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편까지 있을지는 잘 모르겠는데...이 글은 생각날 때마다 짤막하게 올릴 예정이에요!

간만에 글을 썼더니 어색하고, 또 어색하네요!

초반엔 고구마 답답이 느낌일 예정이에요. 감사합니다!











이게 뭘까. 무슨 상황이지?


자신의 앞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꿈이면 이 커피도 뜨겁지 않겠지. 그 생각이 끝남과 동시에 손을 뻗어 머그컵을 쥔 히나타가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머그컵만 쥐어도 얼마나 뜨거운지 잘 전해진다. 후후 불어 식혀 먹어도 뜨거울 커피는 히나타를 주춤거리게 만들었다. 무모한 행동을 일삼았던 그 예전과 달리 히나타는 쉽게 내려놓는 법을 배웠다.


내가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 이 곳에 들어온 적이 있었던가. 생각에 빠진 히나타의 머릿속에서 내려진 답은 하나뿐이었다. 아니라고.


내려놓았던 머그컵을 쥐고 입 가까이 대며 뜨겁지만 쓰디 쓴 커피 향을 맡기 시작했다. 생각이 필요할 땐 이 향기만큼 좋은 게 없었다. 천천히 향을 음미하던 히나타가 고개를 들며 입을 뗐다.



“왜 왔어요?”

“치비쨩 보러 왔지.”



낯짝도 두껍지.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자신이 낯설어서 뛰쳐나가고 싶을 정도다. 생글생글 웃으며 하는 말이 거짓 같지 않아서 더욱 약이 올랐다. 그것 말고 또 다른 이유가 있겠냐는 표정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뭔가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되고 있다는 걸 느꼈다.




***




숙면을 취하고 집근처 카페에 들어온 지 겨우 20분이 채 지나지 않았다. 그러니까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사람이 허상은 아니라는 말이다. 통통 거리는 그 말투도 그가 맞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반갑지가 않은 걸까. 보고 싶어서 왔다는 말에 쓴웃음이 날 지경이다. 이유는 좋았다. 평소였다면 좋아서 얼굴을 붉히며 수줍어했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평소의 히나타였을 때 적용되는 말이었다. 지금의 히나타는 그때와는 사뭇 달랐다.


엄마와 나츠가 즐겨보던 드라마를 함께 보는 것처럼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저 모처럼 편하게 보내려고 했던 휴일을 통째로 날릴 것 같아 불만이 조금 생기긴 한다.




“치비쨩, 잘 지냈어?”




물음이 조금 그런 가.


머쓱한 표정을 짓는 오이카와의 목소리가 잘게 떨렸다. 왜 왔냐는 물음을 끝으로 자신의 얼굴도 쳐다보지 않는 히나타였다. 그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저렇게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걸 보니 마음이 답답해져 온다.


오이카와가 자신을 빤히 보고 있어도 고개 한 번 들지 않던 히나타가 헛웃음을 지었다. 물론 잘 지냈냐고 묻는 게 당연하다. 오랜만에 만난 사이라면 그게 가장 좋은 물음이었을 테니까. 하지만 오이카와가 히나타에게 건넸다는 게 문제였다. 그냥 한 번씩 생각날 때마다 연락하고 만나서 회포를 푸는 사이가 아니었으니까. 이 상황에 무슨 말을 해야 좋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마땅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한 마디 말도 없이 연락이 뚝 끊어졌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고 해야 하나. 주변에 물어봐도 모른다는 대답만 돌아올 뿐 속 시원한 말을 듣긴 어려웠다. 아니. 가장 친했던 사람들도 오이카와의 상황을 몰라서 되려 히나타에게 묻고는 했다. 갑자기 증발해버린 오이카와로 인해 심란한 히나타가 슬퍼할 겨를도 주지 않았다. 가장 친했던 사람들도 히나타에게 물을 정도면 오이카와의 인생에 있어서 최우선순위라는 것. 하지만 그것 외에는 뭐 하나 제대로 알고 있는 게 없어서 오히려 허탈함만 늘어갔다.


처음에는 말 못할 사정이 생겼을 거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아주 잠시 기다리면 돌아올 거라고. 하지만 웬 걸, 반년이 지나도 감감무소식인 탓에 히나타는 체념한 지 오래였다. 오이카와를 향한 그리움이 원망으로 바뀐 지는 오래됐다. 다들 히나타 앞에서 오이카와의 이름을 꺼내지도 뉘앙스를 보이지도 않았다. 다 상한 속을 어찌 돌려놓을 수 있을까.




“그게 왜 궁금해요?”




한 동안 말없이 있던 히나타의 목소리였다. 그에 환한 표정을 짓던 오이카와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오이카와상은 궁금해 하면 안되는 거 아닌가요?”

“섭섭하게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치비쨩. 화 많이 났어?”




능글능글. 저런 능청스러운 면을 히나타는 좋아했었다. 어디까지나 과거형일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저렇게 말을 하다니. 혀를 찬 히나타가 어깨를 으쓱였다.




“화가 나야 하나요?”




할 말이 없게끔 뚝뚝 끊어지는 히나타의 물음에 오이카와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알고 있는 히나타라면 그런 애였으니까. 안절부절 못하다 화를 내고, 그렇게 화낸 것에 미안해 하고. 히나타의 마음속엔 오이카와가 크게 자리잡고 있었으니까 가능한 것이었다.


예전과 다른 차가운 태도에 답지않게 히나타의 눈치를 보던 오이카와가 입을 열었다.




“혹시 나 없는 사이에 다른 사람이 생긴 건 아니지?”




자신의 두 귀를 의심했다. 지금 그걸 물을 때인가. 점점 더 이 자리에 앉아있고 싶지 않아졌다. 꽤 좋아하던 카페였는데, 이제 다른 곳을 찾아봐야할 때가 온 것 같다.




“우리 치비쨩이 그럴 리가 없지. 얼마나 나밖에 모르……”

“왜 아니겠어요?”

“……응? 방금 뭐라고?”

“왜 아닐 거라고 생각하세요?”




히나타의 말에 멍해진 오이카와가 두 눈을 천천히 깜빡였다.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히나타가 한 마디를 남긴 채 카페를 벗어났다.




“이제 찾아오지 말아주세요. 불편해요.”




히나타가 떠난 자리의 커피는 여전히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었다.



소뇨 / 히나른 연성&썰 / 트위터 @sogno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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