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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은 미래를 생각하는 자는 아니었다만 굳이 과거를 돌아보는 자도 아니었다. 지금껏 지내온 과거들 중 그를 살아있게 만든 과거가 있었냐 묻는다면 알렉은 이미 몸이 굳어지는 끝에 도달했어도 이상하게 없다 답하고 싶었다. 그를 아는 월록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그는 우리와 같지만 달라. 알렉산더 기드온 라이트우드, 그는 이상해. 모두가 즐겨 하는 파티를 사랑하지도, 부와 명예를 자랑하지도, 하물며 다른 월록들과의 교류도 좋아하지 않아.

수군거리던 입 하나가 질문을 했다. " 그래서 헌터를 사랑하게 되었나? "

마법사는 그 이상한 질문에 침묵을 고수했다. 그건 대답할 가치도 없는 질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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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새벽빛 뜨는 그들의 침대 위에선 벌써 작은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다름 아닌 알렉이었다. 뻐근한 몸을 움직이니 이불이 조금 흘러내렸고 그 큼지막한 상체가 제 품에 있는 한 사람을 더욱 끌어안으며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뜨거운 바람에 옅은 잠을 자던 매그너스가 음, 목을 긁으며 알렉을 따라 몸을 움직였다. " .. 알렉. " 매그너스의 잠긴 목소리가 꽤 피곤하게 그를 불렀다.

"알렉산더.., 지금 몇 시야? "
" ... 아직 아침 아니야. "

알렉의 덜 깬 목소리가 어두컴컴한 방안에 대충 대답을 한다. 매그너스는 그런 알렉의 대답이 퍽 웃겼는지 비식, 웃음을 터트렸다. 누가 그걸 몰라?, 매그너스는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리며 알렉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희미하게 통트는 방안은 겨우 얼굴 하나 알아볼 정도로 밝아지고 있었다. 알렉 또한 눈을 뜬 체 매그너스를 보고 있었다. 그는 지금 이 순간을 주신 신께 감사 인사라도 드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 클레이브에 보고하러 들려야 하는데.. "
" 너 아직도 안색이 안 좋아, 매그너스. "
" 안색 하니 생각났는데, 너도 그래 보이네. "

매그너스의 짙은 눈동자는 알렉의 퀭해진 눈가하며 마른 입술을 알아차리곤 곧 얼굴마저 손을 올렸다. 밤사이 자잘하게 수염 난 얼굴은 거슬한 감촉이 느껴지고 있었다. 웃긴 건 이 얼굴이 어제보다 더 나은 안색이라 매그너스는 안심이 된다는 것이었다. 알렉은 매그너스의 손길을 음미라도 하듯 눈을 감고 편안하게 늘어졌다.

그의 따뜻한 손, 알렉의 감긴 시야 너머로 어제 있었던 일이 한 악몽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그는 여유로운 시간을 대부분 일과 매그너스, 그리고 책 읽기로 달래는 것이 취미였다. 그날은 일도 없겠다 책 읽기로 지독히 조용한 알렉의 아파트였다. 그 집안에 난데없이 들이닥친 헌터들은 축 쳐진 매그너스를 업은 체 그를 계속 불렀다. 매그너스의 동료라 알고 있던 카타리나는 래그노어가 매그너스를 소파에 눕히는 동안 알렉의 옷을 붙잡고 상황을 설명했다. 항상 침착함과 냉정함을 잃지 않던 그녀가 이토록 혼란스러워하는 건 처음 보는 것 같았다.

' 알렉, 매그너스가 당했어요. 나는 그가 이렇게 쓰러질 줄 몰랐어요. 아니, 그곳에 악마가 한 마리 더 있었다는 걸 빨리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그 악마가 매그너스 배에 손톱을 박았고, 그리고, 그리고 사라졌어요. 그의 상처가 꽤 깊어요. 알렉, 치유룬이 통하지 않아서 더욱 그가 위험한 상태에요. 인스티튜트로 가려 했는데 치유룬도 통하지 않는 매그너스는 그곳에 가봤자 아무 소용이 없을 거 같고, 그래서.. 아 내 탓이에요. 알렉. 매그너스를 살려줘요. 당신 밖에 그를 살릴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

고백하자면 그 당시 알렉은 카타리나의 모든 말이 귀에 들어오질 않고 있었다. 오로지 소파에 누워있는 매그너스만이 그의 시야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혈색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선 눈조차 뜨고 있질 않았다. 그 모습은 뱀파이어로 되살아나기 전 보았던 시체를 닮아 있었다. 알렉은 제 머리의 피가 싹 가시는 느낌을 받았다. 그 잘나신 월록이 숨 쉬는 법을 잊고 겁쟁이처럼 덜덜 떨었단 게 사실이었다. 카타리나는 자신보다 더 패닉에 휩싸인 알렉의 이름을 비참하게 외쳤다. " 알렉산더! "

매그너스!, 로스의 외침에 알렉은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으로 비명처럼 내지르며 그만큼이나 창백해진 얼굴로 쳐진 손을 잡아올렸다. 다른 한 손은 손가락을 튕겨 피어나는 마력을 상처 부위에 가져가기 시작했다. 안돼, 안돼, 안돼. 매그너스의 손을 잡은 그가 가시나무 떨듯 가만있질 못했다. 상처 부위에선 아직도 지혈이 안돼 이따끔 울컥 배어 나오는 핏덩어리로 이미 소파며 그가 업혀온 거실이며, 래그노어에 카타리나까지 물들여있었다. 알렉은 이를 악물며 더욱 제 마력을 끌어올렸다. 모두가 숨을 죽여 그가 치료되는 순간을 지켜보았다. 초조하게 입술을 씹고, 누군간 손톱을 물어뜯었다. 1초를 사이에 두고 매그노스의 목숨이 간당간당한 순간이었다. 그 1초가 1분 같았고 1분이 1시간이나 다름이 없었다. 래그노어는 카타리나의 손을 잡으며 천사의 이름을 계속 불렀다. 라지엘이시여, 아직 이 영혼을 거두기엔 이릅니다. 부탁이에요.

" 매그너스... "

끊임없이 상처 부위를 어르는 마력의 주인이 간절하게 매그너스의 이름을 불렀다. 소파를 더럽히던 피가 겨우 그치고도 몇십 분을 더 있었을까, 알렉은 제가 잡고 있던 그의 손에 겨우 온기가 서리는 걸 느끼곤 탄식을 내뱉었다. 아, 신이시여. 알렉의 안도에 래그노어는 스르륵 힘 빠진 몸을 바닥 그대로 주저앉았고 카타리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비록 온기는 돌아왔다만 아직 의식은 돌아오질 않고 있었다. 알렉은 제게 집중이 더 필요하다며 연락을 주겠다 둘을 돌려 보냈다. 그 둘은 문을 닫기 전까지도 매그너스에게서 한시 떨어지질 못하는 알렉의 손길에 오히려 떠나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가고도 몇 시간이 더 지나서야 알렉이 제 마력을 거의 바닥냈을 때, 매그너스가 움찔, 눈가를 반응했다. 알렉은 그가 눈 뜨는 걸 보고 힘없이 웃어주었다. 그리곤 둘은 눈 한 번 마주치며 동시에 기절했다.

겨우 깨어나 다시 침대에 누워 지금 도로 깨어난지  2시간도 체 되지 않았다. 알렉은 부족한 제 마력을 매그너스로 채우듯 한시도 그에게서 떨어지질 않았고 매그너스는 그런 알렉을 가만 만져주었다.

" .. 당신을 잃을 뻔했어."
" 난 섀도우 헌터잖아, 알렉. "
" 잘 알아. 빌어먹을 섀도우 헌터, 명이 짧은 주인들. "

알렉은 악 눌린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을 하다 한순간에 후, 힘을 풀었다. 새삼 울컥해진 심장이 누구를 향한 원망인지, 누구를 위한 자책인지 알 수가 없게 되었다. 매그너스는 알렉의 거칠어진 말투에 내심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다 안쓰럽게 휘었다. " 알렉산더.. " 그가 나지막이 부른다.

" 만약이라도 상상하기 싫지만, 또 이런 일이 발생하고 늦어버림 난 어떡해야 될까.. " 

알렉은 괴로운 듯 뺨을 만져주는 그의 손에 얼굴을 묻으며 눈가를 깊게 가렸다. 매그너스는 알렉이 제 손바닥에 울음을 터트릴 거 같았으나 끝내 그 안이 젖는 일은 없었다.

"... 당신이 죽고 또 나 홀로 긴 세월을 살다 당신을 잊게 된다면 어떡하지.. "

알렉은 그것만큼 두려운 일도 없는 듯 단어 하나하나에 뼈져린 슬픔을 담아 떨었다. 듣는 이의 가슴에 같이 못을 박는 그런 아픔이었다. 매그너스는 죄인처럼 입을 다물다 끝내 그를 위로해주지 못했다. 불멸의 삶은 겪어본 자만이 알 수 있는 법, 매그너스 베인은 필멸의 삶을 살다 분명 죽을 것이다. 언제 죽을지 아직 모를 뿐 이미 예정된 미래에 알렉은 매그너스를 보낼 순간이 분명 존재하고 있었다.

" 당신을 기억할 무언가가 필요해, 매그너스. "
" 알렉산더. "

드디어 그 무겁던 입을 연 매그너스가 제 손에 묻힌 알렉의 얼굴을 애써 들어 올렸다. 묵직하게 실린 무게가 좋아 그는 알렉에게 미소를 보였고 알렉은 그런 얼굴을 눈동자 너머로 새겼다.

"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날을 기억해? "
" 그래. 당신이 무작정 내 아파트에 찾아와 짜증을 부렸지. 마법사는 파티를 좋아하는 거 아니었냐며, 어떻게 모든 파티에 참석을 했는데 머리카락 하나 찾을 수가 없었다고 네가 고생한이야길 거리낌 없이 토했지. "
" 우리가 처음 키스한 날은? "
" 헌터스 문. 키스 후 기분 좋은 날 술로 이긴 헌터는 네가 처음이었을 거야, 매그너스. "
" 그래서 나도 기분이 좋은 나머지 더 술을 마셨고 결국 우리는 둘 다 취했지. 알렉. "

어느덧 두런두런 이야기로 누그러진 분위기가 달콤하게 젖어 알렉은 부쩍 부드러워진 얼굴로 매그너스를 바라보았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우울감에 빠질뻔한 알렉을 이토록 금방 꺼내올릴 수 있는 건 유일한 한 사람, 매그너스 베인 밖에 더는 없을 것이다.

" 날 기억할 무언가는 바로 이런 거야, 알렉산더. "

다른 말론 그래, 추억이라 할 수 있겠다. 매그너스는 부러 과장된 얼굴로 설명에 웃음을 덧붙였고 알렉은 매그너스와 좀 더 가까이 붙어 귀를 집중시켰다. " 추억이라. "

" 날 절대 잊을 수 없게 수많은 추억들을 만들자. "

매그너스는 알렉의 가까워진 얼굴에 가벼운 입맞춤을 두어 번 남겼고 알렉은 부드러운 그 감촉을 기억하며 이 또한 추억인가, 물었다. 물론 매그너스의 답은 당연했다.

" 이 또한 추억이야. 자기야. "

슬슬 새벽이 끝나 아침이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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