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사랑이 뭔지 몰랐던 내 고등학생때의 이야기다.






“나 드디어 OO군이랑 사귄다.”
“그렇게 좋아하더니만. 결국 사귀냐! 축하해.”



좋아한다. 좋아한다는 감정이 뭘까. 배구를 좋아하는 거? 아님 고기? 솔직히 잘 모르겠어. 사람을 좋아한다는 기분은 어떨까. 나도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17. 나는 사랑을 모른다. 그리고 18. 나는 이때서야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감정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고2. 방학이 끝나고 고등학교 2학년으로 첫 등교 하는 봄. 학교를 가는 거리에 벚꽃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벚꽃잎이 흩날리던. 사람들이 말하기를 연애하기 딱 좋은 계절. 양 쪽 귀에 이어폰을 꽂고 계절에 맞는 달달한 노래를 들으며 등교를 하고 있었다. 평소대로 이마에 가방 끈을 걸고 몸을 뒤로 조금 젖히며 걸어가고 있었는데 후욱-. 느껴지는 따뜻한 비누 냄새에 뭐지. 하고 나도 모르게 잠시 멈칫했다. 그러자 내 옆으로 한 손에 책을 들고 지나가는 한 학생이 있었다. 마침 불어오는 바람과 그 때문에 흩날리던 벚꽃잎이 그 아이를 감쌌다. 툭. 지금에서야 말하는데 나는 그 때 가방이 떨어진 줄 몰랐다. 그저 하얗고 분홍한 벚꽃잎과 반대로 까만 곱슬머리와 누가봐도 처음 입는 것처럼 보이는 빳빳한 교복. 등 뒤로는 바르게 맨 백팩까지. 그 아이의 뒷 모습 밖에 안 보였다. 난생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였다. 조금 빠르게 뛰는 심장은 내가 눈치 챌 정도로 크게 울렸다. 심장 부분에 손을 올려보니 느껴질 정도로 요동치고 있었다.



“부정맥인가.”



-



몇일간 계속 그 아이만 생각했다. 왜 인지는 잘 모르겠고. 자꾸만 그 뒷 모습이 생각났다. 덕분에 학기 초부터 선생님한테 많이 혼났다. 아, 물론 수업 시간에 잔다고 이지만… 오늘은 드디어 우리 배구부에 신입생이 들어 오는 날. 파릇파릇한 새싹들을 겁주려 카리스마(따위는 없다고 코노하가 항상 말하지만)를 장착하고 체육관으로 갔다. 벌써 신입들과 선배들, 친구들이 모여있었다. 이크, 지각이다.


“이런 날까지 지각이냐, 보쿠토.”
“죄송함다, 주장.”
“그럼 마지막으로 소개한다. 얘는 보쿠토 코타로. 우리 팀 4번, 에이스.”
“헤이 헤이 헤이!! 잘 부탁한다!”


카리스마 따위는 잊어 버리고 평소대로 인사를 하며 신입생들을 둘러보는데. 어? 저 1학년… 익숙한 까만 곱슬머리…


“안녕하세요. 아카아시 케이지입니다. 배구를 한지 5년 됐고 세터입니다.”


난생 두번째로 느껴보는 기분이다. 입학 날처럼 심장이 쿵쾅댄다.


아카아시 케이지. 아카아시 케이지. 1학년들 실력 테스트를 보는 동안 계속 생각했다. 아카이시 케이지구나. 뭔가 잘 어울리는 이름이네. 자기 순서를 기다리며 옆 친구와 대화를 하는 아카아시를 바라 보며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아카아시 케이지…


“어이, 보쿠토!”
“아카아시 케이지!!!”
“네…?”


망할 코노하 자식. 왜 갑자기 부르고 그래! 아씨, 쪽팔려… 갑자기 나를 부르는 코노하 덕분에 나도 모르게 큰 목소리로 아카아시의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저기 멀리 있던 아카아시가 덩달아 조금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진짜 놀란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어깨에 힘이 들어 간 듯 보였다. 쥐 구멍에 숨고 싶어…


“아카아시 부르지 말고 여기로 와서 1학년 세터들 공 좀 때려 봐라.”
“네… 주장.”


쪽팔리지만 얼굴에 철판을 깔았다. 옆에서 큭큭 대는 코노하의 엉덩이를 한 대 차고 1학년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갔다. 몇번 제 자리에서 가볍게 뛰고는 어깨도 몇번 휘둘렀다. 주장에게 고개를 끄덕 거리니 주장이 공 던지다며 휙. 던졌다. 팡-!! 엄청 큰 소리가 체육관을 덮쳤다. 오, 오늘 컨디션 좋은 데. 나름 1학년에게 처음 보여주는 모습이라 평소 연습 때보다 세게 치기는 했는데 뭔가 좋았다. 잘 맞는 느낌. 공이 네트 넘어 바닥에 꽂히니 우와… 하는 소리가 들린다. 나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흠, 내가 이 정도라고.


“멋지십니다!”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간 채로 우쭐하고 있는데 가까운 거리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내가 좀 멋있지. 아마 방금 토스 올린 1학년 세터 같아 실력 좋다고 칭찬하려 몸을 트는데. 내 시야에는 두 눈을 반짝이며 나를 처다보는 아카아시가 있었다. 너…였어? 좋은 느낌이였다. 마치 나에게 꼭 맞는 세터를 찾은 느낌이였다. 단 한번이였지만 느껴졌다. 아, 얘다. 나와 함께 후쿠로다니를 더 높은 정상으로 끌고 가 줄 사람은. 사실 이건 이제 알았는데. 아카아시도 느꼈었단다. (닥치세요, 보쿠토상.)(응… 미안, 아카아시.) 격하게 뛰는 심장이 진정한 파트너를 만나서인지 아님 다른건지. 헷갈렸다. 뭐지, 뭐야. 여기는 개학 날 등교길이 아니다. 분명 아닌데… 아닌게 확실한데... 왜 벚꽃잎이 아카아시 주변에만 흩날리고 있는거야! 그 후로 이상했다. 아카아시 주변에만 벚꽃잎이 흩날린다. 분명 미친거야. 미친게 틀림 없어. 아아, 지금 이 기분 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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