하고 있다는 점인데요. 방문 당시에는 8종의 싱글오리진이 있었는데, 사실 이 커피들의 재료(생두) 가격은 차이가 좀 있어요. 하지만 커피 가격이라는 게 재료 원가 외의 임대료, 각종 기물들의 감가상각비, 소모품비, 인건비, 그리고 브루잉 커피에 있어서는 추출 시간까지 가격에 포함되어 있는 거라, 재료 원가의 비중은 어찌 보면 그리 크지 않다고 볼 수도 있거든요. 그런 관점에서는 브루잉 커피 가격을 일괄 통일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일 수 있어요.

그리고 가격 통일의 또 다른 장점(?)은 고객이 자신이 원하는 커피맛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다는 건데요. 어차피 가격은 같으니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취향에 따라, 또는 궁금한 커피를 골라서 주문할 수 있는 거죠. 커피라는 게 취향을 많이 타는 물건이다 보니, 꼭 비싸다고 더 만족하거나, 싸다고 덜 만족하라는 법이 없기도 하구요. 

그래서 제가 고른 커피는 콜롬비아 엘 포르베니 게이샤 워시드입니다. 컵노트는 재스민, 아카시아, 만다린, 적사과, 꿀이구요. 지금 보니 메뉴판에는 내추럴이라고 잘 못 기재되어 있는데, 커피와 함께 나온 네임카드에는 워시드라고 제대로 써있네요. 저는 내추럴이든 워시드든 차별하지 않고 마십니다만, 워시드만 고집하는 손님이었다면 메뉴판을 보고는 고르지 않았을 수도 있겠네요.

나온 커피를 마셔보니 꿀이라기엔 당밀(Panela) 같은 단맛이 느껴지구요. 재스민은 약하게 나오고, 아카시아는 스쳐 지나가는데, 적사과는 향에서 좀 더 강하게, 만다린은 맛에서 좀 더 강하게 느껴집니다. 목넘김 후에는 밀크초콜릿 같은 잔미가 남는데, 식으면 더 강해지구요.

워시드라고 하기엔 살짝 덜 깔끔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사실 이 커피는 그냥 워시드가 아니라 무산소가공 워시드 커피에요. 그런데 왜 이렇게 표기되어 있는가 하면, 아마도 농장에서 무산소가공이라는 표기를 안 하고 워시드라고만 표기를 해서 그런 것 같구요. 하지만 가공 방법은 밝히고 있는데, 생두 수입사 자료를 보면, 플라스틱백에 커피체리와 커피체리쥬스를 넣고 밀봉한 후 pH4.0이 될 때까지 발효하고 물로 씻은 다음 건조하는 방법을 썼네요.

사실 요즘 콜롬비아 커피들 중에는 이렇게 내추럴/워시드라고만 표기되어 있지만 무산소가공을 한 커피들이 제법 있는데요. 농장에서 어떻게 표기를 하든지 간에 로스터리에서는 무산소가공에 대한 내용을 표기해 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소비자로서는 이름만 보고 커피를 골라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맛의 방향성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 중 하나가 가공법이니 말이죠. 저도 이 커피가 무산소가공 커피라는 걸 몰랐으면 왜 이런 맛이 나는지 의문스러운 부분이 있었을 것 같구요.

이렇게 원두 이름의 표기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문제(?)가 있었습니다만, 커피는 맛있었습니다. 가볍고 하늘하늘한 커피의 유행도 이제는 한물갔나 싶게(사실 한물가지는 않았지만요) 요즘 맛보는 커피들이 바디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앤센스 에스프레소 커피바의 로스팅도 도톰한 바디 위에 도톰하게 맛과 향을 쌓아 올린 맛이 났구요. 일반 소비자들도 천천히 마셔가며 노트의 향미들을 충분히 느끼고 즐길 수 있는 커피였습니다.

얼마 전부터는 20g짜리 원두 샘플러도 판매를 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온라인에서도 팔았지만, 이제는 매장에서만 팔고 있는 것 같은데요.

간 김에 요즘 핫한 커피 중 하나인 콜롬비아 산 라파엘 워터멜론 샘플러를 사서 마셔봤습니다. 컵노트는 수박, 멜론, 수박바인데, 원두 향에서부터 멜론이 진동하고, 한 입 마시자마자 수박바가 연상되는 커피인데요. 두 군데 로스터리의 것을 마셔봤는데, 둘 다 향은 참 좋지만 맛은 플랫한 게 불만이었거든요. 그런데 앤센스는 도톰한 바디의 커피를 만드는 곳이니, 앤센스의 산 라파엘은 맛이 플랫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생각을 했지요. 기대대로 향도 있고 맛도 받쳐주는 커피라 좋았습니다. 혹시 산 라파엘 워터멜론에 대해서 제가 가진 것과 비슷한 불만이 있으시다면, 앤센스의 것을 한 번 드셔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앤센스 에스프레소 커피바는 커피만 마시러도 부러 가볼만 합니다만, 맛집과 같이 묶어서 가면 더 좋겠지요. 인근에 복성원(도보 10분), 도래샘(도보 13분), 정인면옥 부천점(도보 14분), 종각짜장(도보 17분) 등이 있으니 참고하세요.

이어지는 내용이 궁금하세요? 포스트를 구매하거나 멤버십 정기 후원을 시작하고 이어지는 내용을 감상해보세요.

  • 텍스트 341 공백 제외
  • 링크 3
500P
미식의별

미식의별 님을 정기 후원하는 멤버는 특정 유료 포스트를 별도 구매 없이 감상할 수 있어요.

한 달 동안 모든 유료 포스트를 보실 수 있습니다. 가입해주시면 포스팅 업데이트에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