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강도민 선생님 글의 외전 입니다. 강도민 선생님은 현재 수정중이라 게시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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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민 선생님 외전 : 은우의 첫 수업







" 윤은우 선생님. "

" 아, 예. 선생님. "

" 잠깐 저 좀 보시죠. "




네, 알겠습니다. 영어과 교생선생님에게 눈짓으로 인사를 한 은우는 교무실 가장 구석. 칸막이로 만들어진 교생실, 제 자리에서 조심스럽게 일어나 국어연구실로 향했다. 안 그래도 교무실에 앉아있기 힘들었는데, 나갈 수 있어서 마음은 편했지만. 도민이 자신을 왜 불렀는지 감이 잘 오지 않았다.



" 선생님. "

" 앉아. "



은우가 들어와 자리에 앉자 도민은 표를 하나 건네주었다. 이게 뭐냐는 표정을 짓던 은우는 천천히 표를 확인하다 안색이 급격히 안 좋아졌다.



" 저 벌써, 수업 해요? "

" 어. "

" 아직... 세 번째 날인데.. "

" 이럴 때 아니면 언제 해본다고. 수업은 많이 해보고 가야 늘어. 이게, 기회를 줘도 걷어차네? 하기 싫으면 하지 마. "

" 아니, 아니에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



학교에 온 지 겨우 삼일이 지났다. 보통 일주일은 참관하며 적응한다고 들었는데, 도민이 가져온 표를 보니 당장 이번 주에도 수업이 있었고, 다음 주부터는 더 빼곡했다. 도민이 들어가는 모든 학년의 수업으로 가득 들어간 것 같았다. 3학년은 예민한 시기여서 도민의 반 수업만 들어가 있었지만, 1, 2학년은 모든 반에서 수업 할 수 있게 빼준 것 같았다.

확실히 처음 수업을 하는 은우에게는 벅찬 시간표였다.



" 수업안은 내일까지 짜와. 그래야 모레 수업 들어가지. "



당장 내일모레가 수업이라는 생각에 은우의 머리는 하얗게 물들었다. 아이들 앞에서 수업을 잘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되었지만, 무엇보다 도민이 지켜보고 있다는 게 너무나 큰 부담이었다.

게다가 아직 수업안 짜는데 익숙하지 않았던 은우는 착잡했다. 학교에서 배우고 왔고, 모의수업도 자주 했었다. 그래도 수업은 늘 어렵고, 힘든 일이었다. 은우의 낯빛이 어두워지자, 도민은 무심히 물었다. 뭐가, 문제야.


" 아니에요. 그냥... 수업안 뭐로 짤 지 고민이 돼서요 "


별것도 아닌 거로 고민한다며 타박을 한 도민은 은우에게 오늘 참관 일정에 대해 설명한 후, 종례 시간 전달 사항까지 체크해서 넘겨주었다. 그때까지도 은우는 수업 걱정에 도민의 말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 야. "

" 네? 네... 선생님. "

" 전달 사항 다시 말해봐. "

" 아, 그게... 교내 단속기간이고... 또.. "



은우가 정신이 팔려 말을 제대로 듣고 있지 않다는 걸 눈치챈 도민은 한껏 굳은 목소리로 정신을 차리지 않는다고 타박했다. 오랜만에 보는 도민의 화난 모습에 은우가 죄송하다며 잘못을 빌자. 제 감정을 가라앉힌 도민은 천천히 말을 이었다.


" 수업 때문에, 다른 일은 아예 안 할 거야? "

" 아니요.. "

" 그렇게 하고 싶으면 말 해. 다 빼줄 테니까. "



아니예요, 선생님. 죄송해요. 안 그럴게요. 은우가 희게 질려 도민에게 잘못을 빌었다. 졸업하고서는 큰 일이 아니고서야 거의 도민이 은우를 터치하지 않았기에, 이런 상황이 꽤 오랜만인 은우는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도민이 지도교사기 때문에, 혼 날 각오는 어렴풋이 해왔지만, 막상 오랜만에 혼나는 분위기는 생각보다 더 두려웠다.

도민은 제 말 한마디에 곧 울 것 같은 얼굴을 하는 은우를 보며 예나 지금이나 애는 애라며 한숨을 쉬었다. 의자 더 가까이 끌고 와. 도민의 한숨에 어깨를 움츠리며 긴장하고 있던 은우는 의자를 조심스럽게 끌어 책상 쪽으로 바짝 자리를 옮겼다.



" 일학년 국어는 지금 문학 작품 들어갔어. 교과서를 보던, 시험에 자주 출제 되는 작품 하나 고르던 알아서 수업안 짜오고. 다음 주 이학년 문법은 이거 참고해서 짜와. "



도민이 직접 교과서를 펴주며, 어디까지 진도를 나갔는 지 상세히 설명해주었다. 다른 교생이었으면 알려주지도 않았을 거라는 잔소리도 덤으로 남겨주었지만, 은우는 감사하다며 인사를 했다. 별것도 아닌 거로 감사한다, 너도. 무심한 말이었지만, 도민도 싫지 않은 듯했다.



" 오늘 수업 들어가는 반들이 수업할 때 들어갈 반들이니까. 진도 잘 파악하면서 참관해. 가자, 종 친다. "

" 네, 선생님 "



수업이 시작하는 종이 울리고, 은우는 도민의 수업을 참관하기 위해 뒷문으로 들어갔다. 일학년이라 그런 건지, 그래서 아이들은 잔뜩 긴장해 있었다. 학교 다닐 때도 느꼈지만. 도민의 수업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작품 속 구절에 대한 핵심 내용을 기억에 남게 설명해준다. 다른 사람처럼 책을 직접 읽어주지는 않지만, 늘 도민의 수업은 머릿속에 오래 기억이 남았었다. 물론, 쪽지 시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더 열심히 공부한 것도 이유라면 이유였지만. 그것 또한 도민의 능력이라고 생각했다. 시선을 집중시키는 일, 생각보다 어려웠다.



" 다음 시간에 쪽지 시험 본다. 복습해 와. "



역시나 모든 작품의 진도가 모두 끝나자, 쪽지 시험에 대해 언급했고 뒤에서 느껴지는 아이들의 소리 없는 절규에 은우는 엷게 웃었다. 마치, 예전의 자신의 반 아이들의 반응과 같아서.



" 뭐가 그렇게 재밌어? "



수업이 끝나고 교실을 나온 은우가 갑작스러운 도민의 물음에 살짝 당황했다. 그걸 보셨구나.



" 꼭, 예전 생각 나서요. "

" 무슨 생각. "

" 선생님이 쪽지 시험 본다고 말하면, 애들 반응이 저랬거든요. 선생님 나가면 매일 욕했... 아니, 다들 싫어했었어요. "



은우가 도민을 바라보며 이야기하다 추억에 빠져, 필터링 하나 없이 나온 말에 급하게 말을 바꿨다. 도민이 싱겁다며 웃더니 성큼성큼 복도를 걸었고, 은우는 조금 빠르게 뒤를 쫓아갔다.



그리고, 그날.

도민이 복도에서 웃었다는 소문이 또 한 번 학교에 삽시간에 퍼졌다. 교생 선생님은 강도민을 웃게 만드는 유일한 열쇠라는 소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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