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았던 구절이 딱히 있을 만큼 많은 양을 읽은 아니기에 독서클럽에서 이 책에 부여한 키워드만 적겠다.

#트랜드세터 #설정충 #주인공은누구? #고스트바둑왕 #불친절

정말 너무나도 미국인이 쓴 듯한

글쓴이가 한국계 미국인이고 당사자성을 가지고 있어 ‘오리엔탈리즘’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다. 글에서 차용한 ‘한국다움’ 설정은 검은 머리카락, 양배추 절임(그냥 고유명사로 kimchi로 표기할 것이지 굳이 양배추 절임이라 한 이유를 모르겠다), 수학에 강한 특성으로 얄팍하게 드러날 뿐 실제 한국인이 읽기엔 크게 매력적인 요소로 다가오지 못했다. 그게 서양세계에서 이 작품의 매력적인 요소로 꼽혔을진 몰라도 한국에 와선 정말이지 한 터럭도 강점이 아닌 것이다. 구미호 설정도 그렇다. 한국적 이미지를 차용했을 뿐 구미호 전설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이나 얼개를 설정에 쓴 것도 아니고 교활하고 전략적인 이미지에 구미호가 갖는 상징성이 대체 무어란 말인가.

너무 많은 고유명사와 독자의 물음표에 응답 없는 작가

작가가 일본 서브컬처에 큰 영향을 받은 것 같다는 의견과 본인이 짠 세계관에 취해 이를 서사를 펼치는 하나의 장으로써 독자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무작정 이야기를 끌고 간 점이 아쉽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무작정 읽다 보면 그 세계가 그려질 거라 생각했지만 500페이지 가까이나 읽었는데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회원도 있었던 걸 보면 세계에 대한 이해도는 읽은 분량에 달렸던 게 아니었던 것이다. 그 놈의 역법은 그냥 마법 주문 정도로 이해하고 넘어가더라도 정말 많은 고유명사가 나오고 이에 대한 아무런 설명이 없이 500쪽 가까이 쭉 전개된다. 자기만의 세계관을 가진 대부분의 sf소설이 그렇겠지만 이렇게까지 부연 설명 하나 없이, 뚝심 있게, 마치 그런 설정들이 자신의 머리 속에는 생생히 펼쳐지지만 읽는 독자는 무엇 하나 그려낼 수 없다는 점을 생각 치 못한 것처럼 펼쳐지니 독자는 주요 스토리에도 주요 스토리에 큰 영향을 주는 다양한 세계관 설정도, 주인공 심리에도 그 무엇 하나 집중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다. 또 주인공에 대해서도 할 이야기가 많다.

그래서 … 주인공은 어떤 사람 같나요?

문득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다가 이야기가 한 시간 가까이 진행됐는데도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가 –그 흔한 호불호라도-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일단 모두 세계관 설정에 짓눌려 캐릭터를 선명하게 느끼지 못한 탓도 있었지만 그래도 제다오, 쿠젠은 작가가 일본 서브컬처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받았는지 이야기하며 나왔는데 여성주인공은 체리스는 놀랍게도 그다지 큰 존재감이 없었던 것이다. 주인공인데도! 나는 읽는 내내 작가가 별로 주인공을 크게 애정하지 않는다고 느꼈는데 대다수의 의견도 이와 비슷했다. 제다오가 주인공인 이야기를 몇 년 전에 써놓고 sf시장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작품이 응당 갖춰야 할 덕목이 된 ‘다양성’ 요소를 넣느라 급히 여성/아시안/레즈비언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껴넣었다는 이야기였다. 혁명을 하는데 이렇게까지 가슴을 불타오르게 만들지 않는 캐릭터라니. 여자캐릭터에게는 무조건 관대한 회원들이었지만 작가가 이 캐릭터에 애정을 가지고 성실하게 심리 묘사를 했는지는 다들 의문이었다. 쨌든 모임은 즐거웠고! 다음은 코니 윌리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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