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탁을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니바니당근당근 마켓에서 용달차를 구하는 일이었다. 그중에서 당일 신청도 다 받아 주고, 기사님도 친절하다는 후기가 가득한 업체에 문의를 했다. 우리 집은 계단이 별로 없는 2층이다. 평소에는 그냥 짐을 다 싸들고도 얼마든지 오갈 수 있었고, 이사를 하면서 가구와 기타 등등을 샀을 때도 무리 없이 짐들을 올릴 수 있었다. 그러니까 뭐, 전탁 정도는 룸메와 나 두 사람이라면 껌으로 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판매자에게 무게를 물어보니 50kg 정도라고 했기 때문이다. 

용달 업체를 수배하는 것까지 너끈하게 끝났다. 용달 업체 측에서 물건을 집까지 올리는 것이 아니라, 내려만 주고 와도 되는 거냐고 되물었다. 나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네, 그럼요, 내려만 주시면 저희끼리 올리려고요.

용달 업체에 예약을 완료한 것이 오후 4시쯤이었고, 픽업은 6시로 예약했다. 앞으로 남은 두 시간동안 해야 할 일은 전탁이 놓일 자리를 정리하는 것과 마작패나 전탁을 소독하기 위한 물건들을 사오는 것뿐이었다. 오랜만에 룸메와 함께 다이소로 외출을 했다.

그 주에는 눈이 많이 내렸다. 우리 집은 언덕 중턱에 있다. 눈을 밟으며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다리에 힘을 주고 걸었다. 알콜 물티슈와 알콜 세정제, 마작패를 보관할 작은 박스를 샀다. "이거면 마작패 두 벌 넣는 데 충분하겠지?" 내가 고른 상자를 보고 룸메는 답했다. "완전 들어가고도 남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기서 가능하다고 한 것들은 전부 불가능했다. 나와 룸메는 둘이서 전탁을 2층까지 올리지 못했다. 마작패 두 벌은 내가 산 상자에 다 들어가지 않았다.




전탁은 저녁 일곱 시가 넘어가도록 오지 않았다. 바니바니당근당근 마켓의 특징상, 판매자의 집은 내가 사는 곳과 그리 거리가 멀지 않았기에 제대로 픽업이 되어 왔다면 진작 도착해야 했을 시간이었다. 저녁 여덟 시가 다 되었을 즈음, 전화가 왔다. 화물이 도착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신나서 헐레벌떡 위에 겉옷도 걸치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전자레인지에 저녁을 데워 먹으려던 룸메도 얼결에 나를 뒤따라 나왔다. 드디어 계단 열세 개 정도만 오르면 그토록 염원하던 전탁을 집에 들일 수 있었다. 

그런데 화물 기사님은 전탁을 받기 위해 나온 나와 룸메를 보고 당혹스러워했다. 

"여자 분 두 분이세요? 못 들어요, 이거. 남자 분 없어요?"

당혹스러웠다. 남자, 저희 인생에 없는 것 중 하나인데요. 나는 기사님이 지레 귀찮아질까 봐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둘을 너무 무시하는 거라고. 

"아, 저희 둘밖에 없는데. 그냥 내려 주시면, 저희가 알아서 들고 갈게요."

기사님은 정말 난색을 표했다. 

"아니, 이거 여기 실을 때도 남자 네 명이 달라 붙어서 낑낑거리며 가져왔어요."

사실 기사님이 짐칸에서 전탁을 덮어 둔 천을 치울 때 나도 조금 당황하긴 했다. 생각보다 컸다. 생각보다 무거워 보였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남자도 없고, 엘리베이터도 없는데. 이미 돈도 보냈고, 전탁은 우리 집 앞까지 와서, 이제 우리 집 애가 되어 버렸는데. 달리 방도도 없던 터라 일단 내려 달라고 부탁했다. 기사님과 나, 그리고 룸메가 달라 붙어 짐칸에서 전탁을 들어 내렸는데......

진짜 Tlqkf whssk 무거웠다.

전탁을 샀다고 행복에 부풀었던 마음이 순식간에 쪼그라들어 버렸다. 너무 무거웠다. 게다가 판매자가 전탁 안에 마작패 두 세트를 모두 넣어 둔 것 같았다. 그 말인 즉, 마작패 두 세트의 무게가 전탁에 더해졌다는 것이었다.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무게에 기사님이 나한테 물었다.

"이게 도대체 뭐예요? 뭐가 이렇게 생겼어요?"

스탠드를 분리해 놨기에 마작패를 뒤섞고 올리는 상판만 남은 작탁은 확실히 기묘한 생김새였다. 가로세로 90cm라는 작지 않은 크기에 밑에는 뭔가 모터 같은 것이 달려 있고, 평범한 테이블 상판이라기엔 위에 화투 칠때 패가 잘 붙을 것 같은 녹색 천이 덧대어져 있었으니까. 그렇다고 나는 생전처음 보는 기사님께 "마작이라는 게임이 있는데요. 그게 패 정리를 손으로 하면 매우 귀찮기에 지혜로운 인간들이 저절로 패를 섞어주고 쌓아주는 테이블을 만들었고, 그것이 바로 이것입니다."라는 설명을 할 수는 없었다.

"가... 가구요. 테이블이에요."

"테이블? 테이블인데 이래요?"

나는 무거운 걸 낑낑거리며 드느라 못 들은 척을 하며 대답을 피했다. 우여곡절 끝에 트럭에서 작탁을 내리는 데 성공했다. 맞다. 여기까지 트럭에서 작탁을 내리는 데만 생긴 일이다. 마작패가 올라가 있지 않은 작탁이란 참으로 고약스러운 물건이었다. 무겁기는 오질라게 무거웠고 평평하게 놓기엔 아래에 뭔가 기계 같은 것이 달려 있어 불안정했다. 그렇다고 세워놓기엔 양옆이 모두 플라스틱이라 시멘트바닥에 무거운 무게까지 더해져 빠직빠직 깨지는 소리가 나 금방이라도 와장창 부서질 것 같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룸메와 나 둘이서는 전탁을 집으로 가져갈 수 없다. 그렇다고 얘를 여기에 놓고 있을 수도 없다. 나는 기사님께서 매정히 가버릴 까봐 용달 금액을 더 지불할 테니 함께 위로 올려 달라고 부탁하려 했다. 하지만 기사님은 자리를 뜨지 않고 우리 둘과 함께 낑낑거리며 전탁을 조금씩 옮겨 주시기 시작했다. 

이때 가장 끔찍했던 것은 전탁 안에 들어 있는 마작패들의 소리였다. 조금씩 들어 옮길 때마다 천둥이 치는 것처럼 우르릉 쾅쾅 소리가 났다. 나와 룸메는 그것이 마작패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기사님은 뭐 어떻게 건들 때마다 끔찍한 소리를 내는 테이블에 완전히 질려 버린 것 같았다. 물론 나도 질렸다. 사실 후회가 치밀어 올랐는데, 애써 눌러 삼켰다. 나는 행복하다, 나는 전탁을 샀다, 나는 행복하다, 이건 행복으로 가기 직전의 마지막 시련이다. 대충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사실 너무 무겁고, 세 사람이서 전탁을 옮기겠다고 온갖 난리를 피우고 있어 아무런 생각도 못했다. 오직 얘를 집 안에 들여야 이 쪽팔림이 끝나겠구나 싶었다. 

기사님은 계단 앞에서 정말 난색을 표했다. 2층인데 이걸 우리 둘과 함께 옮기려니 아주 까마득한 것 같았다. 근데 그때 마침, 어느 남자분이 쓱 우리 옆을 지나갔다. 우리가 사는 건물 지하층에 사는 분이었던 것 같은데, 당연히 우리는 서로 모르는 사이다. 그런데 기사님이 먼저 그 분을 붙잡았다. 

"저기, 죄송한데 이것 좀 같이 들어 옮겨 주실 수 없을까요? 여자분들이라서. 좀 도와주시죠."

아, 그 순간 나는 룸메의 표정을 봤다. '이렇게 민폐를 끼치며 살아야 하다니.' 어떤 참담함이 지나갔다. 그리고 나는 룸메를 그렇게 참담하게 만든 천인공노할 죄인이었다. 사실 나는 속으로 '그래 좀 도와주세요. 기사님 최고다' 따위를 생각하고 있었다. 

결국 남자 두 사람이 달라붙어 계단을 올랐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전탁은 정말 고약한 물건이다. 일단 적당히 힘을 주고 잡을 곳이 없다. 모서리는 뭉툭한 데다, 두툼해서, 잡아 쥐기엔 뭐 하나 적절하지 않다. 어떻게든 안간힘을 다해 붙들어서 사력을 다해 들어올리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와 룸메는 두 사람이 전탁을 들어 옮기는 동안 발을 동동구르며 속으로 응원을 하다가 문을 열고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렇게 테이블을 집 안까지 들이는 데 성공했는데, 룸메는 넋이 나간 것 같았고, 나는 집에서 후다닥 박카스 병을 호주머니에 챙겨 기사님을 쫓아 나갔다.

편의점에서 라면을 사와 집에 가던 길이었던, 같은 건물의 세입자 남자분은 내가 몇 호에 사시냐고 물어보아도 괜찮다며 홀연히 계단을 내려갔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그분이 몇 호에 사는지 모른다.

기사님은 나에게서 받은 박카스를 시원하게 원샷으로 마신 뒤 계속 혀를 내둘렀다.

"저런 건 남자 친구를 불러서 옮겨야 하는 거예요. 어떻게 둘이서 옮기려 했어. 남자 친구를 불러야지. 남자 친구한테 시켜야 하는 거야, 남자 친구."

정말 좋은 분이셨고, 여자 둘이서 들기에는 무리였던 무게이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전탁을 사기 위해 남자 친구를 만들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조금 씁쓸해졌다. 나로서는 왜 진작 남자 친구를 사귀지 않았을까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애초에 여자도 남자만큼 근력이 좋게 태어나면 되는 거 아닌가 하고 불평하는 게 더 속편했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여성 분들 중 전탁을 구입할 의사가 있는 분들께는 몇 가지 팁을 드리고 싶다. 

  1.  튼튼한 수레와 엘리베이터가 있다면 훨씬 편하다.
  2. 근육 운동을 하자.
  3. 이런 게 있으면 더 수월할 것 같다.



기사님께는 업체에서 전달받은 용달비보다 더 웃돈을 얹어 입금했다. 상차, 하차에는 5만 원, 집까지 옮겨 주는 데는 7만 원이었는데 그보다 더 넣어 드렸다. 기사님과는 웃으며 작별했다. 후기도 남겨 달라고 하셔서 진짜 짱 친절하고 최고라며 진심을 다해 썼다. 




한 차례의 난리가 끝나고 집에 들어오자, 룸메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몹시 지치고 고달파 보였지만 우리에게 할 일은 남아 있었다. 우선 전탁을 물티슈를 이용해 깨끗하게 닦았다. 콘센트에 꼽고 작동을 시켜 보았다. 우르릉 쾅쾅 소리와 함께 마작패가 뒤섞이는 소리가 났다. 룸메는 그 소리에도 진력이 난 것 같았지만,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참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괜히 눈치를 보며 "와, 잘 작동되네요. 와, 전탁이다. 와." 하고 말했는데 룸메는 대꾸를 하지 않았다. 묵묵히 전탁을 바라보기만 했을 뿐이다.

그리고 다시 버튼을 누르자 패가 올라왔다. 그런데, 그 패가, 몹시, 매우, 진짜 거대했다. 던져서 사람 머리에 맞추면 최소한 기절은 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건 난생 처음 보는 크기의 마작패였다. 일반적으로 한국에서는 일본 마작, 흔히 '리치 마작'이라고 불리는 마작을 친다. 기본적인 룰은 같지만 몇 가지 틀린 점이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는 마작 패를 버리는 방식이다. 중국 마작에서는 자신에게 쓸모 없는 패를 아무렇게나 버린다. 누가 뭘 언제 버렸는지를 알 수 없다. 반면 리치마작에서는 자신이 버린 패를 아주 가지런하고, 정갈하게 버려 둔다. 이로 인해 나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이 몇 번째 순번에 무슨 패를 버렸는지를 알 수 있다.


중국 마작(국표 마작)일본 마작(리치 마작)

  

나는 이걸 굉장히 언피씨하고 일반론적인 이유를 빗대어 사람들에게 설명하곤 했다. 대륙의 기상으로 중국 마작에서는 패를 흩뿌리고, 일본 특유의 디테일함으로 일본 마작에서는 패를 6개씩 줄지어 놓는다고. 

중국과 일본의 마작 룰의 차이는 이 외에도 많지만 또 하나 특징적인 것이 마작 패의 크기다. 대체로 중국 마작의 마작패는 무척이나 크다. 그에 비하면 일본 마작의 크기는 작은 편이다. 평균적인 일본 마작 패의 크기는 가로 2cm*세로 2.6cm*두께 1.6cm 정도다. 하지만 중국 마작의 경우 기본 가로 3.2cm*세로 4.2cm*두께 2.2cm다. 그리고 내가 산 전탁은 '중국 마작패 전용 전탁'이었다. 

판매자는 중국 마작패를 리치 마작으로 칠 수 있도록 셋팅을 해 놨다고 했다. 나는 사실 중국 마작 패가 크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본 적이 없었다. 커 봐야 얼마나 크겠어, 다 똑같지,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매우 컸다. 많이 컸다. 



위의 사진은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었던 마작패와 전탁에 들어가는 마작패 중에서 1삭패를 놓고 비교한 것이다. 보통 1삭패에는 공작 혹은 봉황이 그려져 있다. 오른쪽의 패에 그려진 것은 확실히 공작이 맞다. 그런데 왼쪽 패에 그려진 것은 맛이 간 눈을 한 앵무새에 가까운 것 같다. 왜 저 눈이 빨간색인지는 아마 판매자도 모를 것이다. 저 새가 정확하게 무슨 새인지 아시는 분은 제보해 주시길 바란다. 

크기가 이토록 차이 나니 패 하나의 무게를 비교하면, 왼쪽 것을 들다가 오른쪽 것을 들면 들었다는 느낌도 나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가 조금 전 옮긴 전탁에는 이 거대한 마작패가 136개 x 2 총 272개가 들어 있던 셈이다.

이 거대한 패들을 하나하나 물티슈로 닦던 룸메는 서서히 빡침이 올라오는 것 같았다. 왜냐하면 패를 하나하나 닦으며 정리해 한 상자에 넣어 두니 이것만으로 거의 10kg은 나갈 것 같았다. 실제로 패를 모두 뺀 전탁은 여전히 무겁긴 했지만 안에서 수상한 소리도 나지 않고 어떻게 꾸역꾸역 들 수 있을 것 같은 무게였다. 룸메는 그걸 왜 다 넣어서 주는지 판매자를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저기압인 룸메의 눈치를 살피며, 괜히 말 한마디 더했다가 룸메의 빡침이 더 깊어지지 않도록 입을 꾹 다물었다. 그렇게 우리는 밤 열 시가 다 되도록 마작패를 하나하나 닦아 나갔다. 노트북으로 <브루클린 99>을 틀어놓으며 닦았는데, 건조한 웃음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밤이었다. 




마작패를 모두 닦은 다음 이대로 정리할 수 없어서 한 번 넣어서 쳐 보기로 했다. 넷이서 하는 게임인 마작은 한 사람만 빠져도 그 재미가 반감되는데 나와 룸메 둘이서 1인 2역을 맡았다. 그 말인 즉, 게임 조작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나한테 필요한 패가 없을 땐 또 다른 내가 그 패를 버려 주면 된다. 거대한 마작 패로 정신분열증적인 마작을 치면서 룸메는 점점 넋이 나가는 것 같았다. 이 거대한 흉물이 기어이 내 집에 들어와 버렸다는 것을 점차 실감하고 있는 듯했다.

그럼에도 전탁은 멀쩡하게 돌아갔다. 다 치고 나서 버튼을 누르면 띠용 하고 구멍이 뚫리고, 그 안에 마작패를 마구잡이로 집어 넣으면 안에서 탈수기에 돌을 넣고 돌리는 소리가 난다. 그리고 잠시 뒤 패가 다 섞였다는 신호로 소리가 뚝 그치며 빨간 램프에는 불이 들어온다. 여기서 다시 한번 버튼을 클릭하면 마작패가 마치 콘서트장에서 리프트 타고 튀어나오는 아이돌처럼 등장하는 것이다. 136인조다. 멋있다. 웅장하다. 패가 거대해서 그런가 정말 성벽 같다.

정신분열 마작을 세 판 정도 치고 정리하면서 나는 소심하게 말했다.

"버릴 땐... 내가 알아서 잘 버릴게. 고물상에 가져다 팔거나, 어, 지금 대형 쓰레기 처리 업체도 찾아봤어. 아 그리고, 저거 옮길 때 이 벨트 같은 거 쓰면 될 것 같아."

그랬다. 내가 전탁을 집에 들이고서 가장 먼저 구글에서 검색한 것은 '대형 가구 혼자 옮기는 법'이었고 두 번째로 검색한 것은 '가정 대형 폐기물 처리 업체'였다. 집에 들이자마자 처리할 생각부터 한 것이다. 룸메는 내가 보여 준 벨트를 보고 그래서 뭐 어쩌라고 하는 얼굴로 쳐다보았다. 

"응, 님이 알아서 잘하겠지."

하지만 나는 안다. 룸메는 분명 내가 저걸 처리하기 위해 낑낑거리고 있으면 나와서 도와줄 사람이다. 아마 뒤에서 근심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을 것이다. 결국 답답해서 팔을 걷어부치고 옆에 있을 룸메가 눈에 선하다. 전탁을 버릴 땐 룸메 없는 날 거행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현재. 전탁은 아직까지 한 번도 켜지지 못했다. 나는 그사이 친구들에게 전탁을 샀다고 자랑하며 손수 찍어 만든 gif를 보냈지만, 사실 이는 너무 큰 현타가 올 것을 방지하며 스스로의 멘탈을 지키기 위한 행위다. 현재 전탁은 우리 집에 이런 상태로 놓여 있다.



정말 예쁘지 않고 정말 거대하다. 전탁이라고 말해 주지 않은 채 이 사진을 보여주면 아무도 이 물건의 정체를 말하지 못할 것이다. 

어제 처음 마작에 대한 글을 올리고 친절하고 다정한 트친 한 명이 혹시 나중에 전탁 둘 곳이 없으면 자기 집에 놔둬도 된다 그랬다. 내가 거기에 양심 없이 '그래 그럼 님 집에 좀 놓자!'하고 넙죽 받았으면 어떡하려고...



아마도 1년 안에 바니바니당근당근 어플에는 전동마작테이블 무료나눔 글이 올라올 것 같다.

패가 졸라 커도 괜찮다면, 양 옆에 기스와 깨진 상처가 괜찮다면, 용달 차만 불러서 직접 수거해 가져가주시라.


쓰고 싶은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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