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즈사는 계속 헤메고 있었다. 길을 잃었을 때 가장 좋은 건 그 자리에 가만 있는 것, 또는 경찰 같은 데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하필이면 지구대 같은 곳을 찾을 수 없는 곳이기도 했고, 경찰과 엮여서 좋을 일은 없었다. 아이돌이 범죄자 같은 건 아니지만, 세상에는 단 한 장의 사진만을 가지고 대하소설을 써낼 수 있는 사람들이 다수 존재하는 법이었다.

그렇다고 또 가만히 있기에는 미우라 아즈사에게 있어 힘든 일이었다. 새로운 것, 흥미 있는 것이 있으면 무심결에 눈길이 가고 몸이 움직이는 성격 탓도 있지만 지금까지의 화려한(?) 길잃기 및 구조됨 전적이 나름 신경 쓰였던 것이다.

더 이상은 길을 잃지 않겠다. 설령 잃어도 자력으로 탈출해보이겠다. 아즈사는 이런 마음가짐으로 용감하게 첫 걸음을 떼었다. 물론, 결과는 더욱 큰 민폐로 돌아오고 말았지만.

“으으음.....”

계속 주택가의 골목을 이리저리 걸어가던 아즈사가 우뚝 멈춰섰다.

“이 집의 담벼락, 아까도 봤던 기억이 드는데.....”

어째서인지는 몰라도, 붉은 페인트가 찔끔 묻어있는 회색 시멘트벽. 늘어지게 자고 있던 얼룩무늬 고양이 한 마리가 어느덧 사라진 것만 제외하고는 아즈사가 지나다니다 몇 번 마주 친 것이었다.

“역시 나, 계속 계속 헤메고 있는 거네.”

아즈사는 다시 아미와 리츠코와 합류하기 위해 노력했다. 주변의 지형지물을 기억하려 애썼고, 사람들에게 길을 묻기도 했다. 하지만 마치 저주와도 같은 절망적인 방향감각과 거리감, 위화감과 지루함에 대해 무딘 사고로 인해 그 모든 노력은 아무 소용없는 일이 되고 말았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우선 다시 큰 길로 나가서.....”

아즈사가 다시 걷기 시작했다. 원하는 목적을 이룰 수 있을 지, 그 자신도 솔직히 좀 두려운 마음이 있었다. 아즈사는 작게 노래를 부르며 그 마음을 억제하려했다.

“HAPPY한~ 사고~회로로 let's go♪”

굳이 그 노래를 선곡한 것은 헤메는 일 없이 똑바로 향하기 위해서였겠지. 허나 안타깝게도 그게 실현될 일은 없었다.

......

“여보세요. 이오리?”

- 아미랑 합류한 모양이네.

“응! 무사 합류 완료!”

두 사람의 통화에 원기를 회복한 아미가 끼어들었다.

- 지원군, 얼마나 동원했어?

“두 명. 하루카와 치하야.”

- 이왕이면 좀 더 모아오지 그랬어.

“유키호나 마미는 나중에 일이 있어서. 이 두 사람이 가장 한가해.”

그러거나 말거나, 무정하게 이야기를 계속하는 이오리와 리츠코.

“한가해서 미안하네요! 좋아, 치하야쨩! 이렇게 된 거 아즈사씨를 찾고나면 디저트 뷔페라도 가자구!”

“그래도 괜찮겠어? 요즘 관리해야겠다는 소리를 들었던 것 같은데.”

그 말을 듣자마자 머리에 햄머를 강타당한듯 비틀거리며 앓는 소리를 내는 하루카였지만 곧 빠르게 회복했다.

“윽, 분명 마구 걷거나 달릴 일이 있을테니까 상쇄될 거야......아마. 커흠, 그러니까 갈거야. 아, 물론 치하야쨩도 같이.”

“후후, 과식하지는 않도록 확실히 지켜봐주지 않으면 안되겠네.”

“에- 둘이서만 간다니 치사해~! 아미도 낄래!”

"아미까지? 으음.....그건 좀......"

"거기 세 사람, 한가하게 떠들고 있을 때가 아니야."

보다못한 리츠코가 주의를 주었다.

"응.....그렇네. 빨리 아즈사씨를 찾지 않으면. 그런데 어떻게 찾아야 되는거야?"

리츠코가 작전의 설명을 시작했다. 이오리가 모종의 방법(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으로 아즈사의 위치를 대략적이나마 추적하는 데 성공했지만, 아즈사가 가만있질 못하고 돌아다니는 탓에 추적이 매우 어렵다. 이 길은 4인에게도 익숙한 곳이 아니므로 그저 뒤쫒아가는 것만으로는 잡을 수 없다고 판단, 2인 1조로 한 쪽은 그녀를 뒤쫒고, 다른 한 쪽은 그녀가 루트 상 갈 만한 곳에 미리 대기해서 포위한다는 것이다.

"성공할 수 있을까나......."

"그렇다고 장담은 못해. 그래도 지금까지 나랑 아미 둘이서만 행동했던 것보다는 훨씬 나으니까. 정 안되면 다른 사람을 더 불러와야겠지."

"그렇구나."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 4인은 곧바로 조를 짜고, 역할을 분담했다. 하루카와 치하야는 아즈사를 뒤쫒는 쪽, 리츠코와 아미는 예상 루트에 미리 도착하는 쪽이다.

"그거라면 이오리가 알려줄거야."

리츠코가 이오리와의 전화통화를 끊었다. 그 뒤, 하루카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익숙한 번호.

"여보세요, 이오리?"

- 응. 하루카, 치하야는 앞으로 내 지시를 따라 행동해.

"알았어."

그리고 리츠코의 전화도 울렸다. 이오리가 가지고 있는 또다른 업무용 휴대폰을 동원한 것이다.

"네, 아키즈키 리츠코입니다."

: 리츠코님과 아미님은 제 지시를 따라주십시오.

리츠코와 아미 조는 미나세 가의 집사 신도가 오퍼레이팅하기로 했다.

- 다 정해졌으니까 꾸물거릴 필요는 없겠지. 지금 아즈사는 주택가 골목길 쪽에 있어. 그 쪽으로 가!

"응!"

하루카와 치하야 2인, 줄여서 하루치하 조가 이동했다.

: 그 분이 어디로 갈 지 예측이 상당히 힘듭니다만, 그래도 가장 갈 확률이 높은 곳이 있습니다. 그 쪽으로 가시죠.

"알겠습니다."

리츠코와 아미도 신도의 지시에 따라 이동했다.

......

- 정말,, 너네들까지 헤메면 어떡하라는 거야!

"으아아~ 미안해. 하지만 우리도 처음 가는 길이라서....."

하루카와 치하야 두 사람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길이었다는 게, 아즈사씨를 찾는 걸 방해하는 또 다른 문제. 그래도 우여곡절 끝에 목표한 골목길에 진입을 완료했다.

"미나세씨, 아즈사씨는 어디?"

- 아직도 그 근처에 있어.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아니면 불행이라 해야할지......

어디로 튀어나가거나 하지 않았다는 건 다행이지만, 그만큼 아즈사의 방향 감각이 영 좋지 않다는 것을 뜻했다. 이오리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으며 모니터를 다시 바라보았다.

- 그 쪽, 노란 2층집 보이지?

"으, 응."

- 거기 근처에 또 작은 길이 있어. 거기로 쭉 가. 아즈사가 다른 데 가기 전에, 빨리!

그 말에 하루카가 허둥지둥 달리기 시작했다. 치하야도 당연히 그 뒤를 쫒았다. 두다다다, 다급한 발소리를 내며 작게 난 길을 파고들어 쭉 달렸던 두 사람. 그러나 거기에는 찾는 이의 모습은 없었다.

"헉, 헉....."

전력으로 질주한 탓에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 하루카가 걸음을 멈추고 숨을 고르는 사이, 치하야가 이오리에게 묻는다.

"미나세씨, 알려준 대로 도착했는데......보이지 않아. 설마 그 사이에 또 이동했어?"

- 어? 모니터 상으로는 분명 그 근처에 있다고 뜨는데.......

모니터에 뜨는 간략화 된 거리의 풍경. 노란 2층집, 그 사이로 난 작은 골목길 1줄. 다른 샛길 같은 건 보이지 않는다. 보라색 점도 계속 이 길에 머물러 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 다시 한 번 둘러봐! 어디 숨어있을 수도 있어!

"별로 그럴 만한 곳은 보이지 않는데....."

길은 좁긴 해도 앞 뒤로 탁 트여있는 구조다. 옆에는 가정집과 작은 가게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구조.

"어디 가게에 있기라도 한 건 아닐까."

"그럴 지도 모르겠네. 미나세씨, 그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가게가 어디?"

- 음.....찻집이네. 노을이 지는 풍경? 이라는 가게인데....보여?

고개를 살짝 돌리자마자 바로 눈앞에 보인다. 하루카와 치하야는 무작정 그 쪽으로 돌진했다.

"어서 오세요."

온화한 인상의 주인이 황급하게 들어오는 두 손님을 반겼지만, 그들은 아즈사를 찾기 바빠 응답하지 못했다.

"저, 손님.....?"

좁은 자리를 전부 둘러봤지만, 보이지 않는다.

"여기.....아닌가?"

"어쩌지, 이 사람에게 여쭤볼까?"

하루카가 주인에게 말 좀 물으려고 할 때, 이오리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 잠깐, 너희들 당장 거기서 나와!

"에, 에에!?"

"어떻게 된 거야?"

- 미안, 지금 새로 잡히는 위치는 그 쪽이 아니야. 우선 길을 쭉 통과해!

아즈사의 위치는 이미 골목길을 지나, 큰 길 쪽에 자리잡고 있었다.

"시, 시 실례했습니다!"

그 사실을 전해들은 하루치하조는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이상한 손님 두 명을 떠나보낸 주인이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뭐지.....그러고보니 어디선가 들었던 목소리 같은데."

.......

: 통하는 건 여기뿐이므로 도착할 거라고는 예측했습니다만, 문제는 지금부터로군요.

통신 상에 딜레이가 걸리는 사이, 아즈사는 이미 대로변쪽으로 이동했다. 아미와 리츠코가 그 근처에 있긴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서 아즈사를 찾기 곤란해진 것이다. 아무리 선글라스와 모자로 변장을 했어도 보는 사람들이 많아지만 들킬 가능성이 올라간다. 아즈사를 찾기도 전에 정체를 들키기라도 한다면 큰 일이었다.

리츠코와 아미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신도의 지시를 따라 아즈사가 지나갈 법한 길에 대기하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예상대로 다가오고 있다.

"이걸로 정말 괜찮은 걸까.....또 이상한 곳으로 급전환하는 거 아니야?"

"쉿, 불길한 소리 하지마."

"우리 쪽이 먼저 아즈사 언니가 있는 쪽으로 달려가는 게 정답 아닐까해서."

: 그러다가 엇갈리는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아직 육안으로 보이는 거리가 아니라서.....

"이렇게 된 이상 큰 소리로 부를까?"

"얘는 무슨....."

무명 시절이라면 모를까 잘 알려진 아이돌이 된 지금, 그런 짓을 했다간 순식간에 몰려오는 사람들로 아비규환이 될 게 뻔했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질린 리츠코가 세차게 고개를 내저었다.

"그치만 이래서야.....모처럼 맞는 자유시간을 전부 날려버리고도 남을 것 같다구. 모처럼 하루룽과 뷔페 가기로 약속했는데....."

아직 하루카가 일행에 끼워주겠다고 말한 적이 없었지만 잘도 그리 말하는 아미.

: 큰 일났습니다! 아즈사님이 방향을 급 전환!

"에, 잠까안!?"

아미가 말한 게 그대로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어떻게 해, 쫒아가?"

"하루카 쪽은 어때?"

: 아가씨 말씀으로는 아즈사님의 뒤를 쫒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상당한 거리가 있어서.....

어쩌지. 리츠코와 아미는 고민했다. 같이 뒤쫒아갈까, 아니면 다시 있을 법한 곳에 대기하고 있을까.

"릿쨩, 빨리 가자! 하루룽하고 치하야 언니에게 합세하면 이번에야말로....."

아미는 쫒아가기로 결단을 내렸다. 하지만 리츠코의 의견은 달랐다.

"지금 쫒아가봤자 늦었어. 아까부터 계속 그랬잖아."

"아니아니, 다를 거라구!"

둘이 의견 차이로 대립하고 있을 때, 리츠코의 휴대폰에서 신도와는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 신도, 잠깐만 줘봐. 거기 두 사람......들려?

"이오리? 왜 그래?"

: 걔네들, 하필이면 신호에 걸려서 아즈사를 쫒는데 실패했어. 아즈사는 지금 계속 돌았던 길과는 다른 새로운 루트로 이동 중. 하아.....너희들이 있는 쪽으로 갈 일은 아마 없을 거야.

이오리는 지친 목소리로 하루카 일행의 실패를 알렸다.

"우아아,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하라구!?"

: 글쎄......이렇게 된 이상 헬기라도 띄울까.

"헤, 헬기라니......!?"

: 이제 너희들은 돌아가도 좋아. 나하고 신도가 픽업해갈테니까. 니히힛, 진작부터 이렇게 할 걸.

오랜 추적에 지친 이오리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그래, 그 편이 차라리 편했다. 지나치게 눈에 띈다는 것만 제외한다면.

"이오링, 미쳤어? 그런 짓을 했다간 뉴스에 대문짝하게 나와버린다구!?"

: 언제까지 조용하게 아즈사를 잡아오려고 하는 건데. 엄청난 시간 낭비인데다가, 데려올 수 있다는 보장도 없잖아.

그럴 바에는 좀 시끄럽더라도 확실한 방법을 써야 한다고. 가장 중요한 건, 아즈사를 데려오는 거잖아? 이오리는 그렇게 덧붙이며 신도에게 헬기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좋아, 그렇게 해."

"릿쨔앙~!?"

지금까지 눈에 띄는 방향을 계속 반대해오던 리츠코가 갑자기 입장을 바꾸었다. 단, 하나의 조건을 걸고서.

"하지만 그건 최후의 수단이라는 걸로 해줘."

: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이렇게 된 이상 오기가 생겨서 말이야.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까 기회를 줘. 소동을 일으키지 않고 아즈사씨를 잡아올 기회를."

오랜 수색에 지쳐있던 리츠코의 안경이 빛났다.

"......아미, 역시 릿쨩에게 찬 - 성. 그런 뉴스가 뜨면 엄마아빠한테 뭐라 말할 지 생각 못해봤으니까."

아미의 눈에도 다시 생기가 돌았다.

: 너희들, 내가 무슨 범죄라도 저지르는 걸로 착각하는 모양 아니야?

"이미 저지르고 있잖아. 동의 없는 위치추적."

: 조용히 해. 지금 아즈사는 아래쪽으로 이동 중. 하루카 일행은 아직도 열심히 쫒고 있어. 거리는 여전하지만.

돌연 날아드는 태클을 애써 무시하며 이오리는 그들에게 마지막 기회를 던졌다.

"응. 알았어. 그러면 아미, 갔다와."

"엥? 릿쨩은?"

"아즈사씨는 영 종잡을 수 없으니까. 어쩌면, 아주 어쩌면 이 쪽으로 올 지도 몰라."

그렇게 리츠코는 얼마 안되는 가능성을 믿고 대기하기로 하고, 아미는 하루카 일행에 합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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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입니다. 우선 3편으로 끝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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