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에 등장하는 모든 명칭은 여러 시대 속 명칭이 섞인 허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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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이 서늘하게 느껴질 정도로 추웠다.

준면은 절로 움츠러드는 어깨에 힘을 준 채 눈을 떴다. 잠시간 자신이 왜 여기 쓰러져 있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직 덜 깬 정신은 주위를 둘러보면서도 제대로 된 정보를 주워담지 못했다.

낯선 곳. 낯선 분위기.

준면은 본능적으로 이 곳이 제가 원래 있던 곳과는 전혀 다른 곳이라는 걸 깨달았다. 기어코 적들에게 붙잡혀 온 것일까. 쓰러지기 전 마지막으로 마주했던 적군의 얼굴을 떠올리며 인상을 찌푸린 준면이 조심스레 몸을 일으켜 앉았다.





"...."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자신을 생포해 온 거라면 제가 섣부른 행동을 하지 못하게 수갑이라도 채워놓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제 손은 그 어떤 구속구 하나 없이 깔끔했고 주변에는 감시 또한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여긴, 그냥 숲이잖아. 잘 가꾸어진 꽃들이나 일정한 모양을 가진 나무들을 보면 숲이라기보단 누군가의 정원이라고 보는 것이 더 옳겠지만. 이 근처에 이렇게 큰 정원을 가질만한 곳이 있던가.

준면은 의아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정원이 큰 탓인지 주위에는 사람의 기척 하나 보이지 않았다. 잠시 제 몸을 확인한 준면은 허리춤에 꽂아놨던 총과 나이프가 제자리에 있는 것을 깨닫고 눈썹을 치켜떴다. 적군에게 잡혔다면 일차적으로 빼앗겼을 무기가 왜 아직 제게 있을까. 적군에게 잡힌 것이 아니었나. 하지만 분명히 정신을 잃기 전에 제 코 앞까지 다가온 센티넬이 살의어린 얼굴을 한 것을 보았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신경이 곤두서자 절로 표정이 굳었다. 준면은 허리께에 찬 총을 꺼내들고 장전했다. 어딘가에는 사람이 있을테니 일단은 사람들이 있을 법한 곳으로 움직여야 했다.






"....!"







그러나 겨우 두어걸음 정도를 옮겼을 때, 요란한 소리가 정적을 깨트렸다. 제 손목에서 울리는 경보음에 몸을 움칠거린 준면은 손에 쥔 총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힘을 주며 곧장 몸을 숙였다. 요란하게 존재감을 드러낸 것은 센티넬 감지 신호기였다. 폭주 조짐을 보이는 센티넬들을 감지해 위치를 알리고 상태를 파악해 가이딩을 시도할지, 그를 사살할지 결정하게 도와주는 것이었다. 준면은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신호기를 확인했다. 생각보다 가까웠다. 상태는, 아주 나빴고.

이 지경이 될 정도면 페어인 가이드를 잃기라도 한 건가. 준면은 신호기 속 센티넬의 상태를 재차 확인한 뒤 걸음을 서둘렀다. 신호기에 잡힌 센티넬이 갑자기 폭주 조짐을 보이면서 저를 감시하던 사람들이 모두 그쪽으로 몰려갔을 가능성이 컸다. 그렇다면, 지금이 도망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다. 다시 확인한 센티넬의 위치를 등진 준면이 뒤 한번 돌아보지 않은 채 달리기 시작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사람의 기척이 드물었다. 준면은 다시 울리는 신호기를 아예 무음으로 돌렸다.





"너 그거 들었어?"

"뭘?"





종종거리는 발소리가 지척에서 들렸다. 준면은 옮기던 걸음을 멈추고 몸을 숙였다. 숨소리조차 죽인 채 기다리자 품 안 가득 빨랫거리를 안아든 여자아이 둘이 종알거리면서 준면을 지나쳤다.





"폐하 말이야. 또 이능을 조절하지 못했대."

"그게 뭐 하루 이틀 일인가."

"좀 불안하지 않아? 그러다 그 이능으로 사람들을 죄다 콱 죽여버리면 어째?"

"에이, 설마. 내가 들었는데 폐하는 이능이 엄청 약하대. 예전에 주 내관님 팔 얼렸던 거 기억나? 그 때 힘을 너무 많이 써서 이능을 못 쓰신다잖아."

"그게 5년 전인데 아직까지 힘을 못 쓴다고? 그 정도로 약하단 말이야?"

"그래. 그 때 이후로 이능 쓰는 걸 본 사람이 없대. 그나마 할 줄 아는 게 겨우 차나 좀 식히고 주변에 서리가 내리게 하는 것 밖엔 없댔어. 다른 분들처럼 파도를 일으키거나 바람으로 사람을 공중에 띄우지도 못하잖아."






아냐.

준면은 불안한 얼굴로 손목에 찬 신호기를 바라봤다. 황제니 뭐니 하는 말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아이들이 주고받는 이야기 속 센티넬의 행동은 누구보다 잘 알았다. 모두 폭주의 조짐이었다. 오랫동안 능력을 사용하지 않고 쌓아두기만 하면 안 그래도 인간의 몸으로 견디기 힘든 능력이 흘러넘치기 시작한다. 차나 음식을 순식간에 식게 만든다거나 주위에 서리를 내리게 하는 것은 스스로 능력을 조절하지 못한다는 증거였다. 게다가 5년 전이라니. 1년만 능력을 쓰지 않아도 폭주하는 센티넬들이 넘쳐나는 세상에 5년을 버텼다고?

가이드가 있다면 능력을 쓰지 않아도 폭주하는 일이 없을텐데, 저 아이들의 말을 들어보니 황제라는 사람은 가이드가 없는 게 분명했다.

준면은 잠시 망설였다. 원래라면 가이드인 자신은 센티넬을 진정시킬 의무가 있었다. 폭주하려는 센티넬을 어떻게든 잠재워 안전하게 센터에 데려오는 것은 그동안 준면이 수백번 반복했던 임무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어디에 함정이 있을지, 이 곳이 정확히 어딘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앞뒤 분간없이 얼굴도 모르는 센티넬에게 가이딩을 해주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이 없었다. 연신 깜빡거리는 신호기를 한참이나 내려다보던 준면이 반대편 손으로 신호기를 가렸다. 안 된다.










-










수秀국은 오래 전부터 황제가 가지는 이능이 곧 정통성이 되었다. 황위를 차지한 이는 모두가 이능을 가졌으며 강력한 능력으로 수국을 통치하고 지키며 수국의 수호신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민석 또한 그랬다. 그는 9살의 나이에 이능이 발현되며 황태자로 책봉되었고 아버지가 이능을 잃은 뒤엔 황제로 즉위하며 수국의 정통성을 이어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민석의 주위를 둘러싼 이능이 변하기 시작했다. 스스로도 아슬하다 여기던 능력이 흘러넘치기 시작한 것이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한 여름에 눈이 내리고 추수가 시작되는 가을에 강이 얼어붙었다. 백성들은 혼란에 빠졌고 당황한 민석은 그것들을 조절하지 못했다.

민석은 예민하게 날이 선 눈매를 가리기 위해 눈가를 꾹꾹 눌렀다. 아직 그것들이 민석이 능력을 조절하지 못해 생긴 일이라는 건 알려지지 않았다. 백성들은 황제가 하늘의 분노를 사 벌을 내리는 것이라 수근거린다 했다. 각지에서 올라오는 상소문이 꼭 자신의 무능함을 탓하는 것 같아 속이 상한 민석은 감은 눈을 더 질끈 내리눌렀다. 이미 하얗게 서리가 내린 황좌는 뿌연 김까지 내뿜고 있었다. 대전을 가득 채운 냉기에 민석의 눈치를 보던 대신 하나가 참지 못하고 결국 입을 열었다.





"지난 밤 폭설이 내려 초가집 서른채가 무너지고 사십여명이 다쳐 혜민서를 찾았다 하옵니다."

"그게 내 탓이라 말하고 싶은가."

"폐하, 그런 말이 아니오라-"





속이 들끓었다. 온 몸에서는 당장이라도 모든 것을 얼릴 듯 냉기를 내뿜으니 모든 열기가 속 안에 뭉친 기분이었다. 제가 과민하게 군다는 것을 알면서도 날이 선 목소리를 숨기지 못한 민석은 손을 저어 말을 끊었다.





"흐익-!"





그러나 되었다는 뜻으로 내저은 손짓에 두려움을 느낀 이 하나가 뒷걸음질을 치다 나동그라지자 겨우 가라앉았던 열기가 순식간에 치솟았다. 민석은 커다란 눈을 깜빡이지도 않은 채 엉덩방아를 찧은 이를 바라봤다.






"왜? 내가 얼려버리기라도 할 줄 알았나?"

"폐하, 호판이 잠시 어지럼증을 느껴 그런 것이니,"

"저게 어지럼증을 느낀 사람의 얼굴이던가?"

"...."

"그리 원한다면 못 해줄 것도 없지. 지금 당장 얼려줄까?"

"폐하."

"사실은 다들 호판과 똑같은 마음이 아닌가? 내 눈짓, 손짓 하나에 혹시 몸이 얼진 않을까 두려워 뒷걸음질을 치지 않아!"






원해서 그러는 것도 아니건만, 제 몸짓 하나하나에 두려움을 느끼고 물러서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 억울했다. 얼마나 필사적으로 억누르고 참고 있는데. 지금 당장이라도 모든 것을 얼려버릴듯 손 안에 감도는 찬기를 내가 얼마나 견디고 있는데.

눈이 뒤집혔다. 돌아본 모든 이들의 눈에 담긴 것이 두려움뿐이라 더 그랬다. 내가 겪는 고통이나 죄책감은 알지도 못한 채 그저 제가 잘못했다 비난하기만 하는 그들이 싫었다. 이럴 바엔 차라리 전부 다 없어졌으면. 차라리 모든 것을 제 손으로-






"꿈인지 몰래 카메라인지 모르겠네."





자연스레 들끓는 분노에 사로잡힌 민석이 겨우 쥐고있던 이성을 놓으려던 순간, 장면을 잘라내듯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민석은 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려 남자를 바라봤다.





"뭐가 됐든 일단 사람부터 살리고 시작해야겠지."





언제 나타난 건지, 기척조차 느끼지 못한 남자였다. 민석은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 남자의 눈과 마주치자 왠지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마치 그 눈빛에 빠지기라도 한 듯, 그 눈에 몸이 묶였다. 민석은 저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치솟던 살의에도 불구하고 멍청하게 몸이 굳은 이유를 뒤늦게 눈치챘다. 남자의 눈. 남자의 시선 때문이었다. 민석은 저를 보는 그 시선에 울컥했다. 남자의 시선은 무감했다. 그 어떤 두려움도, 그 어떤 호기심도 없었다. 그는 그저 바라봤다. 말 그대로 그저, 그냥. 그는 민석을 바라보고 있었다. 민석은 순간적으로 치미는 감정을 뭐라 형용하지 못한 채 잘게 고개를 저었다. 제 혼란을 눈치채기라도 한 듯, 남자가 손을 뻗었다.






"...."







뭐지. 당신은 누구지?

묻고 싶은 말이 머릿속을 어지럽히다 한순간에 휘발됐다. 민석은 제 뺨에 닿는 손에 자연스레 얼굴을 기댔다. 믿기지 않게도, 그의 온기가 닿는 순간 주위의 모든 소음이 사라졌다. 한시도 쉬지 않고 자신을 괴롭히던 모든 것들이, 모든 감각이. 민석은 그것이 믿기지 않아 시선을 들었다.

당신은 대체 누구야? 나를 죽이러 온 사자인가. 나를 구하러 온 악귀인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가 두려웠다. 아니, 필요했다. 간절했다. 부드럽게 감싸쥔 뺨에서 슬쩍 떨어지려는 손길에 마음이 다급해졌다. 민석은 고개를 숙여 제게서 멀어지는 손에 뺨을 부볐다. 민석의 행동에 잠시 당황한 듯하던 남자가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






"착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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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짓이었다. 준면은 걸음을 옮기는 내내 스스로를 욕했다. 그러나 이미 일은 벌어졌고 풋내가 묻은 센티넬은 준면의 품에서 잠들었다. 가이드가 없었다면 지금까지 제대로 잠에 든 적이 없을테니 아마 이게 발현 후 처음 맞는 숙면일 것이다. 준면은 제 손을 꽉 쥔 채 놓아주지 않는 손을 보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처음 맞는 평화가 얼마나 간절하고 소중할지 알기 때문에 손등 위에 자국이 남을 정도로 힘을 주는 것을 밀쳐내지도 못했다.

도망갔어야 하는데. 어디든 숨어서 이곳이 어디인지 살피고 제가 있던 곳으로 돌아가기 위해 방법을 강구했어야 했는데. 쉬지 않고 깜빡이는 신호기나 주변 사람을 다치게 한 뒤 능력을 쓰지 않았다는 센티넬의 이야기가 마음에 걸려 기어코 걸음을 돌렸다. 잠든 민석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준면이 흐트러진 앞머리를 쓸어넘겨 정돈했다. 어린 태가 나는 얼굴이건만 한 나라의 황제라 했다. 이 나라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사람. 세상에서 가장 큰 짐을 짊어진 사람. 준면은 제 손을 쥔 민석의 손을 바라봤다. 필사적인 마음이 여실히 드러난 손은 손끝만으로 제게 애원하고 있었다. 가지 말라고, 곁에 있어달라고. 그것이 너무 마음 아파 준면은 그러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걸음을 옮기지 못하고 그의 곁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좋다."

"일어났네."

"갔을 줄 알았다."

"손을 이렇게 꽉 잡고 있는데 어떻게 가."

"그냥. 당신은 왠지 가버릴 것 같아서."






정말로 갈 생각을 했으니 틀린 말은 아니다. 준면은 굳이 대답하지 않은 채 침묵했다. 수마에 젖은 눈꺼풀을 느리게 들어올리던 민석이 이내 깍지낀 손을 당겨 제 뺨 아래로 괬다.






"그대는 누구인가?"

"김, 준면...?"

"어디에서 왔지?"

"여기랑은 다른 곳."

"돌아가야 하나?"

"...."

"안 가면, 안 되는 것인가."





저를 보는 눈꼬리 끝이 올라갔음에도 처연했다. 준면은 한박자 늦게 고개를 저었다.






"거기가 내 세계거든. 내가 있을 곳이니 돌아가야지."

"그 곳에 당신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 겐가?"






대답을 위해 열었던 입술이 굳게 닫혔다. 준면은 저를 보는 민석의 눈을 말없이 마주했다. 슬프게도 답은 아니, 였다. 가이드로 발현한 뒤 센터에 들어간 준면은 자연스레 가족들과 연을 끊었다. 위험한 임무에 배정되면서 언제 목숨을 잃을지 모른다는 것이 대외적인 이유였지만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게 된 준면을 받아들이지 못한 가족들이나 그런 가족들이 불편해진 준면이 서로를 피하면서 멀어진 것이 더 큰 이유였다. 준면은 굳이 그 일을 민석에게 설명하거나 대답하고 싶지 않아 시선을 돌렸다.






"나도 물어볼게."

"...."

"너는 누구야?"

"짐은 이 나라의 황제다."

"네가 가진 능력은?"

"짐은 모든 것들을 얼린다. 물도, 땅도, 바람도."






...그리고 사람도.

씁쓸한 표정이 가시지 않았다. 어렴풋이 슬픈 기색이 엿보이는 얼굴에 마음이 약해진 준면이 깍지낀 손에 힘을 주었다.






"여기는 무슨 나라야? 뭐 고구려, 신라, 백제 뭐 그런 건가?"

"...음, 그런 나라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이곳은 수秀국이다. 빼어날 수秀를 쓰는."

"수 국?"

 




준면은 놀란 토끼눈을 했다. 수 국秀國이라면 익숙한 나라였다. 센티넬과 가이드의 존재가 가장 먼저 기록된 나라. 수 국은 센티넬이 발견된 최초의 국가였다. 준면은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수많은 수 국의 황제들에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눈 앞에 서있는 민석이 그 중 한명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호기심이 일었다.






"그럼 너 몇 대, 아니. 이렇게 하면 헷갈리나? 선황의 시호諡號가 뭐야? 아버지나 할아버지의 시호."

"...할바마마는 풍風 황제. 아바마마는 윤尹 황제."

"풍, 윤?"






빼곡히 그려진 표를 보며 달달 외웠던 것이 떠올랐다. 준면은 순간 떠오르는 이름에 얼굴을 굳혔다.






"수호군水沍君."

"응?"

"네가 수호군이야?"

"짐을 아느냐?"






비운의 수호군. 미쳐버린 수호군. 익숙한 이름들이 떠오른다. 준면은 여직 졸음기가 가시지 않은 얼굴로 눈을 감은 민석을 바라봤다.

수 국의 26대 황제이자 수 국의 마지막 황제. 가이드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할 때 절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역사 속 가장 비극적인 센티넬. 모를 수가 없었다. 그는 역사에 기록된 최초의 폭주 센티넬이었다. 아주 오래 전 센티넬이라는 것이 처음 생겨났을 때 그들은 가이드 없이도 능력을 쓰는데 문제가 없었고 가이딩이 필요할 정도로 무리한 능력 사용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민석은 다른 센티넬들에 비해 아주 어린 나이에 발현하였으며 그 덕에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했다. 아직 여물지 않은 몸이었으니 그것이 당연한 일이건만, 그동안 성인이 되어서야 발현하게 된 센티넬들만 봐왔던 사람들은 민석이 부족하고 모자란다고 수군거렸다. 당연히 주위의 시선에 압박을 받은 어린 센티넬은 자신의 능력을 감추고 숨기는데 급급했고 자연스레 순환되어야 할 능력조차 억지로 잡아두어 몸에 가두게 됐다. 학자들은 민석이 폭주하게 된 것이 안 그래도 강력한 능력을 억지로 누르고 감추면서 생긴 부작용으로 보았다. 건장한 성인 남성의 몸으로도 견디기 힘든 것이 센티넬의 능력이건만 그 어린 나이부터 제 몸에 그것을 하나둘씩 쌓아두고 눌러왔으니 조절은 커녕 흘러넘쳐 깨지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는 것이다. 준면은 놀란 표정을 감추기 위해 입가를 가렸다. 역사에 기록된 것에 따르면 민석은 자신의 능력을 죽을 때까지 사용하지 않으려다가 폭주했다. 민석이 수 국의 마지막 황제인 것은, 폭주한 민석이 수 국 전체를 얼려버렸기 때문이었다. 오래 전이라 그 폭주가 어느 정도 규모였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 후 집필된 야사에 대륙의 끝과 끝이 모조리 얼어붙었다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보아 상당한 규모였다는 것만 가늠할 수 있었다. 학자들은 물론, 영토나 역사 이야기가 나올 때면 종종 사람들의 입에 거론되는 것이 바로 수호군이었다. 자신의 능력을 통제하지 못해 스스로 나라를 무너트린 그는 폭군으로 분류되어 황제의 시호조차 받지 못했지만 사람들은 몇몇 야사를 거론하며 그의 능력에 대해 아쉬움을 전하곤 했다. 준면 또한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다. 만약 수호군이 제 때 제대로 된 가이드를 만나기만 했다면 눈부시게 번영했다던 수 국이 좀 더 발전하진 않았을까, 우스갯소리로 말하곤 했다.






"짐을 알아?"






알지. 모를 수가 없지.

준면은 한쪽 눈만 떠서 저를 바라보는 민석에게 고개를 저었다. 나른한 기운이 가득한 방 안에서 오직 준면만 차갑게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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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가이드들이 종종 핸드폰이나 태블릿 등을 통해 읽는 소설을 본 적이 있었다. 죽은 줄만 알았던 주인공이 눈을 떠보니 다른 세계, 다른 인물이 되어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 이야기들. 정말 소설 속 이야기네, 라고 감상하던 이야기들이 제 이야기가 될 줄은 몰랐다. 물론 자신은 다른 인물이 된 것이 아니라 그저 다른 세계에 뚝 떨어진 것 뿐이지만, 그것조차 다른 세계가 아닌 과거라는 것을 알게 되자 혼란은 더 커졌다. 준면은 제가 알고 있는 미래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저 어린 센티넬이 폭주를 하도록 둬야 할까?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끝내는 한 나라가 무너지게 되는 그 무시무시한 폭주를 방관하고 여길 떠나야 하나? 역사에 기록된 일에 함부로 관여하는 것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알 수가 없었다. 섣불리 움직였다가 미래를 완전히 망쳐버리기라도 하면. 그래서 다시 돌아간 미래가 완전히 바뀌어버린다면. 자신의 세계를 위해 그의 세계를 망쳐야 하는 상황이었다. 준면은 애꿎은 입술을 잘근거렸다. 정해진 역사. 일어나야 하는 일. 어차피 미래에 제가 봤을 때는 이미 일어난 일이었으니 그냥 그렇게 흘러가게 두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







준면은 제 손을 내려다봤다. 아직도 남아있다. 제 손을 잡았던 그의 온기, 그의 애원.

그는 준면에게 살려달라고 했다. 말로 하지 않았지만 알았다. 그는 도와달라고 했다. 가이드를 만난 센티넬이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런 센티넬을 돕는 것 또한, 준면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지금 민석을 돕는다면 앞으로가 어떻게 될지 두려웠다. 자신의 선택이 모든 것을 바꿀 수도 있었다. 대한민국이 생기지 않을 수도 있었고 준면이 태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지금은 과거에 있다고 하나 준면은 미래의 사람이었다. 돌아갈 미래가 바뀐다면, 혹시 그 바뀐 미래에 자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하지만 그렇다고 뻔히 폭주할 것을 아는 센티넬을 두고 돌아서? 그를 외면하고 가버린다고? 머릿속에서 두 가지 생각이 충돌했다. 그를 돕고 싶은 마음과 그를 도와서는 안 된다는 마음. 모두가 타당했다. 모두가 옳았다. 준면은 제 손에 얼굴을 묻었다. 제 손을 놓지 못하던 민석은 본능적으로 준면이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처럼 보였다. 잠에 든 순간은 물론 눈을 뜬 순간조차 준면이 곁에 있어야 안심한 얼굴을 했다. 황제의 자리에 있다보니 정무를 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떨어져야 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민석은 한참이나 제 손을 놓지 못하고 불퉁한 얼굴로 입술을 내밀었다. 곁에 서있던 주 내관이 난감한 얼굴로 몇번이나 그를 부르고 나서야 겨우 제 손가락에 얽히던 손을 풀었다. 준면은 그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더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 복잡했다.






"면아."






체통을 지켜야 하는 황제가 얼마나 급하게 달려온 것인지 여직 숨을 몰아쉬었다. 꼬리처럼 길게 늘어져 따르던 궁인들은 아무도 보이지 않고 저 멀리서 겨우 뒤를 따르는 주 내관과 호위 몇이 허겁지겁 달려오는 것만 보였다. 준면은 가쁜 숨을 고르며 제게 다가온 민석을 바라봤다. 기다렸다는듯 마주치는 눈도, 금세 모양을 잡는 예쁜 입술도 좋지 않았다. 이런 건 좋지 않아. 내게 의지하는 건. 나를 믿는 건. 준면은 기대감어린 얼굴로 제게 내밀어진 민석의 손을 내려다봤다.






"황제면 다냐. 형님이라고 부르라니까."






이건 정말 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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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생각을 했다. 무엇이 옳을까. 나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후회하지 않을까. 단순하게 자신의 마음만으로 결정할 수 없는 일이라 더 신중하고 싶었다. 준면은 오랫동안 고민했다. 자신이 하는 말, 행동 하나하나가 어떤 결과로 돌아올지 알 수 없어서 더 그랬다. 그리고 마침내 결론을 내렸을 때, 준면은 후회없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면아."






센티넬들이 가이딩을 받지 않고도 오랫동안 폭주하지 않는 방법은 있었다. 센터에서 생활하는 센티넬들은 임무를 나서거나 주기적으로 훈련을 하기 때문에 그 방법이 소용 없었지만 자신의 이능을 가지고 전투를 하거나 무리하게 사용할 일이 없는 민석에게는 효율적일 방법이었다. 준면은 주변을 한번 더 둘러본 뒤 민석을 향해 돌아섰다.






"지난 번에 느꼈겠지만 네 능력은 지금 아주 위험한 상태야."

"...누군가를 죽이기라도 할 것 같아?"

"너를 죽이긴 하겠지."

"...."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방법을 알려줄게. 특별한 건 없어. 앞으로 한 달에 한번 이 호수의 물을 얼려버리기만 하면 돼."

"이 호수를 얼리라고? 내 이능을 쓰란 말이냐?"

"응."

"그건 안 된다. 짐의 이능은 마음대로 조절되는 것이 아니다. 짐은 손짓 하나로 원하지도 않았던 것들을 모조리 다 얼려버리기도 했었다."

"그러니까. 연습하는 거야. 이 커다란 호수는 아무리 네 능력이라도 쉬이 얼지 않겠지. 오랫동안 이능을 쓰지 않아서 미숙한 네겐 좋은 연습 상대가 될 거야. 게다가 그동안 억누르고 쓰지 않았던 이능이 개방되면 내리눌렀던 기운이 나오면서 이능을 조절하지 못했던 현상도 줄어들거고."






민석은 긴가민가한 표정을 지었다. 준면의 말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얼굴이라 왠지 웃겼다. 준면은 몸을 옆으로 비껴 호수가 잘 보이도록 했다.






"무리해서 호수를 다 얼릴 필요는 없어. 네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얼려. 힘들지 않을 정도로, 가볍게 러닝 한번- 아니. 여긴 러닝이 없으니까 음, 말을 한번 타고 온 것 같은 기분? 그런 느낌 정도로 가벼운 운동을 한다고 여기면서 그 정도로만 능력을 써."

"그리 하면. 그러면 뭐가 달라지는 거냐?"

"...많은 게 달라질 거야."






능력을 무리해서 쓸 일이 없는 민석에겐 그게 가장 큰 운동이 될 것이다. 몸 안에 넘쳐흐르는 기운들은 적절한 때를 맞춰 몸에서 나갈테고 그럼 지금처럼 스스로의 능력을 두려워하는 일도 없어지겠지. 준면은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민석의 손을 끌어 잡아주었다.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최선이자 유일한 방법이었다. 역사를 알고 있는 준면이 직접 나서 민석에게 가이딩을 하게 된다면 그건 그 자체로 과거를 분탕질 쳐놓는 일이 되고 말테니 그가 조금이라도 견딜 수 있는, 그가 조금이라도 스스로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기로 했다. 준면이 알려주는 방법은 민석의 의지로만 실행이 가능한 방법이었다. 만약 민석이 이를 따르지 않는다면 그는 정해진 수순대로 폭주를 하게 될 것이고, 만약 그가 준면이 알려준 방법을 따른다 해도 혹시 생길지 모르는 변수를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준면은 그저, 폭주를 하지 않을 수도 있는 방법을 제시해주는 것만 하기로 했다. 면죄부가 되진 않겠지만 그래도 민석을 방관하고 모른 척하는 것보단 나을 것 같았다. 머뭇거리던 민석이 조심스레 다가와 손을 뻗자 준면은 뒤로 물러났다. 흘러넘칠 정도로 쌓인 이능이었기에 단순히 손을 뻗는 것만으로 근처 호수 물이 조금씩 얼어붙기 시작했다.






"어...!"






순식간에 호수가 얼어붙었다. 센티넬들과 함께 하는 훈련에서도 보기 힘든 진풍경에 저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은 준면이 민석의 곁으로 다가섰다. 거대한 호수는 어느새 꽝꽝 얼어 빙판이 되어있었다. 본인이 하고도 믿기지 않는 듯 얼떨떨한 얼굴을 한 민석에 웃음을 터트린 준면이 앞서서 호수로 걸음을 옮겼다.






"들어와."

"...."

"빨리!"






민석은 해맑은 얼굴로 제게 손을 뻗는 준면을 바라봤다. 신기하고, 우스운 사람이었다. 갓난쟁이 때부터 제 곁을 지키던 주 내관마저 제게 닿는 것을 조심했다. 시중을 받아본 것도 오래 전의 일이다. 민석은 씻는 것도, 옷을 입는 것도 모두 스스로 했다. 황제의 신분임에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제게 닿은 이들이 얼어죽기라도 하면 안 되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모두가 민석의 눈치를 보며 피했고 마치 괴물이라도 되는 양 민석과 닿지 않으려 했다. 얼마 전 대전에서만 하더라도 민석의 손짓 하나에 기겁한 대소신료 하나가 엉덩방아를 찧지 않았던가. 그런데 준면은 대체 뭘 믿고,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다가올까. 민석은 여전히 저를 향해 뻗어있는 손 위로 제 손을 올렸다. 기다렸다는듯 힘이 실린 손가락이 제 손등을 꽉 잡았다. 저를 당기는 준면의 손길에 순순히 빙판 위로 발을 내딛은 민석은 조심스레 한걸음을 뗐다.






"어어...!"






그러나 군화를 신은 준면과 달리 비단 신을 신은 민석에게 빙판 위는 아주 위험한 곳이었다. 그걸 알 리 없는 민석은 무의식중에 평소대로 걸음을 옮겼고 당연히 미끄러질 수 밖에 없었다.

준면은 비틀거리는 민석을 부축하기 위해 그를 당겼다.






"...."






단단하게 붙잡은 손이 자연스레 두 사람 사이를 바짝 당기고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사이가 가까워졌다. 잡힌 손이 턱 끝을 스치고 시선이 부딪히자 입술에 닿는 숨결에 저도 모르게 호흡을 멈춘 준면이 시선을 들어 민석을 바라봤다. 민석 또한 준면을 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서로만 바라봤다. 기분이 이상했다. 위태로운 분위기라는 걸 알면서도 먼저 물러서지 못했다. 물러서지 않으면.





"-!"






입을 맞추게 될 걸 알면서도.

생각을 할 새도 없이 먼저 몸이 움직였다. 준면은 꽉 잡은 손을 제 가슴께로 당겼다. 생각보다 순순히 딸려온 민석이 피하기 전에, 조급한 입술이 그에게 닿았다. 본능적이라고 밖에 설명하지 못할 행동이었다. 그러나 제법 당차게 닿았던 입술은 순식간에 떨어지고 말았다. 막연히 차가우리라 여겼던 입술이 생각보다 더 뜨거운 탓이었다. 준면은 닿기 무섭게 정말 데인 것처럼 어깨를 움칠거렸다. 뜨거운 온도에 놀란 준면이 뒤로 물러나자 둘 사이를 연결하듯 잡았던 손 또한 민석의 가슴께로 밀려났다.

내가 미쳤지. 준면은 순식간에 붉게 물든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사과를 어떻게 해야 할지, 자신의 행동을 뭐라고 해명해야 할지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러나 준면이 사과의 말을 꺼내기도 전에 여전히 연결되어 있던 손이 덥석 당겨졌다. 준면은 억, 소리를 내며 민석이 이끄는 대로 끌려갔다. 

찰나 느꼈던 온도는 여전했다. 데일 듯한 열기가 가득한 입술은 욕심껏 준면을 삼켰기에 더 그랬다. 입술만큼 뜨거운 점막이 준면의 입술을 깨물고, 삼키며 괴롭혔다. 범람하는 느낌이었다. 준면은 저를 집어삼킬 것만 같은 열기를 견디지 못하고 뒷걸음질쳤다. 그러나 그런 제 움직임을 눈치챈 민석이 잡힌 손을 좀 더 제쪽으로 끌었다. 반대편 손으론 허리를 감싸 바싹 끌어안자 몸을 움직이는 것도 힘들었다. 준면은 허리를 감싼 팔을 두드렸다. 놓아달라는 뜻이었지만 민석은 알아듣지 못한 척 했다. 틀어진 고개를 좀 더 깊게 숙이자 자연스레 입맞춤도 짙어졌다. 벌어진 입술 사이로 들어온 혀가 입천장을 간질이고 어금니를 건드리자 준면은 눈을 질끈 감았다. 제발. 손 쓸 틈도 없이 저를 덮친 열기가 저를 엉망으로 휘저었다. 준면은 필사적으로 민석의 팔을 붙잡았다.

제발.






"면아."





나는 돌아가야 해.













-













위험하단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민석에게 휘둘리는 것 같았다. 이렇게 정이 들어버리면 곤란했다. 더 가까워지면, 좀 더 마음을 주게 되면 돌아가고 싶지 않아질지도 몰랐다. 그건 안 된다. 준면은 좀 더 마음을 굳게 먹고자 했다. 준면은 민석의 정식 가이드도 아니었고 이곳에 오래 머물 사람도 아니었다. 마음을 줘봤자 좋을 게 없었다. 가까워져봤자 두 사람 모두에게 좋은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런 준면의 마음과 달리 한번 선을 넘은 민석은 철저하게 그어진 선을 지웠다.






"잠, 으- 민서, 그읏-"






준면이 만류할 새도 없었다. 고개를 돌리면 입술이 붙어있었다. 연하는 무섭다더니, 틀린 말이 아니었다. 민석은 시도 때도 없이, 틈만 나면 준면의 입술을 먹었다. 낯 뜨거운 표현이지만 정말 그렇게 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준면의 입술은 하루도 쉬지 않고 불어있었다. 민석이 마주칠 때마다 주변 시선조차 신경쓰지 않은 채 물고 빤 덕이었다. 심지어는 뒤에 궁녀들이나 내관들을 잔뜩 단 채로 다가오기도 해서 기겁을 한 준면이 도망치듯 자리를 벗어난 적도 있었다. 눈치 빠른 민석은 그 뒤부터 다른 사람을 적당히 물린 뒤 제게 달려들었지만 문제는 주변의 시선이나 빈번한 입맞춤이 아니었다. 준면은 끈질기게 제 아랫입술을 괴롭히는 민석의 입술에게서 도망치듯 고개를 돌린 채 숨을 골랐다. 진짜 문제는, 자신도 이런 민석이 싫지 않다는 것이었다. 준면은 붉게 열이 오른 입술을 깨물었다. 안된다고 몇번이나 스스로를 추스른 체 해놓고 민석의 입맞춤 한번에 힘없이 그의 어깨를 끌어안은 게 벌써 수십번이다. 미쳤다고 스스로를 아무리 욕해도 그때뿐이었다. 준면은 거의 홀린 듯이 민석의 어깨에 뺨을 부비고 허리를 끌어안았다. 오늘만 해도 그랬다. 준면은 저를 보지 않는 것이 싫다는 듯 앓는 소리를 내며 목덜미에 입술을 부비는 민석을 밀어냈다.






"면아."

"물 좀 마시고 올게!"






몰라서인지, 배려해서인지 그 이상의 진도를 나가지 않는 민석에게 되려 감사를 해야 할 판이었다. 준면은 민석을 밀어낸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물이야 밖에 물린 궁인들에게 시키면 바로 대령해오는 것을, 자리를 피하고자 핑계를 대는 준면을 알면서도 민석은 순순히 뒤로 물러났다. 준면은 제 뒷모습을 보며 웃고 있을 민석을 뒤로한 채 도망치다시피 걸음을 옮겼다.







"...겠다-!"

"그럼. 성문 앞에서 저어기 복사나무 앞 다리까지 연등이 이어져있는데 그게 그렇게 진풍경이야."

"근데 그런 축일에 우리도 나갈 수 있나?"

"상궁 마마님께 허락 맡으면 되지. 정식 궁녀 되기 전에 마지막 축제인데, 설마 반대하시겠어?"

"근데 달맞이 축제는 뭘 하는 거야?"






옹기종기 모여앉은 생각시 세명이 수다를 떨고 있었다. 준면은 괜히 기대에 찬 어린 얼굴들을 망치기라도 할까 기척을 죽이고 걸음을 멈췄다.






"너 달맞이 전설 몰라?"

"달맞이 전설?"

"순이는 우리보다 두살 어리잖아. 저번 달맞이제 때는 너무 어려서 기억 못 할걸."

"좋아. 그럼 내가 얘기해줄 테니까 잘 들어."






달맞이 전설이라.

준면은 흥미로운 얼굴로 눈썹을 치켜떴다. 민석의 폭주로 모든 사료가 소실된 수 국은 후대에 쓰여진 기록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그러니 당연히 수 국에서 내려오는 민간 설화같은 것 또한 남아있지 않았다. 준면은 아무도 알지 못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에 기대감 어린 얼굴로 숨을 죽였다.






"예전에 천기를 다루는 여자가 있었어. 원하면 비를 내리고, 태양을 거두고 달을 불러오는 이능을 가진 사람."

"그거...."

"맞아. 초대 선황 폐하."

"그, 그 분께서 왜 나와?"

"그 분이 바로 이 달맞이 전설의 주인공이니까."






달맞이 전설이라.

준면은 아예 자리를 깔고 앉아 이야기에 집중했다. 앞에 선 아이가 허리를 짚은 채 본격적으로 목을 풀었다.






"지금은 이능을 쓰는데 문제가 없지만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대. 이능을 쓰면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고 하더라. 그런데 어느 날, 그 고통을 치료해주는 사람이 나타난 거야."






익숙한 이야기다. 하지만 지금 들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한 말이었다. 준면은 숨을 죽였다. 최초의 폭주는 민석이라고 알려져 있다. 가이드의 필요성을 알게 된 것 또한 민석이라고. 그런데 어쩐지 저 아이가 하는 말은 그 전에도 가이드가 존재했다는 것 같았다.






"그 분은 달을 타고 내려왔다고 했어. 만월이 내린 밤 그 달빛을 타고 오셨다고. 만월각 알지? 거기가 그 분이 내려오신 곳이래. 내려올 때 모습이 하도 아름다워서 사람들은 그 분을 항아님이라고 했어."

"항아님?"

"아름다운 분이셨대. 그 분이 있으면 능력을 쓰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어서 수 국을 건설하는데 아주 큰 힘이 됐다고 하더라."

"...."

"문제는 그 분이, 왔던 것과 꼭 같이 사라지셨다는 거지만."

"사라지셨다고?"

"다시 달로 돌아가셨다고 하더라. 돌아가기 전에 선황 폐하께 꽃을 주셨는데 그게 달맞이꽃이래. 선황께선 그 꽃이 다시 필 때 돌아오겠다는 줄 알고 기다렸는데 끝내 그 꽃이 피고 또 피고 다시 폈는데도 돌아오지 않았대. 항아님을 기다리다 지친 선황 폐하는 얼마 지나지 않아 병을 얻었고 네번째로 꽃이 피기 전에 눈을 감으셨어."

"말도 안 돼. 너무 슬프잖아."

"...달맞이 축제는 항아님이 돌아오길 바라는 기원제야. 그래서 달맞이꽃과 같은 노란색 옷을 입거나 머리장식 대신 노란 꽃을 꽂아 머리를 땋지. 연인들 사이에선 마음을 전하기 위해 달맞이꽃이 수놓아진 댕기나 손수건을 선물하기도 해."

"너무해. 그 항아님이 정말 고통을 없애주는 분이셨으면, 자기가 떠났을 때 폐하가 아플 거라는 걸 알고 있었으면서 간 거잖아."

"뭐... 꼭 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던 거 아닐까?"

"그래도. 아무리 그래도. 자기가 없으면 아플 걸 알고 있었으면서. 그건, 그건 버린 거 아니야?"

"...."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듯 울먹이는 목소리에 절로 서로를 돌아본 생각시 둘이 순이의 양 옆을 차지하고 앉아 어깨를 토닥였다.






"하긴, 그런 것 같긴 해. 항아님은 아무런 언질없이 선황 폐하를 떠났으니까. 돌아온다든지, 돌아오지 않겠다든지. 확언도 주지 않은 정인을 기다리는 건 아주 힘든 일일 거야."

"항아님이 달을 타고 가신 뒤에 선황 폐하께서 한달 내내 하늘에 달만 띄었다고 하셨어. 달이 물러가지 못하게 붙잡고 하루종일 그 달만 바라보셨다고."

"...."

"그러면 항아님이 그 달을 타고 내려올 거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아."

"...."

"슬프지? 근데 예쁘지 않아? 난 처음에 얘기 들었을 때 너무 예쁘다고 생각했어. 슬프지만 아름답다고. 항아님이 주셨다는 달맞이꽃 말이야. 기다리라는 뜻이 있기도 한데 한편으로는 말없는 사랑이라는 뜻도 있대. 선황 폐하께서는 그 꽃을 받고 기다려달라는 의미로 받아들이셨지만 나는 사실 그렇게 생각 안 하거든. 항아님께선 그동안 한번도 말하지 못했던 자신의 마음을 그렇게나마 전달하신 거 아닐까? 떠나야 하니까 차마 말하지 못하는 자기 마음을 그렇게 전달한 거야. 말로 전달하지 못하는, 침묵의 사랑."






저 또한 작은 손을 가지고 있으면서 어린 등을 쓸어내리는 손길이 익숙했다. 준면은 조심스레 몸을 뒤로 물렸다. 아무 생각없이 귀기울인 이야기가 이런 것일 줄은 몰랐다. 다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의 힌트를 얻은 것은 물론 애써 모른 척 하려했던 미래에 대한 이야기마저 눈앞에 그려지게 됐다.

어떻게든 외면하고 모른 척 하려 했지만 준면이라고 모를 리 없는 미래였다. 자신이 떠난 뒤의 미래. 자리를 피하기 위해 댔던 핑계마저 잊은 채 걸음을 옮긴 준면이 내딛는 걸음마다 무너졌다. 한 달 내내 하늘에 달만 띄운 채 그것을 바라보기만 했다던 황제의 이야기가 멀지 않았다. 준면은 알았다. 제가 떠난다면 민석 또한 그렇게 행동할 것이다. 달을 붙잡아두는 능력은 없으니 아마 하루종일 달이 뜨는 것만 기다리며 하늘을 바라볼지 모른다. 달이 질 때면 그 예쁜 눈을 구기겠지. 커다랗게 뜬 눈이 상실로 물들고 고통으로 아프게 가라앉을 것이다. 그렇게 만드는 건, 민석이 그렇게 되는 것은 모두 자신의 탓일 것이고.

준면은 터덜터덜 옮기던 걸음을 우뚝 멈춰섰다. 순간 온 몸에 찬물을 뒤집어쓴 듯한 기분이 든 탓이었다. 어쩌다 이렇게 됐지. 왜 민석이 제게 의지하게 됐지? 내가 어느새, 왜 민석을 걱정하고 있지?

어차피 미래의 일은 정해진 일이다. 자신의 존재와 상관없이 민석은 폭주해서 수 국을 멸망시킨다. 스스로, 모든 것을 무위로 돌려버린다. 그런데 왜. 왜, 민석의 폭주가 자신의 부재로 인해 일어날 것만 같은지.

아니. 아니야. 그래도 뭐 어때. 그게 무슨 상관이야. 어차피 이건 과거야. 이미 벌어진 일이라고. 나는 그냥, 그냥....
















-















주 내관의 다급한 부름이었다. 이렇다 할 직책이 없는 준면이기에 직접적으로 준면을 부르는 것을 피해왔던 주 내관이 나으리, 하고 외치는 목소리가 준면이 머무는 연화당을 흔들 정도로 요란했다. 준면은 허겁지겁 뛰쳐나왔다. 근래엔 가이딩을 빙자한 입맞춤도 여럿 있었고 능력 조절을 위해 연습도 많이 하고 있던 탓에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다. 정신없이 깜빡거리는 감지기를 다시 확인한 준면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주 내관을 불렀다.






"어떻게 된 건가요?"

"여름이라 지나치게 날이 더워 서부쪽 마을 몇 곳이 바싹 메말랐습니다. 물이 없는 건 둘째치고 사람들이 태양볕에 익어 쓰러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보니 폐하께서 손수 그 곳에 보낼 얼음을 만드시다...."






미처 숨기지 못한 안쓰러움이 담긴 얼굴을 보니 얼음을 만든다며 능력을 얼마나 쓴 건지 대충 예상이 갔다. 서부쪽까지 얼음이 무사히 전달되려면 녹지 않도록 해야 할테니 평소 능력을 쓰는 것보다 몇 배는 더 신경을 썼을 것이다. 안 그래도 아직 조절이 능숙하지 못한 상태인데 그렇게 세밀한 작업까지 했다면 무리가 오는 것도 과언은 아니었다.

준면은 기다렸다는 듯 열리는 장지문을 바라봤다. 내궁으로 들어오는 길에 장작을 한아름씩 끌어안은 궁녀들이 바쁘게 오가는 것을 봤는데 내실은 얼음장처럼 차갑기만 하다. 버선을 신었음에도 불구하고 발끝이 얼 것만 같은 냉기였다. 심상치 않은데. 준면은 걱정스런 얼굴로 조심스레 걸음을 옮겼다. 커다란 방 안, 수룡이 수놓아진 금침 아래 숨겨진 몸이 작게 떨리고 있었다. 두려움인지 고통인지 모를 것에 떨리는 등을 잠시 바라보던 준면은 손을 뻗어 그를 쓸어내렸다.







"민석아."







기다렸다는 듯 저를 당긴 손이 부드럽게 뺨을 감싸쥐고 입을 맞추었다. 준면은 당장 폭주를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상태에서도 저를 배려하는 민석의 행동에 내심 놀랐다. 그동안 끈질기게 선을 그은 탓일까. 매번 선을 지우고 무시한다고 여겼던 민석은 입맞춤만으로 스스로를 추스르려 애썼다. 그 이상은 허락되지 않는다는 걸 안다는 듯 먼저 체념하는 그 행동에 형용할 수 없는 애틋함을 느낀 준면이 제게서 멀어지는 민석의 뺨을 잡아 쓰다듬었다.






"이쯤이면 되었으니 그만 물러가거라. 조만간 다시 부를테니, 어서-"






가이딩이 부족하면 폭력적인 성향이 높아진다. 주위 생명체가 숨을 쉬는 소리부터 시작해서 눈을 깜빡이고 침을 삼키는 소리, 심지어는 심장 박동 소리마저 선명하게 들리니 절로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것이다. 듣고 싶지 않다고 해서 듣지 않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니 폭주에 다다른 센티넬들은 스스로의 귀를 찔러 멀게 하거나 아예 잘라내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 몸으로 느껴지는 그 감각을 온전히 잘라낼 수는 없기에 센티넬들은 제 주위의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죽이기 시작한다. 센티넬의 폭주가 위험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폭죽한 센티넬은 제 주위에 있는 모든 것에 살의를 가졌다. 비록 제가 가이드라곤 하지만 폭주에 다다른 센티넬들은 그런 걸 가리지 않았다. 각인한 가이드를 죽이는 경우도 종종 있어 폭주한 센티넬은 무조건 사살 명령이 떨어졌다.

준면은 정신없이 깜빡거리는 감지기를 확인했다. 이 정도면 이미 폭주의 전조에 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치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 어린 센티넬은 자신을 해치지 않는 걸까. 어려서부터 철저한 교육과 연습을 해온 센티넬들도 버티지 못하는 것이었다. 비록 민석이 어린 시절 주 내관을 다치게 한 적이 있어 트라우마가 있다는 것을 듣기는 했지만 트라우마로 이겨낼 수 있을 정도의 고통이 아니었다.







"면아, 제발."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것에 젖은 얼굴을 겨우 들어 보인 민석이 고개를 저었다. 한계에 다다른 듯 일그러진 얼굴에 말없이 그를 바라보던 준면이 옷고름을 당겨 매듭을 풀었다.






"뭘 하는 게냐?"

"폭주 직전의 센티넬을 잠재우는 데는 각인한 가이드와의 스킨십이 필요해."

"스, 뭐?"

"각인한 건 아니지만 너는 나말곤 가이딩을 받아본 적이 없으니 효과가 있겠지."






뜻을 읽지 못한 민석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이 맨 가슴이 보일 정도로 앞섶을 풀어헤친 준면이 민석의 옷고름을 잡아당겼다.






"면...!"

"나를 믿어."






놀란 얼굴로 만류하려는 손을 되려 붙잡은 준면이 단단한 목소리로 말하자 머뭇거리던 민석이 얌전히 그를 따랐다. 준면은 수룡이 수놓아진 용포를 침상 아래로 떨구었다. 툭, 떨어지는 것이 비단 옷뿐만은 아니었다.














-















뭐든 처음이 어려울 뿐이다. 준면은 한계까지 벌어진 허벅지가 덜덜거리는 것을 느끼고 힘겹게 눈을 떴다. 욕심껏 입술을 베어 물고 턱과 목에 연신 입술 도장을 찍어내던 민석은 이제 제 온 몸을 베어 물고 있었다. 처음에는 옷고름 푸는 것만으로 펄쩍 뛰던 아이가 제가 입을 맞추자마자 허리를 끌어당기더니 이제는 전세를 역전하여 제 위에 올라탔다. 준면이 거부하지 않자 용기를 얻은 것인지 항상 목줄기만 맴돌던 입술이 가슴과 복근을 타고 내려와 치골과 엉덩이까지 더듬었다. 발바닥이나 발목을 깨물 때는 간지러움에 몸을 뒤챘는데 종아리나 무릎을 맛보던 입술이 끝내 허벅지 깊숙한 곳까지 닿자 절로 눈가가 달아올랐다. 준면은 허리를 튕기며 민석의 어깨를 밀어냈으나 민석은 아랑곳 않고 허벅지 깊숙한 곳에 이를 세워 순흔을 남겼다.







"야...!"

"단내가 나."

"...."

"면아. 네게 단내가 나서 견딜 수가 없다."






사료에 따르면 지금 민석은 자신보다 여덟살이나 어린 이였다. 그런데 저런 얼굴로, 저런 목소리로 말하는 게 말이 되냔 말이다. 준면은 귀는 물론이거니와 뺨과 목, 가슴께까지 붉게 물들인 채 고개를 돌렸다. 열이 올라 붉어진 몸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아름다워 절로 목이 탔다.






(중략)





가이드로 판명된 뒤 철저한 커리큘럼에 따라 적정선의 스킨십만 경험했던 준면과 달리 민석은 어린 시절부터 황실 적통을 지키기 위한 방사 교육을 받아왔다. 나이야 민석이 더 어리다지만 흑심을 품고 달려들 이들을 경계하기 위해 방중술에 대해 공부하고 그에 대비하는 법에 대해 배웠던 민석은 따지고 보면 준면보다 이 분야에 더 해박했다. 물론 그림으로 배운 것과 달리 준면은 따뜻한 체온을 가졌고 제 손길 하나에 바로 반응을 보이는데다 분홍빛 입술 새로 제 이름을 불러주기까지 해서 철저한 교육을 받은 민석조차 눈앞이 잠깐 흐려질 정도로 흥분하긴 했다. 그러나 같은 사내와의 방사는 더 신경쓰고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민석은 이를 악물고 정신을 차리려 애썼다. 순간순간 점멸하는 초점을 몇번이고 다잡으며 침상 옆에 놓인 작은 자개장을 열자 머리에 바르는 동백유가 담긴 병이 기다렸다는 듯 굴러왔다.





(중략)





"왜...?"

"좋아서."

"...."

"봐도 봐도 아까워서."






눈을 감으면 놓치게 되는 순간마저 아쉬웠다. 민석은 광이 날 정도로 뽀얀 광대를 슬쩍 쓸어보고는 밀어넣었던 손가락을 빼내 살폈다.





(중략)






미치겠다. 민석은 겨우 준면의 얼굴 옆에 손을 대고 버텼다.






"빨리."

"면아."

"이상해. 민석아-"





두 사람 모두 처음인 것이었다. 어렴풋이 알고 있던 것이라도 직접 살을 맞대고 행하려니 절로 숨이 막혔다. 민석도 준면도 땀에 흠뻑 젖었다. 조심히, 천천히. 민석은 다시 한번 되새기며 허리를 움직였다. 





(중략)





"준면아, 면아."





준면아.

몇번이고 부르는 목소리는 기어코 저를 완전히 집어삼켰다.













-













눈을 떴을 때는 깊은 밤이었다. 다리며 골반께가 아파 절로 앓는 소리가 나온 준면은 제 옆에서 곤히 잠든 민석을 괜히 한번 흘겨본 뒤 자리에서 일어섰다. 손목에 찬 감지기는 다행히 더 이상 깜빡거리지 않았다. 좀 더 자세히 그를 확인하기 위해 창가로 다가간 준면은 달빛에 손목을 비춰봤다. 정말로 괜찮아졌나보네. 더 이상 불안하게 깜빡거리지 않는 것을 재차 확인한 뒤에야 겨우 마음이 놓였다. 준면은 다행이라는 듯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젖혔다.






"어...?"






말도 안 돼.

순간 숨이 멈췄다. 충격으로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무의식중에 몸을 앞으로 숙였던 준면은 간신히 창가를 손으로 짚으며 상체를 지탱했다.

달이, 달이 두개였다.

준면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오늘이구나. 지금이구나.

생각시들이 얘기하던 달을 타고 왔다 갔다는 말이 이제야 이해가 갔다. 두번째 달. 그것이었다. 그걸 타고 간 거야. 준면은 그가 내려왔다던 만월각으로 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






그러나 이제 막 문을 열려던 손은 그대로 멈춰섰다. 준면은 고개를 돌려 제 등 뒤를 바라봤다. 아무것도 모른 채 곤히 잠든 민석의 실루엣이 어렴풋한 달빛에 비쳐 보였다. 준면은 숨을 죽인 채 망설였다. 이대로 가면 민석이 많이 놀랄 것이다. 이렇게 사라지면 분명히 저를 찾을 것이고 어쩌면 초대 황제처럼 하루종일 저만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 준면은 고민하다 서둘러 걸음을 뗐다.

분명히, 분명히 보았다. 황제의 후원 한켠에는 노란 꽃이 피어있었다. 초대 황제의 이야기 때문인지 외진 구석에 겨우 자리를 잡고 있었지만 달맞이꽃일 게 뻔했다. 제 가이드를 잊지 못한 그녀가 후원에 자리를 내준 것이겠지. 준면은 허겁지겁 후원으로 달려갔다. 다행히 꽃은 그 때 보았던 그 자리를 여전히 지키고 있었다. 떨리는 손으로 꽃을 살핀 준면은 가장 예쁘고 곧은 꽃을 고르고 골라 꺾었다. 예쁜 꽃이 꺾이는 것에 마음이 불편했지만 별 수 없었다. 말이야 통한다 해도 제가 쓰는 문자는 민석이 쓰는 문자와 달랐다. 곤히 잠든 민석을 깨워 떠나겠다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뭐라고 흔적이라도 남기고 떠나야 하는데 제가 남기는 글은 민석이 읽을 수 없으니 꽃이라도 남겨야 했다. 준면은 제가 남길 꽃의 의미를 민석이 알아줄 것이라 믿었다. 초대 황제의 이야기는 아직까지 매년 축제가 열릴 정도로 유명한 얘기였고 꽃에 대한 이야기도 유명했다. 그러니 알 것이다. 알아줄 것이다. 준면은 한아름 쥔 꽃을 들고 다시 달렸다. 다행히 제가 자리를 비운 것을 눈치채지 못한 듯 민석은 좀 전과 같은 자세로 눈을 감고 있었다. 준면은 손에 쥔 것을 조심스레 내려놨다. 어쩐지 손끝이 조금 떨리는 것 같았지만 애써 무시했다. 고른 숨을 뱉어내며 잠에 빠진 얼굴이 오늘따라 괜히 새삼스러워 한참이나 그 얼굴을 바라보던 준면은 민석이 한번 몸을 뒤채고나서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

가야지. 이제 가야지.

앞에 내려놓은 꽃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겨우 몸을 일으켰다. 한번이라도 뒤를 돌아보면 마음이 내려앉을까봐, 기어코 모든 것을 포기하고 민석의 곁에 남을까봐 돌아선 걸음을 멈추지도 못했다. 소리나지 않게 문을 닫으면서도 문 틈 사이로 멀어지는 민석의 얼굴에 흔들릴까봐 내리깐 눈을 들지 못하던 준면은 문이 겨우 닫히고나서야 숨을 몰아쉬었다. 그냥 돌아갈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착각일 수도 있잖아. 그냥 내가 잘못 본 걸 수도 있으니, 지금이라도 이 문을 열고 민석의 곁에 몸을 뉘이면.





"...."





변명과도 같은 말을 허겁지겁 떠올리면서도 알았다. 지금이라는 걸. 달은 분명하게 말하고 있었다. 준면이 부정할 수도 없게 너무 선명했다. 준면은 제 얼굴이 어떤지도 알지 못한 채 걸음을 옮겼다. 내딛는 걸음마다 달이 앞장섰다. 저를 안내하듯 내려앉은 달빛을 바라보며 괜히 울컥하는 감정이 치밀었다. 왜 하필 지금이야. 차라리 빨리 오지. 아니, 차라리 아주 늦게 오지. 원망과 억울함을 담아 길을 안내하는 달을 노려봤다.

걸음이 멎은 곳은 준면이 처음 눈을 떴던 곳이었다. 잘 꾸며진 정원이라고만 생각했던 곳에는 커다란 연못이 있었다. 달이 가리키는 것이 연못이라는 걸 눈치챈 순간 준면은 망설였다. 흔히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던 장면이긴 했다. 저 물 속으로 제 몸을 던지면 자신은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겠지. 어쩐지 모든 게 아득했다. 혹시 이 모든 게 꿈은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마저 들었다. 이렇게 돌아갈 수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고개를 들고 올려다 본 하늘에는 여전히 두개의 달이 떠있었고 달빛은 너무나 선명하게 연못을 가리키고 있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달을 물끄러미 올려다 보던 준면은 크게 심호흡을 한 뒤 겨우 한 걸음을 뗐다. 연못 가까이, 내가 있던 곳을 향해.





"면아!"





추가 달린 것마냥 무겁기만 한 걸음을 몇번이나 옮겼을까. 딱 한걸음만 더 떼면 될 것을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민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준면은 흠칫하며 고개를 돌렸다. 단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목소리였다. 처절함이 범벅된 목소리는 두려움에 젖어 덜덜 떨리고 있었다. 준면은 곱게 빗어 틀어올린 상투마저 엉망으로 흐트러진 민석을 바라봤다. 뛰어온 것인지 연신 숨을 몰아쉬던 민석이 고개를 저었다.






"면아."

"...."

"가지마."






필사적인 얼굴을 한 민석은 벌어질 일을 직감한 듯 창백하게 질린 채였다. 준면은 조심스레 민석의 이름을 불렀다. 





"가지마."





그러나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준면은 제가 하고자 하는 말이 모두 민석에게 가시가 될 것을 알았다. 준면이라고 필사적으로 돌아가겠다 생각한 건 아니다. 반드시 돌아가야 할 이유도 솔직히 말하면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곳에 계속 머물 수도 없었다. 자신은 원래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되는 존재였다. 자신이 이곳에 있다는 것만으로 미래가 바뀔 수 있었다. 저 하나의 이기심으로, 저 하나의 욕심으로 이곳에 머물며 모든 것을 바꿔버릴 수 있었다. 준면은 복잡한 얼굴로 민석을 바라봤다. 그가 죽지 않았으면 했다. 수 국이, 민석이 있는 이곳이 계속해서 어여쁘고 따뜻하길 바랐다. 자신이 알고있는 미래는 쓸쓸하고 차갑기 그지없지만 그래도 조금은 달라지길. 수 국의 마지막이 너의 고통에서 비롯된 상처는 아니길. 기도하면서도 그것이 이루어져선 안 된다는 게 슬펐다.






"면아!!"






제게 달려오는 민석을 보며 준면은 웃었다. 미안해. 해서는 안 될 사과는 삼켰다. 그 어떤 말이든 민석에게 닿으면 날카롭게 변할 것이기에.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뒤로 넘어간 준면이 요란한 소리와 함께 저를 당기는 물 속으로 깊게 떨어졌다. 어렴풋이 스치는 시야에 제가 내려놓은 노란 꽃을 손에 쥔 것이 보여 마음이 놓였다. 민석아. 부디 네가 조금은 덜 아프기를.












-












눈을 떴을 때 보인 것이 새하얀 형광등일 때, 그 기분은 뭐라 형용할 수가 없었다.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은 기분. 뭔가를 잃어버린 듯 속 안이 텅 빈 것 같았다. 준면은 무감한 얼굴로 눈을 깜빡였다. 그저 눈을 감고, 그저 눈을 뜨기만 하던 시간이 흐르고 흘러 어느새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처음 며칠은 가는 줄도 몰랐는데 병문안을 왔던 백현이 벌써 사흘째 뭘 하는 거냐며 정신 좀 차리라 타박하는 것에 겨우 지나간 시간을 깨달았다.





"이번에 들어온 신입 교육하느라 정신 없어요, 형. 빨리 퇴원해서 나 좀 도와줘."

"사다 달라는 건?"

"그래, 나보다 책이 더 중요하다 이거지? 흥이다, 흥."

"...."

"근데 갑자기 책은 왜요. 심심하면 게임기라도 갖다 줄까요?"





말없이 손을 내미니 졌다는 듯 어깨를 으쓱인 백현이 들고 온 쇼핑백을 내려놓았다. 침대 위에 쓰러진 쇼핑백 안에는 수 국과 관련된 책이 가득했다. 준면은 그 책을 손에 쥐었다. 수 국의 건국과 멸망, 수 국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 수많은 책들이 준면의 손 아래 떨어졌다. 이전과 다르게 수 국의 건국 설화라던지, 초대 황제에 대한 이야기가 보다 자세히 기술된 것에 저도 모르게 멈칫했던 준면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덜덜 떨리는 손으로 책장을 넘겼다. 조금 더, 조금 더. 마침내 수 국의 멸망에 관한 페이지까지 손끝이 닿은 준면은 몇번을 망설이다가 겨우 페이지를 넘겼다.







수 국은 522년, 멸망한다.

사실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역대 황제 중 가장 강력한 능력을 가진 센티넬로 평가받던 민황제가 후계를 남기지 않고 세상을 떠나면서 황좌는 방계 혈족에게 돌아갔는데 그들 중에서는 빼어난 능력을 보이는 센티넬이 없었다. 심지어 능력을 아예 가지지 못한 황제마저 나오자 황권이 약해졌고 백성들의 민심도 흉흉해졌다. 이 당시 황제가 가진 능력은 단순히 상징적인 의미를 넘어서 백성들이 겪는 고난을···







심장이 덜컹거렸다. 변했다. 과거가, 수 국의 멸망이 변했다.

네가 변한 걸까. 나로 인해, 네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준면은 허겁지겁 페이지를 앞으로 넘겼다.







···수 국의 26대 황제인 민황제는 수 국의 황제들 중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강력한 능력의 센티넬로 알려졌는데 당시 한강의 절반 크기 정도로 추정되는 호수를 모두 얼려버린 것은 물론, 40도를 웃돌았던 한 여름에 얼음을 자그마치 서른 수레 가득 만드는 등의 능력을 보였다고 한다. 이에 일부 학자들은 이러한 이야기가 황권을 강화하기 위해 쓰여진 이야기일 거라고 지적하기도 했지만 당시 사관에 의해 기록된데다 만들어진 얼음이 어디로 옮겨져 어떻게 쓰여졌는지까지 기록이 되어있어 꾸며진 이야기로 보기는 어렵다.







멍청이.

준면은 어렴풋이 떠오르는 민석의 얼굴에 인상을 구겼다. 날이 더워 메마른 지역에 얼음을 보내겠다고 무리해서 능력을 썼다가 폭주를 할 뻔 했던 게 떠오른 탓이었다. 얼마나 능력을 썼길래 그랬나 했더니 서른 수레나 만들었다고? 미쳤어, 정말.







···민황제와 관련된 이야기 중 가장 유명한 것은 그의 뛰어난 능력과 관련된 일화들도 물론 있지만 단연 그의 가이드에 관한 이야기가 가장 독보적이다. 수국에서 매년 열렸던 달맞이제의 시초가 된 희황제와 그녀의 가이드에 대한 이야기처럼 민황제와 그의 가이드에 대한 이야기 또한 매우 애틋한 탓이다. 희황제처럼 달에서 내려온 이를 가이드로 맞이했던 민황제는 그와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나 비극 또한 두 사람을 비껴가진 않았기에 그 또한 돌아가야 했다. 가이드를 잃은 센티넬의 고통이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라 한달 내내 달을 띄워둔 채 제 가이드가 돌아오길 기다렸다는 희황제처럼 민황제 또한 상당한 후유증에 시달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남겨진 이에 대한 이야기를 보는 것은 생각보다 고통스러웠다. 준면은 더 이상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망설였다. 너도 그랬을까. 너도 희황제가 한달 내내 달을 띄워놓았던 것처럼 오랫동안 고통에 허덕였을까. 나를 잊지 못하고, 너 또한.

가지 말라며 연신 제 이름을 부르던 민석의 얼굴이 떠오르자 절로 가슴이 욱신거렸다. 사과를 하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아무런 말도 남기지 않은 게. 차라리 그렇게라도 네가 나를 미워하고 원망하며 쏟아낼 수 있었다면.

준면은 조심스레 민석의 이름을 입안에 굴렸다.

다시 부르지 못할 이름은 차라리 고통이라 불리는 것이 더 어울렸다.











-












백현의 추천으로 오게 된 박물관이었다. 그렇게 좋으면 가서 구경이나 하라며 알려준 것에 홀린 듯 예매를 했던 준면은 어색한 얼굴로 주변을 돌아봤다. 호기심 가득한 아이들을 인도한 도슨트가 유리관 안에 담긴 것을 가리키며 설명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것은 수 국의 26대 황제인 민황제의 초상화입니다.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센티넬이었던 것으로 알려진 그는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었을까요?"

"저요! 얼음! 얼리는 거요!"

"네, 맞아요. 민황제는 빙결의 능력으로 아주 유명했죠. 특히 그의 능력이 유명해진 데는 한가지 일화가 있는데요. 자, 다들 이쪽으로 오세요."





준면은 홀린 듯 초상화 앞으로 다가갔다. 초상화 속 민석의 얼굴은 닮은 듯 그를 전혀 닮지 않아 괜히 웃음이 나왔다. 준면은 초상화 속 민석의 얼굴을 다시 한번 살핀 뒤 아이들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앞서 수 국의 초대 황제인 희황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그 분의 가이드와 관련된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했는데 기억하나요?"

"네에!"

"자, 그런데 여기 그 희 황제 못지 않게 애틋한 러브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분이 계세요. 그가 바로 좀 전에 봤던 초상화 속의 주인공, 민 황제랍니다."

"저 알아요! 시들지 않는 꽃!"

"맞아요. 바로 그 시들지 않는 꽃이 여기 있는 이 꽃이랍니다."





시들지 않는 꽃?

준면은 아이들에게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 유리관을 보기 위해 기웃거렸다.





"희황제의 러브 스토리에서 가장 유명한 건 바로 달맞이꽃이죠? 그처럼 민황제의 가이드였던 항아님도, 달로 돌아가기 전에 민황제에게 꽃을 선물했다고 해요. 그게 바로 여기 보이는 이 노란 복수초."





뭐?





"참 신기한 게 달맞이꽃처럼 이 복수초도 꽃말이 두개랍니다. 어떤 꽃말인지 아는 사람 있나요?"






복수초라니. 달맞이꽃이 아니었다고?

준면은 저도 모르게 입을 막았다. 놀란 제 마음을 알 리 없는 아이들은 저마다 손을 들고 추측을 늘어놓았다.





"복수요, 복수!"

"아냐! 저 알아요! 저요! 영원한 행복이요!"

"맞아요. 복수초는 영원한 행복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어요. 아마 민 황제에게 꽃을 건넨 가이드는 민 황제의 행복을 빌면서 이 꽃을 건네줬을 거에요."

"선생님, 그러면 다른 꽃말은 뭐에요?"

"...으음, 여러분. 제가 희 황제나 민 황제에 관련된 사랑 이야기를 들려줬는데 어땠어요?"

"불쌍해요!"

"슬퍼요!"

"네, 맞아요 여러분. 너무 슬프죠? 이 꽃의 또다른 꽃말은 딱 이 사랑 이야기처럼 슬픈 추억이라는 뜻이 있대요. 그래서 수 국에서는 연인들 사이에 노란 꽃을 선물하는 경우 이별을 선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고 해요."





슬픈 추억.

준면은 능숙하게 화제를 돌려 아이들을 인도하는 도슨트의 설명을 흘려들으며 걸음을 옮겼다. 유리관 안에 들어있는 꽃은, 절대로 잊을 수 없는 것이었다. 당장이라도 무너질듯한 걸음을 억지로 뗀 준면은 유리관 앞에 부착된 것을 소리내어 읽었다.






"시들지 않는 꽃."





능력을 써 얼린 꽃은 모진 세월 속에서도 꽃잎 하나 떨어지지 않고 제 모습을 그대로 유지했다. 준면은 차가운 유리관 위로 손을 올렸다. 이 꽃을 본 네 심정은 어땠을까. 이 꽃이 가진 꽃말을 알고 있었어? 무슨 마음으로 이 꽃을 얼렸어?





"민석아."





너는 무슨 뜻으로 이 꽃을 알았니.

이제는 묻지 못할 말에 왈칵 울음이 터졌다.

무너지는 맘과 달리 꽃은 여전히 곧고 곧았다.





















-






헉...

이게 대체 언제 쓴 거지ㅠㅅㅠ

가모어센 합작하신다는 얘기에 혼자 끄적여보다 완결내지 못하고 조용히 저장해놨던...

쓰다가 마음에 안들어서 포기하고 다시 쓰고 다시 엎고를 반복하던 걸 이제야 올립니다;^;

(죄인... 양아치...)


이 글은 전체 공개 버전입니다.

성인버전에서 약 3천자 정도 생략되었으며 내용 상 차이는 없으니 그냥 읽으셔도 무방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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