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주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다.


믿기 어렵겠지.처음에 김민주가 내게 자랑하듯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할 때 나는 마시던 주스를 주르륵 흘렸다.저 기집애 성격을 알고도 사귀는 남자가 있다고? 나는 진심으로 그 남자애가 궁금해졌다.아니 만나게 된다면 묻고 싶었다.대체 김민주 어디가 좋아서 만나는거야?


“내 남자친군 오세훈보다 훨씬 잘생겼고..”

“....”

“공부도 잘해!”


김민주는 내 앞에서 오세훈을 들먹이며 (내가 오세훈과 사귄지 1일째란걸 얘기하지 않았다) 제 남자친구가 오세훈보다 잘생겼다느니..키가 훨씬 크다느니..정말 말도 안되는 소릴 해댔다.가만히 소파에 앉아 듣던 나도 점점 오세훈에 대한 험담이 길어지자 버럭 성을 냈다.야 오세훈이 더 잘생겼거든?!


“..헐..뭐야.너 지금 오세훈 편든거야?”

“어..어?”


..씨발 좆됐다.


“맞지!..오빠 왜 갑자기 오세훈 편들어?”

“무슨..내가 언제 편을 들어!!”


저 약은 기집애는 뭐 하나 건수를 잡으면 나를 평소 부르지도 않는 ‘오빠’ 라고 칭하며 나를 지독하게 추궁해온다.게다가 김민주는 우리학교 학생이다.그러니까 얘는 내 라이벌이 오세훈이란걸 아주 잘 알고 내가 오세훈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잘 아는 애였다.김종대 다음으로 말이다.


“지금 오빠 동공지진 났어”

“..안,아니야!!”

“강하게 부정하니까 더 수상하다~?”


투게더 아이스크림을 수저로 푹푹 퍼먹던 김민주가 눈을 새침하게 뜨며 나를 약올린다.나는 당황해 흐르는땀을 닦아내며 헛소리 말라고 으름장을 놓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니 잠깐.내가 왜 찔려야하지?


“아니 생각하니까 어이없네”

“응? 뭐가”


수저를 입에 쏙 물고 있는 김민주가 눈을 끔뻑이며 묻는다.얘는 저 표정이 나름 귀엽다고 짓는데 내가 보기엔 멍청해보였다.나는 허리춤에 양손을 올려놓고 김민주에게 말했다.오세훈이 여자친구를 사귀던 말던 네가 무슨상관이냐! 막말로 내가 오세훈이랑 사귀면 안되냐?!


“어? 안되냐고!!”


나도 모르게 감정이 격해졌다.씩씩대며 김민주에게 말하자 김민주가 퐁-소릴 내며 입에서 수저를 빼곤 투게더 아이스크림통을 테이블에 올려둔다.그리곤 팔짱을 끼며 눈을 부라린채 내게 말한다.


“오빠가 오세훈이랑 사귀면”

“..사귀..면?”


침을 꿀꺽 삼켰다.이게 뭐라고 긴장이 되지?


“내가 머리털 다 뽑아 놓을거야!!”

“....”



김민주가 제법 다부지게 말하며 허공을 향해 길게 자란 손톱을 마구 할퀴는 시늉을 한다.나는 입을 꾹 다물었다.괜히 멀쩡히 있는 머리카락이 다 뽑힌 것 같아 두피가 아파왔다.



..김민주한텐 내가 오세훈과 사귄단 얘길 비밀로 해야겠다.내 신변을 위해서 말이다.


.
.
.


급식실에서 오세훈과 소동을 일으킨 김상준은 일주일 정학처분을 받았다.그리고 오세훈과 나는 3일동안 교내 봉사활동을 해야했다.학생주임 선생님은 사실이 아니여도 그런 소문을 만든 나도 잘못이 있다고 했다.나는 억울해서 입만 삐죽였고 반발할 것 같았던 오세훈은 의외로 쉽게 수긍 했다.사실 따지고 보면 김상준과 싸운 오세훈도 정학 처분을 받아야했지만 집안이 다이아몬드수저였고 학교 이사장의 조카인 김종인과 친구라는 입김이 작용해 처벌을 적게 받은 듯 했다.


엿같지만 이게 대한민국 현실이니 나는 학생주임선생님이 주는 하얀 목장갑과 포대자루를 받아들었다.나와 오세훈이 해야할 교내 봉사는 바로 ‘잡초 뽑기’ 였다.


소매를 둘둘 걷어올린 오세훈의 손엔 나와 다를 것 없는 목장갑이 껴있다.손바닥은 빨간 그 장갑말이다.그런데 왜 같은 장갑을 껴도 얜 멋있어 보이지? 나는 분풀이를 하듯 퍽퍽 소리가 나게 잡초들을 뽑아냈다.씨발! 이놈의 잡초새끼는 왜 죽지도 않고 자라는 거야!


“민석아 화났어?”


한뭉탱이 잡초들을 뽑아 포대자루에 집어넣자 내 옆에서 쪼그리고 앉아 잡초를 뽑던 오세훈이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묻는다.나는 쨍한 햇빛탓에 눈가를 찡그리며 답했다 (절대 오세훈이 잘생겨서 찡그린게 아니였다)


“응? 아니..”

“힘들어? 내가 다 뽑을까?”


이마에 흐르는 땀을 대충 손등으로 닦아내자 오세훈이 빠른 손길로 잡초를 뽑으며 묻는다.오..제법 빠른데? 오세훈의 잡초뽑는 스킬은 마치 한두번 해본 느낌이 아니였다.숨겨진 고수같은 느낌이랄까..나는 고개를 저었다.괜찮아 세훈아.너 혼자하면 힘들잖아


어차피 나도 봉사를 받은건데 나 힘들다고 얄밉게 오세훈 혼자 하라고 냅둘 순 없었다.그래서 괜찮다고 말하며 다시 잡초를 뽑는데 문득 옆에서 따가운 시선이 느껴진다.흙더미에 파묻힌 잡초를 낑낑대며 뽑곤 옆을 바라보자..





“..?!!”


..헐...


“너무 예뻐서”

“....”


기습적으로 내 입술에 뽀뽀를 한 오세훈이 씩 웃으며 고개를 돌린다.나는 벙찐 얼굴로 눈만 끔뻑였다.오세훈이 허밍을 흥얼대며 빠르게 잡초를 슉슉 뽑는다.나는 입만 옴짝달싹 하며 쿵쿵 뛰는 심장을 달랬다.


내..내..첫..뽀..뽀가..


“민석아 떡볶이 좋아해?”

“....”


오세훈이 아무렇지 않다는듯 묻는다.그리곤 제 물음에 대답이 없는 나를 의아하게 느꼈는지 고개를 꺾곤 쳐다본다.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왜? 떡볶이 싫어해?


“..아..아니..좋아..해”

“그래? 다행이다.학교 끝나면 떡볶이 먹자 내가 맛있는데 알아”


이렇게 심장이 뛰는게 연애를 한다는건가? 나는 모든걸 아는 신에게 묻고싶었다.



*


김종대는 오세훈과 내가 사귄다는 얘길 듣자 박수까지 치며 축하해줬다.그게 그렇게 축하받을 일인가 싶어 김종대를 보자 김종대는 눈가에 맺힌 눈물까지 닦아내며 세훈이 순정이 멋있다느니..내가 세훈이한테 잘해야 한다느니..이해할 수 없는 소릴 했다.나는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물었고 김종대는 사나이들끼리 약속이라며 말하지 않겠다고 했다.꼭 김종대 행동이 안알랴줌 느낌도 나고..


나와 오세훈은 약 30분가량 뙤약볕에서 잡초를 뽑아댔다.물론 게중 9할은 오세훈의 놀라운 잡초뽑기 스킬로 빨리 끝낼 수 있었다.수업이 끝나고 오세훈과 함께 떡볶이를 먹으러 가기로 약속했기에 나는 김종대를 먼저 보냈다.그 때문에 김종대가 나를 보며 눈을 흘겼다.그 얼굴에 온갖 표정이 묻어나와 괜히 민망해 김종대의 등을 떠밀었다.


오세훈은 종례후 우리반으로 온다고 했는데 내가 부득불 우겼다.아니야 세훈아!! 우리 그냥 정문에서 만나자! 하고 말이다.오세훈은 강하게 싫다고 내비추는 내 의사에 삐진건지 표정이 굳어지다가도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했다.사실 우리반 애들은 내가 오세훈과 사귀는걸 모르니까..또 오세훈이 우리반에 왔다는 이유하나로 안좋은 얘길 듣게 하고 싶지 않았다.


터덜터덜..조용한 학교 건물을 빠져나와 정문으로 향하는데 저 멀리 담벼락에 기대 핸드폰을 만지작 대는 오세훈이 보였다.나는 우뚝-걸음을 멈추었다.노을이 진 오후,붉은 태양이 오세훈의 머리위를 내리쬔다.그덕에 은은한 빛을 내는 머리칼이 반짝거렸다.오세훈은 핸드폰에 시선을 두다가 샐샐 미소를 지었다.나는 가만히 심장부근에 손을 올렸다.


오세훈을 봤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심장이 또다시 쿵쿵 뛰었다.나 부정맥 아니지..? 죽는거 아니겠지? 이렇게 심장이 뛰면 죽는게 아닌가 할 정도로 심각했다.


“민석아!”


..내가 오세훈한테 푹 빠졌다는 사실이


“미안해 세훈아..담임선생님이 종례를 늦게 끝내주셔서..”

“아냐 별로 안기다렸어”


핸드폰을 대충 바지주머니에 쑤셔넣은 오세훈이 눈을 반달로 접으며 나를 내려다 본다.나는 입을 꾹 다문채 고개를 끄덕였다.오세훈이 자연스레 내 어깨에 긴 팔을 두른다.나는 깜짝놀라 숨을 헙-들이 마쉬었다.오세훈의 갑작스런 스킨쉽은 이렇게 나를 놀라게 만든다.오세훈의 팔이 내 어깨를 꾹 누르고 동시에 콧속으로 시원한 향수 냄새가 은은하게 풍긴다.나는 괜히 붉어지는 얼굴에 시선을 돌리며 헛기침을 했다.


“가자”

“으응..”


오세훈과 함께 골목을 걸었다.조용할 것 같은 오세훈은 의외로 말이 많았다.신기했다.항상 묵직하게 입만 꾹 다물던 놈이 조잘조잘 말이 많은게.나는 연신 고개만 끄덕이며 오세훈의 말을 경청했고 병아리마냥 짹짹대며 말하던 오세훈이 일순 민망하단 듯 말했다.너무 내 얘기만 했지?


“어? 아니야 세훈아”


나는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저었다.사실 오세훈이 해주는 얘기를 듣는게 재미있었다.그 이야기가 그저 평범한 학교 생활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너무 나만 얘기하는거 같아서”

“어..그럼..내,내 얘기 할까?!”


머쓱한 얼굴의 오세훈을 향해 나는 발랄하게 물었다.오세훈이 민망할거 같아 일부러 한톤 높게 말했는데 오세훈은 내 말을 듣더니 풉-웃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응..흐으..민석아 니 얘기 해줘.듣고 싶다


“어..무슨,무슨 얘기 해줄까?”


근데 막상 얘기를 하려니 생각이 안났다.꼭 머릿속이 백지장이 된것마냥.나는 입술만 움찔댔고 내 동그란 어깨를 만지작대던 오세훈이 아무거나 얘기를 해달란다.참나..그렇게 얘기하면 광범위 한걸 모르나.나는 곰곰이 생각하다 느릿하게 입을 뗐다.


“사실..나 옛날에 뚱뚱했어”


나는 담담하게 말했다.내말에 오세훈이 고개를 꺾어 나를 내려다본다.나는 바짝 말라오는 입술에 침을 바르며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어어엄청 뚱뚱했거든..그래서 따돌림 당하기도 했고..”

“....”

“그치만 방학때 진짜 독하게 마음먹고 살빼서 용된거야.물론 종대가 많이 도와줬지만”


어릴적 나는 뚱뚱했다.엄마는 미숙아로 태어난 나 때문에 항상 걱정을 달고 살았다.그랬기에 나는 정상체중을 유지하기위해 온갖 보약을 먹어댔다.그 결과 부작용이 왔다.부작용은 살이 감당할 수 없을만큼 불어난 것이다.하지만 엄마와 아빠가 빼빼 마른것보다 보기 좋다며 엄지를 치켰을때도 나는 몰랐다.내가 정말 정상인줄 알았으니까.


그러다 중학교에 입학을 하고 알게됐다.


‘야 돼지! 너 뛸 수는 있냐?’

‘얘들아 김민석이랑 얘기하지마.니네도 돼지된다’

‘쟤 이상한 냄새나지 않아?’


나를 보는 그들의 시선에서 느껴지는 경멸과 비웃음..그리고 내가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했고 이유없이 얼굴도 모르는 애들에게 맞은적도 있었다.그때 걔네는 철이 없다는 이유로 뱉었을 말과 행동이었겠지만 나에겐 비수가 되어 가슴에 꽂혔고 그것은 상처가 돼 점점 벌어졌다.


“그땐 진짜 속상했거든.내가 뭘 잘못했나 하고”

“....”

“그치만 지금은 아냐.나한텐 세훈이 너도 있고 또 종대도 있으니까”


그때는 내 인생의 암흑기이자 지우고 싶은 과거였다.울기도 많이 울었고 애꿎은 부모님 원망도 했었다.하지만 지금은 아니였다.그때 이야길 웃으면서 얘기 할 수 있으니 말이다.내 얘기가 끝이나고 오세훈은 걸음을 멈추었다.나는 오세훈을 바라보지 않았다.오세훈을 보면 왠지 눈물이 날것 같았다.그저 땅에 시선을 두고 쳐다보는데 오세훈이 몸을 돌려 나를 꽉 껴안는다.


“....”

“....”


구태여 말을 붙이지 않아도 오세훈의 진심이 느껴졌다.나는 포근한 오세훈의 품에 안겼다.오세훈이 일정한 간격으로 내 등을 토닥인다.


그렇게 나는 한동안 오세훈에게 안겨 울음을 삼켰다.


.
.
.


“붕어 눈 됐네”

“아이..하지마아-”


오세훈이 낄낄 웃으며 퉁퉁 부은 내 눈을 조심스레 쓰다듬는다.나는 가만히 눈을 감은채 오세훈의 따뜻한 손길을 느꼈다.섬세하게 부은 눈덩이를 만지는 손길이 애틋하게 느껴졌다.나는 베시시 웃음을 지었다.


오세훈과 조금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오세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오세훈이 자부한 떡볶이 집은 골목사이에 있었다.가게도 깔끔해서 괜찮게 느껴졌다.우리는 떡볶이 2인분과 튀김을 시켰다.오세훈은 먹고 싶은게 있으면 더 시키라고 했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사실 더 먹으면 살이 찔 것 같아 안시켰지만 말이다.


오세훈이 부은 내 눈을 보며 한창 놀릴 때 주문한 떡볶이와 튀김이 나왔다.나는 오세훈을 향해 뭐라고 한마디 하려 입을 벙긋대다 말았다.왜냐하면 콧속으로 들어오는 매콤한 떡볶이 향에 놀랐기 때문이다.그리 허기지지도 않았는데 훅-자극이 오니 금세 꼬르륵 소리가 나며 위장이 쪼그라 들었다.오세훈이 포크를 내게 건네주었고 나는 곧장 받아들곤 빨간 양념이 진득하게 묻은 떡하나를 콕 찍었다.


“아”

“나?”

“응”


오세훈이 비싯대며 웃음을 터트린다.나는 부끄러워 빨리 입을 열라고 발을 동동 굴렸고 끅끅 웃음을 겨우 참은 오세훈이 입을 벌린다.포크에 꽂힌 떡 하나를 오세훈의 입에 쏙 넣어주자 오세훈이 오물오물 떡을 씹는다.그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하다.나는 괜히 부끄러워 곧장 튀김 하나를 매콤한 떡볶이 국물에 찍어 입에 쏙 넣었다.티비에서 보면 연인들이 이런거 하던데..괜히 했나..


바삭하게 튀긴 튀김을 오물대며 씹어삼키자 턱을 괸 오세훈이 나를 보며 말한다.


“어디서 그런 예쁜짓 배웠어”

“..예..예쁜짓?!”

“응.귀여워 죽겠다”


대놓고 내앞에서 귀엽다느니 예쁘다느니 낯간지러운 소릴 해대는 오세훈 때문에 민망해진건 나였다.어후..여긴 왜 이렇게 더워! 손을 팔랑대며 부채질을 하자 오세훈이 부끄러워서 그러냐며 나를 놀려댄다.나는 눈을 흘겼다.저거 뻔히 알면서 또 저러네


오세훈과 함께 다정히 떡볶이를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덜컹-분식집 문이 열렸다.나는 포크를 문채 고개를 들어 무의식적으로 문쪽을 보았고 멍한 얼굴로 눈을 깜빡였다.


“이야~여기 떡볶이가 그렇게 맛있다며?”

“응! 저기 자리 없..헐..이게 누구야?”

“아니 우리 버린 오.세.훈.이 여기서 떡볶이를 먹고 있네?”


조용하던 분식집이 순식간에 왁자지껄 해졌다.티슈로 입가를 닦던 오세훈의 표정도 순식간에 구겨졌고.나는 익숙한 세 얼굴을 보며 어색하게 웃음만 흘렸다.아하하..아..안녕..


“와..민석이도 있었네.둘이 그렇고 그런사이니까 떡볶이 먹으러 온거지?”

“둘이 사겨? 드디어?”

“보면 모르냐.둘이 사귀잖아”


변백현과 박찬열 그리고 김종인이 껄렁이며 우리테이블로 온다.나는 보았다.오세훈의 매끈한 이마에 깊은 주름이 새겨지는걸.오세훈이 쥔 포크가 강한 악력에 의해 살짝 휘어졌다.변백현이 능글맞게 웃으며 둘이서 뭐하고 놀았냐며 은근슬쩍 물어온다.나는 시선을 내리깔며 애꿎은 튀김만 쿡쿡 찔렀다.


“변백현 솔로인티 내지마.존나 애잔해”

“뭐 씨발아? 너는 솔로 아니냐”

“솔직히 우리 셋다 도찐개찐이다”


박찬열이 낄낄 웃는다.하하..나도 분위기를 따라 웃었다.박찬열이 내 옆에 엉덩일 붙이고 그옆엔 김종인이 자연스레 앉는다.그리고 오세훈의 옆엔 변백현이 자리잡고.나는 오세훈을 쳐다보았다.오세훈이 후-입김을 불며 앞머릴 날린다.


“이모! 여기 떡볶이 3인분 추가해주시구요 튀김이랑 순대 내장섞어서 주세요~”

“음료수도 시키자”

“콜.사이다 아님 콜라?”

“당연히 콜라지”


셋은 신이 났다.나는 눈치를 보며 들고 있던 포크를 내려놓았다.어색하고 뻘쭘했다.오세훈이랑 처음 하는 데이트..잠깐.이것도 데이트인가? 아무튼 데이트인데..뾰루퉁한 얼굴로 빨간 떡볶이 국물을 쳐다보는데 가만히 앉아있던 오세훈이 자리에서 일어난다.나는 고개를 들어 오세훈을 올려다보았다.


“뭐야 어디가?”

“화장실가는것도 말해야되냐”

“난 또.계산안하고 튀는줄”


박찬열이 가슴을 쓸며 말하자 김종인이 덧붙인다.야 오세훈이 너같은 줄 아냐.타박하는 어투에 박찬열이 발끈한다.씨발 내가 어때서!


오세훈이 화장실을 가자 나는 홀로 남았다.눈만 도르륵 굴리는데 변백현이 활짝 미소를 짓는다.불안해져 눈을 안마주치려 노력하는데 변백현이 문득 물어온다.근데 고백은 누가했어 민석아?


“..어?!”

“흐흐.뭘 그리 놀래~누가 먼저 고백했어?”


씩 웃는 얼굴엔 장난기가 다분하다.변백현의 말에 투닥대던 김종인과 박찬열의 시선도 내게 꽂힌다.나는 얼굴이 달아오르는걸 느꼈다.씨발..왜 나만 남아서..나는 화장실에 간 오세훈이 원망스러워졌다.입만 꾹 다문채 대답을 안하자 변백현이 중얼댄다.민석이가 부끄럼을 많이타는구나..그럼 오세훈이 고백했나?


“오세훈이 먼저 고백하는거 봤냐”

“헐..그러네”

“씨발 그걸 놓치다니.존나 소장감인데”


세 사람의 대화를 잘 듣고 있으면 바보들의 대화같기도 했다.흡사 덤앤더머 느낌이랄까..서로 어색한 상황을 만들때쯤 추가 주문한 메뉴들이 나왔다.좁은 테이블위에 주문한 메뉴들이 널리자 변백현과 박찬열이 신이나 포크를 휘두르며 걸신들린 사람마냥 입에 마구 밀어넣는다.나는 허벅지 사이에 손을 넣은채 오세훈이 빨리 오길 기다렸다.혼자서 이 세명을 상대하려니 무서웠다.새삼 오세훈이 대단하기도 하고.


지잉-바지주머니에 넣어둔 핸드폰이 진동을 냈다.나는 꼬물대며 주머니에 손을 넣어 핸드폰을 끄집어냈다.


“....”


[화장실쪽으로 와]


..뭐지


“야 근데 오세훈 왜이렇게 안와?”

“몰라.튀김 존나 맛있어”


쩝쩝대며 먹던 김종인이 묻고 변백현이 대답한다.나는 눈치를 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순대를 떡볶이 국물에 찍어먹던 박찬열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나를 보며 묻는다.어디가 민석아!!!


“어? 아..나 화,화장실”


그래? 얼른 갔다와.대수롭지 않게 여긴 듯 박찬열이 중얼대며 다시 포크를 움직인다.나는 서둘러 화장실쪽으로 향했다.거짓말을 하니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화장실은 홀에서 조금 걸어 코너를 돌아야 했다.나는 볼일이 급한 사람인 것처럼 종종걸음으로 향했고 코너를 도는 순간..


“흡!”

“쉿”


어디선가 나타난 손 하나가 내 팔을 낚아챘다.나는 깜짝놀라 숨을 들이켰고 오세훈은 검지를 제 입술위에 대며 조용히 하란 제스쳐를 취했다.나는 입을 꾹 다물곤 고개만 끄덕였다.분식집에서 이게 뭐하는건가 싶었다.오세훈이 따라오라는 듯 내 손을 꽉 잡곤 나를 이끈다.나는 아무것도 모른채 오세훈을 졸졸 따라나섰다.


“..어!..”

“신기하지”


분식집 화장실은 뒷문과 연결이 돼있었다.신기함에 눈을 끔뻑이자 오세훈이 작게 미소짓는다.용의주도하게 뒷문까지 제대로 닫은 오세훈이 다시금 내 손을 고쳐잡는다.나는 오세훈을 쳐다보았다.

“가자.데려다줄게”

“....”


오세훈의 두눈이 반달모양으로 접힌다.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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