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은 이유 없이 생기고 타인의 사소함으로 크기가 자라났다. 알아차렸을 때쯤엔 마음속에 무겁게 가라앉아 침전물처럼 바닥에 쌓이면 위에 떠 있는 다른 감정들이 아래 쌓인 외로움을 걷어내려 이리저리 물결쳤다.

 

이럴 때 네가 생각났다.

 

외롭다곤 하지 않았다. 그냥 보고 싶다고 너에게 연락을 했다.

 

너를 보고 나면 감정이 더욱 흔들린다. 마음이 돌고 돌아, 소용돌이를 치기 시작하면 왠지 내려앉은 침전물 따위 깨끗이 씻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감정들은 소용돌이를 따라 아래로, 아래로. 외로움과 섞여 다른 욕망을 만들어 냈다.

 

이게 무슨 감정인지 그저 내 옆에서 있어 달라고만 말하며 나는 너에게 손을 대었다. 움직이지 말라고 내 몸에 손대지 말라 말하며 너의 몸을 끌어안다 보면 어느 순간 우리는 입을 맞추고 나는 적당히 안으로 들어갔다가, 길게 호흡을 뱉으며 너와 거리를 벌렸다.

 

그러고 나서 너를 바라보면 너의 맑은 눈은 어느새 거칠게 물결치고 있었다. 이럴 때만 자신을 찾노라고 호소하는 너를 마주하며 미안이라 짧게 사과하고 나면 너는 나의 손목을 붙잡고 나와 거리를 좁혀들었다. 여기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잠시 눈을 감았다. 약간의 뜨거움, 그리고 상기되는 기분과 함께 너를 향한 역겨움과 나를 향한 모멸감이 한 곳에 섞어 지금의 시간이 길고도 허무하게 만들었다.

 

멍해지는 머릿속이 공허함으로 비워지면 또다시 너와의 이별을 고했다.

 

다시 내일이 오면 마음속엔 감정들로 채워지고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생활 속에 찌꺼기들이 마음속에 사소한 티끌을 만들겠지. 마치 소나기처럼 반복되는 일련의 과정과도 같았다. 버려지고 채워지는 감정들은 언제쯤 티끌이 아닌 모래가 되어 그 위에 작은 꽃을 피울 수 있을까.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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