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는 대충 끝났고."


수헌이 노트북을 닫고 팔짱을 끼더니 화이트보드를 지긋이 응시했다. 팀원들도 팀장의 시선에 따라 자연스럽게 보드판을 봤다.




"니들 저렇게 해서 기한 내에 만 개 채우겠냐."



팀장이 말한 데드라인이 거의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4분의 3을 넘긴 사람이 많지 않았다.



"부팀장은 출장 갔다 왔으니까 그렇다 치고 다른 놈들은 뭐야. 누가 꼴등이야. 윤상익."

"죄송합니다. 이번에 맡은 P 스케줄이 좀 빡빡해서."

"여기서 일 안 하는 사람 있어? 그게 변명이야?"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분발하겠습니다."

"딴 놈들도 마찬가지야. 정신 똑바로 차려. 우리가 또 못한 놈만 족치는 스타일 아니잖아?"


한명이라도 못 채우면 전체 반참을 걸겠다는 경고인데, 팀원들은 팀장에게 그럼 버피 만개는 반참이 아니냐고 진심으로 묻고 싶었다.


다들 계획했던 목표량을 턱도 없이 못 채웠다. 사실 일이 이렇게 된 데에는 팀장의 지분이 꽤 컸다. 급하게 진행된 사무실 이전이 맘에 걸렸는지 팀장은 요새 사무실에 자주 들어왔다. 심지어 늘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다. 시간대도 대중 없었다. 팀장 앞에서 버피를 하면 반밖에 판정이 되지 않는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았고, 각자 한 번씩은 그것이 소문이 아니라 약간 과장된 팩트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버피를 뛰기 위해선 내 컨디션보다 팀장의 사무실 부재여부가 더 중요해졌다. 어떻게든 팀장과 동선이 겹치지 않으려고 애를 쓰니 추1 사무실은 새벽 3~4시경에 제일 붐볐다. 집에 가서 자다가 새벽에 버피를 뛰려고 사무실에 다시 나갔다. 저만큼 채운 것도 어떻게 보면 대단한 수준이었다. 



"알아서 잘들 해. 내가 뭐 니들 벌 주고 싶어서 안달 난 사람도 아니고. 솔직히 남은 시간동안 바짝하면 못할 것도 아니잖아. 많은 거 바라냐, 내가? 성의를 다하란 말이야, 성의를."



일 년이나 살아계실까? 한 달 못 넘기고 살해 당할 거 같은데.

선과 진홍은 예전에 보드판 앞에서 했던 대화를 복기하며 팀장이 PT강사를 한다면 얼마나 생존할 수 있을지 고민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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