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tterfly


W. AMOUR


BGM - 좋은사람 : 티아라 ( T - ARA )



허-,  순영의 이야기를 계속 듣고 있기 힘들정도로, 승철은 자신이 없는 동안 아픈 삶을 살아왔더라. 눈을 다치기 전부터 승철이 내민 손을 내쳐낸 소속사들이나, 정한 자신을 찾겠다고 거리를 헤매다 크게 다쳐 눈을 잃은 것, 모든게 따지고 보면 정한 자신의 탓인 것만 같았다. 어렸을 적부터 승철과 정한 자신은 성격도 잘 맞고 이성이 아닌 동성에게 끌리는 취향마저 같았으니, 양측 부모님들도 자신의 아들들의 처지와 상황을 알고, 항상 옆에 붙여놓았으니까.



"이제 그만 들을게요, 순영씨"


"..."


"좀 힘드네요, 그만 일어나 볼게요"


"아아... 네, 감독님 얼른 들어가세요"


깍듯이 인사를 하는 순영에게 손을 흔들어 주곤 제 차에 타, 곧장 집으로 차를 몬 정한은, 주차장에 제 차를 주차하곤 집으로 가지 않고 방향을 틀어, 집  근처 포장마차로 가 술 두병을 시켜, 소주잔에 따랐다. 번짐 없이 얼룩없이 맑고 투명한 무색에 액체가 담긴 작은 소주잔을 들고 살짝 흔드니 위태롭게 출렁이며 큰 일렁임을 만들어 내는 모습이, 앞을 볼 수 없다는 판정을 받은 승철에 고운 눈에서 흘러내린 눈물 같았다.



"... 하아"


"... 6시"



6시, 꽤나 이른 시간부터 술을 마시는 사람은 드물었다, 하긴 퇴근할 시간인데 누가 포장마차까지 와서 술을 먹겠나 편의점에서 캔맥주나 몇캔 사서 집에서 먹겠지. 정한 역시 원래 포장마차에 잘 오는 편은 아니였다, 순영 덕분에 뜨고 난 후부터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장장 몇십시간의 촬영을 끝내고 나면 몸이 축축 쳐져, 집에 들어가면 씻고 바로 잠드는 게 일이였으니까. 저녁 6시쯤 기껏해야 포장마차에는 정한을 포함해 3명 정도의 남성들뿐이였다. 그 두명도 친구와 함께 와 술 기운에 웃고 떠드는 모습이 정한에겐 그저 부러울뿐이였다.



"아주머니! 소주 한병 더 주세요!" 


"이봐요, 너무 많이 마시는 거 아니예요? 걱정 되는데..."


"괜찮아요..."



얼마나 들이 부은 것인지 벌써 정한이 앉은 자리 테이블 위엔 초록색 병이 5병 이상 굴러다녔다. 주량이 쎈 정한에겐 이정도는 아무 것도 아닌데, 승철에 꽤나 아픈 과거를 들은 후여서 그런지, 앞이 핑핑 돌고 어지러운게 취한 듯 싶었다. 적당히 마셔요-. 아주머니가 술 한병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면서 정한의 어깨를 토닥이자, 울컥한 정한은 제 휴대폰을 가지고 다니는 클러치 백에서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거는 듯 싶었다.


'♩♪♬-'


"..."


[아, 아아 여보세요?]


"... 승철아"


[... 윤정한?]


"... 보고 싶어, 보고 싶어 승철아..."



전화가 끊길 때 즈음, 급하게 전화를 받은 상대방은 승철이였다. 승철을 다치게 만든 것은 정한 자신이였는데, 괜한 어리광을 부리고 싶었다. 5년 동안 먼 타국에서 홀로 어울리지 못하고 집에만 틀어박혀 살면서 공부를 했고, 자신은 다른 이들과 어울릴 수 없다는 소외감이 들 때 쯤이면, 항상 제 방에서 몰래 술을 까 마시며 애타게 부르던 사람이 승철이였으니까.



[너, 어디야]


"승철아, 내가... 내가 미안해..." 


[너, 어디냐고!]


"나 때문에, 그렇게 된 거..."


[... 야]


[ 난, 네가 이렇게 힘들게 살고 있을줄은 몰랐어... ]


아버지!, 저 어디 좀 가야 할 것 같아요! 승철의 목소리가 작아지고, 승철의 목소리 외에 다른 이의 목소리가 들려오자마자 정한은 울음을 터뜨렸고, 갑작스러운 정한의 눈물에 당황한 아주머니가, 정한의 전화를 뺏어 위치를 알려주니, 금방 가겠다는 승철의 목소리와 함께 전화가 끊겼다.



"이봐요, 울지 말고 친구분 오신다고 하셨어요-"


"승철아... 너무 보고 싶어..."


"참... 이걸 어떻게 해야하나..."



꽤나 유명한 사람이 술에 취해 울고 있으니, 제법 신기한 광경에 여기저기서 몰려든 사람들이 정한을 찍어 제 SNS에 올리려 했고, 그런 어린 생각을 하던 사람들을 옆에서 다그치는 친구들 덕분에 한바탕 작은 소란은 끝이 났고, 곧이어 차 시동이 꺼지는 소리와 함께 탁탁- 무언가가 바닥에 닿아 내는 소리가 들리자 고개를 들어 소리가 나는 쪽으로 돌린 정한은, 한손은 허공에 뻗어 허우적대면서, 흰 지팡이를 짚으며 자신에게로 천천히 거리를 좁혀 오는 승철에 정한은 야속하게도 또 흘러내리려는 눈물을 꾹 참고 승철에게 뛰어가 승철을 끌어안았다.


"... 언제, 돌아온 거야?" 


"..."


"정한아"


"... 한달, 전"


... 아, 승철은 자신을 끌어안는 정한의 행동에 허공에서 맴돌던 손을 살며시 내려 정한의 허리에 팔을 둘렀고, 5년 전 매번 제게 풍기던 정한의 향기에 푸스스 웃었다. 진상이냐 왜 술 마시다 우냐? 아픈데 기분 좋은 말투였다, 어린 시절 매번 듣던 승철의 말투 승철의 목소리나 말투나 5년이 지난 지금도 정한 자신을 대하는 것 모두 달라지지 않았다.



"아버지, 일단 집으로 가요. 얘 이대로 집 보내기 겁나네요"


"그러자꾸나, 정한아 오랜만이다-"


"... 죄송해요, 죄송해요..."



뭐가 그렇게 미안해, 하여튼 울보 진짜. 승철의 아버지가 비틀거리는 정한을 먼저 뒷자석에 조심스레 태우고, 제 아들까지 정한의 옆에 태운 후에야 운전석에 올라타 차를 몰기 시작했다. 따스한 차 안에서 간간히 들려오는 승철과 승철의 아버지의 웃음 소리, 타국에 있었을 때 제가 꿈꾸었던 미래였다, 배우가 된 승철 감독이 된 자신. 둘 다 꿈을 이루고 웃을 수 있겠지? 하던 제 바램은 제 잘못으로 인해 승철이 다치고 나서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


"... 아으"


"..."


"... 어제는, 꿈이였나"



창 너머로 비집고 들어온 햇빛에 눈이 부셔 눈을 찡그리며 잠에서 깨어났을 땐, 정한의 집이 아니였다. 낯선 듯 익숙한 방 안, 승철의 방인 걸까 정한은 방 안을 둘러보다가 나왔을 땐, 거실에 앉아 점자책을 손으로 만지며 글을 읽고 있는 승철이 보였다. 괜히 책을 읽는 승철에게 방해가 될까 조심스레 승철의 옆으로 다가가려 할 때, 점자책을 덮고 제 옆을 손으로 팡팡 치는 승철에 놀란 정한이 입을 뗐다.



"... 나 깬 거 어떻게 알았어?"


"부시럭 거리는 소리 다 들려"


"... 나 최대한 소리 안 냈는데?"


"눈이 안 보이는데 귀라도 좋아야지"


"... 야아 ..."



니 때문에 이렇게 된 것도 아닌데 왜 자꾸 그러냐, 승철의 말에 흠칫 몸을 떨곤 말꼬리까지 늘려가며 승철에게 징징대자, 허공에 팔을 뻗어 허우적거리던 승철을 보곤, 정한이 제 손을 승철쪽으로 뻗자 정한의 팔목을 잡아 당겨 제 옆에 앉힌 승철이 점자책을 정한에게로 내밀었다.



"읽어볼래? ㅋㅋㅋ"


"... 너 지금 나 놀려?"


"응, 들켰네"


"야!"


"너, 감독 된 거 맞지? 그때 나 찾아온 윤정한 감독도 너고"


"... 응"



보다시피, 난 이런 점자식으로 되어 있지 않으면 대본도 못 읽어 그런 나한테 무슨 주연이야. 정한은 자신의 앞에 놓여져 있던 점자책을 가지고 가면서 승철이 덧붙인 말에, 할 수 있다며 빽- 소리를 지른 정한은 벌떡 일어났고, 정한이 일어나며 확 끼친 바람에 놀란 승철이 고개를 들자, 흥! 하며 제 집으로 가는 듯 싶다가도 좋은 생각이 났는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감독님]


"순영씨, 잠깐 만날 수 있을까요?"


"에?, 권순영?"


[지금요?, 가능하긴 하지만... 무슨 일로...]


"승철씨 문제로요, 여기 승철씨 집이예요"


"윤정한?"



금방 가겠습니다, 순영이 금방 가겠다며 전화를 끊자 제 옆 흰 지팡이로 바닥을 짚으며 일어난 승철은 정한이 서있는 곳과 정반대를 바라보며 손을 뻗은 승철에, 총총총 승철의 앞으로 가 승철의 손을 깍지 껴 잡은 정한이 승철을 다시 소파에 앉혔다, 순영이는 왜 불러? 뭐 하게?



"네가 친구를 못 믿어서 내가 본 때를 보여주려고!" 


"꼴깝 떤다, 아주"


"야아!"


'띵동-'



순영씨다!, 정한은 도도도 현관문으로 뛰어갔고, 문을 열자 사복차림에 순영이 추운 듯 발그레 해진 볼을 제 두손으로 감싸며 승철의 집으로 들어왔고, 정한은 승철에게로 가려는 순영을 붙잡아 승철의 방 안으로 들어와, 제 클러치백에서 대본 하나를 꺼내 녹음기와 함께 순영에게 건넸다.



"... 이걸 왜 절 주세요?"


"승철씨가, 이번 작품에 주연이 되었으면 해요"


"... 정말, 정말이세요?"


"네, 그러려면 순영씨가 필요해요"


"뭐든지, 다 할게요"



이 대본, 주연의 대사를 모두 이 녹음기에 담아주세요. 이 대본에 나온대로 연기를 녹음해서 주세요. 순영은 정한의 말 뜻을 이해하지 못하다가도 후에야 이해가 됐는지 밝게 웃으며 알겠다며, 제 조그만한 가방에 녹음기와 대본을 넣고는 거실로 나와 승철의 옆에 털썩 주저 앉았다.



"승철이 형! 오랜만이야!"


"너-, 요즘 잘 나간다고 연락이 뜸하다?" 


"아이, 슈퍼스타는 항상 바쁜 법이지"


"... 나한테 무슨 대답을 듣길 바래?" 


형 너무해... 순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피식 웃는 승철에 너무하다며 입을 오리마냥 쭉 내밀고는 툴툴대었고, 짐 정리를 했는지 뒤늦게 나온 정한과 눈이 마주치자 웃었다, 순영씨 잘 부탁해요. 걱정 마세요! 승철은 자신만 모르는 대화의 주제를 가지고 밝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는 둘이 얄미운 것인지, 팔을 허우적거리다 순영의 팔을 잡곤 아프게 꼬집었다.



"악!"


"난 빼고 둘이서만 재잘재잘, 난 안 보여? 너희는 내가 보이지, 내가 너희가 안 보이는 거고!"


"아이, 미안해 형-"


"미안미안-"


"형, 영화 잘 볼게!"



무, 뭐? 야! 야 권순영! 순영은 한시라도 빨리 승철의 꿈을 이루어주고 싶어 대본과 녹음기가 들어있는 제 가방을 소중히 제 품에 꼭 끌어안고는 급하게 승철의 집 밖으로 나섰고, 저는 모르는 영화 이야기에 놀란 승철이 일어나려 몸을 일으켰을까 휘청거리는 몸을 잡아준 정한에

다치지는 않을 수 있었다, 내가 영화라니 무슨 소리야?



"내가 그랬잖아, 너 꼭 주연 해줬으면 좋겠다고"


"그게 말처럼 쉽냐니까?"

"나랑 순영씨면 너, 배우 만들어 줄 수 있어"


"..."


"아니, 꼭 만들거야. 그러니까 너도 내 소원 들어줬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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