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기까지가 연재분입니다.

* 다음화부터 완결까지는 비공개 원고로, 5월 보쿠아카 온리전에 나올 신간에서 확인 부탁드려요~




Title. 화양연화_제2장(5)






영의정 저택에서 한 무리가 음모를 꾀할 때, 궁에서는 급격하게 심각해진 보쿠토의 병세에 비상이 걸렸다. 잘 자고 있던 보쿠토가 갑자기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하더니 여태껏 먹은 죽과 탕약들을 모두 게워내기 시작했다. 그뿐만 아니라 연신 복통을 호소하더니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며 설사를 해대는 바람에 금세 얼굴이 수척해졌다. 갑작스럽게 심해진 보쿠토의 병세에 후궁은 얼른 달려와 궁녀들을 질책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어진 후궁의 등쌀에 궁녀들은 오늘 하루 동안 보쿠토가 먹은 것들을 뒤지기 시작했고, 혹시 탕약이 잘못되지 않았나 태의는 후궁의 감시하에 진맥을 짚으면서도 손을 벌벌 떨었다.



“태의, 어떤지 빨리 말해보게.”



“저, 저하께서는 큰일이 나신 것이 아니옵니다.”



“지금 큰일이 아니라고 하였소?”



“그, 그것이 그저 잠시 지나가는 배탈로...”



“잠시 지나가는 배탈? 태의는 얼마나 황자를 가벼이 여기면 이리 피골이 상접하고 힘들어하는데 잠시 지나가는 배탈이라는 말이라 할 수 있소?”



“소, 송구합니다, 마마. 미천한 신이 큰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부디 큰 아량으로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그래서, 원인이 무엇이오?”



“확실히 말씀드릴 순 없으나 어디가 크게 잘못되어 나신 것이 아닌 듯하니, 아무래도 오늘 드신 음식 중에 상극관계가 있지 않을까 싶사옵니다.”



“상극이라- 탕약에선 실수가 없고?”



“감히 황자 저하께 올리는 탕약인데 어찌 실수하겠습니까.”



머리를 조아리며 극구 부인하는 태의에게서 눈을 돌렸다. 탕약에서 문제가 없고, 장기에서 문제가 생겨 탈이 난 것이 아니라면 남은 것은 음식뿐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황자에게 올리는 음식인데 소홀했을 리가 없었다. 그런데도 보쿠토는 배탈이 났고, 태의는 음식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는 것은 누군가가 고의로 보쿠토에게 배탈이 날 만한 음식을 먹여 이 사태를 만들었다고밖에는 설명되지 않았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아까부터 계속 마음에 걸리던 것이 있었는데 바로 자신의 아버지였다.



‘상황이 황태자 저하가 아닌 황자 저하에게 유리하게 돌아간다면요?’


‘판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습니다. 증거란 만들어내는 것이지요.’


‘곧, 부러워하시던 황후의 모든 것이 마마의 손에 쥐어질 것입니다.’



설레발일 수도 있지만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태의가 방을 나가고 궁녀들이 들락날락하며 보쿠토의 시중을 들 동안 가만히 있던 후궁이 급한 목소리로 밖에 있을 궁녀를 불렀다.



“아까 황자를 데리고 온 궁녀가 누구더냐!”



“마마, 누굴 찾으시는지-”



“아까 아카아사 황태자의 궁에서 보쿠토를 데리고 온 아이 말이다! 영상 대감에게 직접 해명한 아이를 어서 데리고 오너라!”



후궁의 부름에 안으로 들어온 상궁은 심상치 않은 무언가를 알아차리고 얼른 그 아이를 찾았다. 마침 저 반대편에서 보쿠토의 몸을 닦을 물을 가져오는 것을 보고 상궁은 한달음에 달려가 그 궁녀의 어깨를 붙잡았다.



“후궁 마마께서 널 찾으신다.”



“예, 예? 저, 저를요?”



“그래. 혹 짐작 가는 것이 없느냐?”



“저, 저는 잘 모, 모르겠습니다...”



“살고 싶으면 내 말, 잘 새겨듣거라. 무엇이든지 모른다 하여라. 아는 것이 있다면 모른다 하고, 모르는 것은 더 모른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거로 봐서 누구 한 명 험한 꼴 당하기 딱이다.”



“예, 주의하겠습니다.”



“그래, 얼른 들어가 보거라.”



문 앞에 선 궁녀는 마른 침을 한 번 꿀꺽 삼키고 땀으로 젖은 손을 대충 치마에 쓱 문질러 닦은 뒤 깊게 심호흡을 했다. 문이 열리고, 가쁜 숨을 내쉬고 있는 자신의 어린 주인 옆에 곱게 앉아 있는 후궁은 자신을 당장에라도 잡아먹을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평온한 표정이었다. 한 걸음, 한 걸음을 조심해 내디뎠다.



“앉으렴.”



“찾으셨습니까, 마마.”



“아까 네가 황자를 데리고 왔었지?”



“예, 그렇습니다.”



“그리고 나와 아버님께 황자가 왜 쓰러졌는지 말했고.”



“예, 마마.”



“너는 네가 알고 있는 걸 나와 아버님께 빠짐없이 말했다 했어. 그런데 말이다, 나는 왜 너에게 궁금한 것이 이리도 많을까? 그리고 왜 나는 황자가 아픈 게 아버님과 관련이 있다는 의문이 드는 걸까?”



그리고, 어찌하여 나는 그 일에 너도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드냔 말이다.


궁녀는 방으로 들어오기 전 상궁이 자신에게 당부한 말을 연신 속으로 되뇌었다.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 관련도 없다. 알고 있다 하여도 그건 전부 모르는 사실이다. 오늘 오후에 아카아시 황태자와 함께 가졌던 다과상에 올라간 육전은 자신이 몰래 올린 것이었고, 그 육전 반죽 안에는 하제(변비약)가 들어갔으며, 육전은 보쿠토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라는 것을,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영의정이 시켰다는 걸 자신은 모르는 사실이다.


살고 싶었다. 살아야 했다. 곧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은 싸늘한 집에서 얇은 이부자리에 누워 몇 해째 병마와 싸우고 있는 막냇동생과 그 어린 동생을, 고작 한 해 빨리 태어났다는 이유로 막내 못지않은 고사리손으로 밤낮없이 보살피느라 고생하는 바로 아래 동생을 생각하면 자신은 살아 이 궁에서 일해야 했다.


궁녀는 혹시나 주체 없이 바들거리는 손이 보일까 꼭 움켜쥐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어 보이진 않았지만 천이 스치는 소리가 나고, 눈앞에 후궁 마마가 입고 있던 붉은색 저고리가 바로 코앞에 있었다. 머리 바로 위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후궁의 기세가 자신을 잡아먹을 것처럼 무서워 궁녀는 그저 고개만 푹 숙이고 떨리는 몸을 숨기려 애를 썼다.



“참 이상하지? 너는, 너는 어찌 생각하느냐?”



“저, 저는...”



“몸이 사시나무 떨듯이 떠는 게 참으로 안쓰럽구나.”



“마마, 저, 저는... 그러니까...”



“나는 너를 헤치지 않을 것이다.”



“예...?”



“오히려 너에게 도움을 줄 것이야. 그러니 말하렴. 황자가 저리 아픈 것에 아버님이 관련되어 있니?”



“.......”



“네 식솔이 저기 저 버러지 마을에서 사는지, 아니면 반촌에서 떵떵거리며 사는지 내가 알 바 아니란다. 허나, 이것만은 약속하마. 네가 대답하는 것에 따라 정반대로 살 것이야. 입에 들어가는 게 달라질 것이고, 몸엔 보드랍고 따뜻한 천들이 걸쳐질 것이며, 몸을 뉘는 자리가 달라질 것이다. 어떠냐, 이래도 너는 내게 모른다고 답하겠니?”







관복을 걸치고, 머리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관모도 쓴 영의정은 피식피식 새어 나오는 웃음을 막을 수가 없었다. 큰 소리로 호탕하게 웃고 싶었지만, 밖에서 자신을 기다릴 신료들을 생각하면 체면상 그럴 수가 없었다. 인상을 구기고 있을 황제와 발을 동동 구르며 안절부절못하는 황후, 그리고 덤덤하지만 속은 또 어떨지 모를 황태자를 생각하니 광대가 아래로 내려올 생각을 안 했다.



“대감, 다들 기다리십니다.”



“곧 나간다고 전하게.”



마무리로 가슴에서 다리까지 옷을 한 번 쓸어내렸다. 나간다는 말을 대신해 헛기침을 크게 하고 문을 열었다. 한참 전부터 마당에서 영의정을 기다리던 신하들은 그가 마루에 나타나자마자 허리를 숙였다. 맨 앞에 서 있던 예판이 모여 있는 신하들을 갈라 영의정이 평교자에 앉을 수 있도록 안내했다. 영의정이 올라타고 다른 신하들도 평교자에 올랐다. 가자, 라는 말에 일제히 움직이는 평교자에 거리에 나왔던 사람들이 길을 비켜서면서도 신기하게 쳐다봤다. 영의정은 곱게 다듬은 수염을 쓸어내리면서 백성들을 살폈다. 부러움에 찬 눈빛, 시기에 찬 눈빛, 동경의 눈빛. 수많은 감정이 섞인 그들의 눈빛을 즐기는 게 좋았다. 하지만 영의정은 여기서 멈추고 싶지 않았다. 이보다 더 높은 자리에 오르고 올라 더 즐기고 싶었다.


영의정이 느긋하게 입궁할 때, 그의 예상대로 황후의 처소는 발칵 뒤집혔다. 어제 오후에 차를 마시던 중 보쿠토가 쓰러졌다는 소식에 높은 소리로 웃을 땐 좋았다. 침소에 들기 전, 휘하에 있던 상궁으로부터 보쿠토가 위로는 음식을 게워내고 아래로는 설사를 쏟아낸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얼마나 좋았던가. 너무 기뻐 당장에라도 후궁의 처소에 달려가 그 새파랗게 질린 얼굴을 구경할까 했는데 체통에 맞지 않아 자리에 누웠었다. 아침에 일어나 몸을 치장하고 아침 숟가락을 들기 전까지, 딱 그때까지 좋았다. 첫술을 입에 넣으려던 찰나, 상궁이 급히 들어와 귓가에 속삭이는 말을 듣고 황후는 들고 있던 수저를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보쿠토 황자 마마께서 쓰러지신 것이 아카아시 황태자 저하와 관련 있다 하여 지금 이것을 빌미로 대소신료들이 영상 대감을 앞세워 입궁 중이라 합니다. 아무래도 아카아시 저하의 폐위를 전하께 말씀드리러 오는 듯싶습니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으나 황후는 얼른 정신을 다잡고 상궁이 말한 대로 상황을 정리했다. 어제 오후에 아카아시와 다과를 즐겼고, 사쿠사의 칼에 겨눠져 쓰러졌고, 그대로 방으로 옮겨졌는데 밤에 갑자기 병세가 악화되었다. 도무지 어디가 아카아시가 폐위될 만큼 잘못된 것인지 감을 잡지 못한 황후는 다급히 물었다.



“도대체 뭐 때문에 폐위까지 말이 나왔단 말이야!”



“두 분께서 즐기신 다과상에서-”



“다과상이 어쨌는데?”



“거기에 올라간 육전에서 소량이지만 독이 나왔다고 합니다.”



“증좌는?”



“마침 부엌에 조금 남아있던 육전을 모두 의금부에서 가져간 데다가, 육전에 들어간 것으로 추정되는 독이 든 주머니도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자세한 것은 시간이 더 지나야 밝혀지겠지만, 지금까지 나온 정황으로는 모두 황태자 저하께-”



“모함이다! 이건 모함이야!”



황후는 치솟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잘 차려진 상을 뒤엎기 시작했다. 곱게 놓인 젓가락을 던지고, 팔로 음식을 쓸어버렸다. 그래도 식탁에 남은 것들이 있었는데 그것들마저 접시째로 이곳저곳에 던져버렸다. 옆에서 시중을 들던 궁녀들은 혹시나 근처에 있다가 화를 입을까 얼른 자릴 피했고, 상궁 또한 어린 것들이 다치지 않게 뒤로 물러나라 손짓했다.



“내 이놈의 영상을-! 아카아시는, 황태자는 어디 있느냐!”



“지금 마마를 뵙기 위해 이리 오고 계시다 합니다.”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문이 열리고 아카아시가 안으로 들어왔다. 난장판이 된 방을 훑다가 분에 미쳐 씩씩거리는 자신의 어머니를 발견하고서 상궁들을 포함한 궁녀들에게 살짝 고갯짓을 했다. 상궁이 궁녀들을 데리고 방을 온전히 나가자 아카아시는 어질러진 방을 가로질러 황후의 앞에 섰다. 그릇을 내던지던 중에 깨진 조각에 벤 것인지 손가락에 피가 흐르고 있었다.



“옥체를 귀히 여겨야 한다며 제게 그러셨지 않습니까.”



“태자, 어찌 이리도 태평하고 고요할 수 있는지 이 어미는 참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영상의 일은 들었습니까?”



“예, 들었습니다.”



“그럼 보쿠토 황자의 이야기는요?”



“그것도 들었습니다.”



“후우, 그럼 지금 영상을 앞세운 대소신료들이 태자의 폐위를 황제 폐하께 아뢰러 오는 것은요?”



“알고 있습니다.”



“하하, 태자. 태자- 태자-! 어찌 이리 무신경하단 말입니까! 지금 태자의 자리가 위태로운데 어찌 이리도 덤덤할 수 있단 말이오!”



“소자가 미흡하여 생긴 일입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저와 있다가 벌어진 일인데 뭐라 더 말하겠습니까. 지엄하신 황제 폐하께서 결정해주시길 기다려야지요.”



아카아시는 방 어디에 있던 비단 천으로 황후의 다친 손을 감쌌다. 늘 그렇듯 덤덤한 아카아시의 태도와 말투에 황후는 더 열이 올랐다. 이럴 순 없었다. 이런 결말을 보려고 이 자리에 굳건히 버틴 것이 아니었으며, 이런 말을 듣자고 아카아시를 지금까지 키운 것이 아니었다. 적어도 자신이 목표했고 원했던 자리는 황후의 자리보다 더 높고 더 빛나는 자리였다.



“어마마마, 여쭙고 싶은 게 있습니다.”



“말해 보세요.”



“어머니께서는 제가 황제의 자리에 앉아 무얼 하길 바라십니까? 제가 황제의 자리에 앉는 걸 보고 싶으신 겁니까, 아니면 어머니의 권력 욕심에 제가 필요한 건가요?”



“그거야 당연히-”



“마마, 이조판서 코노하가 마마를 뵙고자 하옵니다.”



“들라 하라.”



급하게 안으로 들어온 코노하 또한 아카아시처럼 난장판이 된 방을 한 번 훑은 뒤 황후에게 허리 숙여 예를 갖췄다. 격한 움직임 때문에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하고, 소매에 묻은 양념들을 천으로 대충 닦으며 아까와는 전혀 다른 냉정한 얼굴로 코노하에게 물었다.



“그 영상이 또 뭐라고 입을 놀리던가요? 이 효곡국에서 유일하게 색을 가진 황자가 시해당할 뻔했고, 그 배후에 황태자가 있으니 폐위에 처하라 하던가요?”



“들으셨습니까.”



“지금 이 황궁에서 모르는 사람도 있답니까? 그리고, 이판도 내가 알고 있으니 이리 찾아온 게 아니요. 그래서, 황제 폐하께서 뭐라 하셨습니까? 그 늙은 구렁이의 말대로 폐위하라고 하던가요?”



“그것이-”






영의정을 앞세워 입궁한 신하들은 곧장 편전에 들어 황제의 앞에 섰다. 고위관직부터 차례대로 줄을 선 신하들은 일제히 무릎을 꿇고 이마를 땅에 댄 채 황제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영의정을 앞에 세웠으나 목소리를 높인 건 예판이었으며, 몰려온 그들이 높인 목소리처럼 편전 한쪽에 높게 쌓인 상소문들의 중심에는 보쿠토와 아카아시가 있었다.



“옛 고서에 따르면 이 나라, 이 땅에 처음 발을 디디신 초대 황제께서는 천자(天子)이시며 이 세계를 지배하시는 분으로서, 티끌 하나 섞이지 않은 흰색의 털에 빛나는 태양과 풍요로운 곡식 밭, 그리고 부를 상징하는 금을 닮은 눈을 가졌다 하셨습니다. 그분이 승하하시고 이 효곡국은 초대 황제 폐하의 넋을 기리고, 뜻을 지키기 위하여 그분의 자손을 대대로 황제로 모셨고, 지금의 신하들 또한 그렇사옵니다. 폐하, 이 효곡국의 뜻을 받드시고, 신하들의 충심을 헤아리시어 나라의 기강을 살리소서.”



예판의 말에 황제는 피식, 웃었다. 요점은 색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아카아시를 황태자 자리에 내세워 이런 일이 발생했으니 얼른 폐하고, 색을 가진 보쿠토를 새 황태자로 즉위시키라는 소리였다. 보쿠토를 황태자 자리에 앉히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더니 기회가 생기니 놓치지 않고 얼른 달려와 나라의 기강을 바로 세우라는 핑계로 칭얼거리는 신하들이 황제의 눈엔 그저 우습기만 했다.

그보다 황제는 더 우습고 궁금한 것이 있었다. 당연히 보쿠토가 쓰러지고, 죽을 고비를 넘긴 날, 영의정이 먼저 달려와 난리 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늦게 온 것이며, 이 상황에서도 자신이 직접 말하지 않고 예판이 말하는 것에 황제는 의심을 쉽게 지울 수 없었다.



“영상이 한번 말해보시오. 영상의 손자가 이리되었는데 어찌 당사자는 말이 없고 예판만 말을 한단 말이오.”



“소인이 그저 부덕하고 부족하여 신경 쓰지 못한 탓에 이리되었습니다.”



“그래? 영상이 부덕하고 부족하면 짐은 뭐란 말이오. 제 자식 하나 제대로 지키지 못한 아비는 어찌 표현하면 좋을까.”



“심기를 불편케 하여 송구합니다.”



“그대들이 원하는 결론은 하나뿐 아닌가? 제1 황자 아카아시를 황태자 자리에서 폐하고 2 황자 보쿠토를 새 황태자로 임명하노라-”






“그래서, 황제 폐하께서 뭐라 하셨습니까? 그 늙은 구렁이의 말대로 폐위하라고 하던가요?”



애써 아무렇지 않게 물었지만 황후는 입안이 바짝 말랐다. 침을 연신 삼켰지만 마른 침인 데다가 오히려 더 목이 바짝바짝 말랐다. 폐위되고 황자의 신분으로 돌아갔을 때 어떻게 권력을 키워 다시 황태자 자리를 쟁탈할지 고민하던 찰나, 코노하의 말은 그야말로 이해할 수 없고 충격의 연속이었다.

“그것이, 아카아시 저하는 무고이시고, 황자 저하를 보필하지 못한 아랫것들에게 책임을 묻겠다 하셨습니다. 또한 황태자를 모함한 혐의는 황족 모독죄로 그 죄인은 반드시 찾아내 엄히 처벌할 것이며,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황궁 경비를 더 엄중이 하겠다 하셨습니다. 폐위의 폐, 자는 꺼내지도 않으셨습니다.”







- fin -


GGyutizel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