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에 썼던 것 정리.

1

만약 이분된 양성兩性성이 있다면, 그러니까 '여성성'이 있다면 그것이 가장 잘 발현된 영화가 아닐까 하는.

 1)룰을 만들어 내는 상황 이거나 2)룰을 잘 모르는 공간적 배경에 투입된 한 개인의 불안감의 증폭이라는게 '여성적'으로 표현된,  그러니까 남녀 관계없이 주인공의 뒷통수에서 앞에 놓여진 환경을 목격하는데, 그것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도통 알 길이 없는 불안감에 휩쓸려 본의 아니게 상황을 관조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놓여있는 환경이 아닐까 하는.

 Hitman인 시카리오sicario는 주체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객체이자 그 스스로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그러니까 우리는 모두 시카리오가 된다. 혼돈에 대한 정의는 영화 중간에도 몇번씩 나오는데, 시계작동 원리를 알아보는게 우선인지 시간을 보는게 먼저인지, 그리고 시간을 '어떻게' 볼 것인지 어디서부터를 '시간'으로 볼 것인지의 바운더리 조정까지 모든 것이 문제선상에 놓인다. 그리고 이것은 전쟁이고, 또한 삶이 될 것이다. 결국 영화를 이끌어 나가는 주체는 그 요주의 특별TF팀이지만 그 시선에 끌려가는 관객과 케이트는 시종일관 '당혹'스럽거나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움직이는 피사체들을 제외한 모든 정경들은 지극히도 아름답고, 청명하며, 분명해 보인다. 명분이 얽힌 것인지 목적이 얽힌 것인지 도무지 풀 수 없는 거대한 실타래를 처음으로 손에 든 아이와 같은 감정을 모두가 느낀다. 다만 손에 든 것을 풀 것인가, 아니면 그대로 둘 것인가 혹은 둘 다 아닌 다른 해결(혹은 다른 것)의 문제 상황이 개개마다 다를 뿐.. 알레한드로, 맷, 레지, 케이트 모두 그 실타래를 대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모두가 실타래를 들고 있다는 것은 동일하다.

맥락을 배제한 시선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하는 느낌이 강했던.


2

사실 내가 이상하리만치 기억에 남는 장면은 케이트와 알레한드로, 맷이 후아레즈에서 돌아와 난민에게 질문하는 장면이었는데.

"이름이 뭐예요?"

"알레한드로."

"알레한드로. 성은?"

"알레한드로 로드리게즈."


그 순간 델토로의 연기가 정말 영원한 것처럼 느껴졌다. 여기에는 정말로 여러 시선들과 맥락이 수도 없이 녹아내려서 하나인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었는데, 사실 너무나 흔한 이름임에도 불구하고, 알레한드로에게 질문하는 알레한드로의 시선이 너무나도 순간적인 동일시를 하는 것 같아서.... 알레한드로를 보는 알레한드로, 알레한드로에게 질문하는 알레한드로를 보는 관객, 배경, 환경, 그 순간. 


3

후아레즈에서 케이트가 봤던 것은 무법천국이지만, 실제로 그곳에는 케이트가 이해하지 못할 규칙들이 존재한다. 그것의 발현은 그들이 말한것과 같이 '불꽃놀이'화化된다. 시계의 작동원리는 불꽃놀이의 매커니즘과 동일할지도 모른다.

나는 시카리오에서 아주 습한 느낌의 매드맥스(2015)를 봤는데, 둘 다 녹슨stained 느낌을 준다. 매드맥스가 피와 모래로 풍화된 녹이라면 시카리오의 그것은 습기로 인한 느낌. 다만 그 습기는 날아가고, 아주 건조하고 파리한 녹이 못 끝에 남아있어 파상풍을 염려할만큼 진절머리가 나는 것이다.

케이트는 결국 룰을 이해하지 못한 채 순응을 맞이하였던가? 그러니까, 결국 규칙은 상대성을 띠고 각자의 해석으로 체화된다. 그러니까, 룰은 룰의 문제가 아니라 룰을 만나는 사람들의 헤게모니싸움이 된다.

시카리오는 간만에 '문제의식'의 관점에서 훌륭한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dugon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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