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피는 달콤하다, 매콤하다, 떫다, 시다 등 일반적인 미각으로 표현할 수 없는 고유의 맛이다.

계피를 좋아하는가? 너무 광범위하다면, 미시적으로 접근해보겠다.

계피맛 사탕은 그럭저럭 잘 먹는가? 혹은 고운 시나몬 파우더가 뿌려진 카푸치노 향을 맡고 행복하다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앞의 질문에는 난색하며 고개를 저은 사람도, 이번 질문에는 커피와 계피향이 어우러진 카페에 평화로이 앉아있는 자신을 상상하며 긍정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진실계피와 거짓계피가 나누어진 것도 아니고, 같은 계피가 들어간 질문인데 왜 계피는 싫고 계피사탕이나 카푸치노는 좋은 걸까?

음식이란 친숙하면서도 신비로운 존재다. 심심하면 식탁 위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딸기맛 사탕의 껍질을 까서 입안에서 굴려 먹고, 오늘 점심은 또 무얼 먹을까 지겨운 고민을 하면서도 유명한 맛집의 기가 막힌 메뉴를 먹을 때마다 느끼는 기쁨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음식은 첨가 물질과 환경에 따라 시시각각 맛이 변하는 마법을 부린다.

당근케이크는 먹어도, 김밥 속의 당근은 먹지 않는 사람은 개인의 변덕인 걸까 여기서는 달고 저기서는 흙맛이 나는 당근의 깜짝변신의 결과일까?

최근, 즐겨보는 유튜버가 추천한, 김윤아의 ‘또 먹어버렸습니다.’라는 책을 읽고 있다. 주요 내용은 식이장애지만, 읽으면서 심리와 喰이 얼마나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지 실감이 났다. 외로울 때 먹는 파베초콜릿은 누구보다 나를 따뜻하게 감싸 안아주고,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가다 못해 정수리 위에 야자수를 틔워 파인애플이 자랄 때 한 입 베어 무는 떡볶이는 쿨타임을 선사해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하게 만든다. ‘행복하게 먹자’고 말하는 책의 요지처럼, 음식은 모든 기쁨의 원초적인 형태다.

실컷 음식을 찬양했으니, 한없이 변덕쟁이인 사람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겠다.

자, 여기 버섯볶음이 있다.

내가 7살 적에 먹은 버섯은 물컹하고 특유의 향이 나는 이상한 식감의 맛없는 음식이었다.

하지만 20살을 훌쩍 넘긴 지금 눈앞에 버섯볶음이 있다면, 밥과 국보다 더 젓가락이 자주 가는 반찬일 거다. 삼삼하고 쫄깃하고 오만 군데의 음식에 잘 어울리는 버섯을 추켜세우면서 끊임없이 먹을 것이다.

몇 십년 전의 버섯은 먹을 수 없는 이상한 야채였나? 오늘날의 버섯은 달콤하고 기름지게 개량되었을까? 버섯은 불변이다. 환경과 시간에 따라 사람의 입맛이 변하는 것이다.

신기하고 재미있는 喰과 人이다.

다음 생에는 버섯의 조화로움을 꼭 닮은 좀 더 나은 생물로 태어나고 싶다고 소망해보는 변덕쟁이의 글은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다.





얼렁뚱땅 김제로의 진지하고 코믹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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