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3년쯤 된 거 같은 썰. 쓰려고 했는데 낡고 지쳐서...( ._.).....

이어질지는 모르겠읍니다...





1.

매튜 머독은 목요일마다 성당에서 열리는 오메가 인권 모임에 나가고 있음. 인권 모임이라고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인권 침해 피해자들 모임이었음. 비슷한 종류의 모임에도 가끔 참여하고 있지만 특히 여기서 매튜는 멘탈이 탈탈 털리는 거 같았음. 왜 사람이 사람을 가해하는 것인지. 왜 알파는 오메가를 괴롭히는 것인지. 매번 맷은 본인이 알파라는 게 저주스러웠음. 어릴 땐 멋도 모르고 좋아했지만, 시각장애인이 된 이후 매튜에게 본인이 우성 알파라는 건 돼지목에 진주 같은 거였음. 부러워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매튜는 페로몬을 조절할 수 있게 된 이후, 애인과 단둘이 있을 때 말고는 거의 형질을 숨기다시피 했음. 그래도 우성이라, 오메가들은 모를 수가 없었음. 이모임에 오는 것을 그래서 처음엔 주저했음. 피해자 오메가들을 가해하는 게 보통 저 같은 알파들이기 때문임. 그렇지만 오메가 인권을 공부하려면 참여해야만 했음. 원래 같이 참석하는 포기는 오늘 오지 않았고 그래서 매튜는 모임 장소 구석에 없는 사람처럼 앉아 있었음. 지금은 쉬는 시간이었고 매튜는 커피를 들고 잠깐 바깥으로 나가려 했음. 그런데.

-친구분은 안 오셨네요.

모임을 주최하고 계신 수녀님이셨음. 매튜는 말도 못하고 끄덕였음. 매튜는 우성이라 상대방 형질을 금방 가려내는 데, 수녀님은 놀랍게도 알파였음. 하지만 아주 약한 알파여서 숨기면 거의 베타나 다름 없었음. 매튜가 아는 이유는 수녀님이 이야기를 듣다 잠시 무방비해지면 아주 약하게 형질이 드러났기 때문임.

-사무실 일이 있어서요.

-그렇게 구석에 있지 않아도 괜찮을텐데요.

모임의 대다수가 이제는 매튜를 알고 있음. 시각장애인이라는 것, 인권변호사라는 것, 우성 알파라는 것까지. 오랫동안 모임에 나왔던 오메가들은 매튜에게 인사도 함. 매튜도 물론 인사하지만 그래도 마음의 부담을 어떻게 할 수가 없음. 그래서 매튜의 대화상대는 수녀님과, 금전적 지원을 해주는 하원의원의 부인 정도였고 그나마도 그들이 오메가가 아니었기 때문임. 여기 모인 오메가들에게 매튜는 죄인이었음.

-피해자 가족 모임도 생각 하고 있어요.

수녀님과 매튜는 알파들이 그리고 피해자가 아닌 사람들이 더 많이 이런 모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었음. 몇 주 간 그런 모임을 생각하고 계시다더니 결론을 내신 모양임. 매튜는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야기를 들음. 몇 년간 모임을 하고 있다보니, 오메가 인권이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 궁금해하는 베타나 알파가 조금 생기는 것도 같다고 수녀님이 들떠하심. 그 말에 끄덕이고 있는 데 잠깐 말을 멈춘 수녀님이 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함. 

-관심어린 시선을 피하는 게 능사는 아니랍니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 것도 아니라서 매튜는 속으로 당황함. 갑작스레 왜 그러나 싶기도 하고. 수녀님도 작게 웃어보임.

-내가 중매쟁이는 아니지만, 당신은 좋은 남자고, 여기서도 그걸 알아보는 사람들은 제법 많답니다.

-수녀님.

-좋은 일 아닌가요. 사랑에 상처입은 사람들이 마음을 열기 시작한 거에요.

-그건... 그건 물론 좋은 일입니다만,

-아직도 용서를 구하고 있나요.

그 말에 그만 매튜는 고개를 떨구었음. 매튜가 여기서 스스로를 가해자로 느끼는 건 이유가 있었음. 지금까지 사귀었던 사람들은, 베타였든 오메가였든 다 불행해졌음. 한 번은 제가 직접 원인이었고 한 번은 사건 때문에 말려들게 되었었음. 포기는 그걸 다 알고 있었고 그래서 수녀님께 말을 했다 했음.

-...네, 제가 준비가 되면-

-사랑해서 받은 상처라면 역시 사랑으로 치유해야 하는 거랍니다.

할 말이 없었음. 매튜는 억지로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음. 수녀님도 그 이상 말하지는 않았음.


그렇게 피해자 모임을 끝내고 매튜는 집으로 가려고 했음. 그런데 포기에게서 전화가 옴. 누군가가 저를 찾아왔다고 함. 인권 변호사는 다른 변호사랑 다르게 그렇게 돈을 잘 버는 게 아니어서 흥신소 일을 겸업하는 중이었고, 그 일은 보통 매튜가 담당했음. 마침 저녁 식사를 권유하는 목소리가 들리고 매튜는 잘 되었다 싶어 일을 이유로 거절하고는 사무실로 감. 그리고 거기서 벤 파커, 베타인 중년 남자를 만나게 됨.

-성함이 어떻게 되시지요?

-파커요. 벤자민 파커... 저, 정말 사람 찾는 일 잘 합니까? 거.. 당신 눈...

주저주저 하며 묻는 말에 매튜가 조금 웃음. 그래도 이 사람은 양반임. 보통은 서슴지 않고 무시하거나 얼굴 앞에 손을 흔들거나 함. 매튜는 법정 시각장애인이긴 하지만 시야가 아주 깜깜하진 않고, 움직이는 정도는 알아봄.

- 네. 생각보다 눈이 중요하진 않더라고요. 다들 방심하기도 하고.

-미안합니다.

무안해하면서 금세 사과하는 것이 조금 마음에 들어서 매튜는 말을 이음.

-그래서 누굴 찾으시나요.

-...내 조카... 아니, 내 아들이라오.

그리고 이야기를 들음. 찾는 아이는 같이 사는 조카로, 이름은 피터라고. 그러더니 조심스레 주저하며 하는 말에 매튜는 입을 꾹 다뭄.

-그 아이는 오메가요.

남자 오메가, 미성년, 가출. 너무 그림 같이 그려지는 상황에 그것만으로 울컥하고 감정이 터질 거 같음. 하필이면 오늘 그런 모임에서 돌아온 참인데. 그러나 그런 매튜를 알 리 없는 벤 파커는 말을 이음.

-우리 부부는 둘 다 베타라서, 그... 그런 걸 잘 모른다오.

매튜는 베타가 알파나 오메가를, 특히나 여자 알파와 남자 오메가를 탐탁찮게 생각하는 건 잘 알고 있음.

-학교에서 안 좋은 일이 있었는데, 나랑 메이 -내 아내랍니다- 는... 그냥 애들끼리 치고 받고 싸우는 건 줄 알았지, 왜 사내놈들끼리는 그런 게 종종 있으니.

이이지는 말을 묵묵히 듣고 있으려니 금방 목소리가 축축 젖어듬.

-배워먹질 못한 부모 만나서...

혼잣말 하듯이 중얼거리는 데 매튜는 그건 아니라고 변명해주고 싶은 기분이 됨. 적어도 이 사람은 본인이 잘못한 걸 알고 있는 거임.

-찾, 찾아줄 수 있소? 나는...

-어쩌실 겁니까.

-난 여전히 오메가도 알파도 모르지만, 그래도 우리는 가족이니... 같이 있어야 서로 알 수 있다고 생각하오. 그것 뿐이요.

-알겠습니다. 시일이 좀 걸릴 겁니다.

-비용은 얼마요?

-나중에 청구 드리지요.

그러면서 피터의 사진이랑 다른 정보를 얻어냄. 학교랑 친한 친구 이름도 얻어낸 다음 벤 파커를 보내고 매튜는 사무실 의자에 늘어져버림. 오늘은 정말 마음이 무거웠음.


*


벤 삼촌이 흥신소를 찾아간 그 날 저녁 피터는 막 일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감. 싸구려 모텔인데, 방 하나에 세 명 정도가 살고 있음. 돈을 훔치든 구걸하든 아니면 벌어오든 간에 여기 사는 이들 대부분은 믹에게 그걸 빼앗기고 있었음. 왜냐면 이게 믹 엄마 명의의 모텔이거든. 그래서 방세와 관리 명목으로.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알고 있긴 하지만, 익숙해진 탓에 그냥 살고 있었음. 게다가 믹은 피터에게 굉장히 잘 듣는 히트사이클 억제제를 주기도 했고. 오메가가 어떤 건지 전혀 모르는 피터에게 그건 정말 중요했음... 그리고 같은 방 아이들 중 피터가 돈을 그나마 좀 벌어오는 편이었음. 그래서 그런지 믹은 피터에게 나름 후했음. 아프다 그러면 진통제를 놔 주기도 했고, 한 번은 히트사이클 억제제를 그냥 주기도 했음.

믹은 그렇게 오메가를 여럿 붙들고 잇엇음. 물론 오메가만 있는 것도 아니었음. 피터의 룸메 중 하나는 베타였고, 이 애는 돈을 벌러 나갔다 오면 자주 아팠음. 그래서 가끔은 아예 나가지 않고 모텔의 다른 방으로 가곤 했음. 그럴 때는 믹이 데려다 주고 데려오고 했는 데, 그 때마다 믹은 그 아이한테 약을 줬음. 피터도 가끔 먹는 약이었는 데, 먹고 나면 살짝 몽롱해지면서 기분이 좋아지거나, 혹은 깊게 잘 수 있도록 도와주는 종류였음.

일을 다녀온 피터는 일단 간단히 씻고, 유리병에 벌어온 돈의 대부분을 넣은 다음, 십 달러 정도를 몰래 챙겨두었음. 이유는 없었음. 믹이 피터 몫의 생활비를 주고는 했지만, 같이 사는 애들이 잘 벌지 못해서 같이 쓰다보면 항상 모자랐거든. 한달쯤 전부터 피터는 그렇게 오달러 육달러 씩 몰래 모으고 있었음. 문득 모아둔 돈을 보다 피터는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곧 그만두었음. 학교는 어차피 짤렸을 테고, ...삼촌이랑 숙모가 저를 어떻게 생각하는 지 빤했으니까. 


*


매튜와 포기는 능력있는 사람이었지만 당면한 문제가 커서, 피터가 있을 만한 곳을 파악해두고는 변호 일에 매달렸음. 당면 문제는 돈이었지... 인권 변호사라는 게 돈 되는 직업이 아니어서 이번엔 좀 더러운 일을 담당하게 된 거임. 물론 피해자의 편에 섰지만 그 피해자라는 게 킹핀 수하면 말 다 했지. 게다가 원고는 킹핀이 아니었음... 포기가 이 일을 가져왔을 때 매튜랑 정말 많이 싸웠음. 그래서 지난번 오메가 모임에는 매튜 혼자 간 거임. 하지만 포기 말 따나 숨만 쉬고 살 수는 없는 거였고 변호사 사무실을 유지하려고 해도 돈은 필요했음. 당연히 승소했고... 매튜는 상대했던, 킹핀 만큼이나 뒤가 지저분해 보이는 회사를 기억해두기로 했음.

그러고 포기가 승소 기념이니 점심을 사겠다고 했지만 매튜는 고개를 젓고 피터의 학교로 갔음. 벤 파커라는 사람은 그다지 부유해보이지 않았고 사람 찾는 일은 시간을 끌수록 청구액이 늘어남. 어차피 찾느라 품을 들인 건 이틀 정도였고 오늘까지면 사흘째임. 그간 매튜는 피터의 뒷조사를 좀 해보았음. 가정사는 벤이 말한 그대로였음. 그리고 학교에서는, 시간 엄수를 잘 못하는 학생이긴 했지만 수리와 과학부분에서는 우등생이라고. 그런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음. 하긴 천재 타입 학생은 종종 그런 과거가 있음. 그리고 그런 아이들은 상담 선생님에게 모든 걸 다 이야기 하지는 않음. 벤이 일러준 친구들을 만나서 이런 저런 교내의 쓸모없는 정보를 들었음.

물론 이렇게까지 조사 할 필요는 없었음. 하지만 아이가 학교에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음. 피터를 본 게 언제냐는 질문을 마지막으로 끝내려는 찰나, 학생들이 피터를 괴롭힌 아이가 지나간다며 알려주었고 매튜가 관심을 보이자 애들이 잡아서 데려다주었음. 귀찮아하는 것 같으면서도 찔리는 구석이 있어서인지 그는 매튜가 물어보는 것에 퉁명스럽긴 했지만 꼬박꼬박 대답해주었음. 이 녀석은 도움이 될 거 같았음.

-그 녀석...

-응...?

-딱 봐도 위험한 아저씨들 차에 타고 그러던데요.

우물쭈물하는 말에 걱정이 배어나는 걸 듣고 매튜는 내심 웃었음. 제가 괴롭힌다 그래도 정말 위험한 게 뭔지는 아는 모양임.

-언제 봤어?

-일요일에요. 저... 다운타운에서.

어물쩡 넘어가려는 듯한 말투에 조금 추궁해볼까 하다 매튜는 그만 뒀음. 그렇지만 위협을 직접 목격한 아이는 조금 그러고 있더니 주저주저 말을 꺼냄.

-데리러 갈 건가요?

-그래.

-...걔 괜찮겠죠?

-니가 다시 괴롭힌다면 아니겠지.

그리고 매튜는 고개를 까닥이며 고맙다고 말했음. 마지막 말은 일부러였음. 아마 저 애는 피터가 돌아오면 괴롭히기보다는 다른 친구들보다 더 친해질 수도 있을 거였음.


BL/2차창작중심/성인/부녀자/글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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