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카와가 졸업하기 전에는 그저 타교의 우수한 배구 선수와 코치의 관계로 그냥 끝났겠지.

 

이후 재회한 건 오이카와가 대학생이 되고 미래에 고민이 많을 때쯤, 미야기로 내려오게 된 날. 이쯤의 우카이는 카라스노 코치를 조금 더 하다가 가게 일 물려받았으면 좋겠다. 배구 코치가 좋긴 했지만, 딱히 가게 일을 맡는 것에 대해서도 크게 불만을 가진 적이 없어서 가게 일을 맡게 됨. 여느 때와 같이 익숙하게 가게 앞 좌판에 앉아 담배 피우면서 손님을 맞이하는데, 눈앞에 익숙한 실루엣이 지나가니까 저도 모르게 어? 소리 냈을 거야.

 

? 아, 우카이 코치님? 목소리를 듣고 가던 길을 멈춘 오이카와는 우카이에게 인사를 건네는데, 만날 거로 생각하지 못한 사람을 만난 탓에 목소리가 조금 업 됐겠지. 우카이는 배구 코치를 그만둔 이후라서 배구와 관련된 일에는 조금 멀어졌던 터라, 오이카와를 보자 향수가 밀려왔을 거야. 아니, 사실 그러기를 바라는 겁쟁이 같은 마음일 뿐, 그게 단순히 향수가 아닌 호감이었다고 인정하게 되는 건 나중의 일.

 

아무튼 우연한 만남이 반가운 오이카와가 먼저 다가가겠지.

 

- 이젠 가게 일만 하는 건가요?

- 응. 부모님 돕기로 해서.

- 아아….

 

그 말에 오이카와의 표정은 살짝 씁쓸해졌지. 사실 오이카와는 불확실한 자신의 미래 때문에 잠시 흔들리고 있었음. 한창 그럴 때니까. 자신의 주변에는 모두가 같은 상황이라서 그를 잠시 피하고자 미야기에 내려온 건데, 그 와중에 우연히 만난 우카이가 자신이 알았을 때처럼 배구 코치가 아니라, 결국 본업으로 돌아갔다고 하니 괜히 더 심란해진 거지.

 

잠깐 정적이 이어지다, 오이카와를 보던 우카이가 술 한 잔 마실까? 하며 권했으면 좋겠다. 이제 성인이잖아? 잠깐 고민하던 오이카와도 고개 끄덕이며 좋아요. 하겠지. 만난 것도 의외인데, 술까지 마시게 돼서 살짝 어안이 벙벙하기도 했지만, 나름 신선하니까. 우카이는 오이카와가 고민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몰랐지만, 조금 위태로워 보여서 자기가 먼저 손을 내밀었을 거야.

 

그렇게 어울리지 않은 술자리를 갖은 우카오이는 의외로 잘 통해서, 심지어 어른의 조언과 친구 같은 편안함이 적절히 섞여, 오이카와의 불안을 조금 씻어준 덕분에 이때부터 만남을 지속하게 되는 거지.

 

종종 미야기에 내려온 오이카와의 술 상대를 해주며 만남을 이어간 우카이는 조금 위험함을 느끼게 될 거야. 확실히 해야겠구나. 아직 어린 오이카와가(아무리 성인이라도 우카이의 눈에는 어렸음. 이때는.) 자신 때문에 오이카와가 이젠 미래가 아닌 감정이 흔들릴까 봐 걱정이 됐으니까. 하지만 그를 오이카와가 눈치 못 챌 리 없지. 그럴 때쯤, 술자리에서 오이카와가 먼저 “나 이제 더는 학생이 아니야.” 말했으면 좋겠다. 그 한마디만으로 두 사람은 연애를 시작하지 않을까. 우카이의 나이도 있으니, 대놓고 사귀자는 말을 할 스타일은 아닐 것 같아서.

 

만남을 이어온 사이사이에 우카오이는 각자 애인이 있기도 했지. 다만 각자 그 애인에게 만족하지 못하고, 상대방을 찾는 제 모습에 감정을 자각할 듯. 우카오이는 누구 하나 감정을 모르거나 모른 척하는 게 아니라 바로 알아챌 것 같다. 어렴풋이 내가 좋아하는 건 우카이 군/오이카와구나, 라고. (아무래도 나이 차가 있다 보니, 초반에는 우카이 군이라 부르고, 나중에 돼서야 케이쨩이라 요비스테할 듯.)

 

그렇게 시작한 연애는 짧게 하다가 바로 합칠 거야. 대신 단계는 차례대로 천천히 밟으면서. 아직 학생이라 오이카와의 일정이 비교적 여유로운 편이라서 오이카와가 미야기로 내려오고, 우카이의 집에 자주 들락날락하게 되니까 이후 자연스럽게 동거를 시작하게 되겠지.

 

그러다 함께 아침을 맞이하던 중, 우카이가 대뜸 “합칠까.” 말했으면 좋겠다. 연애를 시작할 때와 마찬가지로 결혼도 대수롭지 않게 하게 됐으면. 그 이야기를 듣던 오이카와도 잠깐 멍해 있다가 “지금 그거 프러포즈?” 말하겠지.

 

단어를 직접적으로 들어서 괜히 낯부끄러운 우카이는 얼굴 빨개지고. 오이카와는 그 모습을 보며 왜 먼저 말해놓고 얼굴이 빨개지는 거냐고 푸핫 웃는 사소한 일상이 보고 싶다. 응, 좋아. 큰 프러포즈가 아니라 해도 오이카와는 상관없었지. 그게 뭐가 중요하냐는 마음?

 

연애의 시작과 마찬가지로 결혼도 거창하게 하지는 않고, 스몰웨딩 식으로 간단하게 친구들만 모여 인사한 뒤 집만 합쳤으면 좋겠다. 동거와 다른 게 없어 보이지만, 이제는 정식 가족이 된 우카오이는 전과 달리 모든 걸 공유하게 되는 사이가 되지 않을까.

 

동거할 때와 다른 거라고는 ‘우카이 토오루’ 이름밖에 없었지만, 많은 것이 바뀐 듯한 기분을 느끼겠지. 동거 때와 마찬가지로 아침을 함께 맞이하던 중 이번에는 토오루가 먼저 “합치니까 기분 좋네.” 말해줬으면 좋겠다. 그럼 또 우카이는 얼굴이 빨개지겠지. 이럴 땐 어른의 여유가 없는 우카이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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