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을 되돌아본다. 우리나라 음악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즐거움'이 없다는 거다. 단언컨대 메트로놈 똑딱똑딱에 맞추어 띠리리딩딩딩을 못하면 30cm자로 손등을 얻어맞는 식의 피아노 교육은 아이들을 괴롭게 할 뿐, 창의적이고 행복한 음악인으로 만들지 못한다.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 어두컴컴한 합주실에서 태어나 처음으로 말도 안되는 합주를 했던 그 시간 전까지 난 단 한번도 피아노를 치며 행복했던 적이 없었다. 

나는 메트로놈의 균일한 똑딱거림이 무서웠다. 그 차갑고 엄숙한 선언 앞에서 나는 늘 두렵고 위축되기만 했다. 메트로놈을 몇대나 교묘히 부수고 고장냈지만, 어디선가 또 다른 메트로놈이 내 앞에 놓였다. 그래서 나는 피아노를 칠수가 없었다. 도저히 무서워서. 메트로놈이 무서운건지 엄마의 화난 얼굴이 무서운건지 손등에 딱하고 떨어지는 30cm자가 무서운건지는 이제 기억나지 않는다. 

똑같이 딴-딴-딴-딴 4분의 4박자 100BPM이라 할지라도 난 드럼이 콩땅콩콩딱하는 소리에 맞추어 연주하는게 좋았다. 밴드가 그래서 좋았다. 리드를 하든 백업을 하든 서로 주고받을 수 있다. 누군가 과도하게 틀리지 않는 이상 또 거기에 대충 알아서 맞춰갈 수 있다. 누군가 코드를 좀 틀리면 어때. 아마추어의 특권. 즐거움. 행복. 그거면 충분한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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