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나타의 매니저 시미즈는 오늘도 히나타를 밖으로 끌고 나오는 일을 무참히 실패하고 말았다. 앞으로의 스케줄은 꽉 차있었고 이미 고정으로 출연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세 개나 있었지만, 그래도 시미즈는 히나타를 탓할 수 없었다. 

히나타는 데뷔 이후부터 지금까지 유독 악질 안티팬들에게 시달려왔다. 크게 물의를 일으킨 적도 없었고 악수회나 팬미팅에선 항상 인기이지만 아직도 그 안티팬들이 왜 생겼는지 히나타의 소속사와 히나타는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소속사 대표는 그저 운이 따라주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이런 안티팬이 눈에 뛰는 행동을 할수록 히나타의 주목도는 올라가고 있으니 대표의 입장에선 회사의 주가를 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일 뿐이었다. 

소속사 대표는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지내면 제풀에 지쳐 떨어질 것이라며 힘들어 하는 히나타를 빈말로 위로하곤 했다. 대표의 말마따나 데뷔초의 이유없는 안티팬은 원래 많았고 시간이 지나면 후두둑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라 시미즈도 히나타도 그것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으려 애썼지만 점점 한계에 도달할 정도로 수위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히나타가 집에 틀어박히기 전의 일이었다. 히나타는 평소 좋아하던 음료수를 마시다가 대기실에 놓고 촬영이 끝나고 나서 마저 그 음료수를 마셨다. 맛이 이질적이었지만 이미 병뚜껑을 따고 오래두어서, 라고만 생각을 하고 핸드폰을 집었다. 최근 팬카페의 회원수가 4만명이 넘었다. 작은 이벤트나 열어볼까 하며 기분좋게 글을 훑던 중 유난히 댓글수와 조회수가 많은 글 하나를 발견했다. 제목은 단지 웃고 있는 이모티콘이 다였다. 왠지 모를 불안함과 묘함을 느끼며 히나타는 그 글을 확인했다. 글이 로딩되는 사이 음료수를 마저 입 안으로 털어넣었고 그 글의 내용을 두 눈으로 확인한 순간 히나타는 음료수를 뱉어냈다. 맛있고 달달했던 음료수가 한순간에 구정물로 변한 것을 느끼며 히나타는 대기실에서 무릎 꿇고 앉아 배를 움켜쥐며 억지로 위를 쥐어짜냈다. 대기실에서 들려오는 소란스러움에 시미즈와 방속국 스태프들이 달려와 히나타를 억지로 일으켜 세웠지만 히나타는 그 손길을 모두 뿌리치고 음료수를 쏟아냈다. 

대기실에 몰래 들어온 안티팬들이 히나타가 마시던 음료수에 침이나 담뱃재 따위를 넣고 정체불명의 액체 또한 넣은 것이다. 그것을 사진을 찍어 부러 팬카페에 올리는 수고를 하였고 히나타는 그 뒤의 스케줄을 취소하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다행히 커다란 이상은 없었다. 범인을 잡고 보니 그 정체불명의 액체는 수돗물이라고 하였다. 겁을 주려고 이상한 것을 넣은 것 마냥 연기를 했다고 말했다. 담뱃재는 아주 소량이였는지 몸의 변화는 크게 오지 않았지만 히나타는 이후로 물조차 목 뒤로 넘기는 것을 힘들어 했다. 그 사건 이후로 밖에 나가는 것도 꺼려해서 한동안 휴식을 가지기로 했다는 기사로 한동안 연예 뉴스와 기사는 히나타 혼자 독차지 했다. 

그렇게 집에서 칩거한지 한 달이 지났다. 세번이나 쓰려져 의사를 불러 집에서 수액을 맞았다. 시간이 조금 지나니 물은 조금이라도 마실 수 있기는 하지만 비쩍 마른 히나타는 걸어다니는 해골이나 다름없엇다. 시미즈는 억지로라도 상담 치료를 받아보라며 히나타를 끌고 나오려 했지만 출처를 모르는 쏫아오르는 힘으로 침대 기둥을 잡고 버티는 히나타를 오늘도 끌어내지 못했다. 한숨을 쉬며 히나타의 집에서 나온 시미즈는 대표에게 전화를 했다. 오늘도 실패에요. 아무래도 장기전으로 가야할 것 같아요. 매니저가 말을 전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히나타 쇼요의 장기 휴식이 기사로 뜨기 시작했다. 히나타의 인기와 동정적인 네티즌의 반응으로 다행히 고정 프로그램에서 아직까지 잘리진 않고 있지만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일이라 걱정이 한가득이었다. 시미즈는 기사의 베스트 리플이 악플이 아닌 평범한 응원의 댓글인 것까지 확인하고서 핸드폰을 다시 주머니 속으로 넣었다. 이제 어쩐다. 걱정이 한 가득이다. 



***

히나타는 은색의 차가운 기운을 담고 있는 냉장고를 째려보듯 보았다. 인상이 찌푸려질 냄새가 나기 시작한 것이다. 당분간은 음식은 손도 대고 싶지 않았다. 냉장고를 쳐다보지 않은 것으로 냄새를 애써 무시했다. 

히나타는 데뷔 이후로 이틀 이상의 휴가를 가진 적이 없었다. 신인 때부터 인기가도의 길에 올라탔던 히나타는 바로 이 때 계속 달려야 한다며 휴가 없이 굴러온 것이다. 

자신에 대해 나오는 것이 싫어서 TV는 키지 않았고 집안일까지 하기엔 힘이 없었다. 무기력하기도 했고 아무 것도 입 안에 넣지 않으니 집안을 돌아다니는 것도 어쩔때면 다리에 힘이 풀어져 자리에 털썩 주저 앉을 때가 있었다. 

배가 안 고픈 것은 아니었다. 먹는 것을 좋아했고 요리하는 것도 나름 좋아하는 편이었지만 당분간은 입 안에 무언가를 넣고 싶지 않았다. 그 좋아했던 청량감있는 음료수의 맛이 울컥 올라와 더러운 하수구물을 삼키고 있는 것처럼 입 안을 맴돌았다. 히나타는 오늘도 굶주린 배를 쥐고서 할 일 없이 침대에 누워있었다. 연예계로 뛰어들면서 그나마 있던 친구들은 모두 연락이 끊긴지 오래였다. 연예인 친구들도 몇 있었지만 함부로 만났다간 거머리같은 기자들이 찍어 올려서 또 신문에 이름이 도배될테니, 그것만은 피하고 싶었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마음 밖에 없었다. 은퇴를 하고 고향에 내려갈까 생각했지만 계약 연장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분명 돈독에 오른 대표는 엄청난 금액의 위약금을 내놓으라고 할 것이 뻔했고, 그 이전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회사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중축인 히나타를 놓지 않을 것이 분명하기도 했다.


히나타는 거칠게 머리카락을 헤집었다.  문뜩 빨래를 안한지 굉장히 오래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세탁물을 넣어둔 가방은 손을 대기도 싫을 정도로 쿰쿰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나가지도 않는데 목욕은 괜히 꼬박꼬박해서. 히나타는 집 안이 말그대로 텅 비었다는 것도 뒤늦게 눈치챘다. 휴지도 거의 떨어져 있었고 세제도 없었다. 


"나가야... 되겠지...?"


히나타는 입술을 깨물며 현관문을 보았다. 눈에 담기만 해도 사늘하고 춥다. 저곳은 아직도 히나타에겐 무서운 곳이었다. 묵직한 현관문에게 머리부터 한 입에 먹히는 것 같아 등줄기에서 소름이 끼쳤다. 

매니저인 시미즈의 말이 떠올랐다. 다음에 올 때는 때려서라도 나가게 만들거야. 라고 엄포를 놓고 갔더랬다.둥근 안경 아래 사나운 눈빛이 잊혀지지 않아 히나타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한다고 하면 반드시 해내고마는 성격이라걸 오랫동안 곁에서 보아왔다. 그래, 언제까지고 집에만 틀어박혀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벌써 차갑게 식어버린 손으로 모자와 후드티를 찾고서 열심히 껴입었다. 마스크와 선글라스까지 껴보니 영락없는 끌려가는 범죄자의 느낌이 물씬 들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가려야 조금이라도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기자의 눈에 뛴는 것을 방지할 겸 말이다. 

그렇게 몸을 꽁꽁가리고서 밖으로 나왔다. 혹여나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까 긴장이 되어 최대한 사람이 없는 길만을 따라 어깨를 움츠리며 걸었다. 활짝 열린 레스토랑의 창문을 통해서 음식 냄새가 풍겨왔다. 마침 곧 저녁 때여서 너도나도 영업을 하느라 문을 열어 놓은 것이다. 

배는 고픈 상태였지만 히나타는 구역질이 먼저 치솟았다. 좋아하던 고기 냄새도, 밥 냄새도, 달달한 설탕 냄새도 지금은 음식물 쓰레기와 같은 냄새였다. 히나타는 마스크를 더 꾹 누르며 걸음을 빨리했다. 두꺼운 마스크 마저도 냄새를 완전이 차단시켜주진 못했다. 정말로 오바이트를 해서 신문에 대문장만에 나가기 전에 이 거리를 벗어나야 했다. 하지만 저기를 가도 여기를 가도 음식냄새 밖에 풍기지 않았다. 가슴속에서 울컥하고 쏫아오르는 역하고 따가운 것을 느꼈다. 

이제 한계다. 목구멍이 타오를 것 같다고 생각할 때 히나타는 샛길로 빠져 아무 것도 없는 거리로 들어갔다. 기껏해야 작은 서점과 술집이 있을 뿐이고 그 외에는 평범한 주택가인 곳이었다. 

모르는 거리였지만 안심이 되어 히나타는 마스크를 내리고서 숨을 골랐다. 답답했던 호흡이 편안해지고 맑은 공기로 얽혔던 속을 풀었다. 허리를 숙이고 두 손으로 무릎을 잡고 호흡을 진정시켰다. 

숨을 고르고서 히나타는 주변을 살폈다. 어디로 가야하더라. 눈으로 거리를 훑을 때 히나타는 작은 음식점 하나를 발견했다. 다른 음식점처럼 냄새가 심하지 않았다. 유일하게 맡기 좋은 냄새가 히나타를 콕하고 찔렀다.


음식점은 검은색 건물로 평범한 여닫이 나무문에 OPEN 팻말과 작은 간판으로 음식점 이름이 써져있는 것이다였다. 무엇을 파는지도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초밥집인가? 히나타는 마을 주민들만 안다는 그런 독특한 컨셉의 식당같은 것을 떠올렸다. 몇 년 전 촬영했던 드라마에서도 그런 컨셉의 레스토랑이 참 많았더랬다. 

단순한 호기심 때문에 그 검은 레스토랑 앞에서 떠나가질 못하고 기웃거리는 그 때 갑자기 문이 확 열리고 말았다. 깜짝 놀란 히나타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꿈뻑거리며 앞에 서 있는 남자를 보았다. 비명을 안 지른게 다행일 정도로 남자의 인상은 부리부리한 것이, 흡사 야쿠자 같아 보이기도 하였다. 

운동선수처럼 커다란 키, 찌푸린 인상, 두꺼운 눈썹에 삐뚠 입은 왠지 욕을 하기에 아주 적합해보였다. 그럼에도 그가 이 레스토랑의 점장임을 알아본 이유는 남색의 앞치마를 허리에 두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죄, 죄송합..."

"손님이에요? 들어오세요."


남자는 문을 열고서 가게에 들어올 히나타를 기다렸다. 투박한 첫인상치곤 말투는 상냥했다. 

그래서 그런 것인지 거절의 말이 혀에 맴돌았지만 눈을 다섯번 정도 깜빡이고 보니 어느새 히나타는 가게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중앙엔 조리실이 있는 바 형식의 작은 레스토랑이었다. 메뉴는 플라스틱의 작은 판넬로 세워져 있었는데, 아무래도 이탈리안 레스토랑인 듯 여러 종류의 파스타와 리조또와 같은 이탈리아 음식이 써있었다. 히나타는 버릇처럼 적당한 구석자리를 훑고서 자리를 잡았다.

봉골레 파스타 좋아하는데. 버섯 리조또도 맛있어 보인다. 피자 바삭해보인다.아니, 나 지금 못 먹지. 

자신의 문제를 잠시 잊어버린 히나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예의가 아니긴 해도 시키고서 다 남기는 것보단 차라리 그 편이 낫겠다라고 생각해서였는데 남자는 어느새 바 안에서 히나타의 주문을 기다리고 있었다. 낮게 울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주문하시겠어요?"


남자는 벌써 주문을 준비 만발인 듯 양 팔을 걷어부쳤다. 냄비를 꺼낼까요, 쌀을 꺼낼까요, 밀가루를 꺼낼까요? 장난끼가 가득한 목소리였다. 히나타는 홀리듯 메뉴판의 글씨를 찝으며 주문했다.


"이거.... 보, 봉골레 파스타요."

"15분 정도 기다려주세요. 첫 손님이니까 샐러드도 서비스로 드릴게요."

"괘, 괜찮아요."

"꼭 안 드셔도 되요. 제가 주고 싶어서 주는 거니까."


파스타도 못 먹을 것 같은데요. 히나타는 입을 닫으며 가시방석 위를 앉은 기분으로 요리를 시작하는 그를 보았다. 

서비스로 준 샐러드를 위해 커다란 손으로 샐러드를 먹기 좋게 찢어 투명한 그릇에 담아 건내주었다. 양상추는 정말 싱싱해 보였고 입맛을 돋구기에 충분해 보였지만 쉽사리 건들 수가 없었다. 역시 다른 곳도 아니고 실내에서 토하는건 좀 그런데. 히나타는 포크까지 잡았지만 쉽게 입 안으로 넣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주방장인 남자는 그런 히나타는 흘끗 보는 것이 끝이었다. 

남자의 두꺼운 팔이 파스타 면을 꺼내 냄비에 넣었다. 올리브유를 빙글빙글 돌리며 후라이팬을 달구더니 붉고 푸른 재료들을 넣고서 볶기 시작했다. 왠일로 냄새가 많이 역하지 않았다. 아니, 한 달 만에 좋은 냄새라고 생각이 문뜩 들었다. 반사적으로 히나타의 뱃속에선 꼬르륵 소리가 났다. 혹시나 들렸을까 하며 눈치없는 배를 꼬집으며 커다란 키의 주방장을 살폈다. 바쁘게 재료를 볶느라 다행히 부끄러운 소리는 그의 귀에 닿지 못한 것 같았다. 애꿎은 배를 탓하며 양상추를 포크로 콕 찍었다. 먹는 시늉이라도 해야할 것 같아서였다. 물론 정말 입에 가져다 대진 않았다. 일부러 샐러드를 헤집어 손이라도 댄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냄새 좋은 파스타가 히나타의 앞으로 대령되었다. 묵직하고 납작한 흰색의 그릇 위에 조개와 함께 어울러진 노란빛의 파스타는 참 맛있어 보였다. 평소라면 다져진 페페론치노와 파슬리는 입맛을 돋구기에 충분했겠지만 쿵쿵거리는 심장은 긴장을 자아내기 시작했다.

히나타는 침을 꼴깍 삼키며 샐러드를 헤집었던 포크를 들어 올렸다. 결코 맛있어서 입맛을 다시는 것이 아니다. 입에 넣었다가 추한 꼴을 들어낼까 무서워서였다. 

고요한 레스토랑에서 히나타의 포크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억지로 접시를 톡하고 부딪혀서 먹느라 바쁜 소리를 냈지만 과연 속을까 싶었다. 히나타는 눈동자를 도르륵 굴려 주인을 살펴보았다. 히나타에겐 관심은 없어보였고 다뤘던 식기를 정리하느라 바빠보였다. 

대충 해집기만 하다가 배부른 시늉이나 하고 나와야겠다. 이런 것을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맛이 없으신가요?"

"네? 아, 아뇨. 맛있어요."


히나타는 반사적으로 대답했지만 그는 의뭉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흠... 아직 안 드신 것 같은데."


뒷통수에 눈이 달렸나. 아무래도 주방장은 메뉴가 나오고 한 입도 입에 대지 않았다는 것을 눈치챈 듯 보였다. 열심히 포크 소리를 냈는데 말이다. 히나타는 두꺼운 파스타면 한가닥을 포크로 들어올려 돌돌 말았다. 주방장은 여전히 히나타 쪽을 보고 있지 않았지만 히나타는 이 파스타를 한 입이라도 먹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지고 있었다. 손까지 파들파들 떨며 히나타는 두 눈을 꾹 감고 파스타를 입 안으로 넣었다. 

냄새는 괜찮았다. 냄새는 좋았어! 히나타는 끝없이 자기 최면을 했다. 그러니까 토하지 마, 그럼 넌 민폐를 끼치는 거고 또 연예뉴스를 장식하게 될거야. 시미즈의 일을 더 이상 늘리지 말자라는 생각을 하며 숨도 쉬지 않고 파스타를 씹었다. 

그리고 드디어 파스타가 목 뒤로 넘어갔다. 


"...."


감았던 눈을 떴다. 동시에 히나타는 힘이 빠졌다. 이렇게 하는 거였구나. 삼키는 법을 잊어버린 히나타는 너무나 쉽게 다시 방법을 깨달았다. 대단한 것은 없었다. 음식을 넣고 이로 씹고 혀와 목을 이용해 목 뒤로 넘기면 되는 아주 간단한 일이었다. 괜히 눈물이 나오려 하는 바람에 눈가를 꾹 눌렀다. 

파스타는 맛있었다. 기분 좋게 매콤했고 조개는 신선하고 쫄깃해서 씹는 맛이 좋았다. 시원한 조개소스 위로 담겨진 단단한 파스타면은 씹을 수록 맛있었다. 


"맛있어요."


주방장은 말 없이 웃었다. 히나타의 칭찬에 아주 만족스러운 듯 보였다. 웃으니 그 조폭같던 인상도 평범한 레스토랑의 주방장처럼 보였다. 





샐러드는 거의 손을 대지 않았고 파스타도 다 먹지는 못했지만 히나타는 아주 만족스럽게 돈을 내려놓았다. 


"맛있게 드셨어요?"

"네, 맛있었어요."

"그럼 다음에 또 와주세요. 서비스 드릴게요. 너무 말라보여요."


시미즈의 표현을 빌리지만 피골이 상접해서 바람에 날라갈 것같다고 했던가. 유난히 툭 튀어나온 광대뼈가 신경쓰여서 히나타는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안 주셔도 또 올게요."

"아, 그러고 보니 손님... 그 연예인 닮으셨네. 이름이 뭐더라. 히나타 쇼요던가. 그 연기 잘하고 잘 웃는 걔요."


긍정을 할까, 발뺌을 할까 하다가 히나타는 멋적게 웃으며 턱에 걸친 마스크로 입을 가렸다. 

남자는 히나타에게 거스름 돈을 건내주며 주변에 소문 좀 내달라는 말도 덧붙였다. 개업한지 보름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하였다. 부러 히나타가 소문을 내지 않아도 앞으로 잘 될 곳인 것 같았다. 한 달만에 먹은 음식이라서가 아니라 파스타는 정말로 맛있었다. 인테리어도 좋고, 장난기 있는 얼굴로 친근한 주인의 성격도 한몫할 것 같았다. 

히나타는 가게를 나와 검은 가게를 뒤돌아 보았다. 정직하게 한자로 써져있는 가게 이름 때문에 초밥집으로 착각했더랬다. 이제 보니 반전을 노린 것일 수도 있었다. 영어 간판도 아닌 제 이름으로 낸 이탈리아 레스토랑 가게는 꽤 독특하다.

마츠카와라고 읽나. 히나타는 아마 그의 이름일 것으로 추정되는 한자를 머릿속에 새겼다. 



***

세제와 휴지를 사러 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온 히나타는 자신의 집 안에서 히나타의 걱정을 하고 있는 시미즈와 마주쳤다. 안 나가려고 그렇게 발악을 했던 얘가 쥐도새도 모르게 사려져서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모른다고, 혹여나 히나타가 어디 다치진 않았을까 시미즈는 히나타를 살펴보았다. 


"누나, 왜 또 왔어? 난 괜찮은데..."

"두고간게 있어서... 그나저나 왜 나간거야? 전화도 안 받고. 얼마나 걱정했는데."

"아... 세제 사러 간건데 사는 걸 깜빡했네."

"혹시나 해꼬지 하는 사람은 없었지?"


히나타를 신경쓰게 만들기 싫어 말하지 않았지만 어제까지도 기자 몇 명이 히나타의 맨션 앞에서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었다. 보이는 족족 시미즈가 쫓아내곤 했지만 사진 한 장으로 별별 소설을 다 쓰는 질이 좋지 않은 언론사와 기자들이라는 것을 알아본 시미즈가 유독 신경쓰고 있는 부분이었다. 다행히 포기를 한 것인지 오늘은 보이지 않았지만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었다. 


"누나."

"응?"

"나 이제 괜찮은 거 같아."

"괜찮다니? 이제 나가도 괜찮아?"

"응. 그리고 조금씩이라면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시미즈는 자신의 일인 것 마냥 기뻐하며 히나타를 껴안았다. 그래도 대표에겐 말하지 않을테니 며칠은 먹고 싶은 것을 먹으면서 푹 쉬는 것을 추천했다. 그렇게 악질적인 대표 아래에서 왜 매니저 누나는 천사같은 걸까같은 것을 생각하며 히나타도 기뻐하는 시미즈를 껴안았다.

내일 또 가볼까. 오늘은 파스타를 먹었으니 내일은 리조또도 괜찮을 것 같았다. 오늘 못 산 세제와 휴지를 사면서 겸사겸사. 히나타는 자신을 맞이할 주방장의 얼굴을 떠올렸다. 



히나른 혹은 흑우 주인공른 글 올라와요! @regon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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