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카츠] 고마워

빅토르 생일 축하해!!

리멘물

 

눈떠보니 아침이었다.

언제 잠든 지도 모르는 채 회사 책상에 엎드려서 밤을 지센 게 어언 며칠인지.. 빅토르는 뿌득거리는 소리를 내며 허리를 천천히 쭉 폈다. 몸 여기저기서 비명을 질러댔지만 꿋꿋이 기지개를 핀 빅토르는 스스로 절전모드에 들어가 있는 컴퓨터의 전원을 눌렀다. 띠링 소리를 내며 화면이 들어온 컴퓨터의 바탕화면에 인터넷 버튼을 누르니, 검색 포털사이트가 떴다. 언제나 처럼의 색깔이 아닌 붉은 색이 여기저기 있는 것에 사이트를 잘 못 들어 온 건가 의문을 잠시 가졌지만, 쓰여 있는 글자를 보곤 납득을 했다.

‘메리크리스마스!’

 

[빅토카츠] 고마워

 

25일 하루 만으로는 사랑하는 연인과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게 한없이 짧은데, 그 짧은 시간을 쪼개가며 일을 학고 있는 빅토르의 심정은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당장 집으로 뛰어가서 침대에서 잠을 청하고 있는 연인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볼을 쓸고 품에 한가득 안고 싶었다. 그것을 실행에 옮길 수 없다는 것이 그를 좌절시켰지만, 이 일만 끝나면 집에 돌아갈 수 있다는 일념만으로 빅토르는 붉게 충혈 된 눈을 부릅뜨고 컴퓨터 자판을 두들겼다.

홀로 공휴일에 회사를 나온 이유는 그가 맡고 있는 프로젝트의 런칭일이 멀지 않기 때문이었다. 원래대로라면 프로젝트에 관련된 사람들이 전부 나와서 함께 일을 해야 하지만, 거의 다 끝나고 정리와 확인만을 남겨둔 상태에서 공휴일 날 불러내기 뭐해 팀장이자 이번 프로젝트의 총 책임자인 빅토르만이 회사를 나와 일을 하게 되었다. 물론, 그렇게 하라고 지시한 것이 빅토르기도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하니 괜히 그랬다는 생각을 함과 동시에 그런 생각을 한 자신을 몇 번이고 때리고 싶었다. 물론, 자판에서 손을 떼지 않고 빠르게 움직여야하기 때문에 그러진 못했지만.

 

점심시간이 지나고 일의 끝이 보이기 시작하자 빅토르의 손은 더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하면 사랑스러운 연인의 얼굴을 보고, 입을 맞추고, 사랑을 속삭이고 그리고. 그리고.. 그렇게 머릿속에서 끝없이 연인을 탐하면서 춤추듯이 자판위에서 움직이는 손가락은 멈출 줄을 몰랐다. 마무리 단계에 끝자락. 정말 단 10분만이면 끝낼 수 있을 것 같아 빅토르의 얼굴이 환희로 가득 차기 시작했을 때, 벨이 울렸다. 핸드폰 벨소리가. 한 번 일에 집중하면 웬만해선 다른 것을 볼 수 없는 빅토르였지만, 울려대는 벨소리가 조금 특별했기에 그는 빠르게 핸드폰을 집어 들고 전화를 받았다. 왜냐면

‘빅토르! 끝났어요?’

이 벨소리는 사랑스러운 자신의 연인인 카츠키 유리 전용 벨소리였기 때문에.

 

귓가에서 들어와 고막을 때리는 달콤하고도 사랑스러운 목소리에 입 꼬리를 하늘로 향해 올리며 빅토르는 입을 열었다.

“다 끝났어. 유리. 어디야?”

‘으음.. 글쎄요, 어딜까요?’

약속한 대로라면 집에서 나오는 중이라고 말할 연인인데, 웃음기 있는 목소리로 어디냐고 물어보는 말에 순간적으로 자판을 때리던 손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것은 잠깐이었고 다시 움직이긴 했지만, 삐죽하고 튀어나가는 목소리를 막을 수는 없었다,

“.. 어디 나갔어?”

‘글쎄요~ 제가 어디일 것 같아요 빅토르?’

여전히 웃으며 대답을 하기 보단 질문을 하는 연인의 말에 전화에 귀를 귀 울 여보니, 빵빵거리는 차의 크랙션 소리가 들려왔다. 아, 역시나 밖이구나. 분명 오늘은 나가지 말라고 했던 것 같은데.. 저와의 약속을 지켜주지 않은 연인의 행동에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기분을 갈무리하지 못해 다그치듯 밖에 나간거야? 라고 물으니, 오히려 크게 웃는 게 아닌가. 상했던 기분을 순식간에 다시 추켜올려주는 그의 맑은 웃음소리에 고개를 절로 갸웃거리니, 제 연인은 잠깐만요. 라고 하더니 뭔가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도대체 뭐하려는 거지.. 궁금증과 함께 의문이 들어 손을 잠깐 멈추고 핸드폰을 들고 귀에 착 붙이니, 뭔가를 준비하는 듯한 소리가 났다. 정확히 무엇을 준비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몇 번 고민하듯 으음.. 하고 목소리를 내다 무엇인가를 고치는 듯한 소리를 냈다. 눈으로 볼 수 없는 시점에서 소리만으로 판단하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었지만, 사랑스러운 제 연인이 하는 일이 무엇인가가 너무나도 궁금했기에 조용히 숨을 죽인 채 그를 기다렸다. 곧이어

“메리 크리스마스! 그리고 생일 축하해요!”

사랑스러운 제 연인의 등장이었다.

 

고깔모자를 쓰고 흰색의 하얀 생크림에 수많은 과일이 올라간 생크림케이크에 초를 꽂은 채 활짝 웃는 모습에 어벙하니 쳐다보니 총총 다가온 연인이 책상위에 케이크를 올려놓고 저를 꼭 안는 게 아닌가. 달달하면서도 어딘가 상쾌한 그만의 특유의 향과 따스한 체온이 연인이 여기 있다는 것을 실감시켜줘 천천히 손을 둘러 그를 끌어안았다. 어루만지듯 토닥이듯 등을 쓸던 그가 잠시 떨어지더니 얼굴을 매만졌다.

“.. 도대체 일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안타까운 듯이 한숨을 내쉬는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걱정하는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귀여운 건지. 콩깍지가 쓰여도 제대로 씌워졌다는 생각을 하며 여기에 온 이유를 물었다.

“그냥.. 제가 먼저 만나러 가고 싶었어요. 오늘이 당신에게 특별한 날이기도 하고, 제가 당신을 빨리 보고 싶기도 해서..”

말 한마디 한마디가 사랑스럽지 않은 것이 없어서 그저 꽉 안았다. 그러자 다시 등을 끌어안아온다. 이 손길조차 사랑스러워 그렇게 있었다. 두 손에서 그를 떼어 내는 것은 죽어도 하기 싫었고, 지금 이 상태에서 움직이는 것도 싫었기에.

 

연인은 얼마 있다 살며시 풀어달라는 듯이 등을 토닥여 아쉬움을 머금은 채 천천히 품에서 놔줬다. 그러더니 초를 꽂은 케이크에 불을 붙였다. 생크림케이크를 가장 좋아하는 것은 이젠 당연히 알고 있는 것이 또 사랑스러워 웃었다.

“생일 축하해요 빅토르.

그리고 사랑해요.“

부끄러우면서도 기쁜 듯이 발갛게 얼굴을 붉히며 총총 빛나는 초를 꽂은 케이크를 내미는 모습이 가슴이 저릴 정도로 아름답고 사랑스러웠다. 네 마음도, 사랑도, 기분도 모든 것이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 같아서. 넘쳐나는 사랑을 쏟아 붓듯이 나에게 밀려오는 네 사랑이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천천히 고개를 숙여 큰 숨을 불어 초를 껐다.

 

고마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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