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득한 어둠 속을 걷는 기분이다.

내가 자초한 일이니 내가 책임져야 하나 싶은 생각 반.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생각 반.

어느 곳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일까. 한걸음에 미래를 알고 올 수 있다면 이렇게 불안하지는 않을 텐데.

대화를 했던 일요일 이후로 우리의 사이는 약간의 틈이 생겼다. 나만이 느끼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너는 묘하게 차가워졌다. 

잘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어제 오늘 눈에 띄게 달라진 너를 느꼈다.


이전의 나의 태도에 실망했다고 했다. 이해는 한다. 하지만 모르겠다. 방법이 잘못됐다는 건 안다. 그래도 나는 나를 이해한다. 불안한 요소 없이 그저 온전히 사랑 받고 싶었던 것을. 기분이 상한 상황이 생기면 보고 싶지도 말하고 싶지도 연락하고 싶지도 않은 나니까. 나에게는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일까. 이런 나의 태도가 너에게 상처가 된 것도 잘 안다. 상처 받고 싶지 않아서 한 행동이 오히려 상대방에게 상처로 돌아간다니 아이러니하다.


사실은 헤어지자는 건 줄 알았다는 너의 말에 아니라고 말은 못했어. 내 마음을 읽힌 듯한 느낌에 내 표정을 숨기기 바빴지. 너에게는 어떻게 보였는지는 모르겠어. 아마 묘한 분위기와 흔들리는 눈동자를 너도 어느 정도는 느꼈겠지.

이 연애에서 득보다는 실이 더 크다고 느껴. 좋은 일보다는 신경 쓰이고 걱정하는 일들, 내가 싫어하는 일들이 더 많았으니까. 너를 만나고 좋았던 일들도 많았겠지만 감정적인 부분에서는 폭풍우를 만난 바다처럼 이리저리 휘청거리고 있는 나를 보았으니까. 혼자도 잘 지내는 나였는데 너를 만나고 모든 걸 의지하는 아이처럼 불안함과 너의 관심과 애정만을 바라고 있는 나였으니까. 종종 외로움을 느꼈던 나였지만, 누구를 만나고 있는 상황에도 외로움을 느낄 줄은 몰랐어. (물론 알았지만 그 대상이 너가 될 줄은 몰랐지) 마음이 허해. 공허해. 나는 항상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보일테고 그것이 너의 한 부분이긴 하지. 나는 그걸 인정해야 하고 흐린 눈을 해야겠지. 나는 영영 너의 그런 모습들을 이해할 수 없을 테니. 그저 우리 둘은 다르다는 걸 인지하고 인정하는 노력이 필요하겠지. 물론 그때가 되면 나는 너를 놓아버릴지도 몰라. 너가 무슨 행동을 해도 나는 아마 무표정으로 너를 바라보겠지. 아니 그때는 오히려 홀가분해져서 너가 원하는 대로 웃어주고 반응해줄지도 몰라. 기대하는 것들이 없을 테니.

사랑 받고 싶은 마음이 이기적인 걸까.

나는 너에게 어디까지 바랄 수 있는 걸까. 어디까지 기대해도 되는 걸까. 어디까지 기대도 되는 걸까.

이 불안의 시작과 끝은 어디일까. 

권태기일까. 그저 너를 그만큼 사랑하지 않는 것일까. 

너가 좋지만 나보다는 너를 더 위하는 너를 온전히 사랑할 수는 없을 것 같아. 그런 너와 나의 차이에서 괴리감을 느끼고 있고.

너의 성격이라고 말하는 부분은 언젠가 나에게 직접적으로, 혹은 물리적으로 다가와서 상처 받을까봐 무서워 두려워 그때는 나도 너에게 상처줄까봐 무서워


모든 것에 적당함을 찾기가 어렵다.

너에 대한 마음도 나에 대한 마음도. 봐도 못 본 척. 마음에 안 들어도 그저 괜찮은 척. 마음 상했어도 상하지 않은 척. 흐린 눈하기. 과연 이게 옳은 것일까. 말 꺼내기도 힘들고 말해도 달라지는 모습이 많지 않은데 내가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걸까. 역시나 사람은 고쳐 쓰거나 기본 성향 바꾸기 어려운 일이겠지. 나도 나이만 먹었지 변한 건 하나 없는 느낌이다. 모르겠다. 어디까지 떨어져야 괜찮아지는 걸까.

나는 과연 너에게 무엇을 바라고 있는 것일까.

나를 뛰어 넘는 섬세함과 다정을 원한다. 


점점 너와 나의 세계에서는 할 말이 없어진다. 그저 너의 이야기를 듣고 너의 무언가를 리액션해주는게 끝인 것 같다. 너는 나에게 그다지 궁금한 점이 없는 것 같다. 이렇게 빨리 쉽게 변해갈꺼였으면 나에게 그런 말을 하지도 말지. 

이게 무슨 소용인가 싶다. 누군가와 비교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너의 관심과 애정의 척도가 나에게는 닿지 않는 느낌이다. 워낙 잘 까먹는다고 했지만 누군가의 일정은 매일 상기시켜주는 것이 눈에 거슬린다. 가고 싶지 않다. 가도 후회 안 가도 후회. 생각해보니 내가 하고 싶은 것보다 안 내키지만 너가 좋아하니깐 가서 같이 하는 일이 더 많았다. 가면 잘 놀겠지만 별로 즐겁지만은 않았던 약속들이 더욱 많다. 그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이런 나를 만들어버린 것 같다. 너에게 실망한 것들도 있고, 절대 좁힐 수 없는 그 공간에 남겨진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도 나의 골이 깊어지는데 한 몫했다. 눈물난다. 나는 더 사랑 받을 자격 있는 사람인데. 연락 하나하나 비교하고 기다리고 그래야 하나. 지겨워. 이런 나도 싫고 기다리는 것도 싫고. 아마 나는 너를 좋아해도 다른 문제들 때문에 너와 헤어질 거야.


나도 변했겠지만 점점 변해가는 너를 보는 것이 괴롭다.

아마 나는 너와 헤어지면 힘들겠지. 그렇지만 지금 너무 힘들어. 누군가에게 터놓고 얘기하면 좀 괜찮아질까. 그러다 흠 잡히고 그런 건 싫은데 말야.


연락 문제. 성향 차이. 같은 말 계속하기. 문제 상황 발생 시 공감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앞세워 말하기(괜찮냐는 말이 없었네 흠 모르겠다 좀 더 지켜봐야 하는 부분일 듯). 이제는 욕도 필터링 없이 전달하네. 출근할 때는 반지를 안 끼나? 같이 있는데 폰 보면서 혼자 재밌다고 웃기. SNS 엄청하네,,ㅎ 진짜 SNS 싫어하는데..ㅎ.성향차이 성향차이,,ㅎ 내가 트로피도 아니고 누가 나 궁금하다고 약속 나오면 안되냐고 하는 일.. (내 친구도 아니고,, 1. 다인원 2. 내 친구 아님 3. 늦게까지 놈 4. 둘이 있을 수 없음 5. 조롱 아닌 조롱도 당함 6. 묘하게 불편한 것들이 있음) 친구들끼리 만나면 나는 거의 안 친한 사람 취급하는 것(그저 다른 이들에게 불편함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아서 라는 이유지만 나는 상처 받고 생각이 많아지고) 말해도 달라지지 않을 부분인 것 같고. 그저 재미가 최고인 사람인 듯. 이제 나와는 안정감을 느끼고(?) 재미가 없으니 본 모습으로 돌아가는 느낌. 특정인에게 더 관심 갖는 느낌. 반대로 생각하면 당연한 걸 왜 모르지? 다른 애들이랑 연락하는 건 내가 모르니깐 그런 걱정은 없는데 만나서는 그 모양이니깐 난 이제 단체로 모이는 곳에 안 가고 싶어. 그냥 좋아는 하는 것 같은데 음 모르겠어. 소중한 존재로 사랑 받고 싶은데 그게 많이 없어. 몰라 모르겠어. 신경 쓰고 싶지 않아.


이런 생각을 계속해서 하고 있는 나한테도 짜증이 난다. 

그치만 나에게 더 신경 쓸 수 있을 시간을 확보하려고 노력할테니 괜찮다.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겠지

어렵다 정말 

이걸 잘 넘겨야 될텐데 큰 일이다.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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