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그렇게 싸우고 온 결과가 이거란 말이지..?"


"응."


한숨을 쉬며 자신의 집, 정확히는 회사와 아주 조금 떨어진 칸의 집. 그 건물의 한 오피스텔을 받아 살고있는 집에서 자신의 동의도 없이 들어와 쇼파에 털썩 누우며 천연덕스럽게 대화하는 짐과 그 옆에 꼿꼿하게 앉는 스팍을 보며 미간을 좁혔다.


처음엔 그냥 자신의 집처럼 한층을 쓸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했지만 맥코이는 부담스럽다고 자기 혼자 있을만한 오피스텔을 부탁했고 알겠다며 맥코이의 의사를 존중해주었다. 사실 이 오피스텔도 부담이라 처음에 거절했지만 위험에 언제 노출될지 모르니 이 건물에 있는게 본인도 편하다는 말에 맥코이도 자신에게 한 발 양보한 칸에게 수긍하며 두 손들고 포기했었다. 가끔은 자신에게 이정도로 친절을 베푸는 칸이 의심스럽기도 했지만 자신에 대한 죄책감이려니 하고 생각하기를 그만두었다.


결론은 공간이 바뀌었다 해도 칸의 회사에서 칸의 사택으로 옮긴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 말은 맥코이 본인에게 위험한 건 이 두 프리스트이지만 이 프리스트들은 이 건물에 있는 모든 뱀파이어들이 적이다. 복도를 가다 습격 받을지도 모르고 자다가 암살 당할 수도 있다. 이렇게까지 위험에 노출되면서 자신을 감시해야 하는걸까? 짐이야- 라고 생각했지만 저 귀 뾰족한 짜증나는 녀석은-..


여러가지 생각을 하다가 깊어지는 고민에 아- 모르겠다. 하며 그냥 짐 혼자 위험하니까 좀 잘난 놈을 같이 보냈나 보다 했다. 스팍은 짜증나는 놈이지만 확실히 보기만 해도 나 존나 쎈놈이다- 라는 기운을 풀풀 풍기고 있었다.


"뭐.. 내가 잘못한 건 맞지만 나도 이렇게 되고 싶어서 된 건 아니-.."


"어찌 되었든 그 자리에 끼어든 당신의 책임도 크지요."


"..."


맥코이의 말을 끊어버리고 단호하게 말하는 스팍에 울컥했지만, 맞는 말이라 반박할 수 없었다. 짐은 여전히 팽팽하게 시경전인 둘을 불안하게 바라보았다. 사실 그 자리가 위험했다는 건 알고 있었다. 짐을 따라 갔을 때 검은 옷의 남자와 이상한 싸우고 있었고, 짐이 위험해 보였다.


그랬기에 끼어들었다. 설마 짐의 무기가 자신에게 날아올 줄은 몰랐지만.





*




스팍을 데려왔던 짐은 맥코이와 칸에게 자신이 싸우고 온 결과를 말하듯 종이 한장을 내밀었다. 서약서였다.

여기엔 맥코이 뿐만 아니라 칸의 동의 확인칸도 있었다.


첫째. 먼저 당분간 맥코이 혼자서는 그 어디도 갈 수 없다. 무조건 짐과 스팍이 동행한다.

둘째. 기간은 미정이나, 스팍이 감시를 끝내도 될 것 같다고 판단되면 감시를 종료한다.

셋째. 감시자 프리스트들의 신변에 무슨 일이 생길 시 사형을 집행한다.

넷째. 다시 이런 일이 생길시에는 그대로 사형을 집행한다.

이것은 칸 누니엔 싱 의 동의를 받을 것이며, 거부할 시 우리는 '전쟁'을 받아들이겠다.

감시의 형태는 프리스트들의 요청에 따라 그들이 자유에 맡긴다.


결론은 맥코이는 무조건 언제까지 일지도 모르는 감시자를 장기간 동행하며, 프리스트들을 뱀파이어로부터 지켜줘야 하고 이런일이 또 생길시에는 무조건 죽이겠다. 그리고 한번은 봐주지만 두 번은 없으니 또 이런 일이 생기면 칸은 맥코이를 보호할 수 없다.라는 강제적인 전달이였다. 칸은 조금 짜증난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예외라고는 없는 프리스트들이 이정도까지 양보한 걸로 보아 짐이 얼마나 협회와 맥코이를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왔는지 알 것 같았기에 '두 번은 없을꺼야, 약속하지.' 라며 전달에 동의하며 서약서에 사인했다. 아.. 정말 여러명에게 폐 끼친다.. 중얼거리며 칸을 따라 맥코이도 서약서에 사인했다. 


짐은 맥코이와 칸의 사인을 받은 종이를 둘둘 말더니 90층이나 되는 사무실의 작은 창문을 살짝 열어 말린 서약서를 떨어뜨렸다. 다들 알고있다는 듯 조용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맥코이가 뭐야?! 라고 하자마자 검은 무언가가 빠르게 서약서를 낚아채갔고 그게 짐의 매라는 것은 조용한 모두에게 저 시꺼먼게 서약서를 훔쳐갔어! 칸! 왜 침착해! 저게 뭐야! 라면서 난리를 치다가 내 매니까 좀 조용히 있으라며 말리는 짐에 의해 금방 알게 되었다.





*






"..그래, 내 잘못도 있긴 하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와 같이 밤낮으로 지내면서 날 언제까지고 감시할 순 없잖아.. 너희도 너희 일이 있고, 언제까지 묵을지도 모르다니.."


"난 평생 있어도 좋은데."


그 말에 스팍이 인상을 구기며 짐을 바라보았고, 에이- 진담이지만 그렇게 되겠어? 라며 능청스레 말했다.


".. 그게 우리 집이란 말은 없었잖아! 좁다고! 남자 셋이서! 이런 작은 오피스텔에!"


"에이- 뭐 어때, 단란하고 좋네. 본즈랑 같이 있을 수 있고.. 난 지금 완전 좋은데!"


맥코이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태평하게 말하는 짐을 보며 어우, 저걸..! 하며 맥코이는 주먹을 꽉 쥐며 부르르 떨었고 스팍은 저 마음에는 조금 공감을 한다는 듯 시비전의 눈빛과는 달리 동정의 눈빛을 보냈다. 그러다 곧 짐의 '스팍만 없으면.' 이란 말에 신경질적으로 그에게 눈을 흘겼다.


갑자기 좁아진 집, 프리스트가 두 명. 맥코이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졌다. 일찍이 혼자 홀로서기를 했던 맥코이는 전부인과 같이 지낸 몇 년을 제외하면 다른 사람과 지낸다는 것은 상상도 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사실 변화하고 난 후 칸과 지낸 몇 달이 눈치보며 불편했고, 이번 보호 목적으로 칸이 자신과 같이 지내자는 말을 했을 때 굉장히 부담스러웠다. 


"아- 이럴 줄 알았으면 한 층을 준다고 할 때 OK 했어야 했는데..."


"와- 한 층을 준다고 했다고? 칸 그 자식..너한테 마음 있는거 아냐?"


"무슨 개소리야?"


"야, 아무리 오랜만에 만든 자신의 혈변체라곤 하지만 대우가 너무 틀리잖아. 그 놈 밑에서 그렇게 오래 같이 있었고 일 한 녀석들도 그런 대우 받은 적 없다고."


짐의 말에 대꾸할 말을 생각하며 입만 우물거렸지만 맞는 말이다. 다시금 왜 자신에게 이렇게 잘 해주는걸까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나 결론은


"죄책감..이 아니려나."


혼자 멍하니 생각하다 내린 결론을 입 밖으로 무의식중에 중얼거렸지만 짐과 스팍, 모두 들었다. 그리고 그 말에 짐은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본즈는 태평하게 말했다.


"몰라, 하지만 마음은 없을꺼야. 사실 회사에 다니면서 칸과 마주친 적이 내 변화의 문제 외에는 거의 없으니까."


"흐응.."


"뭐.. 언제가 될진 몰라도 내가 스팍에게 믿음을 얻으면 되는 거고, 다신 이런 일을 저지르지 않을거란 보장을 확신해주면 끝나는 거잖아. 그럼 너희도 너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겠지. 이해했어, 나도 노력하지."


어쩔 수 없다는 듯 양 손을 허리에 올리고 체념한 듯 말했다. 그리고 곧 바로 적응이라도 한건지 성격좋게 말을 이었다.


"남들과의 단란한 생활이 익숙하진 않지만 어쩔 수 없지. 그건 그렇고 둘 다 저녁은 먹었냐?"


맥코이의 말에 둘은 많은 일을 치루던 터라 저녁을 먹지 않았다는 것도 잊고 있었다. 맥코이의 말에 그제서야 배에 허기가 몰려오는걸 깨달았고, 맥코이도 오늘 많은 일이 있었기에 저녁을 깜빡했었다. 저녁 내내 칸과 대화를 하며 짐을 기다리느라 사무실에 갇혀있다시피 했었고, 칸도 저녁을 먹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떠올리며 '그 녀석은 들어가서 저녁 챙겼으려나.' 라며 오지랖 넓은 생각을 했다. 그러나 곧 본즈-배고파- 라며 졸라대는 짐의 목소리에 생각은 끝났다.


뱀파이어가 됐어도 사람처럼 해를 쬐고 식생활이 가능했던 맥코이였지만 많은 양을 먹진 못해서 냉장고에 무언가를 사놓거나 칸의 심복들이 일정기간마다 이것저것 채워놔도 반이상 버리기 일수였다. 냉장고를 연 맥코이는 몇일 전에 이것저것 상해서 버린 것 같은데 다시 싱싱한 과일과 야채, 즉석 푸드 등- 다양하게 들어차 있는 것을 보고 둘에게 제대로 된 저녁은 해줄 수 있겠구나 안심하며 새삼 칸과 그들에게 감사했다. 혼자 산 세월이 많아 음식을 잘 했고, 변화된 뒤로도 많이 먹진 않지만 음식의 맛은 느낄 수 있어 다행이 제대로 된 저녁을 준비해 둘에게 차려주었다.


변화된 뒤 잘 훈련받고 맥코이 자신도 인내심이 좋은 편인지라 다행히 피를 매일 필요치 않았다. 가끔 본능적으로 참을 수 없이 땡기는 그런 날만 마시기로 본인이 정해 일주일에 2~3회정도만 마시고 있었다. 가끔 피를 마실때마다 칸이 왜 자신의 건물에 꼭 병원을 뒀는지 알 것 같았다. 정당하고 안전한 공급책. 하여간 굉장한 녀석이다.. 라고 새삼 생각하다가 곧 허겁지겁 얼굴에 소스까지 묻쳐가며 미트볼스파게티를 먹던 짐과 생긴대로 얌전하고 조용히 음식을 우물대던 둘의 시선이 자신에게 꽃히는걸 느낀 걸 깨닫자 '뎀잇, 왜.' 라며 무언의 질문에 대답하자 짐이 조심스럽게 얘기했다.


"어.. 그게 나야 자주 만나고 지내와서 아는데 스팍은 네가 피를 마실거라고 생각 한 것 같네."


"아."


그제서야 이해했다는 듯이 짧은 소리와 함께 스팍을 바라보았다. 설명하는 것도 귀찮고 이 녀석의 신뢰를 받아야 하지만 굳이 지금은 설명하기 싫어서 하! 하며 코웃음을 치곤 '내가 앞에서 피가 담긴 잔이나 빨아대는 불쾌한 저녁자리를 상상했을텐데 깨뜨렸냐? 미안하다?' 라고 말하곤 아무렇지 않게 음식을 먹었다. 짐은 머쓱한 표정으로 입에 스파게티를 우겨넣었고, 스팍은 굉장히 불쾌한 표정으로 무언가 되받아치려다 맥코이의 말에는 가시와는 다른 무언가가 박혀있다고 느껴 고개를 돌려 마저 식사를 했다.


그렇게 저녁을 마친 후 잠자리는 어떻게 한다..라고 생각 할 무렵, 칸은 대체 어떻게 맥코이의 마음을 안 것일까. 갑자기 칸의 수하들로 보이는 검은 정장의 남자 여럿이 들어와 잠시만 근처의 펍이라도 가있으시라며 셋을 집에서 내쫓다시피 하고는 저녁 늦게 미안하지만 2시간정도만 뒤에 오라고 말했다.


덕분에 갑작스런 여유가 생긴 셋은 그 말대로 펍에 가서 이유도 모르고 가볍게 한잔을 하고 수다, 정확히는 맥코이와 스팍의 잦은 말싸움에 짐이 말리는- 그런 수다였지만 이것저것 자신의 신상도 살짝 교류하고 대화하다가 2시간이 지나고 돌아왔다.


그리고 아까 그 많은 인원들이 사라지고 굳게 닫힌 자신의 오피스텔 문 앞에서 살짝 경계하며 문을 연 순간, 이게 자신의 방이 맞는것인가. 의심을 하며 들어갔다. 분명 같은 공간인데 더 넓어진 기분이였다. 평소 안쓰는 가구 몇개가 빠지고 셋이 생활할 수 있는 식탁이라던가 늘어난 두 식객이 잘 수 있는 이층침대도 들어차 있었다. 맥코이는 진짜 굉장한 녀석이다..! 라면서 칸에게 존경심마저 생길 것 같았다.


그렇게 잠자리와 생활은 어떻게 될 것 같았고, 일단 늦었으니 좀 자야겠다며 먼저 씻고 눕자마자 뻗어버린 맥코이를 보며 맥코이의 침대와 얼마 떨어져있지 않은 이층침대의 1층에 몸을 내던지며 '1층 내꺼!!' 라고 하자 스팍은 자신의 큰 키는 2층이 불편하며 자신보다 작은 짐이 올라가는 것이 맞지 않느냐 라고 말하다가 무시당했고, 어쩔 수 없이 2층을 쓰기로 했다. 누워서 정면으로 보이는 맥코이의 자는 얼굴을 보며 짐이 중얼거렸다.


"아무리 친구라지만.. 아니, 친구보다 더 한 사이긴 하지만.. 그래도 일단 적의 수하인데.. 어떻게 저렇게 마음편하게 잘 수 있지? 방심이라곤 눈꼽만큼도 안해. 에전부터 그랬어. 의심병은 많지만 쉽게 내치지 않아. 마음 약한 본즈."


그리곤 맥코이에 대해 계속 이것저것 말했지만 스팍은 조용히 듣기만 했다. 그러다 짐이 그대로 잠들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곧 자신도 졸음이 몰려온다는 것을 깨닫고 빠르게 욕실로 들어가 씻고 나와 불편함을 토로하던 침대 2층으로 올라가 잠이 들었다.





*




짐을 보고 맥코이는 자신이 가장 먼저 일어난 줄 알았다. 하지만 퍼드러져 자고 있는 짐 외에 한 명이 없다는 것을 알고 어디갔지? 했지만 곧 식탁 위에 간단히 과일과 시리얼 등, 플레이팅 된 아침 식사 준비와 샌드위치 몇 조각, 쪽지를 보고 의문이 사라졌다.


[잠시 협회에서 일이 생겨 다녀오겠습니다. 짐도 강하니 잠깐은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둘이 하루종일 감시하지 않아도 되는구나~ 그런 짜증나는 녀석, 없는게 더 감사하지! 라고 생각하다가 곧 아래에 이어 써있는 글을 보고 방금 생각이 싹 날아가며 좀 미안한 생각에 살짝 웃어버렸다. 좀 짜증나긴 해도 나쁜 녀석은 아닌 것 같군.





[어제는 죄송했습니다. 저녁 잘 먹었습니다. -스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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