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스쳐간 적은 없었을 것이다

여기 나 홀로 쓸쓸히

검게 찌들어 고여있는 동안

다들 어디론가 흘러가는 중이었다

엄연히 저곳에 존재하는

그들을 내 안에서 지우고

미워하는 것조차 잊어버렸다


단 한 번의 인생이라도,

아흔 개의 삶이 비웃는 하나의 삶이

내 것이더라도 좋으니

잊혀지는 존재가 되고 싶다


내가 멀리 던져버린 시간을

다시금 주워가는 것처럼

거꾸로 사는 삶을 살고 싶다


허나 수만 번의 인생이라도,

스쳐간 후회를 되돌리지 않을 것이다

온전히 나를 이루는

유일한 삶

나에게 그 밖에 다른 게 있을까


이제는

걸어온 발자국을 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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