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우마사] 마음

 

코스케가 이것은 사랑. 이라는 것을 깨달았던 것은 손끝을 스치는 부드러우면서도 간지러운 머리카락의 감각과 남의 앞에서 우는 게 익숙하지가 않아 남몰래 숨어 우는 모습을 본 순간이었다. 별것 아니었지만, 심장이 지면으로 툭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한없이 밀려오는 사랑을 느꼈다.

당황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말도 안 돼는 소리였다. 사랑을 느낀 대상이 남자에다가 코를 박으면 단 내음이 날 것만 같은 햇병아리 같은 존재. 손 데면 파삭하고 부서질 것처럼 연약하기 그지없는 생명체가 제 심장을 들었다 놨다 하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믿고 싶지 않았다. 자신은 사랑 같은 것에 얽매이기엔 지금 마음적인 여유가 없었고, 고등학교 때도 대학교 때도 사람과 사귄다는 것은 영.. 저에게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애써 요동치는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노력해봤지만, 조그마한 행동. 부끄럽다는 듯이 얼굴을 붉히거나 별것 아닌 일임에도 불구하고 웃는 모습에 덜그럭거리며 심장이 사납게 소리를 냈다. 코스케상! 하고 웃으며 부르는 행동에 어느 샌가 나는 녀석의 머리에 손을 올리고 천천히, 가볍게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있었다.

 

담배냄새가 매캐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으면서 곁에 있고 싶은지 옆에서 서성거리는 것이 강아지 같기도 해서 귀엽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지만, 애써 내색하지 않으며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봤다. 에? 아아.. 하며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애써 무엇인가 생각하는 것처럼 얼굴을 찡그리기도 하고 입술을 살짝 깨무는 모습이 의도한 것이 아니었지만, 생각보다 야릇하고 섹시했다. 조금 더 가만히 있으면 끙끙거리는 소리를 내며 어떻게든 이유를 생각해야한다고 느껴 힘들어 할 것 같아 손을 뻗어 가지런한 치아에 깨물리고 있는 아랫입술을 엄지손가락으로 천천히 쓸었다. 통통하고 약간 거친 느낌이 드는 입술을 손가락으로 매만져 본 적은 없어서 조금 생소했지만, 손끝을 간질거리는 감각에 저절로 긴 숨이 나왔다. 느릿하게 손가락을 움직여 문지르고, 꾹꾹 누르기도 했다. 더 맛보려던 차에 더운 입김이 느껴진다 싶었을 때 얼굴을 붉게 물들인 녀석이 살며시 입을 벌렸다. 살짝 벌어진 입 사이로 붉고 축축한 혀가 손끝에 스쳐지나가듯이 닿았다. 잠깐 움찔했지만, 별로 반응 없는 제 모습에 용기를 얻은 녀석의 붉은 살덩어리는 엄지손가락을 핥았다. 미끈한 타액이 손가락에 묻고 혀가 옮아 매듯 핥은 순간, 나는 녀석의 입안으로 더 파고들었다. 가지런한 치열을 훑고 입천장을 가볍게 눌렀다 볼 안쪽의 살을 매만졌다. 손가락을 핥고 싶다고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도망치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한 혀를 꾹 누르니 혀가 움틀 거리면서 목울대가 크게 움직여 침이 넘어가는 것이 절로 느껴졌다. 미처 삼키지 못한 타액은 턱을 따라 흘렀다. 새빨간 사과처럼 익은 얼굴로 입안을 희롱당하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손가락을 할짝거리는 모습이 아랫배를 찌르르 울렸다. 슬쩍 손가락을 빼려고 하니 갑자기 녀석이 손을 잡았다. 그러곤 손가락을 넘어 손바닥안쪽을 강아지처럼 할짝거렸다. 그와 동시에 둥둥하고 울려대던 심장이 거칠게 방망이질 쳤다. 이성이라는 것은 가볍게 날아갔고 순식간에 침대로 밀어 눕히고 손가락으로 느꼈던 감각을 이번에는 입술로 느꼈다. 아까와는 다르게 침으로 인해 말캉하고 매끄러운 입술이 저를 반겼다. 야릇하면서도 사랑스러운 감각이었다.

 

키스로 끝내려고 했으나, 언제나처럼 그것은 불가능했고 결국 그를 울리고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나서야 욕망은 사그라졌다. 약간 부풀어 오른 붉은 입술 사이로 색색 숨을 내뱉으며 자고 있는 무방비한 모습에 입 꼬리가 저절로 올라가면서 녀석을 꽉 끌어안았다. 그러자 녀석은 잠시 불편하다는 듯이 몇 번 몸을 움직이다 자연스럽게 품을 파고들곤 마음에 든다는 듯이 웃으며 제 가슴팍에 머리를 댔다.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아주 숙면을 취하는 것이 피식피식 절로 웃음 짓게 했다. 한 손은 그의 머리를 바치고 있었고, 다른 한 손을 올려 노란빛으로 흐트러져있는 머리칼을 부드럽게 쓸었다.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살랑거리는 느낌조차 귀엽게 느껴졌다.

사랑을 자각한 것은 단 한 번의 쓰다듬음. 그 이후로 나올 수 없는 늪에 빠진 것처럼 빠지기 급급했고, 지금도 아직 녀석에게 빠져드는 현재진행형. 앞으로 어디까지 빠져들게 될지.. 어째 점점 코를 꿰어가고 있는 건 나뿐인 것 같아 괘씸함에 쓸어주던 머리칼을 조금 잡고 가볍게 당겼다. 눈썹이 잠시 꿈틀거렸지만 여전히 잠에서 깨지 않고 숙면을 취하는 것에 오동통한 볼에 입을 맞췄다. 너도 좀 나한테 빠져줬음 좋겠다. 야. 바램 아닌 바램을 담아 말하니 으응 응.. 하는 잠꼬대에 큭큭 웃었다. 말랑하고 보드라운 뺨에 입술이 닿았던 느낌과 동시에 비처럼 내려오는 그에 대한 사랑에 촉촉하게 젖은 마음이 더 젖어들었다.

“사랑해.”

 

 

“사랑한다. 마사히로.”


다양한것을 파는 잡덕중에 잡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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