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든 헌터는, 개인적이지만 불가능은 없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럼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것을 현실에 불러오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과 재능, 환경이 필요하다고 믿었다. 그리하여 아이든 헌터는 성공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엄청난 노력과, 노력과, 노력만이 뒷받침 되었다. 


흰 겨울이었다. 창백한 회색빛 하늘이 머리 위에, 흰 눈이 소복히 쌓인 땅이 바닥에, 모르는 사람이 보면 절경이었지만 아이든 헌터는 이것들을 전부 치울 생각에 머리가 아찔해졌다. 오늘 경비대를 굴려야 할 듯 했다. 아이들은 틀림없이 신발이 다 젖을 때까지 놀다가 발가락이 얼것이고, 누군가는 감기에 걸릴 것이다. 오늘 식사는 바깥이 아닌 건물 안에서 먹어야 하니, 땔감도 들겠지.

하지만 이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겨울은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다. 누가 그랬던가, 하늘에서 내리는 눈은 천사들의 날개가루라고. 아이든은 그게 헛소리라고 생각했지만, 방금 내린 눈의 아름다움이 그에 비견될것이라는 것은 믿었다. 저 소리를 들어보라. 어린 아이들이 눈사람을 굴리고, 눈싸움을 하고, 어른들은 작정하고 이글루를 만들었다. 흰 눈백곰이 부락 한복판에 서 있고, 사람들이 작은 눈사람을 만들어 집 앞과 건물, 창문에 장식했다. 많은 사람들이 바깥에 나와 즐겁게 놀고 있었다. 저 모습은 오래 못가겠지만, 그래도 아름다울 때 눈에 담아두는게 낫지 않겠는가.


"진짜 멋지다."

"..."

"그렇지 않아, 아이든?"

"글쎄.."

"난 멋지다고 생각해."


루시안이었다. 그의 곱슬거리는 금발과 푸른 눈동자가 눈오는 모습과 합쳐져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같았다. 그를 짝사랑하는 여자의 인용이었다. 그리고 아이든 헌터는 객관적으로, 그가 당장 옷을 쳐입지 않으면 감기에 걸릴 것을 직감했다.


"당장 가서 옷 꺼내입고 와."

"잠깐 있다 들어갈거거든?"

"내가 네 미래를 맞춰주지. 넌 나랑 대화를 하다 된통 깨지고 터덜터덜 돌아가는 길에 애들과 마주쳐서, 함께 눈싸움을 하다가 감기에 걸린다. 덤으로 동상도. 내가 말한 미래를 실현시키고 싶다면 계속 그러고 있던가.

"넌 정말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데에 특별한 재능이 있어."

"그것 참 감사한 재능이군."


하지만 정말로 잠깐 있다가 들어갈 거야. 흰 입김을 내뿜으며 루시안이 말했다. 아이든은 그를 희대의 머저리를 보는 눈으로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네 멋대로 해.


"있잖아. 이 광경을 영원히 보존할 방법은 없을까?"


아이든 헌터는 그를 흘끗 보다가 말했다. 불가능해. 차가운 답변에 루시안이 그를 원망스럽게 바라보았다.


"엄밀히 말해, 불가능하진 않지. 스키장에 천문학전인 돈을 지원하면 가능할지도 몰라. 하지만 그건 내가 허락 안해."

"그래, 이론상으론 가능하구나."

"현실에선 불가능하지만."


루시안은 정말 차갑기 그지없는 답변만 하는 아이든을 흘겨보다 대답했다.


"그래, 저 눈은 언제 다 녹을까?"

"하루."


이번에도 아이든은 차가운 답을 내놓았다.


"단 하루만 지나면 저 하얀 눈은 아이들의 발에 밟혀 더럽혀질테고, 녹아버릴 테고, 그럼 바닥의 지저분한 것들이랑 섞여서 회색인지 갈색인지 모를 울적한 덩어리가 될테지. 그러기 전에 우리는 저것들을 전부 치워야해."

"..꼭 그렇게 말해야 해..?"

"루시안, 난 지금 네가 당장 삽을 들고 경비대를 불러서 눈을 치워야 하는 이유를 말해주는 거야. 이 풍경이 아름답다고 눈 치우기 싫다는 헛소리는 입에 담지도 마. 저거 다 녹아서 얼면 애들 넘어져서 뒷통수 깨지는 거 알지?"

"아, 물론 알지.."

"그럼 넌 지금 뭘 해야 하지?"

"...경비대 불러올게.."

"코코도 불러와. 걔 요즘 연구실에 박혔는데 끌어내야겠어."

"..그래!"


루시안은 아이든 헌터의 말마따나 당장 코코를 끌어내려 부락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아이들과 함께 놀자는 권유를 받았으며, 아이든 헌터가 부라리는 눈동자를 피해 도망쳤다. 그렇게 그가 떠나고, 아이든 헌터는 단순한 생각에 잠겼다.

세상은 영원히 평화로울 수 있을까?

그건 아마 불가능 하겠지. 왜냐하면 어딘가에서 평화가 시작되면 다른 곳에선 반드시 전쟁이 이어졌으니까. 그건 아마 불가능하겠지. 마치 지금처럼.

아이든의 부락은 평화로웠고, 많은 양의 자원을 독점하고 있었으며 그 탓에 다른 부란들은 자원을 가지고 싸우는 중이었다. 물론 이 자원들을 나눌 수는 있었으나, 그리하면 그들 모두에겐 내일이 없어질 것이다. 다시 아이든 헌터는 생각에 잠긴다.

모두가 내일을 준비하면서 풍요로울 수 있을까?


"..."


그건 불가능했다. 한쪽의 풍요는 다른 곳의 가난으로 이어진다, 또는 그 반대이기도 하다. 역사를 보라, 유럽연합의 풍요는 타 지역에서 식믹지배를 하며 그들에게서 착취한 자원으로 한 공짜연구 때문이 아니던가? 그리하여 아프리카의 수많은 아이들은 여전히 배를 곯고 있으면서도, 유럽인들에게 차별을 당하고 있지 않은가?

또는 한국의 경우를 보라. 남한과 북한, 미국이 남한에 전략전 지원을 해줌으로써 남한은 부유해지고, 북한은 미국에 의해 가난해지지 않았는가? 예시가 이상하다고 말해도 소용 없다. 아이든 헌터는 더 이상 학교에서 공부를 할 수 없었음으로 아이든의 지식이 이 정도에서 그치는 것은 누군가에게 지탄받을 만한게 아니었다. 틀림없이 누군가는 더 훌륭한 역사적인 예를 들어 쉽게 설명하겠지. 예를 들자면 미국의 부는 유럽의 전쟁에 의한 것이라던가.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거지? 아이든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자신은 지금 이런 멍청한 생각을 할 틈이 없었다. 역사에서, 강대국들은 자신들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힘썼으며 약소국들은 어떻게든 국격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러니 자신도 그러해야 함이 옳았다.


아이든 헌터는 궁금해졌다. 자신은 왜 이렇게, 왜 이렇게 처절해야만 하는지. 모든 이들에게 음식과 식량을 나눠주고 싶지만 그건 불가능했다. 모두가 평등할 순 없다. 그건, 그건 불가능하다. 물론 가능은 하겠지. 모든 사람들이 엄청난 노력을 한다면 뭐가 불가능 할까?


..하지만 최소한 아이든 헌터는 그걸 가능케 할 인재가 아니었다. 아이든 헌터에겐,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법이 없었다. 아이든 헌터는 고개를 숙였다. 그리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런 걸 지금 생각해서 뭐하겠는가? 쓸모도 없는 것을. 이젠 눈을 치울 시간이었다.


지구가 망해도 밥은 먹겠지.

아흐레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