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그의 회사에서 겨우 그를 진정시키고 근처 한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작업실로 다시 돌아왔다. 조금 전의 그와의 키스때문인지 하얀 캔버스를 세워놓고 도통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계속해서 사무실이 떠오르고 함께 누웠던 쇼파가 떠오르다 결국엔 그의 안경낀 모습이 아른거리기 까지 했다. 지난번 일식집 정원에서 시작되어 차에서 마무리된 그와의 관계까지 떠올라 그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오늘은 다행히 나의 이성적인 판단 덕분에 중간에 멈출 수 있었지만 다시 한번 떠오른 차 안에서의 관계는 지금 생각해도 아찔했다.

그리고 뒤늦게 그의 기분이 조금 나쁘지 않았을까 걱정이 되었다. 물론 상황이 상황인지라 완강하게 싫다고 거부하였지만 순간 그의 표정은 좋지 않아보였고, 식사를 하면서도 조금 쳐진듯한 분위기였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앞으로 사무실 출입은 자제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결국 새로운 스케치는 시작도 못하고 겨우 이미 완성된 캔버스 정리만 해놓고 집으로 돌아왔다.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이 오는 시기라 일교차가 커서 저녁이 되면 몸이 으슬으슬 추위가 몰려와 곧 감기가 올 것 같은 기분이어서 따뜻한 물에 몸이라도 담그기로 마음먹고 욕조에 물을 받았다. 네시가 조금 넘었으니 그의 퇴근시간 까지 충분히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갈아입을 옷을 챙겨두고 즐겨쓰는 아로마 입욕제 풀어낸 욕조에 몸을 담그니 모든 것이 조금 진정이 되는 것 같았다. 아까 긴장을 했던 탓인지 금세 노곤해지는 몸에 눈도 스르륵- 감겼다. 보통 때 같으면 핸드폰을 붙들고 욕조에 들어와 시덥지 않은 기사들을 읽어내려갔을 텐데 오늘은 웬일로 빈손으로 욕조에 들어와서 노곤해진 몸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세진씨 여기 있어요?”



잠시 눈을 감고 있었는데 깜빡 잠이 들었었나 보다. 갑작스레 들려온 그의 다급한 목소리에 깜짝 놀라 눈을 뜨니 벌써 그가 문을 열고 들어선 후 였다.



“전화는 왜 안 받고 하아...”



뛰어온건지 숨을 몰아쉰 그는 내가 저지 할 새도 없이 욕조로 다가와 한켠에 자리를 잡고 앉아 나를 품안에 가두었다. 품안에 갇혀 멀뚱 멀뚱 상황 파악을 하려 눈을 굴리다 어느새 젖어드는 그의 바지가 눈에 들어왔다.


“전무님 옷 젖어요…”



내가 겨우 한마디를 했을 뿐인데, 그는 목소리를 높이고는 나를 매섭게 내려다보았다.


“그러게 왜 전화를 안 받아?”

“죄송해요... 핸드폰을 밖에 두고...”

“집에가면 집에 간다고 말으... 하아... 당신 진짜...”


그는 내 변명도 끝까지 듣지 않고 그렇게 한참을 나를 무섭게 내려다 보며 자기 할 말만 하다 크게 한숨을 내쉬고 다시 나를 품안에 가두었다. 이번엔 좀 더 많은 물이 튀어 그의 상의까지 젖고 있었다. 그는 상관 없다는 듯 계속해서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얼마나 잠이 들었던건지 따뜻했던 물도 어느새 차게 식어있었고, 계속 이렇게 그의 품안에 있기에도 나는 지금 나체의 상태였다.



“전무님, 저 금방 나갈테니까 전무님도 나가서 옷 갈아 입고 계ㅅ...”


떨어질 줄 모르는 그를 슬며시 밀어내고 올려다보며 그를 진정시키려 했지만 그의 입술은 갑작스럽게 내 입술에 내려앉아 차갑게 식은 입안으로 들어왔다. 아무런 준비 없이 받아 들인 그의 혀는 무자비하게 내 안을 휘저었다.


“으읍…”

“하아, 집에서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며”


그는 말과 동시에 입고있던 자켓을 신경질적으로 벗어던지고 젖은 셔츠 단추도 손에 잡히는 대로 풀어내었다.
끈질기게 쫒아오는 그의 혀를 피할 재간이 없어 힙겹게 고개만 쳐들어 그에게 매달려 있었다.

순식간에 옷을 다 벗어낸 그는 집무실에서의 열기를 그대로 품고 있었다. 차갑게 식은 물 온도에 서늘했던 내 몸을 일으켜 세워 감싸안으며 조심스럽게 물 속으로 발을 들였다.



“몸이 왜이렇게 차?”


욕조헤드에 걸쳐 앉아 나를 손쉽게 무릎위에 앉힌 그는 차가워진 내 몸을 지분거리며 자신의 것을 부풀렸다.
금방이라도 내 안으로 들어올 듯 준비태세를 갖춘 그의 것이 내 허벅지 안쪽에서 온기를 내뿜고 그의 손은 내 엉덩이로 내려가 서로의 몸을 더 밀착시키며 욕실 안의 열기를 더했다.

차갑게 식었던 몸이 조금씩 그의 숨결과 열기로 달아오르고 그의 목에 한껏 매달려 목을 그의 입술에 내어주며 고조된 흥분을 만끽했다.  


“하읏 전무니.... 해주세요”

“여기서 힘들지 않겠어?”



츄읍- 소리를 내며 내 목을 탐하던 그는 걱정스러운 말투와 반대로 귀두끝을 음부에 지분거렸다.


“천천히 할까?”


나를 약 올리려는 듯 지분거리는 행동에서 멈춘 그는 내 가슴으로 입을 내려 부풀어 오른 가슴을 혀로 튕기듯 핥으며 나를 올려다 보고는 내 행동을 부추겼다.


“아니ㅇ.... 흣 움직여요 제발...”

“오늘 정말 나 하고 싶은대로 해도 되나?”

“네 전무님 빨리요 핫!!”


이미 젖을대로 젖은 내 안에 손쉽게 들어온 그는 들어오자 마자 매섭게 피치를 올리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세진아 하아…”



젖혀진 고개를 따라가 그의 입에 입을 포개니 기다렸다는 듯 내 혀를 옭아매는 그는 오늘 아마도 정말 통제라는 건 모르는 사람인 것 같았다.


“없어진 줄 알았어 하아...아까 사무실에서 싫다고 하는 네 눈빛이 생각나서 두려웠어”



그는 옅은 한숨을 내뱉으며 그 답지 않은 고백을 늘어놓았다. 한태현 전무가 두렵다는 말을 내뱉았다. 내가 연락이 되지 않아 잠시 불안하고 두려워했을 그를 잠시 상상했다. 가끔 이렇게 진심인 듯한 고백을 해오는 한태현 전무를 마주할 때면 내 착각과 오해와 기대가 그의 안쓰러운 고백들을 안아주고 싶고, 나를 어렵다고 하는 그에게 나를 온전히 내어주고 싶지만 현실은 이기적이게도 그렇지 못했다. 나를 충분히 아껴주고 있는 그이지만 그걸로는 그와의 미래를 그리기엔 너무나도 부족한 마음이었다. 나는 좀 더 이기적이게 제자리에 서서 그의 마음을 시험해보고 싶은 나쁜 욕심이 들었다.

내가 딴 생각에 빠져 있는 동안에도 그는 자신의 행동에 집중하며 나를 지분거렸고 짧은 탄성과 함께 뜨거운 욕망을 마음껏 분출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하아”

“아….”



혼자서 가쁜 숨을 몰아낸 그는 딴 생각에 빠졌던 나를 눈치챈 듯 금방 매서운 눈빛으로 나는 응시했다.


“나만 좋은거네 결국, 이세진씨가 좋아하는 건 도대체 뭐지?”

“…..전무님”



매서운 눈빛을 마주하고 있지만 결코 평소의 자심감 넘치고 오만하기까지 한 그의 얼굴이 아닌 안쓰러운 그의 얼굴을 마주보고 있자니 내 욕심은 아이러니하게 더욱 커졌다. 확인하고 싶었다. 내 마음과 같은 마음인건지. 애써 외면하는 내 마음을 그는 이렇게 내비춰주는 것인지.



“당신 그렇게 생각에 빠져 있으면 난 왜 이렇게 초조 한 걸까”

“전무님 저 좋아하세요?”



내 물음에 순식간에 굳어진 그의 표정을 마주하고 있다니 내 욕심이 조금 지나쳤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그래 없으면 아쉬운 장난감 정도라고 생각하겠지, 눈에 보이지 않으면 조금 불안하고 남이 가지면 기분 나쁜 그런. 하지만 대여섯살의 아이들도 그 장난감을 애지중지하고 좋아한다고 표현하는데 이 사람은 왜 표정까지 굳으며 정색하는 것 처럼 보이는 걸까.


“저 추워요 그만 ...”



아직 빠져나가지 않은 그의 것에서 빠져나오려 무릎을 세우자 단번에 다시 나를 내려 앉히며 그 특유의 단호한 말투와 표정을 내보였다.



“오늘은 맘대로 해도 된다며, 한번 더해”



그는 나를 뒤로 돌려 앉히고 무릎을 세우게 했다. 욕조의 물에 반쯤 몸을 잠근 그는 욕조에 등을 기대고 누워버렸다. 이 순간에도 그의 것은 내 안에 들어차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움직여봐, 흐읏”


그는 내 뒤에서 엉덩이를 붙잡고 위 아래로 움직이며 내 행동을 부추겼다. 나는 그의 요구에 이미 붉어질 대로 붉어진 얼굴이 더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지만 그 만큼이나 나도 그만 둘 수 없었다. 처음 시도한 자세에서 오는 새로운 자극이 조금 전의 내 욕심을 또 잊게 할 만큼 좋았다.


“하윽…전무니임…”



내가 움직일 때 마다 함께 만들어내는 마찰음 소리와 나의 신음이 욕실을 야하게 울렸다.


그는 반쯤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내 허리를 일순간 멈춰세웠다. 그리고 만족스럽지 않았는지 급하게 깊은 곳까지 쳐올렸다.



“하아… 너무 깊어…”

“당신이 잘 해봐 그러면”



조금은 거친 두번째 그의 사정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나는 그의 가슴에 등을 기대어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나를 옆으로 돌려 앉힌 그는 입술을 내려 가볍게 쪽- 하고 입을 떼었다. 내 욕심은 조금 앞서 나갔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나는 지금 그의 옆에 머물 충분한 명분을 만들 수 있음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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