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어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레이, 나기사, 고우가 잠깐 나옵니다.



Title. 네 달콤함에 취해서-In your Body(1)






“하루, 자.”



“됐어.”



커다란 선물 안에서 초콜릿 하나를 꺼내 직접 껍질까지 까 내미는 마코토의 행동이 싫어 고개를 돌렸다. 초콜릿 한 번 거절했다고 시무룩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과 어깨가 축 처진 마코토의 모습에 하루카는 거절을 하고도 눈치를 봤다. 그도 그럴 것이 선물 받은 걸 덥석 먹을 수 있을 리가. 그것도 자신이 받은 게 아니고 마코토가 ‘여자애’에게 받은 것이었다.



“헤에, 마코쨩. 오늘 초콜릿 받았어?”



“역시 마코토 선배시네요.”



“레이 군은? 레이 군은 받았어?”



“제, 제과 회사 상술에 넘어갈 만큼 저는 쉬운 사람이 아닙니다!”



“포장이랑 다 귀엽다. 그치?”



“확실히 패키지랑 데코 면에 있어서 아름답긴 하네요.”



“하하, 먹을래? 나 혼자선 다 못 먹어.”



“그래도 돼? 얏호~”



바구니째로 내밀자 나기사는 얼른 받아 그 자리에서 빙글빙글 춤을 출 정도로 좋아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른 사람이 마코토에게 준 선물인데 자신이 이렇게 받아들고 좋아해도 되나 싶었는지 다시 마코토에게 돌려주었다.



“마코짱이 다 먹어. 그래도 선물 받은 건데.”



“그냥 먹어도 괜찮은데. 그 애도 그냥 주는 거라고 했는걸.”



“쯧쯧, 여자 마음을 몰라도 너무 모르시네요.”



오늘 학급회의가 있어서 늦어진다고 했던 고우까지 부실에 도착했다. 가방을 내려놓고 그 안에서 오늘 해야 할 트레이닝 코스를 적어둔 노트를 꺼낸 그녀는 마코토의 손에 있는 바구니를 요목조목 살피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



“어느 누가 그냥 주는 선물에 이렇게 공을 들여요? 딱 봐도 일일이 다 손수 만든 거네요.”



“헤에, 이렇게 잘 만들었는데? 파는 줄 알았어.”



“파는 것처럼 잘 만든 거죠. 솜씨 꽤 좋은데요?”



“하하, 고우도 좀 먹을래?”



“저야 좋죠. 그치만 다들, 조심하세요! 약간의 초콜릿은 괜찮지만 다량으로 섭취하면 근육이 망가진다고요?”



날씨가 추워서 수영을 할 수 없는 만큼 꼼꼼하게 근육 트레이닝을 짜온 고우의 지도에 따라 움직였다. 마코토는 연신 하루카를 살폈다. 겉으로 봤을 땐 평소와 다름없었지만 뭔가 미묘하게 신경이 곤두선 느낌에 처음엔 기분 탓인가 싶다가도 하루카 답지 않은 실수들과 행동에 그저 기분 탓만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 활동이 끝나자 레이와 나기사는 학교에서 조금 떨어진 편의점에서 이와토비짱 굿즈를 산다며 얼른 뛰어 가버렸다.



“하루, 우리도 집에 가자.”



겨울이다 보니 낮이 부쩍 짧아져 조금만 늦어도 주위가 깜깜해지고 기온이 뚝 떨어졌다. 두툼한 야상에 목도리까지 두른 마코토와는 다르게 얇게 입은 하루카는 부실을 나오자마자 온몸을 덮치는 찬바람에 몸을 앞으로 웅크렸다.



“하루, 잠깐만.”



하루카 앞에 선 마코토는 불어오는 바람을 등으로 막고 서서 자신의 목도리를 하루카에게 둘러주었다. 혹시나 바람이 안으로 파고들지 않을까 단단하게, 하지만 목을 조이지 않게 잘 만져준 뒤 만족스럽게 웃었다.



“됐다. 이제 안 추울 거야.”



“필요 없어.”



“감기 걸리면 수영도 못할 텐데?”



“...고마워.”



마코토가 둘러준 목도리에 얼굴을 파묻고,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걷는 하루카의 모습이 마치 팽귄 같아서 마코토는 뒤따르면서 연신 웃었다. 같이 가자고 하루카 옆에 서서 걷는데, 웃음이 멈출 때쯤에 자신을 올려다보는 하루카의 얼굴이 또 귀여워 마코토는 또 한 번 미소를 지었다.



“하루, 좀 너무한 거 아니야?”



“뭐가.”



“내가 목도리 둘러주니까 싫다 했으면서 수영 못한다고 하니까 고맙다고 하고. 섭섭하다고?”



“...흥.”



“에? 하루짱, 그 반응은 뭐야? 너무해~”



“너무한 게 누군데...”



“응? 뭐라고 했어?”



“...별로-”



늘 그렇듯이 마코토의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오늘 반에서 있었던 일, 점심시간에 잠시 하루카가 자릴 비운 사이에 일어났던 일 등 오늘 하루 어떻게 흘러갔는지 마코토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그런 일도 있었구나, 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의 이야는 늘 하루카를 중심으로 흘러갔다. 마코토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평소처럼 하루카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코토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부 활동 때처럼 겉으로는 평소와 같지만 뭔가 다른 하루카의 모습. 집으로 가는 계단을 오르던 와중에 두 칸 앞에 있던 마코토가 뒤돌아서서 올라오는 하루카를 잠시 멈춰 세웠다.



“오늘, 부모님이랑 동생들 친척 결혼식에 가서 집 비었는데 올래?”



“됐어.”



“하루우~”



안타깝게 자신을 부르는 마코토를 지나 계단을 올라갔다. 한 칸, 마코토가 있는 칸, 그 위의 또 한 칸, 두 칸. 총 네 칸을 올라갔을 때, 마코토의 낮은 목소리가 하루카의 발을 잡았다.



“초콜릿 때문이야?”



“.......”



한 칸 더 올라갔다. 마코토의 현관 바로 앞, 평소 두 사람이 헤어지는 갈림길에 선 하루카는 천천히 뒤를 돌아 마코토와 마주했다. 조금 전까지는 내려다봤다면 지금은 하루카를 올려다보고 있는 마코토는 살포시 웃으며 아까보다 낮은 목소리로 하루카에게 말했다.



“하루 지금 기분 안 좋잖아. 그거 혹시 초콜릿 때문이야?”



“...아니.”



“거짓말.”



“거짓말 아니야.”



“그럼 왜 기분 나쁜지 말해줘.”



“안 나빠.”



“하루, 계속 거짓말하네-”



이번엔 마코토가 계단을 올라갔다. 한 칸, 두 칸 올라올 때마다 하루카와의 거리는 좁혀졌고, 그가 발걸음을 뗄 때마다 하루카는 뒤로 물러나고 싶은 충동을 겨우 억눌렀다. 바로 앞에 선 마코토의 얼굴에 가로등 빛이 가려져 그늘이 졌다.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았으나 평소처럼 다정한 얼굴일 것이라 하루카는 생각했다. 아니 웃고 있지만 조금 무서운 얼굴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루네 부모님도 오늘 안 계시잖아. 오늘 같이 저녁 먹자, 응?”



“...알겠어.”



“가자, 하루짱.”



“짱이라 부르지 마라니까-”







저녁은 평범했다. 마코토 어머니가 준비해두신 반찬을 데우기만 하면 되었고, 손질해 둔 고등어를 굽는 정도였지만 가득 차려진 밥상에 하루카는 쉽게 손을 대지 못했다.



“응? 하루, 카레 싫어?”



“카레에 고등어라니, 이상하잖아.”



“그래? 엄마가 카레를 해놓고 가셨는데 하루는 고등어 좋아하니까. 싫으면 치울게.”



“됐어, 잘 먹겠습니다.”



“헤헤, 맛있어?”



“뭐, 나쁘지 않아.”



저녁 먹는 동안 대화를 주고받은 것은 아니었다.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소리, 그릇과 수저가 부딪히면서 나는 소리가 전부였지만 두 사람 중 누구도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다. 먼저 식사를 마친 마코토는 하루카가 한 그릇 다 비운 것이 만족스러웠는지 앞에서 뿌듯한 얼굴로 보고 있었다.



“하루, 카레 맛있었어?”



“응.”



“그 안에, 초콜릿 들어갔다?”



빈 그릇을 정리하던 하루카의 손이 멈췄다. 턱을 괴고 하루카를 보던 마코토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빈 그릇과 하루카가 정리하던 빈 그릇을 포개 싱크대로 가져갔고, 물을 틀었다. 싱크대에 물이 부딪혀 소리가 크게 울렸다. 그릇에는 물이 한가득 고이다 못해 흘러넘쳤다.



“하루가 먹은 카레에 초콜릿 들어갔어.”



“그래서?”



“그 초콜릿, 아까 받은 초콜릿 넣었는데 맛있었어?”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 말하는 마코토에 하루카는 인상을 찌푸렸다.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물을 잠그고 수건에 손을 닦은 마코토는 하루카에게 다가왔다. 입가에 묻은 카레를 엄지로 닦은 뒤 천천히 다가오는 마코토에 하루카는 고개를 돌렸다. 명백한 거부의 표시였다.



“왜 피해?”



“안 씻었어.”



“있지, 하루. 그 말은 씻으면 하게 해주겠다는 말로 들려.”



“마음대로 생각해.”



그 말만 남기고 하루카는 마코토를 남겨놓고 욕실로 들어가 버렸다. 뜨거운 물 나올 거야, 라고 외치던 마코토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손에 쥐고 있던 초콜릿 포장지를 쓰레기통에 넣었다. 초콜릿은 먹였으니, 이제 대답을 들을 차례였다.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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