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한 1차BL 소설 <지배하는 자>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도 

이도는 정말 좋은 아이에요. 청소년이라서 그런지 다소 맹목적인 면이 있는데 나이가 어리니까 어쩔 수 없죠. 그래도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 중 참다운 의미에서 제일 어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가상의 인물이니 그럴 수는 없겠지만, 현실에서 이도 같은 사람이 옆에 있다면 만날 때마다 끌고 가서 맛있는 것을 먹여주고 싶어요. 그리고 헤어질 때는 아무렇지도 않게 장미 꽃다발을 건네고 싶습니다. 제가 받아보니 비록 한 송이라도 기분이 좋더라고요. 활짝 웃는 얼굴을 보고 싶네요. 

> 수 못지않게 스포일러 투성이라 이렇게만 쓰여있던 이도...

더 쓰고 싶은데 아무리 그래도 출간된 지 1년 안 된 소설의 스포를 할 수는 없네요. 양해 부탁드립니다.

연재 처음에 제가 써 놓은 설정을 헷갈려서 엄청 어리게 나왔던 이도입니다. 연재 도중에 '어... 이대로라면 뭔가 이상한데?' 하고 정신을 차린 다음 나중에 갑자기 나이가 올라갔어요.

이유라면 단순한 계산 실수였습니다. 귀비 나이에서 잘못 빼가지고... 설마 산수 못하냐고 물으신다면 그렇습니다. 모의고사 볼 때 수리영역 채점하면 항상 계산할 때 산수를 틀려서 오답이 나오고는 했지요. 그리고 정말 놀라운 일이지만 지금도 암산을 못합니다. 이도야, 미안하다!

여담이지만 이율, 이산, 이도 형제의 이름 뜻은 별 게 아닙니다.

저는 '理'라는 한자가 성에 들어가기를 원했고 나머지는 제가 좋아하는 한자를 가져다 붙였습니다. 조선 시대 왕들의 이름이 걸리기는 했는데 그렇게 따지면 어지간한 괜찮은 어감은 어차피 다 겹칠 테니까 신경쓰지 않았어요. 그 한자들을 좋아하는 이유도 사실 같잖... 습니다. '導' 같은 경우는 뜻을 좋아하는 게 맞는데 '律'은 그냥 붓글씨 쓸 때 제가 안 헷갈리고 잘 쓰던 한자라서 좋아했습니다.

이율은 자비, 이산은 사랑, 이도는 연민을 상징한다고 글 속에서 밀어보았는데 그런 말씀을 해 주시는 분이 없는 것으로 보아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던 것 같지 않습니다. 뭐, 다 제 탓이지요.


단과 유신 

단은 유백향의 할아버지이고, 유신은 유백향의 아버지입니다. 나중에 단의 이름 한자를 옥편에서 찾아보니 '남자가 맡는 여자 배역'이라고 나와 있었습니다. 뭐 그런데 그 외에도 어르신께 죄송할 일을 너무 많이 해서 지금 생각하면 크게 죄송할 일은 아니네요. 제가 무식했던 것으로. 단을 구상하는 데 도움을 준 사람 중 한 명은 저의 외할아버지입니다. 저의 외할아버지는 수학을 가르치시는 분이었고, 건축을 공부하신 적이 있어서 작도를 잘하셨습니다. 그래서인지 제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수학이 싫다고 징징대자 외할머니와 함께 저를 두고 진심을 담아 장탄식을 하셨답니다. 내 손녀가 수학을 못한다니, 창피하기 그지없구나! 수학은 공식만 외우면 다 풀리는데 어쩌다가 내 손녀가 저러고 있을까! 외할머니도 그 연세에 고등학교 이과반이었으며 의사를 지망했다는 사실을 평생 자랑하신 분이셨고, 당뇨로 인한 혈관성 치매 상태에서도 저보다 암산을 잘하셨어요. 그때 본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정말 진심으로 수학처럼 쉬운 것을 어렵다고 말하는 외손녀의 미래를 걱정하셨어요. 두 분 모두, 평소 저에게 공부하라고 잔소리하신 적이 없었는데 말이에요. 외할아버지는 매일 새벽마다 일어나서 직접 청소를 하실 정도로 깐깐하고 깔끔하신 분이시기도 했답니다. 살아계셨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 정말 재미있고 좋은 분이셨거든요. 유신은 평범한 아버지가 아니죠.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 중 제일 못되어먹은 인간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유신일 것입니다.

>> 유신은 그러려니 하지만 단도 너무 자세히 쓰면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이를 악물고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이야기를 썼던 단과 유신입니다.

지금 다시 읽어보니 자기 외할아버지를 모델로 한 인물을 작품 내에서 엄청나게 굴려버린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요. 모델까지는 아니고 유백향과 단의 관계를 묘사할 때 영향을 준 정도입니다.

유백향이 왜 그렇게 개고생을 하면서도 단을 떠나지 못하는지는 제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와 친밀하지 않았어도 쓸 수 있었겠지만, 단이 유백향에게 자신을 떠나라 말하는 부분이나 두 사람의 마지막은 제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와 친밀했기에 쓸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밖에도 뭐...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돌아가시기 전에 아주 잠깐 간병했던 경험도 컸어요. 어머니가 그 당시 그만둘까 고민하면서도 계속 일을 하셨는데, 왜 그러실까 이유를 생각하던 기억도 영향을 주었고요.

유신은... 뭐, 너무 전형적인 나쁜 아버지에 못된 아들이라서 쓸 말이 없네요.

이 사람에게 서사를 깊이 부여하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그렇게만 묘사했습니다. 무뚝뚝하고 가부장적인 아버지는 그럴 수 있어요. 그런 사람은 구식일 뿐이지 나쁜 사람은 아닐 수 있다고 봐요.

그런데 유신은 열등감에 차서는 아내 학대하고 여자 학대하고 자식 학대하는 불효자이니 합쳐서 4콤보네요. 아니 저쪽에서는 대놓고 살인도 하는데... 라고 말하기에는 이쪽도 대놓고는 아니지만 만만찮은 짓을 저질렀으니 5콤보로 합시다.

<지배하는 자>의 세계에서는 살인까지는 그럭저럭 OK지만 5콤보까지 가면 NG인 것으로!

(물론 농담입니다. 진담으로 받아들이지 말아주세요.)


리퀘스트와 추가 외전 쓰기 전에 저 나름대로 이랬었지 저랬었지 정리를 하는데, 재미있네요!

읽으시는 분들도 재미있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는 창, 혹은 서백을 포스팅하려 합니다. 

장르소설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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