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후반 부에 폭력&선정적인 묘사가 있습니다.


옛날 옛적, 어느 마을의 언덕 위에는 견고한 돌로 지어진 성이 있었습니다. 한때는 화려했고, 지금은 과거의 영광의 흔적을 군데군데 볼 수 있을 뿐이었지만, 몹시 아름다운 성이었지요. 

고목과도 같은 거대하고 웅장한 성 아래에는 작고 앙증맞은 집들이 표고버섯들 처럼 옹기종기 모여 있었습니다. 마을사람들은 거대한 성을 우러러 봤고,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은 어떨지 상상하면서 이야기를 지어내기를 좋아했습니다. 

임금님은 배가 뚱뚱하게 불어나서 다리가 땅에 닿지 않는다고 하더군. 왕비님은 마굿관을 매일 찾아 가는데, 말을 보기 위한 일은 아니라고 하더군. 공주님은 매일매일 청혼자를 괴롭히기 위한 새로운 관문을 만들어 내지만, 정말로 좋아하는 것은 예쁘장한 시녀라고 하더군. 깔깔깔. 하지만, 그녀를 가장 좋아하는 건 늙은 아비라지. 쉿!

그런 이야기를 지어내는 사람 중에 실제로 성 안 사람들을 만난 사람들은 없었지요. 하지만, 보통 그러하듯, 사실은 전혀 몰랐기 때문에 이야기를 지어 내는건 재밌었답니다.


어느날, 마을에 흑사병이 돌았습니다. 많은 사람이 죽었고, 마을에는 신음소리와 울음 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성안에서도 거대한 통곡이 터져나왔습니다. 임금님이 세상 무엇보다도 애지중지 하던 외동딸이 죽은 것입니다. 

임금은 새하얗게 세어버린 백발을 손으로 쥐어 뜯더니 꺼이꺼이 통곡하며 길거리로 나왔습니다.

"내 딸,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내 딸 세실리아를 돌려다오!" 임금은 핏발이 인 눈으로 소리를 지르며 미친 사람 처럼 소리쳤습니다. "내 모든 걸 가져가도 좋다! 다른 건 다 필요없다! 내 사랑스러운 딸을 돌려다오! 돌려다오! 아, 세실리아!"

늙은 임금의 두 눈에서 눈물이 폭포처럼 줄줄 흘러 내렸습니다. 사람들은 임금이 미쳤다고 낄낄거리며 그에게 진흙은 던졌습니다. 

"네 딸년만 사람이냐, 이 무능한 임금아. 우리 집도 삼대가 다 멸하는 중이다. 네 놈이 딸년을 욕정하니 하늘이 진노해 벌을 내린 것이야."

진흙이 눈에 들어간 데다가 몇일을 굶은 임금은 휘청거리다가 진흙탕에 철푸덕 하고 쓰러졌습니다. 그가 마을에 가장 작은 소녀 앞에 꿈틀거리는 동안 사람들은 그를 조롱하기에 바빴고, 그녀는 그런 그가 안쓰러웠습니다. 그녀는 무릎을 꿇고 그의 손을 잡아 주었습니다. 

"괜찮아요, 임금님?" 소녀는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슬프시겠지요. 저도 흑사병에 제 오빠와 아빠를 잃어서, 그 마음을 알아요. 하지만, 임금님이 이러시는 모습을 보면 하늘나라에 계신 공주님도 마음이 아플거에요. 그러니까 힘을 내세요."

임금은 소녀의 작은 손을 잡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너는 참 다정하구나, 소녀야. 목소리가 꾀꼬리 처럼 맑고 예쁘구나. 얼굴을 보고 싶은데, 앞이 보이지 않는구나."

임금은 진흙 때문에 앞을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소녀는 자신의 작고 하얀 귀여운 손으로 그의 눈을 씻어주었어요. 그녀의 얼굴을 본 임금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습니다.

"세실리아! 돌아왔구나, 세실리아!" 그는 껄껄 웃으며 소녀의 겨드랑이에 손을 넣어 번쩍 들고 빙빙 돌렸습니다. "내 세실리아다! 역시 세실리아는 죽은게 아니었어!"

껄껄 거리는 그의 웃음 소리가 마을 광장에 크게 울려 퍼졌습니다. 그를 몰아 세우며 재밌어 하던 사람들도 재미가 없어져 풀이 죽은 체로 한 두 사람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임금은 자신의 성으로 소녀를 데려가서, 손수 목욕을 시키고 예의를 가르쳤습니다. 그날부터 소녀는 역사, 성경, 정치학, 교양, 문학, 등 공주가 되기 위한 개인 수업을 듣기에 바빠졌습니다. 임금은 매일 그녀가 공부하는 방에 들어와서 그녀를 보고 다정하게 미소 지어주곤 했습니다. 처음 그가 방에 들어왔을 때, 소녀와 가정교사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공손하게 두 손을 모으고, 그가 먼저 말하기를 기다리며 고개를 떨구었습니다. 그러나 임금은 자애롭게 미소 지으며 소녀에게 자리에 앉으라고 권유했습니다.

"세실리아는 내가 그녀를 보러 올 때면 자리에 일어나지 않고 고개만 들어서 즐거운 듯이 입에 미소를 띄고 이야기를 재잘거리곤 했다. 작은 새가 지저귀는 소리처럼 재잘거리는 그녀의 귀여운 목소리를 듣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지."

그가 그렇게 이야기 하자, 소녀는 어색하게 미소를 지으며, 최대한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노력 하였습니다. 그는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쓰다 듬었습니다. 소녀는 그의 부드러운 손길이 왠지 모르게 무서웠습니다.

"뭘 공부 하고 있었니?"

"역사 입니다. 가문의 역사에 관해서 배우고 있었어요. 저는 역사와 정치를 가장 좋아해요."

"그래?" 임금의 미간이 또다시 약간 찌푸려 졌습니다. "세실리아가 가장 좋아하는 과목은 문학이었다."

소녀는 혼이 나는 기분이 들었고, 얼굴이 빨개 졌습니다.

"문학은 역사나 정치보다 더 여성에게 어울리는 학문이지," 임금은 계속 설계조로 말하였습니다. "매력있는 여성이 되기 위해선, 자신의 여성성을 가꾸어 남자의 마음에 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알겠습니다, 임금님," 소녀는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였습니다. 창피함에 얼굴도 빨개지고 눈물이 고인 소녀는 어디를 봐야 할 지 몰라서 시선을 떨구 었습니다. 좀 전에 선생님께 칭찬을 들어서 들떠있던 기분이 임금의 갑작스런 질책으로 순식간에 가라 앉았습니다.

"임금님이 아니지," 임금은 또다시 갑작스럽게 미소를 지었습니다. 소녀는 자꾸만 바뀌는 임금의 기분에 맞쳐주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임금은 뒤에 있던 벨벳소파 의자에 앉더니, 소녀에게 자신의 정강이에 앉으라고 손짓했습니다. "'아빠'라고 불러야지."

소녀의 얼굴이 더욱 더 빨개졌습니다. 아빠가 살아 있을 때에도 하지 않았던 성인 남성과의 갑작스러운 스킨십에 그녀가 우물쭈물 하자, 임금이 그녀를 빤하게 쳐다 보았습니다. 그녀는 자신에게 멋진 집과 옷을 준 임금이 고마웠으며, 그가 또 혼낼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무서워져서 그가 시키는 대로 하였습니다.

"그래, 세실리아는 말을 잘 듣는 아이였지," 임금의 목소리가 흥분되는 듯이 갈라졌고, 그는 몸을 위 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소녀는 그의 다리가 단단해 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세실리아는 착한 아이었어. 또다시 아빠라고 불러주지 않겠니, 세실리아?"

"아... 아빠," 소녀가 중얼거렸습니다. 그녀의 말에 그가 더욱 흥분해서 격렬하게 움직였습니다. 그녀는 그가 무서워 져서 더이상 가까히 가고 싶지 않았지만, 자꾸만 움직이는 바람에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 그의 목에 팔을 감았습니다. "아빠, 무서워요."

"음, 무서워 할 것 없다, 세실리아. 아빠가 여기 있잖아."

임금은 몸을 좀 더 격렬하게 흔들다가, 기침을 조금 하더니, 방을 떠났습니다.

"열심히 공부하거라, 세실리아."


임금은 그렇게 소녀가 공부하는 방에 매일 방문했고, 그녀를 자신의 다리에 앉히고 몸을 좀 흔들거리다가, 기침을 하고, 아무 일 없었 듯이 떠나곤 했습니다. 소녀는 임금이 오는 시간이 싫어졌습니다. 처음에는 은인처럼 느껴졌던 그가 더럽고 징그럽게 느껴지고, 싫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처음에는 재밌었던 역사와 정치학이 무의미한 일인 것처럼 느껴졌고, 문학에 관심을 가져보려고 했으나, 재미를 느낄 수 없었습니다. 그녀는 곧 학문에 흥미를 읽었습니다. 성적이 떨어지고, 무기력하게 침대에 드러누어 창 밖을 보면서 한숨을 쉬는 나날이 늘어갔습니다.

나날이 시들어 가던 그녀를 보고, 어느날 임금은 그녀의 침실을 방문해서 그녀에게 향기로운 차를 주고 갔습니다.

"세실리아도 너와 같이 힘이 빠져서 매일 앓는 날이 있었다. 그럴 때 이 차는 그녀에게 힘이 되어 주곤 했지."

소녀는 차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가 빤히 쳐다보는 바람에, 그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서 차를 마셨습니다. 차는 그녀의 머리를 어지럽게 만들고, 곧 그녀는 수렁과도 같은 깊고 달콤한 잠에 빠져 들었습니다.

다음 날, 일어나니 침대 옆이 아직 따뜻했고, 그 곳에는 꽃이 얹어 있었습니다. 

그 뒤로도 매일 임금은 그녀에게 차를 가져왔고, 차를 마시고 나면 그녀는 기분이 야릇하게 좋아지고 곧 잠에 빠져 들었고, 다음날에는 침대 옆 자리가 따뜻했습니다.


매일 아침, 임금과 소녀는 같이 아침을 먹었습니다. 기다란 테이블 끝과 끝에 앉아서 매일 먹는 아침시간이 소녀는 정말 싫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매일 그녀의 테이블 예의를 지적했고, 그녀를 주눅들고 긴장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스프 그릇을 휘적거리지 마라, 세실리아."

소녀가 불만스럽게 입술을 삐죽거리며 스프를 숫가락으로 치면서 찰방거리자, 임금이 짜증을 냈습니다.

"나는 세실리아가 아니에요." 울컥한 소녀는 처음으로 말대답을 했습니다. "임금님은 제 본명도 모르죠?" 

"너는 세실리아다," 그가 근엄하게 어르렀습니다. "그리고 '아빠'라고 불러야지."

"당신은 내 아버지가 아닌데, 왜 아버지라고 불러야 하나요? 내 아버지는 죽었어요, 흑사병으로. 당신의 딸과 마찬가지로. 당신이 딸을 욕정해서 천벌로 내린 흑사병으로 죽었다는 말이에요."

"이놈, 못하는 말이 없구나. 귀여워서 오냐오냐 하니까 정말 눈에 뵈는게 없구나? 임금 머리 끝까지 기어오르려고 하네?"

"임금님이야 말로 정말 너무하세요. 나를 인형처럼 죽은 딸의 대용품으로 쓰고 있잖아요? 나는 나만의 감정과 생각이 있단 말이에요. 왜 나를 그렇게 껍데기만 남겨두고 꼭두각시로 만드려고 해요? 언제까지 이 이상한 연극에 맞장구를 쳐줘야 해요? 지금 나와 유치한 소꿉놀이라도 하고 싶은 거에요?"

임금은 화가 나서 얼굴이 푸르락 붉그락 하더니 그녀를 방에 감금했습니다. 

소녀는 한스러워서 방에서 한참을 울었습니다. 울다 지치고 나니까 힘이 빠져서 멍하니 침대 위에 누워있다 보니, 가정교사가 찾아왔습니다.

가정교사는 궁궐에서 유일하게 그녀에게 다정하게 대해 준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가정교사는 그녀의 하소연을 인내심 있게 들어줬습니다. 소녀는 그녀의 품에 안겨서 한참을 또 울었습니다. 갑작스럽게 터진 울음으로 인해 한참 끅끅 거리며 딸꾹질을 하다 보니, 서서히 마음이 조금씩 가라 앉았습니다.

"자, 이제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를 마시세요, 공주님," 가정교사가 준비해 온 차를 보여주며 말했습니다.

소녀는 그것이 임금이 가져오던 차인 것을 알아보고, 화가 나서 차를 쳐 밀어 트렸습니다. 아름다운 하안 도자기가 깨지면서, 값진 카페트가 얼룩 졌습니다. 가정교사는 분노해서 그녀의 뺨을 쳤습니다.

"고마운 줄도 모르고, 은혜를 원수로 값는 이 멍청한 계집년. 네가 얼마나 운이 좋은지, 아직도 모르는 거야? 그냥 시키는 데로 고분고분 따르기만 하면, 모두 편하잖아? 네가 이 차를 엎질렀기 때문에 내 남동생은 기사단에 들어갈 기회를 잃은 거야. 네 이기적인 행동이 얼마나 주위에 피해를 주는지 알기나 해?"

가정교사가 나간 후에, 혼자 남은 소녀는 또다시 울었습니다.


임금은 소녀를 한동안 방치했습니다. 울다 힘이 빠진 소녀는 창가에 비가 내리는 것을 보고 있다가 젖은 고양이를 발견 하였습니다. 소녀는 고양이에게 자기가 먹다가 남긴 음식을 나눠줬고, 목에 리본도 달아주고, 손수 목욕도 시키고, 털도 빗겨 주었습니다. 그녀에게 고양이는 단짝친구가 되었고, 그 둘은 갈라놓수 없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이 주 후에, 임금은 그녀에게 감금령을 풀어주기 위해서 직접 그녀의 방으로 찾아왔습니다. 그가 부드럽게 어르며 그녀의 어깨를 쓰다듬고 입을 마추자, 소녀는 싫어서 소름이 돋았습니다. 고양이를 발견한 그의 미간이 찌푸려지자, 그녀는 혹시라도 그가 고양이를 뺏아 갈까봐 고양이를 꼭 안고, 기르는걸 허락해 달라고 간청 했습니다.

"종자도 없는 잡것이잖아," 임금이 언짢은 듯이 코를 씰룩거렸습니다. "내가 좀 더 수준 있는 애완동물을 골라 주지."

"나는 다른 고양이는 싫어요. 이 고양이가 좋단 말이에요."

"거, 고집 참." 임금이 혀를 끌끌 찼습니다. 불만스럽게 찡그리던 그의 얼굴이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갑작스럽게 환하게 펴지며 미소가 띄어 올랐습니다. 소녀는 그의 또다시 갑작스러운 기분 변화에 두려운 기분이 들었습니다. "좋아. 대신, 조건이 있어. 허락을 받고 싶으면, 오늘 자정에 내 방에 찾아오도록 해."

소녀는 그가 무서웠지만, 고양이를 위해서 말을 듣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자정이 되자, 소녀는 촛대를 들고 커다란 복도를 지나서, 그의 방문을 두드렸습니다. 임금이 그녀에게 사준 하얀 비단 잠옷은 너무 얇고 짧았기 때문에, 그녀는 추워서 몸이 덜덜 떨려 왔습니다. 

임금의 방은 넓고 아름다웠으나, 무엇인가가 공허하게 느껴졌습니다. 세실리아의 초상화가 벽을 덮고 있었고, 어딘가 병적이고 어두웠습니다. 임금은 가벼운 가운을 입고 침대에 누워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제 고양이를 기르게 허락해 주세요," 소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문가에 서서 부탁했습니다. "방에 찾아왔으니 됐잖아요."

"불쌍한 것," 임금이 다가와서 그녀의 두 어깨를 손으로 쓸어내리자, 그녀는 소름이 돋았습니다. "춥니? 여기서 몸이라도 좀 녹이고 가도록 해."

"안 추워요. 더 가까히 오면 도망갈거야."

임금은 귀엽다는 듯이 낄낄 거리더니, 문을 열쇠로 잠궜습니다. 그가 키스하려고 다가오자, 그녀는 그를 가까히 오지 말라고 하면서 뒷걸음 쳤습니다. 쇼파 위자에 걸려 넘어진 그녀는 비틀거리다가 앉게 되고 말았습니다.

그의 침대에 이불을 쓰고 있던 소녀가 졸린 얼굴로 일어났습니다. 침대 위에 있는 소녀는 세실리아를 몹시 닮아 있었고, 두 사람은 이미 자주 몸을 섞은 사이인지 서로에게 서스럼이 없었습니다.

"얘는 또 뭐야?" 다른 소녀가 비웃는 목소리로 소녀를 훑어 보았습니다. "뭐하는 얘야? 얘도 같이 놀거야?"

"아냐, 아냐. 그냥 얘는 보기만 할거야," 임금이 말하면서 옷을 벗었습니다. "너는 그냥 거기 얌전히 앉아서 보기만 해."

두 사람은 소녀 앞에서 껴안더니, 깊은 키스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소녀는 얼굴이 새빨개 졌습니다. 두 사람은 익숙하게 서로를 애무하더니 사랑을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임금은 그 소녀를 세실리아라 불렀으며, 사랑을 나누는 중에도 간간히 소녀 쪽을 돌아 보았습니다.

"흥분되지 않아? 너도 스스로를 만지지 그래?"

소녀는 그 상황이 모두 당혹스럽고 불쾌했으며, 흥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거로는 안돼? 직접 만져줘야 하나?"

임금이 그녀에게 다가와서 손을 뻗자, 소녀는 몸을 움츠렸습니다. 그가 손을 닿는 곳은 뱀이 닿는 것처럼 불쾌할 것 같았습니다. 그걸 본 뒤에 있던 침대의 소녀가 재밌다는 듯이 깔깔 거리며 그녀를 비웃었습니다. 

"아직 어린애잖아," 침대 위의 소녀는 스스로도 어려보였지만, 소녀를 깔보면서 기어서 임금의 다리 사이로 혀를 밀어 넣었습니다. "너 아직 처녀지?"

소녀는 그 두 사람이 하는 일이, 정상적인 성관계와는 별개로, 더럽게 보였습니다. 그리고 자신은 아무 일도 하지 않았지만, 자신과 자매라고 봐도 될 정도로 흡사하게 닮은 사람이 임금과 관계를 맺는 것이 자기 자신에게 뭔가 수치스러운 일이 일어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한참이 지나고 동이 떠오를 무럽에야 임금은 방 문을 열어 주었습니다. 방을 떠나는 소녀의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습니다.


그 다음에도 임금은 자주 소녀를 불러서 다른 여자들과 자는 것을 보게 했습니다. 개인 수업 도중에도 그는 자주 그녀를 불러서 자신의 방에 가둬두고 자신이 관계를 맺는 것을 보게 했습니다. 

임금의 잠자리 상대는 소녀를 항상 흉내내고 있었습니다. 소녀가 흰 옷을 입으면, 그들도 흰 옷을 입었습니다. 소녀가 머리를 자르면, 그들도 머리를 잘랐고, 소녀가 모자를 쓰면, 그들도 모자를 썼습니다. 그들은 소녀의 손짓과, 말버릇, 작은 버릇까지도 다 복사했고, 끈질기게 그녀를 따라했습니다. 그들은 그녀보다 더 아름다울 때도 있었고, 더 못생길 때도 있었으며, 더 똑똑할 때도, 더 멍청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림자 놀이 처럼, 그들은 그녀를 따라했고, 임금은 그녀를 닮은 여자들를 그녀 앞에서 품에 품으며 즐거워 했습니다.

그는 그녀에게 자신을 보면서 스스로를 만지라고 이따끔은 다그쳤고, 가끔은 부드럽게 애걸했고, 또다시 버럭거리며 강요하다가, 제 풀에 지쳐서 훌쩍거(리는 척을 했)렸습니다.

"나는 임금님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아요," 소녀는 퉁명스럽게 대답했습니다. "그렇게 여자가 좋으면 임금님이 좋다는 다른 여자들과 즐기면 되지, 왜 나를 못살게 굴어요? 임금님은 늙고, 못생겼고, 심술궃어. 매일 나를 괴롭히는 일만 하는데, 임금님이 좋겠어요? 어디 구석진데 가서 확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나를 괴롭히는게 영감님 일이죠?"

"나는 천박한 여자를 좋아하지 않아," 그러면 임금은 잠깐이나마 자존심을 꺽고 대답했습니다. "이런 여자들과 너는 달라, 세실리아. 이런 여자들은 너무 쉬워. 창녀나 노예란 말이야. 너는 내 딸이 아니냐."

소녀는 그러면 더욱 심술이 나서 임금님을 괴롭히고 싶어졌습니다.

"뭐가 딸이에요, 우리가. 생판 모르는 남이지. 말도 안돼는 헛소리 좀 작작해요. 결국 당신이 원하는건 나를 창녀나 노예로 만드는 일 아니야? 당신이 타락했으니까 만지는 모든 걸 파괴시키는 거야. 당신 같이 세상에 해만 끼치는 존재 따위는, 없어졌으면 좋겠어."

"또, 건방지게 혀를 놀리는 군. 흥분한 모양이지?" 그제서야 임금은 더러운 속마음을 보이면서 험악하게 말하며 그녀에게 다가 와서 그녀에 얼굴에 정액을 뿌렸습니다. "흥분한 암캐에게는 물을 뿌려 주는 것 만한게 없지."

"이제야 본 모습을 드러내는군," 소녀도 마찬가지로 험악하게 대답했습니다. "가면으로 꽁꽁 감춰왔던 추한 모습을 만 천하 앞에 드러내게 만드니까, 고소하지 뭐야?"

그러면 그는 그녀의 뺨다구를 싸갈겼습니다. 그녀도 지지 않고 그의 뺨을 받아 쳤습니다.

"나에게 이러지마. 사랑해, 세실리아," 임금은 그러면 무릎을 꿇고 애걸하면서 그녀의 얼굴을 핥았습니다. "용서해 줘. 나는 당신 없이는 못 살아."

그녀는 그의 또다시 갑작스러운 변화가 짜증나고 연기가 같잖아서 콧방귀를 꼈습니다.


한번은, 소녀가 잠에 깨자, 임금이 그녀 옆에 누워 있었습니다.

"깨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나는 네가 자고 있을 때가 훨씬 더 좋아. 네가 자는 동안에 내가 뭘 하는지 알고 싶지 않아?"

소녀는 대꾸하기가 귀찮아서 그냥 듣고 있었습니다. 그는 키득 거리며 그녀의 얼굴을 쓰다 듬었습니다.

"또, 삐졌어? 그래서 너는 자고 있는게 훨씬 더 나은거야. 자는 동안에 너는 나에게 말대꾸 하지도 않고, 불평하지도 않고, 반항 하지도 않으니까."

"오, 그런가요?" 그녀가 비이냥 거렸습니다. "저는 이미 임금님이 반항하지 않는 나를 만나고 있는 줄 알았는데요. 그것도 한 두명이 아니죠. 그녀들만 다 모아도 중동의 어느 황제 부럽지 않은 훌륭한 하렘이 만들어 지겠던데요."

"질투하는 거야? 기쁜데."

그녀는 어의가 없어서 가만히 있었습니다. 미친 놈과는 최대한 말을 섞지 않는게 상책이죠.

"이러고 있으니까 또 잠재우고 싶어지는 군. 좋아, 네가 자는 동안 내가 뭘 하는지 말해주도록 하지. 잠자는 동안, 너는 내가 키스 해도 말대답을 하지 않지," 그의 얼굴이 그녀의 목덜미로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가슴을 만져도, 가만히 있고." 그러면서 그는 그녀의 가슴께로 손을 가져갔다. "내 물건을 네 다리 사이에 넣고 부비적 거려도, 건방지게 굴지 않아." 그의 손이 그녀의 다리 사이로 파고 들었습니다. 그녀는 원치 않게 신음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앞으로 뒤집어서 흔들다가, 질리면 너를 뒤집어서 엉덩이 사이에 넣고 앞 뒤로 흔들어."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엉덩이 사이로 들어가서 부비적 거렸습니다. "그래도 성이 안 차면 네 보지를 핥는게 내 즐거움이지. 아니면 내 물건을 네 입에 넣거나."

"그것 참, 고상한 취미를 가지셨네요," 소녀는 툭 내뱉었습니다. "아주 존경스러워서, 박수라도 쳐주고 싶어요."

"그래, 나는 그게 참 좋아. 하지만 난 네가 소리내서 신음하지 않는게 참 마음에 걸려."

"그건 제가 자고 있다는 사실과 연관 돼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소녀는 여전히 신랄하게 말했습니다. "그렇게 잘 알려진 의학상식은 아니지만, 자는 사람은 보통 신음하지 않는 답니다."

"아마, 이 네 입은 못됀 말을 하는 데만 쓰이나 보지?"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곱죠."

"그래도 꼬박꼬박 대답하는 걸 보면, 나를 좋아하는게 분명해," 임금은 제멋대로 또다시 기분이 좋아져서 그녀 몸을 자기 장난감 처럼 만지작 거리면서 킬킬 거렸습니다. "세실리아도 처음엔 그랬지. 얼마나 엄살을 부리면서 울어 대던지. 뭐가 그리 큰일이 났다고, 어찌나 미친 듯이 발광 해대던지 나는 그년이 죽는 줄 알았어. 하지만 결국 나중에는 나를 받아 들이게 됐으니까, 너도 곧 그렇게 될 거야."

"그래요? 그렇다면 그녀가 흑사병으로 죽은게 확실한 가요?" 소녀는 그의 손길이 기분 나빠서 자기도 모르게 툭 내뱉었습니다. "임금님이 싫어서 자살한 거 아니에요?"

임금은 갑자기 화를 내면서 그녀 어깨를 꽉 잡고 그 위에 올라 탔습니다.

"그랬다면 네가 어쩔건데? 뭘 어쩔 수 있지?" 그는 미친 듯이 웃더니 강제로 소녀에게 키스했습니다. 소녀가 뱀처럼 파고 드는 그의 혀를 깨물자, 그는 그녀의 뺨을 때렸습니다. 본모습을 드러낸 임금은 한 손으로 그녀의 손목을 붙잡아 꼼짝 못 하게 한 다음, 다른 손으로 강제로 입을 열어서 구역질 나는 자신의 침을 소녀의 입 속으로 흘러 보냈습니다. 그러고는 자신의 물건을 그녀의 입 속으로 넣고 움직였습니다. "아, 아아. 좋아. 너무 좋아. 최고야, 세실리아." 그는 신음하면서 계속해서 세실리아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사랑해, 세실리아. 사랑해."

그 날 하루종일 임금에게 시달린 소녀는, 몹시 기분이 우울하고 비참했고, 더렵혀 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녀는 성 안의 탈출구를 물색하기 시작 했습니다. 성 안의 사람들은 모두 임금에게 충성했기 때문에, 소녀는 그들 중 누구도 믿을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임금은 하루에도 몇 번씩 시도 때도 없이 소녀를 찾았기 때문에, 소녀는 너무 먼 곳에 오래 있을 수 없었습니다. 그는 시간이 지날 수록 그녀를 더 험하게 다뤘고, 그녀는 그가 더욱 더 싫어 졌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꾸준하게 출구를 찾았고, 지하실에 잠겨져 있는 문의 열쇠가 입구 옆의 기사의 투구 속에 있다는 것을 우연하게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녀가 문을 열기 전에, 임금이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녀는 아래로 내려가는 원형 돌계단에 몸을 숨겼고, 그는 잠겨 있던 문을 열고 들어 갔습니다. 닫히는 문으로 소녀는 임금의 또다른 취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잠겨져 있던 문이 열리면서, 소녀는 그 안에 묶여 있던 수 많은 나체의 여성과 남성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불이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고, 그들은 고통으로 몸을 뒤틀고 있었습니다. 임금은 채찍을 들고 그들을 내리치면서 소리내 웃었습니다. 처음으로 본, 미친 듯이 즐거워 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소녀는 그것이 그의 본모습이며, 다른 정상적인 성행위는 그에게 진정한 만족을 주지 못하는 어설픈 흉내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게 되었습니다.

천천히 닫히는 문을 보면서, 소녀는 자신의 심장소리가 너무 커서 들키지 않을까 두러워 졌습니다.


소녀가 생각해 낼 수 있었던 또 다른 탈출 방식은 밤 사이에 침대 시트를 길게 밧줄처럼 묶어서 창문으로 탈출하는 것이었습니다. 소녀가 밧줄을 완성했을 때는 이미 동이 트고 있었으므로, 그녀는 다음날 밤에 쓰기 위해서 침대 시트를 찣어서 만든 밧줄을 뭉쳐서 침대 아래에 숨겨 두었습니다. 

하녀가 찾아와서 그녀를 낡은 노랑색 드레스에 입히려고 하였습니다. 소녀는 그 드레스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이 이상한 옷은 뭐지? 내가 좋아하는 파랑 드레스를 가져와 줘, 알리사. 이런 낡은 옷은 입고 싶지 않아."

"임금님의 명령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습니다. 오늘은 돌아가신 세실리아 공주님의 생일 입니다. 이 드레스는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옷이었어요."

"죽은 사람의 옷 같은 건 입고 싶지 않아. 냄새 나."

"임금님은 아가씨가 거부할 경우, 옷을 입지 않은 전라의 모습으로 아침을 먹으러 오시라고 하더군요."

하는 수 없이 낡은 드레스를 입은 소녀는 기분이 나쁜 상태로 아침밥을 먹기 위해 내려 갔습니다. 임금은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가 그녀를 안고 키스를 퍼붓기에 바빴습니다. 

"하지 마세요," 소녀는 반항했습니다. "이제 이런 미친 짓은 지긋지긋 해. 죽은 사람의 옷은 입고 싶지 않아요. 나에게 재대로 된 옷을 주세요."

"너는 정말 불평이 많군. 매일 매일 쫑알쫑알 할 말이 어쩜 그렇게 많기도 할까. 스스로 그렇게 행동하면 귀엽게 보일 거라고 생각 하는거야?"

"나는 당신에게 귀엽게 보이고 싶지도 않고, 당신 마음에 들고 싶지도 않아. 나는 세실리아의 옷은 입고 싶지 않아요. 나는 세실리아가 아니라는 말이야."

"그렇게 말해 봤자, 그녀의 옷을 입은 너는 판박이로군. 네가 저 계단에서 내려오는 모습을 보고, 나는 그녀가 살아 돌아온 줄로 착각했어, 세실리아. 아, 사랑해," 임금은 그녀에게 강제로 키스했으나, 의외로 그 정도로 끝났습니다. "오늘 저녁에는 굉장한 파티를 열거니까, 그때를 대비해서 좀 기다리도록 하지. 쉬어두도록 해."

소녀는 그의 의외의 태도에 놀랐지만, 모처럼 그에게서 자유로울 수 있는 하루였기 때문에 안도가 되었습니다. 

저녁의 탈출을 생각하면, 확실히 피곤을 풀어두는게 좋을 것 같았습니다. 매일 밤 낮으로 임금에게 시달려서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를 기회였습니다. 

소녀는 달고 단 낮잠에 푹 빠졌습니다.


잠을 깨보니, 파티가 한창이었습니다.

소녀는 그러한 화려한 파티에는 가본 적이 없었습니다. 모든 것은 웅장하고 화려했고, 완벽했습니다. 

즐거운 파티가 끝나고, 임금은 잠겨져 있던 지하실로 소녀를 데려갔습니다. 저번에 훔쳐본 것과는 다르게, 그날의 지하실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저번에 본 것은 나의 상상이었을까? 아니면 그때 있었던 사람들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 났을까?' 상상만으로도 오싹한 생각이었습니다.

지하실 내부에는 또다른 숨겨진 문이 있었습니다. 내부의 방 안에는 유리관이 있었고, 아름다운 공주님이 눕혀져 있었습니다. 임금은 경건한 태도로 그녀의 시체 앞에서 무릎을 꿇고 그녀의 차가운 입술 위에 있는 유리관에 입맞춤을 하였습니다.

"나의 아름다운 세실리아, 오늘은 외롭지 않았어? 네 친구를 데려왔어. 앞으로 심심하지 않게."

소녀는 서서히 상황을 깨달고, 도망가려고 했으나, 이미 임금은 그녀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죽어라, 이름 모를 소녀야. 세실리아가 매일 외롭다고 내 귀가에서 울어대서 나는 잠을 잘 수가 없어. 네가 밤에 그녀의 곁을 지켜주지 않으면, 그녀는 내가 미칠 때까지 나를 가만두지 않을거야."

'이 미친 새끼가...' 소녀는 도망치려고 발버둥 쳤습니다. '미치기는 이미 오래 전에 미쳤는데 뭘 더 미친다는 거야?'

임금은 억센 손으로 그녀의 목을 잡고 시체가 누워져 있는 유리관 위로 그녀의 상체를 눕혔습니다. 다른 손으로는 그녀의 하체를 더듬었습니다.

"아, 진짜 하지 마세요." 죽음이 눈 앞이라고 생각하니까 다급해진 소녀의 어조가 거칠어 졌습니다. "딸의 시체를 앞에 두고 뭐하는 짓이에요! 미쳤어요?"

"내 딸아이는 그런 상스러운 말 따위는 하지 않았다," 임금은 언짢게 대답하면서 그녀의 입구를 문질어 댔습니다. "역시 대용물은 한계가 있군. 오늘이 되기 까지 공주에 품격에 어울리게 만드려고 내가 그렇게 오랜 시간을 공들였지만, 말하는 어투는 아직 하층민의 시궁창 어조에 불과 해. 나는 시간 낭비를 했나 보군."

"그래요! 나는 당신 딸이 될 수도 없고 되고 싶지도 않으니까, 좀 나를 풀어주란 말이야!"

"의식으로... 의식으로 너는 깨끗해 질 수 있어. 지금부터 시행 될 의식에 집중해라. 네가 온 몸과 마음을 다하면, 너는 세실리아의 품격에 맞는 친구가 될 수 있다."

미친 임금은 그녀에게 삽입을 하면서, 그녀에게 깨끗해 질 것을 강요했어요. 소녀는 무슨 헛소리 인지 이해할 수 없었고, 그냥 모든게 고통스럽고 싫기만 했어요.

"자, 신음 소리를 내라. 네가 절정에 다다르면, 그것으로 의식은 끝이 난다."

그런게 명령한다고 될 일인가? 왕은 두 손으로 소녀의 목을 서서히 졸랐어요. 그녀의 머리는 점점 새하얗게 됬고, 숨을 쉴 수가 없었어요.

"풀어.. 풀어 주세요... 당장 풀라고, 이 미친 놈아!"

"아직도 너는 더러워. 깨끗해 져야 한다. 의식으로 깨끗해져야 해."

아, 진짜. 미친 놈과는 대화를 하는게 아니라는 것을 소녀는 또다시 뼈속 깊이 깨달고 말았어요.

"하, 좋아," 임금은 그녀 안에서 움직이면서 신음했어요. "너무 좋아. 세실리아의 질에 못지 않게 좋고 쫄깃한 명기다."

나 보고는 하층민이네 뭐네 욕은 할 거 다 하면서 자기가 더러운 소리는 혼자서 다 하잖아? 소녀는 왕이 너무나 싫었지만, 너무 격렬하게 움직이면서 애액이 나오는 바람에, 그녀도 저도 모르게 신음소리가 나왔습니다.

"하하, 그래. 결국 너도 좋은 거잖아? 좋다고 말해봐. '너무 좋아요, 주인님'이라고 말하면 살려 줄지도 모르잖아?"

네 놈이 그럴 리가 없지. 

"하... 하아. 하지 마. 당장 빼라고, 미친 놈아."

임금은 그녀에 욕에 더욱 거세게 밀어 붙였습니다. 

"그럼 이 애액은 뭐지? 이 빳빳하게 선 유두는 어떻게 설명할 거지?" 임금은 의기 양양하게 그녀를 거칠게 애무하면서 밀어 붙였습니다. "결국 너도 즐기고 있는 주제에 깨끗한 척하지 말란 말이야."

소녀는 너무나 억울했지만, 그가 더욱 더 목을 조여 왔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더 이상 자신의 머리에 맴도는 찰진 욕을 퍼부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녀의 작은 손톱이 유리관 위를 긁었고, 까득거리는 소리가 육체가 철퍽거리는 소리와 섞여서 이상한 하모니를 자아냈습니다. 그녀는 그가 절정에 다다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그가 절정에 다달았을 때 자신을 목을 조여 죽이려고 한다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다급해진 소녀는 두 주먹으로 유리관을 쾅쾅 내리 쳤습니다. 행운의 여신이 그녀에게 미소 지은 것일까요? 그녀가 주먹을 내리치자, 유리관의 이음 부분 중 헐거웠던 부분이 흔들렸습니다. 덜컹거리는 미세한 소리에서 희망을 얻은 소녀는 남아 있는 힘을 다해서 유리관을 내리 쳤습니다. 임금은 그녀가 쾌락을 못 이기고 하는 마지막 발악이려니 하고 자신의 실력에 자신을 가지며 그녀를 내버려 두었습니다. 

"그렇게 유리관을 쾅쾅 칠 정도로 좋으면서 끝까지 좋다는 이야기는 안하겠다니, 하여튼 고집 센 아이야. 세실리아도 고집이 센 편이였지만, 솔직히 너 같이 성격 더러운 여자아이는 처음 본다," 철퍽거리는 소리 사이로 임금은 낄낄 거렸습니다. "하긴 그러니 정복하는 맛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 하아, 이렇게 질내 속이 기분 좋지 않았더라면 도무지 참을 수 없는 성격이야."

목덜미를 파고드는 왕의 억센 손가락 때문에 소녀는 정신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눈 앞이 새하얗게 됐고, 생각의 흐름이 끊겼다 돌아왔다가 했습니다. 그녀는 이미 자신의 이름이나 처지도 기억해 낼 수 없었습니다. 유일하게 기억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이 온 힘을 다해 유리관을 내리쳐야 한다는 것 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거의 다 절정이다," 임금이 머리를 천장으로 들면서 두 눈을 감았습니다. "아, 세실리아... 사랑해. 우리는 곧 함께 할 수 있어."

그때, 드디어 유리관 뚜껑이 덜컹거리며 떨어졌습니다. 왕은 얼떨결에 질외 사정을 해버렸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소녀의 목덜미를 놓아 버렸습니다.

와장창! 유리가 깨졌습니다. 소녀는 깨진 유리 조각을 잡아서 왕의 목덜미를 찔렀습니다. 날카로운 유리조각이 파고 들었음어도 불구하고, 혈관을 찌르지는 못하고 뼈 위를 찌른 모양이었습니다. 워낙 건강한 거구 였던 늙은 왕은 두 발로 당당히 서서 그녀를 핏발이 인 눈으로 노려 보았습니다.

"이 놈! 어디서 성체에 상해를 가하느냐?" 그는 두 손으로 소녀의 목을 졸랐습니다. "내가 혼자서 죽을 것 같더나?"

소녀는 그의 목에 박은 유리조각에 더욱 힘을 주었지만, 그의 악력을 당해내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였습니다.

"하... 하아! 하아!" 그녀가 가냘프게 신음했습니다.

그제야 그는 만족한 듯이 미소 짓더니, 그녀를 유리조각이 흩뿌려진 시체 위에 눞혀서 눌렀습니다. 깨진 유리조각에 등에 찔리 소녀가 신음 했습니다.

"이제야 신음하는 구나," 그가 의기양양하게 웃었습니다. "이제야 좀 보기 좋은 얼굴이 되었어."

그의 목에 박혀 있던 유리조각을 쥐고 있던 소녀의 손에 힘이 빠졌습니다.

"잘 가라, 세실리아. 성스러운 의식은 마지막에 좀 방해 받았지만, 너에게 성불하기엔 충분했으면 좋겠구나." 임금은 소녀 머리 위에 있는 세실리아의 입술에 입맞춤을 했습니다. "못난 아비를 용서 해다오."

푸욱! 푸욱! 소녀는 다른 유리조각 두개를 그의 목에 찔렀습니다. 이번에는 정확히 동맥을 맞춰서요.

임금은 놀란 듯이 자신의 목을 더듬더니, 뒷걸음 치며 비명을 지르다가 바닥에 쓰러졌습니다. 그는 돼지 멱따는 소리르 내면서 비명을 질렀고, 피는 분수처럼 솟아 올랐습니다.

"제 이름은..." 소녀가 일어나면서 말했습니다. "세실리아가 아니라구요. 제 이름은... 제 이름은... 안나에요!"


사람들이 죽은 딸의 관 앞에서 발견된 늙은 왕의 시체를 발견한 것은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였습니다. 지하실이 워낙 철저하게 숨겨져 있었기 때문이었죠. 게다가 찾아보니 왕은 알몸이었고 지하실에 있는 다른 물건 등, 모든 정황이 불미스러운 죽음을 맞이한 것처럼 보이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의 죽음을 최대한 쉬쉬 하고 범인을 찾지 말기로 하였습니다. 안나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었지요. 

그날 밤, 자신이 기르던 새끼 고양이와 침대 시트로 만든 밧줄을 타고 도망가는 것을 본 마구간 지기는 그 사실을 누구에게도 누설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일설에 의하면, 그는 그 도망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으나, 말하지 않은 것이라고 합니다. 한 때는 마구간 지기가 세실리아 공주님과 모종의 관계였다고 말하는 일설도 떠돌았지요. 그녀가 그와 함께 도망가려는 것을 알아낸 왕이 질투에 사로잡혀, 그녀를 지하실로 끌고 가는 것을 본 이후로 그녀를 본 사람이 없다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성안 사람에 대한 여느 여담이 그렇듯이, 그런 이야기를 지어내는 사람 중에 실제로 성 안 사람들을 만난 사람들은 없었지요. 하지만, 보통 그러하듯, 사실은 전혀 몰랐기 때문에 이야기를 지어 내는건 재밌었답니다.

한가지 다행인 것은, 임금이 죽은 이후로 흑사병은 감쪽같이 마을에서 사라졌다고 합니다. 흑사병이 완치 된 것에는 이상할 정도로 교육을 잘 받고 박식한 한명의 수수께끼의 여의사와 그 고양이의 역활도 있었다고는 하는데요, 역시 여담 이기 때문에 너무 귀기울여 들을 필요는 없을 듯 하네요.


고양이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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