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럼블디오









“어... 고기는 소고기, 양지머리구요... 이렇게 잘라서...”

 




성인 남자의 자취방 치고는 꽤나 고급스러운 아일랜드 조리대며 인테리어가 깔끔하게 되어있는 부엌에서 조곤조곤 말하며 요리를 진행하는 경수였다. 깔끔하고 담백한 말투로 요리를 하는 유명 BJ 경수는 됴디오 라는 닉네임으로 저녁마다 요리 방송을 했다.

 




“늘 말하는 거지만, 불조심하시고 칼, 조심하시구요.”

 




처음 시작은 자취생의 집 밥을 추구하는 취미와도 같은 방송이었지만 얼굴이며 목소리며 근면성실한 그의 태도는 금세 입소문을 타 어린 학생들부터 주부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팬들을 보유한 인기 방송으로 자리 잡았다. 물론 남자가 요리를 한다며 다짜고짜 채팅창에 욕부터 늘어놓는 어그로들도 있었지만 최근 강세로 떠오른 쿡방의 인기로 남성 시청자도 꽤 늘어난 경수였다.

 




“꼭 고기로 육수를 내야하나요? 음... 굳이 소고기 안 쓰셔도 돼요. 멸치로 국물 내셔도 됩니다. 어... 멸치도 없어요? 그럼 어떡하지...”




 

고기를 썬 칼을 행주로 닦고 도마도 한 번 헹구고 몸을 움직이며 모니터에 띄워진 채팅창을 한 번 훑어보았다. 질문에 적당히 대답하고 말도 안 되는 저급한 농담들을 걸러내며 눈썹을 살짝 움직이자 귀엽다는 글이 채팅창으로 우수수 올라왔다.

 




“뭘 했다고 귀여워요? 귀엽다고 하지 마세요. 안 귀여워요. 근엄큐티됴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네? 방금 그게 어디가 귀여워요?”

 




저가 어디가 귀엽냐는 말에 시청자들이 반발하듯 귀엽다는 말을 가득 채워 올리고, 단호하게 말하던 경수는 당황하며 귀 끝을 붉혔다. 그리곤 흐흫, 하고 작게 웃어 보인 뒤 입술을 오물거리다 다시 요리를 시작했다. 그런 모습이 그 유명한 씹덕 터지는 근엄큐티 됴BJ의 모습인지 모르는 경수였다.

 
















 

 

경수가 한창 된장찌개를 맛있게 끓여낼 쯔음, 안쪽 방안에서는 게임 BJ 큥으로 활약하고 있는 백현이 제 개인 방송을 하는 중이었다. 게임을 잘하는 건 아니지만 아무리 빡치는 상황이 와도 눈으로 욕할지언정 입으로 욕을 내뱉지 않는 BJ로 유명한 백현이었다. 더불어 공포게임을 할 때는 욕은 안하지만 좀 많이 시끄러운 BJ로 유명했다.

 




“아니, 그걸 거기다 왜...!”




 

잘 풀리지 않는 게임에 백현이 입을 가리고 모니터를 들여다보자 BJ 큥이 지금 눈으로 매우 심한 욕을 하고 있다며 무섭다는 채팅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여러분, 저 화 안 났어요. 아 진짜...! 저 화 안 났... 하아...”




 

부모님 안부를 묻기 시작한 게임 채팅창에 굳은 얼굴을 잠시 보였던 백현이 게임을 끈 뒤 다시 살갑게 웃으면서 시청자들과 대화하기 시작했다.




 

“우리 다른 게임 하자. 뭐 할까? 어떤 거? 그거 공포게임 아냐? 이 사람들 보게. 어디서 약을 팔아. 그거 엄청 유명한 공포게임인 거 큥이도 알거든요?”




 

멍뭉이 닮은 게임 BJ 공포 게임 하다가 방언 터짐.avi 영상으로 유명한 백현이었다. 특히나 어두컴컴하고 음습한 분위기의 공포게임에 취약한 백현은 팬들이 추천하는 공포 게임은 싫다며 온 몸으로 거부 하고 있었다.

 





“아니, 나 공포 게임 하다가 저번처럼 방언 터지면 시끄럽다고 혼난단 말이야. 우리 애인 무서워. 우리 애인 보고 싶다고? 안 돼, 안 보여줄 거야.”

“백현아...”

“어, 어?!”





 

살짝 열린 문틈으로 나지막한 경수의 목소리에 백현이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너 얘기 안했어! 진짜야! 하고 후다닥 달려 나가는 모양새에 채팅창이 웃음으로 가득 찼다. 경수는 그런 백현을 보며 머리를 긁적이다 말했다.

 





“집에 대일밴드 없나?”

“왜? 다쳤어? 경수 다친 거야 지금?”

“크게 다친 건 아닌데 요리하는데 거슬려서.”

“아니 지금, 거슬리는 게 문제야? 뭐하다 다친 건데? 칼 쓰다가 다친 거야?”

“대파 썰다가 칼이 미끄러졌어.”

“손 봐봐. 병원 갈까? 꿰매야 되나?”

“병원을 왜 가. 대일밴드나 찾아줘.”

 





다친 건 경수인데 경수의 상처에 흥분하는 것은 백현이었다. 요리와 게임이라는 다른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일명 백도 BJ로 유명한 둘은 커밍아웃을 한 남남커플로도 알려져 있었다. 방송 화면에서 사라진 채 덤덤한 경수의 목소리와 다다다 말을 이어가는 백현의 목소리가 나지막이 들려오자 백도 커플의 팬들은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단순히 다친 손을 치료하고 있다고 하기엔 조금 긴, 지루한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각자의 방송에 모습을 드러낸 둘이었다. 다급하게 경수의 뒤를 쫓아 나갔던 백현은 어쩐지 들뜬 얼굴로 나타나 잔망을 부렸고,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하고 말하며 고개를 숙인 경수는 귀 끝이 발갛게 된 채였다. 설마 치료의 정석인 피가 흐르는 손가락을 큥 BJ가 물고 빨고 해준 것 아니냐는 짓궂은 말에 경수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리곤 눈을 도록 도록. 물을 떠오겠다며 잠시 제 방에서 나온 백현이 경수의 모니터를 보고 피식 웃어보였다.





 

“뭐야, 우리 애인 왜 괴롭혀? 괴롭히는 거 아니야?”

“말 그만하고 네 방 가.”

“오, 된장찌개~ 나 배고파!”

“거의 다 했어. 방송 마무리 하고 와.”

“응. 우리 애인 괴롭히지 마! 괴롭히면 큥이가 혼내러 간다!”





 

한바탕 시끌벅적하게 만든 백현이 제 방으로 들어가고 경수는 다시 요리 하는데 집중했다. 대일밴드가 붙은 손가락을 불편하게 움직이며 썰던 대파를 마저 썰고 청양 고추도 조금 썰어낸 뒤 된장찌개에 쏟아 넣었다.

 




“칼 조심하세요. 저처럼 됩니다. 칼이 이렇게 위험해요. 자, 오늘은 된장찌개를 끓여봤습니다. 맛있게 잘 끓인 건지 모르겠네요. 내일은 버섯 전 할 거예요. 오늘도 맛있는 저녁이 되길 바랍니다.”

 




답지 않게 조금 급하게 방송을 마무리한 경수가 켜져 있던 캠을 끄자 방송을 마친 건지 백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백현이는 오늘 밥보다 경수 먼저 먹고 싶은데!”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밥이나 퍼와.”

“그럼 오늘 저녁 먹고,”





 

잔망을 부리며 무언가를 어필하던 백현의 목소리가 끊어지고, 경수의 요리방송 역시 아쉽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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