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비행기는 곧 인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다시 돌아왔다, 그렇게 떠나기 싫어했던 한국으로.

 

 

 

 

 

MISFIT

 

 

 

 

"도대체 이번이 몇번째야, 언제까지 나 쪽팔리게 할래?"

"..."

"진짜 어디서 이상한 놈들이랑 친구랍시고 사귀고 다녀가지고..."

"..죄송해요."

"죄송한건 알긴 아니? 너 이게 몇번째인줄 알아? 이번에 가는 학교에서도 또 이러면 너 그땐 진짜-"

"이번에 가는 학교요?"

 

 

 

엄마는 자신의 말을 끊는것을 무척이나 싫어하는 사람이다. 나 또한 그걸 알았지만, 엄마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알면서도 엄마의 말을 끊고 물어볼 수 밖에 없었다. 이미 화가 날대로 나있는 엄마의 표정은 내가 말을 끊는다고 해서 드라마틱하게 나빠지지는 않았다. 나는 엄마가 마저 말하기를 기다렸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래 전학. 그럼 그 사고를 치고도 네가 계속 그 학교에 다닐줄 알았니?"

"하지만 엄마, 아시잖아요, 제가 마약을 한것도 아니고."

"강여주."

"..."

"너 서울 한복판에 있는 학교에서 언제까지 엄마 얼굴에 먹칠하고 다닐거니? 전학 가기 싫으면 미국 가. 거기서 니가 좋아하는 남자애들하고 마약을 하든 술을 마시든 니 마음대로해."

"....."

"너 전학 보내주는것도 이번이 마지막이야. 거기서도 사고치면 두번은 없을줄알아. "

 

 

 

한국물산 회장 강윤주. 엄마는 다시 본인의 이름이 박힌 명패가 자리한 자신의 책상 뒤로 사라졌다. 나는 바닥만 바라보다 엄마의 사무실을 나왔다. 문이 닫힐때까지 내게 들려오는 말은 없었다. 밖에서 기다리던 서비서는 이미 엄마를 통해 이야기를 다 들언 것인지, 태연하게 내가 전학갈 학교의 팜플랫을 내게 쥐어주었다. 나는 그 팜플렛을 받자마자 손에서 구겨버렸다.

 

 

 

서비서는 그런 내 행동에 별다른 제스쳐를 취하지 않았다. 저 아저씨가 이런 망나니같은 고등학생을 뒤치다꺼리나 하려고 미국에서 명문 대학을 나온건 아닐텐데.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지만 어차피 그의 고용주는 엄마이니 신경을 쓰지 않기로 했다. 돈도 엄마가 줄테고, 무언가 지시를 하는것도 엄마니까. 나는 무음으로 바꿔놓은 핸드폰을 집어들고 익숙한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세번 울리기도 전에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

 

 

 

-"어 끝났냐?"

"엉."

-"넌 안맞았지?"

"우리엄마 나 때리는 타입은 아닌거 알잖아."

-"우리 미친 영감탱 힘도 좋아."

"또 맞았어?"

-"월요일에 봐봐, 아주그냥 얼굴이 알록달록 해."

"재현아."

-"난 니가 그렇게 부르면 뭔가 기분이 쎄하더라."

 

 

 

정재현이 장난을 치며 전화를 받았다. 정재현은 아무리 사고를 쳐도 전학같은거 안가겠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쟤네 집은 쟤가 뭘 해도 감싸주니까. 물론 쟤네 할아버지가 정재현을 좀 흠씬 두들겨패곤 해서 그렇지. 어쨌든 나는 이 참담한 결과를 정재현에게 말해주어야만 했다. 걔네 집안과 우리엄마는 다르다. 걔네 집안에서 걔는 뭘 해도 보호받는 하나뿐인 외동아들이지만, 우리 엄마에게 있어서 나는 죽어버린 남편의 흔적이자 사고만 치는 꼴보기 싫은 자식이니까.

 

 

 

"나 전학가."

-"어 그렇겠...뭐? 전학?"

"어. 전학. "

-"아니 왜? 우리는 마약 혐의 없음으로 나왔잖아. 그냥 그 자리에 있기만 했지 우리가 뭐 주사를 맞았어 뭘했어."

"엄마가."

-"....응"

"더이상 서울에서 본인 쪽팔리게좀 하지말래."

 

 

 

수화기 너머 정재현이 한동안 말이 없는가 싶더니 이내 키득키득 웃었다. 나도 정재현도 이런 일에 위로해줄 위인은 못됐다. 우리는 첫 단추부터가 다른애들과는 달랐다. 나는 정재현이 웃음을 멈출때까지 기다렸다. 그 애는 곧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나를 약올렸다.

 

 

-"진짜 너희 어머니는 종잡을 수 없다. 이야 강여주, 되로 주려다 말로 받았네?"

"어 좆됐어, 나보고 어디 가라는지 알아?"

-"뭐 , 거기 상망시에 있는 그 꼴통 학교라도 가래?"

".....씨발."

-"ㅋㅋㅋ 와 미쳤다, 진짜? 진심?"

"놀랍게도 YES"

-"너네 강여사님 대단하시다."

"면회 와라 정재현."

-"오냐, 오빠가 이 잘생긴 얼굴 다 나으면 바이크 끌고 바로 간다."

"지랄. 니 바이크 개쪽팔려. 걍 윤기사가 태워주는 차 타고와 제발, 정재현."

 

 

 

 

정재현이 말한 꼴통학교 그것은 상망시에 있는 상망고등학교를 말했다. 서울과 딱 붙어 애매한 거리에 있는 상망고가 처음부터 꼴통 학교로 불린것은 아니다. 아니 사실 지금도 거기를 꼴통학교라고 부르는건 우리학교, 그러니까 내가 지금 다니는 서울의 '시티고' 애들 뿐일거다. 그도 그럴것이 전국에서 돈, 명예 , 권력 을 가진 집안의 자제들이 가는 시티고와 달리 상망고는 그런 집안의 치부들을 숨기는데 아주 적합한 학교였으니까.

 

 

오죽 하면 시티고 애들사이에선 농담으로 "쟤네 사업 이번에 망하면 쟤 상망고 가겠는데" 가 나올 정도니 , 말 다했지 뭐.

 

 

 

 

어쩌면 엄마는 나를 상망고에 넣기로 예전부터 마음을 먹은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고작 주말 이틀 사이에 이렇게 내 전학 수속이 빠르게 될 리가 없었다. 물론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이라 하더라도, 어? 행정처리가 있을텐데 이렇게 빨라도 된다고? 이건 엄마의 계략이 틀림없다. 나를 한국에서 치워버리려는 계략.

 

 

 

 

당분간 무슨 사고를 칠 지 모르니 집에서 통학을 하라는 엄마의 말에, 등교 시간만 한시간 앞당겨졌다. 어차피 차 뒷자석에 타고 가면 되니까 내가 할 일은 없지만, 오늘도 미국에서 명문대까지 나와서는 내 등교 기사 노릇이나 하는 서비서가 퍽 안쓰러웠다. 물론 오늘도 내 알바는 아니지만. 칙칙한 회색의 상망고 교복을 입고 나는 차 뒷자리에서 정재현에게 카톡을 보냈다.

 

 

 

[야 시티고 애들한테 ]

[나 상망고 간거]

[말하지마 진짜]

[걍 나 죽었다그래]

 

 

 

시간이 시간인지라 정재현은 아직 카톡을 읽지 않았다. 태어나서 줄곧 살았던 서울을 벗어나 다른학교로 간다고 하니 조금 기분이 이상했다. 엄마는 도대체 무슨 생각일까. 그들 사이에서도 개꼴통 상망고는 유명할텐데, 엄마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나를 그 꼴통학교에 집어넣은걸까. 그래 뭐 무슨 이유겠어, 어떻게든 나를 미국으로 보내려는 발돋움 판이겠지.

 

 

상망고로 가는 차 안에서 나는 눈을 감으며 생각했다. 무슨일이 있어도 엄마가 원하는 대로 살진 않을 것이라고. 절대 무슨일이 있어도 미국은 안갈거다. 정말로. 엄마가 원하는 대로 살진 않을거다. 엄마는 나를 볼때마다 아빠가 떠오른다고 했다. 그래서 나를 보기 싫어하는게 분명했다. 내가 아빠를 닮아서. 아직도 인터넷에 한국물산 강윤주 남편을 치면, 엄마와 아빠의 그 좆같은 러브스토리가 일순위로 나온다. 이미 다 뒤져버린 그 지루한 러브스토리가.

 

 

 

 

 

 

한숨 푹 자고 일어나니 상망고에 도착했다. 허접하기 그지없는 학교를 보며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서비서를 따라 학교 안으로 들어가니 더 가관이었다. 요즘에도 이런 교실이 있나 싶은 기름먹은 나무로된 마룻 바닥과, 보기만 해도 음울해보이는 애매한 회색과 흰색으로 반반 나뉘어저 칠해진 벽, 그리고 어디선가 나는 퀘퀘한 냄새들. 모든게 끔찍했다.

 

 

 

"하, 씨발.."

 

 

 

욕을 내뱉자 앞서가던 서비서가 나를 돌아보았다. 나는 그를 한번 보곤 교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값비싼 디퓨저의 향기를 기대한 내가 물론 바보였긴 한데, 믹스커피와 레이저프린트의 인쇄물 냄새가 섞여 풍겨오는 교무실에 들어가니 그냥 딱 죽고싶었다. 진짜 시궁창같아. 솔직히 나니까 참았지 정재현이면 벌써 경기를 일으켰을지도 모른다.

 

 

 

 

"어떻게 오셨어요?"

"오늘 전학온 강여주 보호자입니다."

"아, 2학년? 이쪽으로 오세요. 한선생! "

 

 

 

머리가 벗겨진 남자가 누군가를 불렀다. 아마도 내 담임일 선생님이 우리쪽으로 걸어왔다. 서글서글한 미소를 가진 사람이었다. 담임이 먼저 내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 네가 여주구나?"

"아 ,예.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오느라 많이 피곤하지? 교과서는 반장 시켜서 다 반에 가져다 놨으니까, 조금 이따가 선생님이랑 같이 올라가자."

"네..."

 

 

내가 무슨 이유로 전학을 온건지 알까? 모를까? 어쨌든 첫 만남의 선생님은 꽤나 호의적이었다. 서비서와 몇마디 나눈 담임선생님은 얼마 지나지 않아 나를 데리고 교실로 올라갔다. 요상한 무늬를 가진 계단이 신경쓰였다. 선생님이 교실 앞에 들어가기 전에 멈춰서 내게 말했다.

 

 

"여주야 상망고에서는-"

"사고안쳐요. 저도 졸업은 할거에요."

 

 

담임이 무슨말을 할지 뻔히 알아서 내가 먼저 말을 가로챘다. 아는구나, 내가 왜 전학온지. 어쨌든 썩 좋은 이유는 아닐거다. 내 말에 담임은 잠시 나를 바라보다 미소를 지으며 교실로 들어가자고 말했다. 그녀가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좀전까진 소란스러웠을 교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얘들아, 전학생이 왔어, 학기 중반에 왔지만 그래도 잘 지내보자? 여주야, 애들한테 인사할까?"

"안녕, 난 강여주야. 서울에서 왔어. 대충 잘 지내자."

 

 

성의 없는 얼굴을 하고 대충 손을 흔들었다. 아무도 반응을 안하자 담임이 억지로 박수를 이끌어냈다. 그녀는 내게 빈 자리에 가서 앉으라고 말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교실에 빈 자리가 많았다. 뭐야, 어디 앉으라는거야? 나는 담임을 한번 바라보곤 비어있는 자리 중 제일 뒷 자리에 가서 앉았다. 거기만 책상이 하나 놓여진걸 보면 아마도 내 자리일것 같았으니까.

 

 

 

 

[ㅋㅋㅋ]

[학교는?]

[어때]

 

 

정재현에게 카톡이 왔다. 답장을 하려고 했는데 종이 울렸다. 종소리마저 시티고와 달라서 느낌이 이상했다. 시간표를 보려고 고개를 돌렸는데 누군가 내쪽으로 걸어왔다.

 

 

 

"안녕?"

"...어, 안녕"

"난 김정우야, 우리반 반장이고."

"어. 그래."

"월요일 1,2교시 미술이야. 미술실 가야해."

"아, 그래."

 

 

 

월요일 아침부터 미술수업이라니, 뭐 이런 시간표가 다있담. 나는 김정우란 애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 주의 시작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림그리는건 좋았지만 미술 수업은 싫었다.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였던 아빠와, 어째서인지 학부에서 패션디자인을 했던 엄마는 CC로 만났었다. 그래서 그런지 엄마와 선생들은 늘 내 그림에 관심이 많았다. 난 그림을 그리는게 좋았지만 관심을 받는게 역겨웠다.

 

 

 

 

"근데 뭐 챙겨갈건 없어?"

"재료는 어지간하면 다 미술실에 있어서."

 

 

 

개인 캔버스도 안필요한가. 나는 불현듯 시티고 미술실에 내가 그리다 만 유화를 놓고온게 떠올랐다. 이따 정재현한테 연락해서 그것좀 챙겨두라고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미술실은 건물 1층 왼쪽 끝에 있었다. 김정우는 미술실로 가면서 음악실은 어디에 있고, 강당은 어디에 있는지 따위의 것들을 내게 말해주었다. 어차피 말해줘도 잘 모르는데.

 

 

"어... 이게 미술실?"

"응, 오늘은 내 옆에 앉을래? 원래는 친한 사람들끼리 앉긴 하는데.."

"와... "

 

 

미술실은 굉장히 지저분했고, 누군가의 것인지 모를 잡다한 그림들이 잔뜩 쌓여있었다. 개인 이젤 같은것도 없이 그냥 커다란 책상에 앉아서 그림을 그리는 것 같아 보였다. 나는 생각도 못한 미술실의 풍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마른세수를 한번 하고 김정우가 앉으라고 알려준 자리에서 뒷걸음질 쳤다.

 

 

"왜?"

"그.. 수업 시작까지 몇분 남았어?"

"어, 한 십분 조금 넘게. 왜?"

"잠..깐 나갔다 오려고."

 

 

그리곤 그가 붙잡을 새도 없이 플라스틱의 미닫이 문을 열고 미술실을 나왔다. 나에겐 충격적인 미술실의 풍경을 공유할 정재현이 필요했다. 카톡을 켜고 급하게 그에게 메신저를 보냈다.



 

 

[야, 미친]

 



 

아주 짧은 문장 하나를 보내자마자 1이 사라지는가 싶더니 이내 전화가 왔다.

 

 

-"와 역시 아직 친구 없어서 전화 개빨리 받는거 봐."

"미친 야, 여긴 미쳤어."

-"왜?"

"분명 어딘가 뒤 구린놈들 받아오면서 돈 꽤나 먹었을텐데 시설이 진짜.. 존나 낙후됨. 이건 진짜 나라에서 조사해야 할 정도야 진심으로."

 

 

나는 정재현과 통화를 하며 뒤쪽 문으로 나갔다. 모든 건물의 재질이 싸구려였다.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엄선된 재료를 보는것만 같았다. 어쨌든 내가 나간 문쪽 건물의 뒤에는 화단이 있었고 오른쪽으론 쓰레기 소각장으로 가는길이 보였다. 나는 그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정재현과 통화했다.

 

 

"아 그리고 미술실에 내가 그리던 유화 있는데,"

-"뭐 챙겨놔 달라고?"

"엉, 내가 그걸 그리느라 을매나-"

 

 

정재현과 말하다 이상한 냄새가 풍겨와서 걸음을 멈췄다. 묘하게 익숙한데 , 익숙하면 안되는 역겨운 냄새가 코끝을 찔러왔다. 비슷한 냄새겠거니 생각을 했지만 이런 역한 냄새를 또 낼 수 있는 담배가 있을까 고민이 들었다. 미국이나 캐나다면 몰라도 , 한국에서는 불법인데. 나는 걸음을 늘어뜨리며 냄새의 근원지로 걸어갔다.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던 가정이 맞아 떨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코끝에 풍기는 냄새는 대마와 비슷한 다른것의 냄새가 아니라 그냥 대마의 냄새였다.

 

 

"와, 시발 이 꼴통 학교에서는 대마를 피우는 새끼도 있네, 학교에서. "

-"뭐라는거야, 혹시 전학간곳이 미국이세요?"

"상망고 수준 어메이징 하다."

 

 

나는 여전히 핸드폰을 귀에 대고 벽에 기대 쭈그리고 앉아 대마를 피우는 남자애를 바라보았다. 그 애는 나를 흘끗 보곤 다시 앞으로 시선을 돌렸다. 뭐가 저렇게 당당해? 심지어, 대마는 한국에서 불법아닌가? 이건 꼴통의 수준을 넘어섰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다시 쓰레기 소각장쪽으로 걸어갔다.

 

 

 

"거긴,"

"..."

"안가는게 좋을텐데."

 

 

나한테 하는 말인가 싶어 고개를 돌리자 여전히 앞만 바라보고 있는 약쟁이가 보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도대체 어느 미친 집안에서 자식을 버려야 저렇게 학교안에서 대마를 피울 수 있는건지 궁금했다. M전자 아들이어도 저렇게는 못할텐데. 나는 핸드폰을 고쳐잡고 정재현과의 통화에 집중했다.

 

 

 

"어, 뭐라고 그래서?"

-"아니, 무슨 말을 들은거야, 방금까지 말 했잖아. 상망고에 그새끼있다고."

"아아 알지알지, 이름이 뭐랬더라."

 

 

 

 

그리곤 이내 왜 그 약쟁이가 그쪽으로 계속 걸어가지 말라고 한 지 알것 같았다. 그래 학교 안에서 대마 피우는 새끼도 쓰레기 소각장을 못 먹을 정도면 더 한 양아치 새끼들이 있다는 뜻이겠지. 세명 정도 되는 무리가 남자애 한명을 괴롭히고 있었다. 맞는 애는 별다른 반항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나저나 때리는 세 놈의 얼굴중에 가장 잘생긴 부분만 하나씩 떼어놔도 저 맞는애 얼굴 하나도 안될 것 같은데.

 

 

-"노..라고."

"어? 뭐라고 정성찬이라고?"

-"아니 성찬이가 왜나와, 걘 사촌동생이고. 그리고 아빠 호적에도 못오른 새끼인데 정씨일리가 있겠냐."

"아 그러고보니까 그렇네."

-"이제노라고, 내 이복... 그거."

 


 

정재현은 차마 이복 형제라는 말을 하기 싫었는지 말끝을 얼버무렸다. 나는 별 생각 없이 상망고에 다닌다는 그의 이복형제의 이름을 입밖으로 내뱉었다.

 

 

 

 

"이제노.."

 

 

 

이름은 예쁘다고 생각했다. 내 목소리가 들렸는지, 싸우던 세 놈과 쳐맞던 한 놈이 동시에 이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나는 그들에게 하던거 계속 하라는 의미로 손을 대충 흔들어주었다. 쳐맞던 놈의 명찰이 보였다. 눈을 가늘게 떴다. 분명 수화기 너머 정재현이 말한 이름과 똑같은 이름이었다. 흔한 이름이 아닌데 , 나는 몸을 돌리며 정재현에게 말했다.

 

 

"야 재현아, 나 방금 니가 말한 니 이복형제 이제노 본것같은데."

 

 

다시 미술실 쪽으로 걸어가려 할때였다. 누군가 내 어깨를 강하게 잡아서 돌려세웠고, 나는 순간적으로 핸드폰을 놓쳤다. 둔탁한 소리를 내며 내 핸드폰이 바닥에 떨어졌다. 여전히 핸드폰에선  정재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정재현에게 말하며 올라갔던 입꼬리가 다시 바닥으로 추락했다. 무척 기분이 나빴다.

 

 


"아, 씨바 진짜.."

"너 방금 뭐라그랬어."

"뭐."

 

 


날 돌려 세운 인물은 바로 '그' 이제노였다. 순간 짜증이 확 올라왔다. 정재현의 말을 빌리자면 '호적에도 못오른 새끼'가 미쳤다고 누굴 붙잡아? 그 애가 잡고있는 어깨를 뿌리쳤다. 저새끼가 알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사회에서 호적에도 못오른건 인간 취급도 안해준다. 기분이 더러워졌다.

 

 

떨어진 핸드폰을 주우려고 했는데 그것보다 다른 사람이 먼저 내 핸드폰을 주워들었다. 기어코 통화종료 버튼까지 누른 그 손의 주인은 여전히 대마냄새를 풀풀 피우며 내게 핸드폰을 건넸다.

 

 

 

 



"그러니까 이쪽으론 오지 말라고 했잖아."

"뭐라는거야 이 약쟁이 새끼가. "

 

 

핸드폰을 낚아채듯 받아내고 미술실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대마초 쳐피우는 미친 약쟁이 새끼에, 어디서 이상한 놈들한테나 얻어맞고있는 J그룹 사생아, 진짜 어메이징 꼴통학교. 핸드폰 액정을 확인하자 떨어질때의 여파인지 금이 가있었다. 한숨을 내쉬곤 미술실문을 열자 마침 나오려 한 반장과 마주쳤다.

 

 

"어? 안와서 찾으러 가려고 했는데."

"왔으니까 비켜."

 

 

반장을 지나쳐 아까 그애가 알려준 자리에 가서 앉았다.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4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에 나와 반장이 앉았고, 앞의 두자리는 비어있었다. 다들 친한 애들끼리 삼삼오오 앉아있었다. 내가 앉은 자리만 비어있었다. 이내 수업시간을 시작하는 종소리가 울렸다.

 

 

"... 넌 나 오기전엔 맨날 혼자 앉았니?"

"나? 아니야, 애들 있어. 딱히 친하진 않은데..."

 

 

도대체 뭘 어떻게 살아야 반장이라는 놈이 딱히 친하지도 않은 애들이랑 미술실에서 앉는건지 의아했다.아니, 반장이니까 안친한 애들이랑도 앉는건가. 왼 손에 턱을 괴고 깨진 액정만 톡 톡 건들였다. 무슨일이 있었냐는 정재현의 카톡이 쉴새없이 도착했다. 대답하기도 짜증나서 알림을 지워버렸다. 선생님이 미술실로 들어왔다. 그와 동시에 누군가 또 뒷문으로 들어오는가 싶더니 아까의 그 역한 대마냄새가 풍겨왔다.

 

 

"뭐야?"

"같이 앉는 애들 있다고 했잖아..."

 

 

짜증내는 내 말에 반장이 작게 얼버무렸다. 반장이 말한 그 같이 앉는 애들의 무리였는지, 아까 그 약쟁이와, 정재현의 이복형제가 내 맞은편 남은 두 자리에 앉았다. 어쩐지 교실에 들어갔을때 빈자리가 많다 했더니 이새끼들 자리였던 것 같다. 나도 모르게 입에서 한숨이 나왔다. 반장을 포함해 거기 앉은 세 사람이 나를 바라보았다.

 

 

"하... 씨발.."

 

 

나는 양 손에 얼굴을 묻고 욕을 내뱉었다. 진짜 조용히 살아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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