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170707


그해 여름 미도리마 신타로는 청혼을 결심했다. 일하는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 짙은 녹음이 진 아름드리나무 아래에서였다. 그는 스물일곱 살이었고 고등학교에서 만나 십년째 사귀는 남자가 있었다. 젊음이 한창이었고 다른 사람을 만나보라는 권유도 종종 받았지만 오직 그 남자와 평생을 보내고 싶었다. 그건 확실했다, 어제 서명한 사망진단서처럼 흔들림이 없었다.
결심한 일은 당장 해치워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그는 그 길로 택시를 잡아타고 백화점에 들어가 반지를 샀다. 장식 없는 백금에 사이즈가 같은 한 쌍.

"타카오."
"나와 결혼해다오."
"행복하게 해 줄 자신이 있다는거다."
"웃지 마라."
"결혼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이대로 만나도 괜찮다. 하지만 타카오, 인생은 학창시절처럼 짧다는 거야."
"금방 가버린다."
"반드시 행복하게 해 주겠다."
"인사를 다하겠다는 거다."
"웃지 마라..."

그가 사랑하는 남자는 청혼 받는 내내 숨을 쉬지 못하고 웃었다. 연인이 하는 말이면 뭐든 웃고 보는 것이 십 년도 더 된 그 남자의 습관이었다. 처음엔 진심이냐!? 하며 웃었고 나중엔 진심인 걸 알아 웃었다.
그는 미도리마에게 무슨 심경의 변화냐고 물었다. 언제나 '모든 게 이대로 완벽하다'고 해왔잖아 너, 그런데 이제와서 왜 갑자기. 그러자 미도리마는 시선을 내리깔았다, 긴 속눈썹이 눈가에 그늘을 드리우도록.

"사랑하는 사람과 한 순간이라도 더 가까이 있고 싶단 마음이 이상한가?"

그 말은 예상치 못하게, 그러나 언제나 준비해왔던 것처럼 툭 굴러나왔다. 그저 웃음기로 가득하던 타카오의 얼굴이 조금 일그러진다,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 지 모르겠다는 듯. 그는 미도리마의 내리깐 녹색 눈을 낯선 연못의 수심을 헤아리듯 빤히 들여다보다 발돋움해 뜨거운 뺨에 입술을 댔다. 재빠른 손이 안주머니로 파고들어와 반지가 든 함을 꺼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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