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빌워가 잘 해결된 후, 사이좋은 어벤저스. 인워가 없는 세계





[토니피터] Minor Upgrade





06





"뭐야, 쟤 또 무슨 사고라도 쳤대?"


회의를 위해 모두가 모인 방에 가장 마지막으로 도착한 제임스는 멀찍이 떨어진 창문 앞 심각한 분위기를 풍기며 통화를 하고 있는 토니의 뒷모습을 보곤 설마 싶은 얼굴을 지었다. 스티브, 나타냐, 클린트와 함께 수상한 외계물질을 흉내 낸 에너지원의 공급처를 잡아내려 움직였던 제임스는 생각보다 간단히 붙잡은 조직의 진술을 확보한 후에도 사건에 대하여 국가 측에 따로 보고를 올려야 했으므로 다른 셋보다 한발 늦게 업스테이트 본부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곳에서 잡담도 없이 둘러앉아 있는 멤버들의 모습이 진지하고 또 엄숙해서 제임스는 정말로 토니가 큰 사고를 쳤구나, 또 한바탕 시끄러워지겠구나, 단정 지으며 마음  속으로 굉장한 유감을 표했는데 그와 동시에 샘의 입가의 근육이 파르르 경련하는 것을 목격, 곧바로 물음표를 얼굴에 띄웠고 이어 클린트가 헛기침을 가장한 웃음을 터트리고나서야 제임스는 토니가 사고를 쳐서 한바탕 잔소리를 얻어먹고 있는 상황이 아니란 걸 깨닫고 한쪽의 빈 의자에 털썩 않으며 목소리를 낮췄다.


"그럼 대체 누구랑 통화를 하길래 천하의 토니 스타크가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서있는 거야?"
"적어도 어디 사는 노인네들보단 대단한 사람이겠지."


샘이 말을 한껏 비꼬았고 스티브마저도 부정하지 않았다. 얼마 안가 토니가 전화를 마쳤는지 귀에서 휴대전화를 팔뚝 하나가 들어갈 정도 떼어냈다. 그 자세로 몇 초는 더 창밖을 보다가 뒤통수를 따갑게 찌르는 시선을 느낀 건지 어딘가 불만인 얼굴을 훽 돌려 다가왔다.


"정말 도대체 어떻게 해야 내가 꼬맹이를 위험하게 할 거라고 생각할 수가 있지? 난 토니 스타크라고. 오히려 그 녀석이 사고에 휘말릴까 봐 업무까지 미뤄가며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데!"


토니는 통화 상대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제임스를 제외한 모두는 그것이 피터의 하나뿐인 숙모인 메이에게서 걸려온 확인 전화란 걸 확신하고 있었다. 천하의 토니 스타크가 전전긍긍할 상대는 몇 안 되었고 근래 아무 보고 없이 어느 집 귀한 조카를 업스테이트 본부에, 학교도 보내지 않은 채, 붙잡아두고 있었으니 법적 보호자에게 어떤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는 것이 당연했다. 



토니의 말대로, 스타크 인턴십을 핑계로 두고 있는 이상 그는 최선을 다해 피터를 위험에 빠트릴 일이 없도록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러나 원채 걱정이 많은 메이는 뉴스에 작은 사고라도 나오면 연락 없는 피터가 휘말렸나 싶어 불이 나도록 전화를 울려댔는데 토니가 제발 안심해달라 설명해도 그녀의 의심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그럼 피터를 바꿔보라기에 토니는 더더욱 할 말이 없었다. 현재 피터는 헬렌이 재워버리는 바람에 현재 꿈나라였으니 말이다. 난 최선을 다해 꼬맹이를 보호하고 있다고. 토니의 말이 끝나길 기다렸던 샘이 자리에서 일어나 수긍의 의미로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물론 반쪽짜리 긍정이었다.


"그래, 혹시나 뭔 일이 날까 노심초사하며 꼬맹이 뒤를 캐는 스토커일지는 몰라도 적어도 위험하게 둘 마음은 없다는 걸 우린 잘 알고 있어."
"누가 스토커란 거야?"
"아니었어? 스토커 모니터링, 아 잘못 말했네. 스타크 모니터링인가 뭔가 있잖아."
"베이비 모니터링이야."


클린트가 가볍게 정정했다. 그래,  베이비 모니터링. 토니는 어깨 위로 올려진 샘의 손을 신경질적으로 털어내며 스파이더맨 수트에 기록되는 영상들은 '보호'를 위한 도구일 뿐이라 단호히 못 박았지만 나머지는 아무렴, 그렇겠지 식의 표정들이었다. 나타샤는 그가 피터의 몸무게까지 알고 있었다 증언했고 토니는 그 이상 변명해봤자-애초에 왜 자신이 구구절절 그들에게 열변을 토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시간 낭비라고 판단해 듣기 싫다 손을 휙휙 내저었다.


"어쨌든 이번 인턴십에서 뭘 했는지 궁금하니 뭐라도 남겨달라니까 다들 꼬마랑 사진 한 장씩 찍어오도록 해. 뭐든 좋으니까."
"사진? 어떤 사진..?"
"못 들었어? 뭐든! 가운 걸치고 웬 과학자랑 연구하는 흉내를 내도 좋으니까 뭐든 말이야."



연출에는 영 자신 없는 브루스가 다소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되묻자 토니의 호통이 돌아왔다. 브루스는 특별한 연구를 성공해 국가의 높은 사람과 악수를 나누며 웃는 사진조차 찍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에겐 토니의 미션이, 비록 어떤 전문성도 요구하지도 않았지만, 벌써부터 걱정되었다. 그런  것까지 정해줘야 하냐 한소리 하던 토니는 말하고 보니 아이디어가 꽤나 마음에 들었는지 한껏 구겼던 표정을 폈다.


"아니, 잠시만. 꽤 괜찮은걸? 꼬맹이 녀석 그래 보여도 과학 영재 학교를 다니고 있으니까. 브루스, 가운 입고 박사처럼 찍어오는 게 좋겠어."
"박사처럼이 아니고 진짜 박사네만, 노력해볼게, 토니."
"참고로 캡은 따로 할 필요 없어. 낮에 꼬마한테 한방 먹은 영상을 보여주면 되거든."


토니는 이미 녹화되어 기록이 남은 낮의 훈련장 영상을 부러 재생시키며 말했다. 아마 그는 이 일을 10년은 족히 놀려먹을 생각인듯했다. 제 조카가 캡틴 아메리카를 날려버리다니 메이가 참 좋아할 거야. 스티브가 떨떠름한 표정을 짓자 제임스의 동공이 커졌다. 아니, 그럼 아까 그 몰골이 그 스파이더 보이 때문이라고?? 제임스에겐 멋진 척 희망이 어쩌고하며 둘러댔으나 이것이 진실이었다. 앞에서 즐겁게 웃는 토니를 보며 스티브는 마지못해, 그만한 보람이 없겠지, 하고 인정했고 나머지 또한 숨기지 않고 웃어젖혔다.


"그러니 캡시클 꼴 나기 싫으면 당분간 꼬마는 건들지 마. 알까기 바둑알처럼 날아가는 수가 있어."
"망할 스타크."


끝까지 우려먹겠다는 토니에게 스티브가 고개를 저었다. 가끔 스티브는 토니를 '스타크'라고 불렀는데 그땐 100프로의 확률로 얄미운 토니를 한대 때려주고 싶다고 생각할 때였다. 그 앞에 조금 거친 단어가 붙는다면 더더욱 그러했는데, 스티브의 입에서 욕지기 비슷한 말이 나오자 주변에 둘러앉은 모두가 약속한 듯 입을 모아 외쳤다.


"캡, 고운 말 써야지."
"나이스 팀플레이."


토니가 손가락을 튕기며 칭찬했고 스티브는 결국 허탈히 웃을 수밖에 없었다. 우린 회의하려고 모인 게 아닌가? 스티브는 이 장면을 어디선가 본 적 있었고 토니는 어째 오늘은 다 내 편인가 봐, 너스레를 떨었다.


"그래서 피터는 괜찮은 거야?"
"뭐, 일단은. 자세한 건 닥터가 파일을 보내준다 했으니 기다려보고. 그쪽은 어땠어?"


토니의 질문으로 이야기의 본론으로 들어섰다. 일전에 소탕했던 조직이 외계물질을 사용한 위험한 무기를  어느 업체로부터 받았는지 순순히 알려주어 그곳을 찾아갔던 4명은 일이 조금 귀찮아졌다 설명했다. 공급처라 생각했지만 잡고 보니 운반처였다고. 즉, 그들은 의뢰를 받아 물건을 배달을 하는 이른바 택배업체 같은 것이라서 안의 내용물은 자신들도 모른다는 이야기였다. 말이 택배업체지 사실상 불법 무기를 운반해주는 중간책이라 가만둘 수도 없는 노릇이라 그 자리에 있던 일당을 잡아왔는데 끝까지 자신은 고용당한 일개 직원이라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고 억울함을 호소하기에 나타샤는 그들과 딜을 보았다고 했다.



"그들이 뽑아온 목록이야."


나타샤는 파일을 연결해 화면을 띄웠다. 그것은 그동안 운반처가 불법적으로 거래를 해온 목록으로, 스티브 일행이 떠났던 장기 임무에서 잡아온 조직과의 거래 기록도 남아있었다.


"예의 물건을 받은 건 발송인은 M로 부터야. 보안상 본명은 쓰지 않는다고 해."
"이런 보안문서를 빨리도 빼왔네? 일개 직원이라더니 순 거짓말 아니야? 그쪽엔 입 좀 무거운 사원을 쓰라고 충고해야겠어." 
"그 김에 그 불법 운반 업체 사장도 잡아와주면 좋겠어, 아이언맨."
"쉬운 일이지."


"그리고 여기를 보면, M이 보낸 물건을 받을 예정인 또 다른 일당이 있어."
"그럼 거래 현장을 기습해 그들이 거래한 M이 누구인지를 알아내면 되겠네."
"다행히 아직은 그 물건이 마구잡이로 퍼지고 있진 않나 봐."
"이런 위험한 물건, 눈에 띄는 순간 끝이잖아. 몸을 사리는 거겠지. 벌처 일당도 그랬어."


이렇게 꼬리를 잡힌 시점에서 이미 시간문제지만. 그녀가 보여준 거래 날짜는 이틀 뒤였다. 그동안 또 다른 곳으로 무기가 공급되고 있진 않은지 경계를 낮추지 않도록 쉴드에도 신신당부해두었다. 우리가 개입해서 거래가 중단되면 허탕이니 그 부분도 신경써주고. 나타샤는 맡겨두라며 화면에서 목록을 지웠다. 


"자, 그럼 이제 문제는 하나네."



그녀의 시선이 토니에게로 옮겨갔다. 나? 뭐. 이번에도 빠지란 거야? 그게 아니라. 그는 모른척 어깨를 들썩였다.


"베이비 땅콩 말이야. 분명 데려가달라고 난리를 칠텐데."
"별걸 다 걱정하네. 그냥 어른들 일이니 빠지라고 하면 돼."
"아직 뭘 모르네. 그럼 맞아요, 전 꼬맹이니까요! 하고 찌그러져있을 녀석이야?"
"스타크씨, 저도 어벤저스라고요! 어린애 취급은 그만두세요!"
"샘, 갈수록 성대모사가 능숙해지네. 기분 나쁘니 그만둬."


헬렌의 판단으론 적어도 1주일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그런 피터를 현장에 데려갔다간-심지어 그는 아직 이 위험한 돌멩이에 대해선 알지도 못하고 있는데, 이 일을 들켰다간 왜 자신에겐 말해주지 않았냐 시끄러울 게 뻔했고 그러니 데려가달라 더욱 떼를 쓸 모습이 눈에 선했다-되려 사고가 일어날 것 같아 토니는 당연히 이번 일에선 그를 제외할 생각이었다. 그건 다른 멤버들도 동감했는데 이제 삐질 아이를 어찌 달래냐는 문제로 이어졌다. 안 그래도 근래엔 토니와 의도치않게 사이가 삐걱이고 있었으니 더 했다.-대체 사과는 언제 할 셈인가. 브루스는 궁금한 눈치였다.



"아님 캡이 좀 놀아주고 있음 되겠네. 현장은 우리한테 맡겨, 오, 걱정할 필요 없어. 아무리 튀고 싶어도 가끔 우리가 활약할 기회를 줘야지, 그치 클린트? 육아휴직 좋잖아.",


클린트에게 들었던 말을 그대로 따라하며 토니가 눈을 찡긋거렸고 클린트는 가만히 어깨를 들썩였다. 캡틴 아메리카 팬보이에게 그만한 보상이 어딨겠어? 그러자 스티브는 테이블은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다 입꼬리를 올렸다.



"유감이지만 깔끔히 차였다네."
"차여? 뭐를. 차인 게 아니고 '주먹'으로 맞았잖아."


토니는 양손의 브이를 까딱이며 주먹이란 단어를 강조했다. 하지만 이내 여유로운 표정이 된 스티브는 훈련장에서 나눴던 피터와의 대화를 회상했다. 


"그것까진 못 들었나보군. 자네 이야기를 엄청 하길래 내 팬이 아니냐 물었더니 뭐라고 했는지 알겠나?"
"..뭐랬는데?"


'그래도 전, 팀 아이언맨이었잖아요.'



"결국 자신은 팀 아이언맨이라더군. 그 말이 무슨 의미라고 생각하는가?"


토니는 다소 놀란 눈을 지었다. 기껏해야 캡틴의 광팬인걸요! 정도의 해맑은 답을 생각했으니 솔직한 반응이었다. 스티브는 피터의 한마디를 들었을 당시, 한 가지를 확신했다. 이 어린 새싹은 무슨 일이 생겨도 토니 스타크를 따라갈 것이란 확신. 토니, 사실은 자네도 알고 있을 거야. 그 아이의 영웅으로의 아버지는 자네란 걸. 그렇기에 자네는 그 아이에게 솔직해지지 못하는 거지. 스티브는 진득하게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서 어딘가 기뻐 보이는 미소로 토니의 어깨를 꾹 눌렀다. 



"그러니 자네가 적임자겠어."
"이거 캡이 한방 먹였네."


꿀 먹은 벙어리처럼 말문이 막힌 토니는- 사실 토니는 이런 종류의 직설 화법에 약했다. 웬만한 상황은 능청스럽게 얼버무리기에 도가 튼 사람이었음에도 아이의 무한한 신뢰라는 것엔 쉬이 무너졌다- 몇 번 할 말을 찾아 입술을 벙긋거리다가 정신을 차리곤 아니, 아니지, 부정의 말을 뱉으며 손목의 시계를 톡톡 건드렸다.


"어딜 슬쩍 나를 빼놓으려 그래? 안 넘어가."


스티브가 장난으로 했던 이야기는 아니지만 결과적으론 스티브를 놀리기 바빴던 토니가 한방 얻어맞은 셈이었다.끝까지 그 부분은 인정치 않으며 토니는 피터를 맡길 실력 좋은 보모가 있다며 문을 가리켰다. 동시에 그들이 모여있는 방으론 매우 언짢은 티를 내는 해피가 들어왔고 토니는 숨김  없이 반가움을 표하며 그의 양 어깨를 번갈아 한 번씩, 그리고 그의 정수리를 손바닥으로 가볍게 두드리면서-좋은 직위에 임명하듯- 말했다.


"모레부터 육아휴직이야, 해피."
"...당장 사표를 내도 될까요, 사장님?"




.




[약은 아까 투여했는데 보통 사람보다 내성이 강해서 일반 약이 통하지 않을 수도 있겠네요. ]
"맞아. 한참 전부터 같은 온도에서 안 떨어져."
[당장은 방법이 없어요. 자율조절 중이니 예측은 어렵겠어요.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볼게요. 혹시 모르니 다른 약도 쓰면 안 돼요.]


토니는 헬렌과 짧은 통화를 마치며 그녀가 보내준 검사 결과와 화면에 띄워놓은 피터의 바이탈 그래프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본부에서 지내는 동안 쭉 체온이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락 내리락했지만 오늘은 왜인지 오르막에서 내려오질 못하고 있었다. 일반인과 다른 몸이니 일반적인 약이 안 먹히는 건 어쩌면 당연했다. 애초에 지금 피터의 몸에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은 그렇다 할 원인도 없어 약으로 고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가만히 지켜보는 방법뿐이라 꽤나 답답했다. 


헬렌은 길어야 1,2주일이라 했지만 그보다 길어지지 않을 거란 보장도 없었다. 이래선 매일매일이 불안해 토니는 자신이 먼저 병에 걸려버릴 것만 같았다. 나타샤도 제 얼굴이 퀭하다고 했으니. 역시 수면 부족은 건강의 적이네, 생각했지만 이제껏 존재해온 만성 수면장애가 딱히 피터 탓은 아니었기 때문에 이내 전혀 상관없는 이유를 댈 정도로 제대로 된 사고도 못하는 걸 보니 피곤하긴 하구나 느꼈다. 기기를 끄고 토니는 잠자리에 들려 했다. 다만, 폭신한 이불 안으로 들어서기 무섭게 목이 타는 갈증이 났고 잠잠해져야 할 심장박동이 더해져 1분 만에 다시 일어나지 않곤 배길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뭐가 이리 불안한 건지. 환각처럼 느껴지는 통증을 해결하기 위해 왼손을 세게 쥐었다 펴며 결국 그는 다시 침대 밖으로 나왔다. 



특별한 볼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토니는 그냥 시간을 때울 겸 복도로 나섰다. 잠깐 걷다 보면 다시 피곤이 들어 자고 싶어지겠지. 12시가 한참 넘은 시간, 본부는 참으로 조용했다. 원래라면 이 시간엔 비전이 여기저기 벽을 통과하며 유령처럼 본부를 떠돌았는데 지금은 완다와 둘이 깜짝 여행을 떠나 부재중이었다. 그러고 보니 두 사람은 어째 연락 한 통이 없어? 올 때 선물을 사오겠다고 가더니 1주일이 넘는 휴가 중, 연락이라곤 없었다. 이제야 그 둘을 떠올린 것도 문제가 있었지만 한동안 피터의 일, 그리고 불법 무기 건으로 시끄러웠으니 어쩔 수 없었다. 다른 건 몰라도 그들이 여행에서 돌아온다면 토니는 꼭 스티브가 피터에게 맞아 힘없이 날아가는 영상을 보여주리라 생각했다. 그러자 파도처럼 스티브의 말이 함께 밀려왔다.


'결국 자신은 팀 아이언맨이라더군. 그 말이 무슨 의미라고 생각하는가?'


무슨 의미라고 생각하냐니. 말 그대로지 않은가. 실제로 당시 피터는 팀 아이언맨의 편에 섰으니까. 하지만 평화를 사랑하는 그 아이가 구태여 그 이야기를 꺼냈다는 부분은 좀 놀란 것도 사실이었다. 안 봐도 그 뒤로 다들 사이 좋은 게 최고니 뭐네 하는 어린아이 다운 말을 덧붙였겠지만, 스티브의 차였다는 발언은 즉 꼬맹이가 캡틴 아메리카가 아니라 자신을 선택했다는 걸 의미했다. 역시 시간과 노력을 들인 보람이 있군? 처음 느껴보는 표현하기 어려운 풍선 같은 감정이 부풀었고 토니는 그것이 보람의 일종이란 걸 깨닫는 순간 맙소사를 외쳤다. 결국 귀찮니 뭐니 해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기 거미를 키우는 일이 어느 순간 꽤나 보람차고 뿌듯한 일이 되어버렸단 것이다. 아마 이 이야기를 한다면 페퍼는 믿을 수 없다는 질린 표정을 지을지도 모르지만 곰곰이 생각해봐도 다는 아닐지언정 일정 부분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토니는 걸음을 멈추었을 때, 그 사실을 100프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지금 피터의 방 앞에 서있었다. 오, 제길. 이 새벽에 내가 지금 꼬맹이 방에 온 거야? 음, 그래. 그럴 수 있지, 상태 확인을 위한 거니까. 누구에게 하는지도 모를 핑계를 대며 그는 조심스럽게 피터의 방문을 열었다. 


쏴아아아. 적막한 새벽과는 어울리지 않는 시원한 물줄기 소리가 토니를 맞이했다. 침대는 비어있었지만 손을 올려보니 이불의 온기는 여전히 따끈따끈했다. 얘는 무슨 샤워를 이런 시간에 해? 그러나 샤워실 전등조차 꺼져있는 데에 이질감이 들었다. 불도 안 켜놓고 샤워를 한다고? 고개를 살짝 넣어보니 샤워실의 문이 활짝 열린 채였고 물줄기는 일정한 리듬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꼬마야, 안에 있어?"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그는 스위치를 올려 샤워실 불을 켰다. 갑자기 밝아진 시야엔 쏟아지는 물줄기 아래에 손으로 바닥을 짚고 앉은 피터가 비쳤다. 옷을 다 입은 채 멍하니 퍼질러 앉아 있는 모습이 이상해서 다급히 안으로 뛰어들어 그의 어깨를 잡아챘다. 차가운 물이 토니의 손끝에 닿았고 다시금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대체 뭐 하는 거야?"
"...스타크씨?"



피터는 감았던 눈을 뜨며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려 노력했다. 파르르 경련하는 눈꺼풀이 안쓰러울 정도로 부어있었다. 토니는 찬물이 나오는 샤워기를 잠그고 찬장의 수건을 빠르게 꺼내들었다.


"죄송해요..그...너무, 더워서.."



헥헥 숨을 내쉬면서 피터는 잠긴 목소리를 늘어트렸다. 뭐? 토니는 수건을 팔에 걸친 채 그의 이마 위로 손바닥을 올렸다. 찬물이 닿아 일시적으로 차가워진 이마가 순식간에 제 열기를 뿜어냈다. 열에 취해 붉어진 얼굴과 몸은 닿는 곳마다 뜨거웠다. 


"그렇다고 찬물을 뒤집어쓰면 어떻게 해?"
"죄송해요..."



가만히 앉아있는 것도 버거운지 피터의 몸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지금은 혼낼 때가 아니었다. 토니는 큰 수건으로 그를 감싼 후 조심히 일으켜 방안으로 넘어왔다. 그사이 벌써 아이의 몸이 벌벌 떨리기 시작했다. 열이 펄펄 끓어도 예민한 피부는 금세 얼음장같은 온도에 반응했다. 


"일단 빨리 옷부터 갈아입어."



토니의 재촉에 느릿하게 대답한 피터가-그 와중에 보지 말라 신신당부했다. 그럴 정신은 있냐며 토니는 이를 악물었다.- 낑낑 거리며 꺼내준 다른 여벌의 잠옷을 걸치고 토니에게로 느리게 기어 왔다. 앉아. 숨을 쉴 때 어깨가 같이 들썩이는 걸 보니 여간 힘든 게 아닌 모양이었다. 토니는 자신의 앞으로 피터를 앉힌 후 마른 수건으로 그의 머리카락을 꾹꾹 눌러 물기를 제거한 후 드라이기를 꺼내들었다. 털이 부드러운 담요를 던져주니 알아서 몸을 둥글게 감싸는 것은 마음에 들었다.


"제가 할게요..."
"시끄러워."


드라이기 잡을 힘도 없어 보이는 놈이 무슨. 위이이잉. 뜨거운 바람이 축축한 다갈색 머리카락을 흩트려놓았다. 너무 뜨겁지 않게 머리칼 사이로 손가락을 넣어 털어주며 제법 능숙하게 피터의 머러를 말려갔다.



"옛날에 삼촌이 이렇게 자주 해줬어요."


드라이기 소음 탓에 아이가 웅얼거리는 소리만 들린 토니는 큰 목소리로 되물었다. 뭐라고? 그러나 피터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허리를 숙여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니 잠이 살살 쏟아지는지 두 눈을 꼭 감고 얌전히 앉아있었다. 양손에 드라이기를 바꿔가며 말리다 보니 머리가 기분 좋게 복슬거리기 시작했다. 



"스타크씨이.., 감사해요..."
"알면 됐어."



몽롱한 말꼬리가 계속해서 늘어졌다. 참나, 이런데 어린애가 아니라고? 토니는 늘 항변하는 피터의 말을 떠올리며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어버렸다. 


"제가 또 귀찮게 해드렸죠..."


그는 어떤 표정을 지으며 제게 말하는 걸까. 어떻냐고 묻는다면 결코 아이가 귀찮거나 뒷전이었던 적은 없었다. 가끔 속을 썩이니 쓴소리를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피터가 그리 느꼈을지는 몰라도, 정말로 토니는 진심으로 그가 귀찮았던 적은 없다. 그저 전부 솔직하지 못했던 탓이다. 토니는 드라이기의 바람세기를 한 칸 낮추며 크흠 헛기침을 했다.


"아니, 뭐 조금 힘을 쓰곤 있지만 별로 나한텐 아무것도 아닌 수준이고."


자동으로 스티브의 목소리가 재생되는 것 같았다. 솔직하지 못하군, 토니. 알겠다고. 브루스까지 더해졌다. 역시 사과하는 게 좋아 보여, 토니. 알겠다니까?? 피터에게 나중에 확인할 테니까. 여러 명의 목소리로 머릿속이 너무 시끄러운 토니는 눈을 질끈 감고 떨어지지 않는 입술을 억지로 떼어내려 노력했다.


"꼬맹아, 그..저번에 내가 했던 말 말인데."


툭. 가슴팍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온기에 놀라 토니가 눈을 반짝 떴다. 피터가 머리를 말리다 말고 잠에 빠져버려 중심을 잡지 못한채 뒤로 훽 넘어온 것이었다. 이제 드라이기는 애꿎은 공중에 따뜻한 바람을 쏘고 있었다.



"..참, 타이밍도 나쁘네."


토니는 드라이기를 끄고 피터의 볼에 손등을 댔다. 금세 아이의 높은 체온이 전해졌다. 정말 약이 안드는 건가 보네. 간간이 끙끙 앓는 소리를 내는 그를 깨지 않게 들어 올렸다.



"뭐야, 살 더 빠진 거 아냐?"


그나저나 나도 아직 괜찮네. 무사히 그를 들어올린 토니는 푹신한 침대 안으로 피터를 넣어주었다. 목 끝까지 이불을 올려주자 감촉이 시원한지 아이가 이불에 볼을 부볐다. 프라이데이, 소등. 토니가 속삭이자 방의 불이 모두 꺼졌다. 그러고도 토니는 한참은 침대 맡에 서서 있었다. 



"...손 가는 녀석."


마지막으로 이불 위로 어설프게 가슴팍을 두어 번 토닥인 토니는 그의 방을 벗어나며 생각했다. 아, 잠이 오네.



.



이틀째, 피터는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잘 먹고 말고를 고사하고 침대에서 내려온 것도 손에 꼽힐 정도로 정말 누워만 있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구치는 열이 떨어질 생각을 않았고 가끔 잠에서 깨어나 물을 마시거나 브루스에게 붙들려 억지로 한 숟가락을 삼키는 정도였다. 막상 아침의 시끄러운 인사가 없으니 나타샤는 어딘가 허전하다 말했다. 피터는 늘 본부에서 다른 멤버를 마주칠 때면 반갑게 팔로 큰 반원을 그리며 흔들어주었는데 그 행동이 꽤 활기를 주곤 했다. 토니는 지도에 표시된 GPS를 확인하며 아쉬워하는 나타샤에게 조만간 듣기 싫어도 시끄러워질 테니 좀 참으라 했다. 나타샤의 눈엔 아무렇지 않게 그러는 토니가 정작 가장 허전해 보였다.


"차라리 잘 됐지. 따라나선다고 하는 것보다 나아."


방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앓고 있는 피터가 달라붙을 일이 없다는 것이 걱정됨과 동시에 안심이 되었다. 어른들이 밖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든 아이는 해피의 정성스러운 보살핌 아래 푹 쉬기만 하면 될 일이었다. 정녕 큰 임무를 받은 해피는 어벤저스가 떠날 때까지 굉장히 불행하고 어두운 얼굴이었다.


"어째 세상 불행을 다 떠안은 얼굴인걸? 그야말로 언해피인데?"
"직장 상사가 자꾸 괴롭혀서 말이죠, 진탕 마셨다고요."
"누군지 몰라도 그것참 악랄한 상사인가 보네."


숙취에 시달리는 해피의 불만에 아랑곳하지 않고 심드렁히 답한 토니는 피터를 잘 보고 있으라 당부했다. 거부권은 없나요? 월급을 잃고 싶지 않다면 없어. 다녀오세요. 




어떻게 이런 장소를 찾아낼 수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로 인적이 없고 풀이 관리되지 못한 하수도 아래로, 정확한 시간에 맞춰 큰 상자를 든 운반처 사람들과 언뜻 봐도 불량해 보이는 남자 둘이 모습을 드러냈다. 일단 저 상자 안에 든 물건이 우리가 찾는 게 맞는지 확인해야 해. 스티브가 말했다. 곧 남자들은 주변을 살피더니 상자를 건네받고 못이 박힌 뚜껑을 제거했다. 다소 거친 행동을 보고 업체의 한 명이 조심히 다루라 소리쳤다. 


"거봐, 저 녀석들 내용물 다 안다니까?"


토니는 확연히 티가 나게 물러선 업체의 사람들을 가리켰다. 남자들은 못을 제거하고 상자의 뚜껑을 들어 올렸고 그 안에서 보랏빛이 영롱하게 뿜어져 나오는 것을 확인함과 동시에 토니의 붉은 수트가 그들의 앞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어허, 손대지 마. 우리랑 볼 일있는 물건이니 가져 가도록 하지."
"아이언맨??"


철컥. 그 뒤로 총과 화살을 겨눈 나타샤와 클린트, 공중으로 날아오른 샘이 주위를 둘러쌌다. 볼품없이 바닥을 뒹굴던 나무 뚜껑이 우지직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 스티브가 나뭇조각을 차내며 자리를 잡곤 방패를 들어 올렸다. 모여있는 어벤저스의 모습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그들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캡틴 아메리카까지. 제길! 정보가 새어 나갔나?"
"그걸 이제 눈치채다니 대단하네."


저, 나는 어쩌지? 브루스가 초조한 눈동자로 물었다. 헐크는 대기하도록 해, 토니는 물러서있으라 손짓했다. 남자들은 이대로 잡힐 수 없다며 괴성을 지르며 상자 속 무기를 집어 들었고 기능도 모르는 주제에 그 무기들은 무차별로 발사하기 시작했다. 얼핏 보면 작은 총으로 보이는 물건에서 커다란 소리와 함께 밝은 광선이 여러 갈래로 쏘아져 나왔고 그 반동으로 무기를 잡은 A도 튕겨져나갔다. 쾅-! 광선이 빗맞은 나무 여러 개가 힘없이 쓰려져 길의 일부를 막았다. 



"와우, 이건 유람선을 갈라버릴만하네."


몸을 피하며 클린트가 눈썹을 씰룩거렸고 이내 남은 무기를 잡아들려는 B를 향해 화살을 날려 저지했다. 클린트, 조심히 다뤄. 저래 보여도 굉장한 폭발력을 가진 폭ㅌ..토니의 말이 끝나기도 전, 무기가 담긴 상자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엄...난 아무 짓도 안 했다?"
"피해!"


쾅, 콰광-. 사방으로 파편이 튀며 폭발이 일었다. 검은 연기가 주위를 에워샀다. 프라이데이, 아무도 도망가게 두면 안 돼. 위치는? [뒤입니다, sir.] 프라이데이의 목소리와 보랏빛 광선의 소음이 겹쳐졌다. 토니가 뒤로 돌아 리퍼설빔을 쏘았지만 무기의 광선이 수트에 맞아 힘없이 바닥으로 처박혔다. 



[다수의 타박상 감지되었습니다.]
"그래..늘 말하지만 나도 느꼈어."


자세를 고쳐잡을 틈 없이 에너지가 발사되었다. 총알이라면 차라리 맞춰서 떨어트릴 텐데, 사방으로 퍼지는 광선은 제압이 쉽지 않았다. 툭. 연기 속에서 무언가 바닥으로 굴러와 부딪혔다. 뭐지? 토니는 일전에 스티브 일행이 가져온 돌멩이와 비슷하게 생긴 작은 물체가 깜빡이는 것을 발견했다. 속도가 점점 빨라지더니 눈이 부신 빛을 냈다. 제길, 성가시군. 이어 동시다발적은 작은 폭발이 땅을 흔들었다. 



"다들 무사해?"
'연기 때문에 방해돼.'
'위에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이래선 아군을 공격하는 꼴이군.'


샘은 바람을 일으켜 연기를 날리려 애썼다. 한 명도 놓치면 안 돼. 이쪽은 맡겨둬. 조금씩 시야가 트이기 시작했다. 방금 전 두 번째 폭발에 멍청하게 휘말린 건지 무기를 든 A가 다리를 절뚝이며 꽥 소리를 지르는 게 보였다. 토니는 오른팔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나 빔을 쏘진 않았다. 그의 뒤로 들여진 그림자의 주인을 토니는 잘 알고 있었다.  


"다 죽어!!! 다 ㅈ.."


A는 연기 속에서 말을 잃었다. 머리를 뒤덮는 거대한 검은 그림자를 보고 기겁하며 들고 있는 총을 발사했지만 빗나간 건지 그림자는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매캐한 연기가 조금씩 걷히며 그림자의 험악한 초록 얼굴이 드러났다.


"혼쭐 내줘, 브루스."
"나 배너 아니다!"


헐크는 더 이상 총이 발사되지 않는 건지 방아쇠를 처절하게 당기는 남자의 손에서 무기를 뺏어 반동강을 내버렸다. 간지럽다. 안 아프다! 그르렁 소리를 내며 포효하자 A는 그곳의 공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달렸다. 간신히 가지고 있던 동그란 폭탄을 하나를 더 던졌고 폭발과 함께 헐크가 뒤로 넘어졌다. 그러나 그는 아이언맨 수트에 의해 길이 막혔다. 어허, 여기서부턴 날아오는 방패에 주의하도록. 토니가 여유롭게 경고했고 동시에 매끄럽게 날아온 스티브의 방패가 A의 가슴에 명중했다. 괴로운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엎어진 그의 눈엔 자신을 내려다보는 내노라하는 히어로들의 얼굴이 보였고 그는 두손을 들어 항복을 고했다. 


"이쪽도 해결됐어."


나타샤가 이미 두 손을 속박한 B의 등에 앉은 채 입술을 말아올렸다. 그의 얼굴은 이미 엉망진창으로 터져있었다. 상대를 보고 덤볐어야지. 클린트가 꽤나 아프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를 동정했다. 


"자, 그럼 이제 이야기를 좀 나눠볼까?" 


공급처에 대해 아는 것이 있냐 추궁하려던 토니의 수트 화면이 삐- 소리와 함께 빨간 불이 깜빡이기 시작했다. 왜 그러나, 토니?  


[긴급 알람입니다, sir.]
"프라이데이?"



[피터 파커군이 본부를 벗어났습니다.]


".....뭐?"





-일마치고 작업한다고 조금 늦어졌네요 ㅜㅜ 늘 기다려주시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액션의 허접함은 너그러운 아량으로 봐주세요^^ 쓰기도 민망했지만 일단 장면상 필요해서 ㅜ

머릿속엔 분명 화려한 액션이었는데 말이죠ㅎㅎ...허접함을 슬쩍 분량으로 채우려고 했는데 좀 늘었나몰라요

-오타지적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1주일에 한편은 쓰도록 노력중입니다. 다음화에서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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