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이모랑 오늘은 여기서 놀 거야. 괜찮지?”

“응, 이모랑 노는 거 재미있어.”


아이가 천진한 미소를 지었다. 엘리자베스는 조금 복잡한 마음이었지만 내색하지 않고 예쁜 눈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그런 둘의 모습을 거울 너머로 지켜보는 이들이 있었다. 슈미츠와 빅터, 그리고 브리튼 부부였다.


“왜 폴만 저기에,”

“이유는 부인께서 더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슈미츠가 머뭇거리는 그녀의 말을 잘라냈다. 그녀는 이내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죄, 죄송해요. 사실 제가, 제가 그랬어요! 제가 제 아이를!”

“아니야, 여보. 아무 말 하지 마.”


패닉 상태에 빠져 자백하는 부인을 장관이 제지하며 부드럽게 안았다.


“장관님.”

“…”

“이 일은 당연히 언론에는 공표하지 않을 겁니다. 최대한 장관님께 피해가 가지 않도록 처리할 겁니다.”

“…그럼 뭐하나. 우린 두 아들을 잃었는데.”


슈미츠는 다시 창 너머의 폴을 바라보았다. 해맑은 표정으로 엘리자베스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아이는 여느 아이와 다를 바 없었다.


“폴도, 장관님의 아들입니다.”

“치료는 불가능한 건가?”


슈미츠는 잠시 아이를 바라보았다.


“충분한 상담치료와 훈련을 거치면 정상 생활도 가능합니다.”


그녀의 대답에도 장관의 표정은 어두웠다. 그 심정이 짐작되었기에 슈미츠도, 빅터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폴은 동생 어떻게 생각해?”

“…귀찮아.”

“음 그래?”


아이는 블록을 가지고 놀며 무심히 답했다. 엘리자베스는 그에게 계속 질문 했다.


“어떤데?”

“아침에 와서 내 비행기를 가지고 놀려고 하잖아. 내가 제일 아끼는 건데.”

“그러게. 우리 폴이 제일 좋아하는 건데. 그래서 어떻게 했어?”


아이가 밝게 미소 지었다


“저리 가라는데도 자꾸 가지고 논다고 해서 비행기를 줬어.”

“그래서?”

“조용해져서 좋았어. 이모 이거 비밀이야.”

“왜?”


아이가 귀찮다는 표정을 지었다.


“왜인지 모르겠는데 엄마가 말하지 말랬어. 이상한 표정이었어.”

“그랬구나. 이제 우리 얼굴 맞추기 놀이 할까?”

“좋아! 재미있을 거 같아.”


엘리자베스는 우는 표정, 웃는 표정, 화내는 표정 등등의 이모지들이 그려진 종이 조각들을 꺼내었다.


“그때 엄마의 표정이 어땠을까?”


아이는 조금 눈을 찡그리더니 졸린 표정을 골라내었다.










부부는 결국 모든 것을 실토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폴의 방에서 에디의 시체를 발견했으며 아이는 목에 비행기 장난감이 박혀 질식사 했음을 확인했다고.

패닉에 빠진 두 부부는 아이의 시체를 뒤뜰에 묻고 위에 꽃을 새로 옮겨 심었다.

그 일련의 작업들로 신고가 늦어졌고 폴에게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화난 표정으로 당부를 했다고 했다.





사이코패스는 그 원인이 불명확하다.

다만 그 징후는 몇 가지 밝혀진 바가 있다.

쥐나 강아지, 고양이 등의 동물을 학대하거나 살해하는 행위, 작거나 큰 방화 사건, 5세 이상의 나이에서의 야뇨증이다. 이것들이 모두 나타났을 때엔 유심히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에 아이가 다른 이의 감정이나 표정에 공감하지 못하거나 인지하지 못할 경우 상담치료가 시급하다.












쉬는 시간 없이 연달아 두 건을 처리한 슈미츠는 몸이 정말 천근만근이었다.

집에 돌아와 문을 열었을 때, 그녀를 반기는 것은 어둠뿐이었다.

내심 헨리가 와있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도 있었기에 조금 허탈한 마음으로 불을 켰다.


그리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헨리? 이게 무슨,”


그녀는 더 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다. 그의 손은 피로 범벅이었고 그의 발치엔 피를 흘리고 있는 에리히가 있었다.


“에리히!”

“가까이 오지마.”


그는 여전히 칼을 들고 있는 채였다.


“너, 너 무슨 짓이야! 네 아들이잖아!”

“아들보다 중요한 것도 있는 법이야.”


냉랭한 그의 말투가 낯설었다.

그녀가 풀러 놓은 총을 집으려 하자 당연하겠지만 그가 제지했다.


“안되지. 총은 그대로 두고 문에서 떨어져. 어서.”


그의 지시대로 그녀는 그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두 손을 들고 안쪽으로 천천히 들어섰다.


“알겠지만 지금 이 녀석은 당장 병원에 데려가면 살 수 있어. 피를 간당간당하게 흘렸지.”

“…”

“이유가 궁금할 꺼야.”


그가 비웃음 비슷한 것을 머금었다.


“난 처음부터 로즈 소속이었어. 당신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거고.”

“뭐?”

“이 녀석한테도 철저히 비밀이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이번에 알아와서 말이야. 이렇게 할 수 밖에 없었어. 이 녀석한테 악감정은 없어.”


슈미츠는 매서운 눈으로 그를 살피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아들을 그렇게 들쑤셔 놓은 거야?”

“흠, 시간이 갈수록 이 녀석의 생존 확률은 낮아 진다고.”

“뭘 원하는 거야.”

“차 키.”


그녀가 뒷 주머니에 넣어 둔 차 키를 그에게 던졌다.


“날 쫓는 것 보다 이 녀석을 살리는 게 더 중요하길 바라지.”


그리고 그는 그대로 문 밖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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