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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가 언제나 옳다고는 하지 마십시오. 하얗게 더러운 세계가 발목을 잡고, 열정이 꺼진 지 오래인 눈을 억지로 뜨게 하려 합니다. 도처에서 쏟아지는 불쾌한 시선이 보이십니까? 눈들이 목을 조이며 순백의 날개마저 검게 물들이고 말았던 것입니다.

도움을 바란 적은 없으니 물러나십시오. 뒷목을 타고 오르는 전류가 온갖 체계나 불사르는 꿈만 꿉니다. 밑바닥까지 타락한 영혼을 아십니까? 흉하게 갈라진 목소리로 절규하며 쇠사슬에 얽매여 기어 다닙니다.

 

사랑하는 이의 손길처럼 따사로운 해질녘 하늘이 스밀 틈도 없었습니다. 세상을 어둠으로 적시는 밤하늘보다도 새카매진 날개, 여기에는 더 이상 별들이 가물대며 쉬어갈 자리조차 남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두 눈에 담아둔 석양마저도 뼈를 깎는 삭풍에 흔들리다 힘없이 꺼져갈 뿐입니다.

가장 사랑했던 붉은빛이 가라앉아 자취를 감추려는데, 마음 한구석에 간직한 어슴푸레한 여명마저도 점멸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을 다시 마주할 수 없으리라는 예감에 목놓아 울었습니다. 그 날의 풍경은 이미 지나갔으니 두 번 다시는 돌아올 수 없을 테죠. 돌아온 것 같아도 당시 그들의 모습을 모방한 빛들에 불과하겠죠.

 

이제 남은 거라고는 오로지 칠흑 같은 어둠뿐. 검게 물든 날개는 이제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해 뜯기려 합니다. 누가 그랬던가요. 별이란 캄캄할수록 더욱 밝게 반짝이는 거라고. 어둠이 우리에게 별빛을 보여주는 거라고. 아마도 그는 모를 겁니다. 그것은 어둠이 우리를 둘러쌌을 때나 통하는 말이지요.

나의 어둠은 끈적한 응어리가 되어 내 눈으로, 입으로, 귓구멍으로 꾸역꾸역 침투했습니다. 그렇게 모든 구멍을 빈틈없이 메워 나를 어둡게 만들었습니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무감각의 저주와 암흑에 찌든 산송장이 되고 말았습니다.

 

마음으로만 그리는 노을과 별이 일상이던 무렵,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날지 못하는 천사가 될 바에야 무겁고 부끄러운 검은 날개를 뜯어버리자.

나는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곧이어 살을 찢고 심장을 도려내는 고통이 온몸을 휘감았습니다. 허나 벅차오르는 마음에 손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조금만, 조금만 버티면 내가 아는 풍경이 눈앞에서 되살아날 것만 같았습니다.

언젠가 멈췄던 심장박동을 가늘게나마 느꼈습니다. 내가 아는 감각이었습니다. 감겨오는 눈을 확신으로 치켜뜨며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그렇게 축축한 검은 깃털 위로 몸을 내던졌습니다. 적어도 더럽지는 않게 머물고 싶었습니다.


모르는 곳에서 눈을 뜹니다,

-2017.7.5.~2020.12.

어둠을 헤매는 자에게 글로써 작은 빛줄기라도 비추어 그들이 새로운 길을 찾도록 돕고 싶다. 세간의 병든 운석이 나를 상처 입히려 해도 나만은 이 빛을 잃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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