냥조

길을 걷던 조이환은 누가 봐도 관리받은 듯 보이는 고양이가 동네 길고양이와 대차게 싸우는 걸 우연히 발견한다. 싸움을 중재하기 위해 중간에 끼어들자 동네 고양이들은 후다닥 도망가지만 윤우냥은 왜 끼어들었냐는 듯 하악질을 한다. 노려보는 윤우냥에게 섣불리 다가가지 않고 손을 슬쩍 내밀며 냄새를 맡게 하는데, 조이환의 행동이 조용해서 윤우냥은 그의 주위를 살랑살랑 맴돈다. 그러고는 맘에 들었다는 듯 어깨 위로 점프하여 어쩔 수 없이 집에 데려가게 된다.

급하게 사료를 사서 주자 마치 이 싸구려 사료는 내게 맞지 않는다는 듯 발길질하는 시늉을 하다가 배가 고팠는지 허겁지겁 먹는다. 먹을 때 조심스레 손을 뻗어 등을 쓰다듬자 잠시 멈칫하던 윤우냥은 이내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고 배를 채운다. 그러고 나서 기분이 좋은 듯 조이환의 다리를 꼬리로 살랑 감싸는 행동에 조이환은 매료되고 만다.

하지만 주인이 있어 보이는 고양이라 전단지를 만드는데, 완성된 전단지를 보게 된 윤우냥이 종이에 스크래치를 내며 소파 밑으로 숨어들고... 조이환은 그런 윤우냥의 기분을 풀어 주고자 소파 앞에 엎드려 어서 나오라고 설득하다가 깜빡 잠이 들고 만다. 눈을 떴을 때, 윤우냥이 제 앞에 엎드려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다. 야옹, 작게 울며 제 코를 조심스레 만지는 앞발길에 이 녀석을 주인에게 보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는데...





이방냥

비가 많이 오는 날, 빗소리 사이로 연우정은 떨고 있는 고양이를 발견한다. 일단은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집으로 데리고 들어가는데 어찌나 몸부림치고 하악질을 하는지... 집에 겨우 데려가고 나서 수건을 찾는 사이 지호냥은 연우정의 품에서 탈출한다. 

연우정이 자세를 낮추고 다가가자 끊임없이 하악질하던 지호냥은 결국 그의 얼굴에 냥펀치를 날리고 연우정의 얼굴에 상처를 내고 만다. 신음을 흘리며 제 얼굴을 매만지던 연우정은 지호냥이 구석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 걸 발견한다.

가까이 다가가는데 하악질도 안 하고, 무서워하는 게 보여 불쑥 장난기가 솟는다. 지호냥의 발을 잡고 마치 물 것처럼 입을 벌리는데도 지호냥은 마치 그 상황을 초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처럼 바들바들 떨면서도 순하게 눈을 깜빡인다. 연우정은 웃음을 삼키며 앞발을 무는 대신 지호냥의 코에 짧게 입을 맞춘다. 

눈이 동그래진 지호냥은 제자리에서 펄떡 뛰고, 수건으로 털을 말려 주는 연우정의 손길을 가만히 받는다. 그 밤, 연우정이 잠든 침대 아래서 지호냥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침대 위만 올려다보는데...






멍반

잠을 청할 준비를 하던 금유안은 갑자기 마당으로 쳐들어 온 개와 마주친다. 몸 곳곳에 상처가 있는 개는 금방이라도 죽을 것만 같아 제 방으로 들여 급하게 치료를 한다. 쓰러진 채 힘이 없는 와중에도 륜멍은 금유안의 손을 연신 핥으며 꼬리를 흔든다.

처치가 잘되었는지 밥도 잘 먹고 기운이 난 륜멍은 금유안의 곁에 꼭 붙어 다닌다. 애교도 많고 제 말도 척척 알아듣는 륜멍이 마음에 든 금유안은 개를 키우기로 결심하지만, 다음 날 나쁜 소식을 듣는다. 황궁에서 키우던 개인데 황족을 물고 도망쳤다는 것. 사람, 그것도 황족을 문 동물은 바로 처분되며 그 동물을 보호하는 이들은 자칫 잘못하면 역모의 죄까지 뒤집어쓸 수도 있다. 

금유안은 고민하다가 검을 빼어 들고, 륜멍은 검을 든 채 다가오는 그를 물끄러미 올려다보다가 금유안의 발을 한 번 핥은 뒤에 물러나 몸을 누인 뒤 눈을 감는다. 마치 죽이라는 것처럼. 네가 하는 건 뭐든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처럼. 

금유안은 턱이 떨릴 때까지 이를 악문 채로 륜멍을 내려다보다가 결국 검을 버린다. 소리에 륜멍이 눈을 뜨자, 금유안은 륜멍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머리를 맞댄 채 너를 지키겠노라 약속하는데...







멍핑 캔디

별장 숲에서 조용히 휴가를 즐기던 이홍연은 헥헥거리는 소리에 눈을 뜬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개 한 마리가 제 옆에 앉아 꼬리를 흔들고 있다. 아무래도 다른 별장에서 키우는 동물이거나 놀러 온 사람들한테서 벗어난 개인 듯싶었다. 관리인에게 말해 주인을 찾아주려고 일어나는데, 희웅멍은 꼬리를 세차게 흔들며 이홍연의 바지를 물고 끌어당긴다.

처음에는 놀아 달라는 뜻인 줄 알고 매몰차게 거절했지만, 따라오라는 뜻 같았다. 이홍연은 한숨을 내쉬는데 희웅멍의 힘이 꽤 센지라 어쩔 수 없이 따라가 준다. 숲 한가운데로 들어간 희웅멍은 나무 밑, 나뭇잎이 쌓인 공간에 머리를 묻고 헤집더니 반짝거리는 돌 하나를 꺼냈다. 그 돌을 입에 물고 다가온 이홍연은 희웅멍을 빤히 내려다보다가 제게 주는 거냐고 묻는다. 그러자 마치 말을 알아들은 것처럼 희웅멍이 이홍연의 손에 돌을 내려놓고는 발라당 몸을 뒤집어 배를 보인다.

주인도 아닌 자신을 맹목적으로 바라보는 눈길에 왠지 끌려 손을 뻗어 쓰다듬는다. 손에 닿는 감촉이 너무나도 부드러워서 이홍연은 귀찮음을 감수하고 희웅멍을 별장으로 데려가기로 한다.

휴가 내내 희웅멍과 평온한 나날을 보낸다. 희웅멍은 제 외로움을 달래 주고 마음의 위안이 되어 주기에 본가까지 데려가기로 마음먹는다. 그러던 중, 모르는 사람들이 벨을 눌러 자신들이 잃어버린 개를 찾고 있다고 말한다. 이홍연은 겁을 먹고 희웅멍을 제 방에 들인 채 내보내지 않는다. 희웅멍은 갑작스러운 감금에 답답해 나가고 싶어 한다. 이홍연은 그것을 제 주인 품으로 가고 싶다고 받아들여 배신감을 느끼게 되는데...






멍멍

기원에게 입양을 가 잘 지내는 듯했지만 무책임한 그로 인해 매일 혼자 집에 있어야 했던 선웅멍은 어느 날 집의 문이 열린 틈을 타 바깥세상에 조심스레 발을 디딘다. 하지만 금방 길을 잃어버리고, 복잡한 세상과 무서운 사람들 속에서 허둥지둥대다가 큰 개의 습격을 받아 골목길로 도망을 간다.

꼬리를 만 채 달달 떨던 선웅은 앞에 있는 가게 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무섭게 생긴 남자가 나오자 공포에 질린다. 심지어 그 남자는 제게 다가오는데...! 눈을 질끈 감고 나 죽었소 하는 순간 크고 따뜻한 손이 제 머리를 쓸어내린다. 생각보다 다정한 손길에 멍하니 있자 남자가 안으로 들어가더니 먹을 것을 가지고 나온다. 무슨 속셈인지 몰라 가만히 보고만 있는데, 남자가 먹을 것을 툭 친 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켜본다. 선웅은 배가 너무 고파 더는 참지 못하고 그가 준 것을 먹고, 먹는 동안 남자가 제 털을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그 뒤로 남자에게 마음을 연 선웅멍! 매일 가게 앞에서 생활을 하지만 남자가 자신을 가게 안에 들이지 않는 게 못내 서운하다. 그래도 이 남자는 자신을 잘 대해 준다고 애써 위안하며 지내던 어느 날..... 갑자기 기원이 나타난다. 선웅멍을 발견한 기원은 너는 내 개라며, 어딜 도망갔다 온 거냐며 데리고 가려고 하고 그 순간 로원이 문을 열고 나온다. 뭐 하는 짓이냐고 묻는 로원에게 이 개는 제 개라고 주장하는데, 로원은 선웅을 빤히 바라보며 따라갈 거냐고 묻는다. 선웅멍은 따라가고 싶지 않았지만, 자신이 따라가지 않으면 로원에게 해가 될 것 같고 네가 여기 머무르면 저 사람을 곤란하게 하는 거라는 기원의 윽박에 결국 눈물을 찔끔 삼키며 기원에게로 향한다. 그렇게 가까워지는 선웅멍의 목을 거칠게 잡아채는 기원. 떠나려고 하는 때 로원이 성큼성큼 다가와 기원의 목덜미를 잡아채 벽에 몰아붙이고 선웅멍을 사나운 눈으로 쏘아본다. 로원은 열린 문을 턱끝으로 가리키며 들어가 있으라고 말하고, 선웅멍은 출입을 허용받은 것에 감격을 받아 우물쭈물거리다가 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기원을 처리하고 돌아온 로원이 무표정한 낯으로 정말 갈 생각이었냐고 묻자 선웅멍은 낑낑대며 로원의 품 안으로 파고드는데......




BL 작가 선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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